89화. 토니, 친부모를 찾다(1)
89화.
- 됐다, 됐어! 정말로 당첨됐어.
"시끄러! 귀청 떨어지겠다. 바로 내려 갈께. 술이나 사놔."
- 하하하, 먹고 죽을만큼 사 놓을께. 빨리 와라.
밤 늦게 도착한 대구의 여관에 들어서자 상철이가 테이블 한가득 술상을 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으하하하, 어서 와라! 정말 네 말대로 당첨됐어. 정말 고맙다."
"쳇, 후회하도록 내버려 둘껄. 술이나 한잔 줘."
농담을 던지며 잔을 들어 올리자 급히 상철이가 술 한잔을 따라 주었다.
"정말 어떻게 안거냐? 다른 사람들에겐 절대로 말하지 않을테니까 말해봐."
"알면 다쳐. 언제 찾으러 갈래?"
"당장 내일 가야지. 으흐흐...이런 일은 후딱 해치워야 해."
음산한 웃음을 선보이며 상철이는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다음날 상철이와 함께 농협 본점으로 로또 당첨금을 수령하러 갔다.
"외국인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신분증으로 토니의 여권을 확인한 농협 직원은 영국인이란 것으로 알고 세금 문제로 영국과의 조세 협약에 따라 세금을 공제하고 실수령액을 수령할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조사하고 세금을 제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한 통장이 없는 관계로 통장도 새롭게 만들었다. 1등 당첨은 모두 4명으로 일인당 세금을 제하고도 30억씩정도였다.
"으하하하! 이제 난 부자다."
"로또 당첨된후 폐가망신하지 말지 아껴 써라."
"걱정마! 정말 고맙다. 모두 네 덕분이야. 부탁할게 있으면 뭐든 부탁해."
"그래. 나중에 부탁할게 있으면 연락할께."
상철이는 바로 집으로 내려 갔다. 어머니를 집을 며칠 더 지켜 보고 토니는 서울로 이동했다. 친아버지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재혼한 어머니를 찾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인을 해 봐야했다.
대정 그룹의 대정 화학으로 향한 토니는 인비저빌리티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사장실로 숨어 들어 갔다. 서류에 얼굴을 묻고 있는 중년인이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위의 명패에는 정한영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해제하고 모자를 더욱 깊숙히 눌러 쓰며 얼굴에 환상 마법을 걸었다.
"응? 자넨 누군가?"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아버지가 얼굴을 들고 있었다. 크게 놀란 기색도 없었다.
"고인영씨를 아십니까?"
벌떡.
"자넨 누군데 그 이름을 알고 있는겐가?'
이번엔 놀란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황하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더이상 찾지 마십시요."
"자넨 인영이 아들인가?"
"아들? 당신 입에서 아들이라는 말이 나오면 않되죠. 고인영씨가 아들을 버릴수 밖에 없었던건 당신때문이었으니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였다.
"이름이 뭐냐?"
아들이라고 확신하고 있는듯했다. 모자를 벗었다. 얼굴은 이미 다른 사람 얼굴이다.
"어머니가 정영한이라고 지어 주고 영아원에 버렸습니다."
"...음. 네 어머니 잘못이 아니다. 어쩔수가 없었던게지. 일단 앉거라."
소파에 아무렇게나 걸터 앉자 아버지도 소파 반대편에 앉았다.
"후우...널 버릴만한 사정이 있었다. 네 어머니와는 처음에는 불장난이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고 책임을 질려고 했지만 네 할아버지가 극구 반대를 한거란다. 나도 모르게 아버님이 네 어머니를 찾아 낙태까지 시킬려고 했었지만 다행히 네 어머니는 병원에서 달아났다. 그 사실을 알고 백방으로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었어. 네 어머니는 아마 널 낳은 사실을 들킨다면 빼았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아원에 버린 것이라고 짐작된다. 네 어머니를 원망하지 말고 날 원망하거라. 모두 다 내 잘못이야."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기업의 오너 일가가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온가족이 반대할것이 분명했다. 아버지가 책임진다는 말도 살집과 생활비를 준다는 것일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아버지 입장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이미 원망할 나이도 아니고 원망할 생각도 없습니다. 사정을 몰랐을땐 아버지 회사를 무너 뜨릴 생각이었습니다."
"뭐? 네게 그럴만한 힘은 있고?"
"후후후, 제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것은 없습니다."
"......"
마음만 먹으면 지구를 정복할수도 있었다. 각국 수뇌를 세뇌시키거나 협박하면 충분히 지구를 내맘대로 주무를수 있는 것이다.
"너에 대해서 말해 보거라."
"모르는게 좋을 겁니다. 굳이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전 제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머니는 찾지 마십시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 자식까지 있는 상황이니까요."
"잘 살고 있는게냐?"
어머니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이복 동생인 아름이가 소아 마비에 걸렀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숨겼다.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만 말했다.
"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지 않겠느냐?"
"제가 왜요?"
"꼭 만났으면 한다. 네 할아버지를 만나면 알수 있을꺼다."
"음...만나 보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입장도 들어 보고 싶었다. 아버지는 일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며 책상으로 걸어 가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 올랐는지 뒤돌아 섰다.
"그런데 넌 이곳에 어떻게 들어 온게냐?"
"제가 마음만 먹으면 가지 못할곳은 없습니다. 백악관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돌아 다닐수 있거든요."
"음...그게 무슨 뜻인지 알수 있겠느냐?"
"비밀입니다."
잠시 빤히 바라 보던 아버지는 등을 돌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루하게 기다리는 일이 점점 짜증나 소파에서 내려와 정좌를 하고 명상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보던말든 상관없었다. 내면 깊숙한 곳의 빗장을 다시 풀어 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쓰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럴때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상에서 깨어 나며 눈을 뜨자 아버지가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 차를 타고 간곳은 기와집으로 전통 음식점같은 곳이었다. 이미 예약을 해 놓았는지 안내를 받으며 방안으로 들어 가자 텅비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30분정도 기다렸을때 지팡이를 짚은 노인 한명이 들어 왔다. 아버지의 행동으로 볼때 저 노인이 할아버지였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한게냐?"
토니를 힐끔 본 할아버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다그쳤다. 고집이 센 성격이라고 단번에 알아 차렸다.
"인사 드려라. 할아버지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 이름은 정영한이라고 합니다."
"한국 이름? 그럼 다른 이름도 있단 말이냐? 그리고 넌 누구냐?"
"아버님, 제 아들입니다. 예전에..."
어머니와의 일을 할아버지에게 설명하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며 할아버지는 조금 놀란듯했다.
"정말이냐? 20년이나 어디에 숨어 있었기에 지금에야 찾아 온게냐?"
"왜요? 아직도 어머니를 찾고 있을것 같아서 찾지 말라고 경고를 하러 온것입니다."
"경고? 어린 놈이 강단은 있구나. 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이 그런 말은 내뱉지 않았을꺼다. 어떤 힘을 보유하고 있는지 말해 줄수 있겠느냐?"
할아버지는 능구렁이 같았다. 모든것을 꿰뚫어 보는듯한 노회한 눈이었다.
"후우...제 얼굴을 보십시요."
얼굴위를 손바닥이 스쳐 지나갔다. 환상 마법을 해제하고 본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아, 아니...너어..."
"음...어떻게 된것이냐? 그게 네 진짜 얼굴이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변장을 하고 있었죠."
아버지가 크게 놀란것 같았다. 본모습을 드러내고 싶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해명을 듣고 드러 내기로 했다.
"염색을 한게냐?"
"염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은발인 이유는 어머니가 절 버렸다는 충격에 머리카락이 은발로 변한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어머님을 받아 들이지 않았는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까지 낙태시킬려는 행동은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말해 주십시요."
"말해 주지 않았느냐?"
"아버님께서 직접 말해 주는게 좋을것 같아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집안 사정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이미 약혼 상대가 있었다. 정략 결혼으로 대기업을 운영하는 집안 대부분은 다른 대기업의 자녀와 정략 결혼을 한다. 그럴때 아버지의 자식을 밴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파혼이 될것이 우려되어 낙태를 시킬려고 했다.
정략 결혼 상대 집안이 대정 그룹보다 상위 그룹이었던것이다. 만약 파혼이 된다면 사업상 불이익을 받을게 틀림없어 하는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한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이런게 대기업의 생리라고 생각되었다. 대기업은 대기업끼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치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강제로 낙태까지 시킬려는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네가 대기업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예전 일은 사과하마. 넌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냐?"
"스마트 폰으로 은발의 토니라고 검색해 보세요."
할아버지의 눈짓에 아버지가 검색을 했다. 그러고는 눈이 커지며 토니의 얼굴과 스마트 폰을 몇번이나 바라 보며 믿기지 않아했다.
"무슨 일인데 그런 표정이냐?"
"아, 아버님! 이걸 보십시요."
스마트 폰을 받아든 할아버지는 놀란듯하면서도 금세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영국의 영웅! 은발의 위저드! 언터처블! 이게 너란 말이냐?"
"그렇게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럼 조금전에 말한 다른 이름이란게 영국 이름인게냐?"
"맞아요. 토니 브라운이라고 합니다. 전 영국으로 입양되어 영국 국적으로 그곳에서 자란 것이니까요."
영국인이라는 말에 냉정한 표정인 할아버지는 믿기지 않는지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할 생각은 없는게냐?"
"국적이 뭐가 중요해요?"
"한민족 피가 흐르는데 당연히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하지 않겠느냐?"
"할아버지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요."
낙태까지 시킬려고 한 할아버지는 한민족 운운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 대꾸에 얼굴이 조금 붉어진듯했다.
"크흠, 미안하구나. 예전 일은 내 잘못이었다. 그럼 계속 영국에서 살 생각이냐?"
"생각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일단 세계 일주를 하면서 천천히 생각해 볼렵니다."
"운동만했으면 공부는 어쩌고? 대학을 가야하지 않겠느냐?"
"대학요? 대학에 가는 이유는 보다 좋은 직장에 들어 가거나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것이죠. 하지만 전 회사같은곳에 들어갈 필요는 없고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갈 필요도 없습니다."
내면속에 잠겨있는 요지부동인 빗장을 푸는 일이 꿈이다. 언제 풀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풀어야 환생을 거듭하는 이유를 알수 있을 것이다.
"음, 그래도 남들의 시선이나 무식하다는 소릴 듣지 않을려면 가는게 좋을꺼다."
"무식하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어요. 전 천재거든요. 영국에도 한국처럼 학력 평가 고사같은게 있어요. 전국 1등을 한번도 놓친적도 없고 만약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할일이 없어 최고의 대학에 들어 갔을꺼에요. 영국에서는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어서 무시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어요."
"허허허, 너무 과한 자신감이구나.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아. 항상 겸손하거라. 다른 사람 말에도 귀를 기울이거라."
충고를 하는 할아버지의 말은 틀린건 없었다. 너무 과한 자신감은 자만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건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일주 여행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 오거라."
"들러긴 할께요. 그리고 어머니를 찾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저도 멀리서 지켜만 봤지 직접 만나지는 않았어요."
"그러마. 네 어머니를 찾은 이유는 널 찾기 위해서였다."
"저를요?"
자신이 목적이라는 말에 조금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네 애비에게 자식이 없는 상태다. 훗날 대정 그룹을 이끌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 그래서 널 찾기 위해 네 어머니를 찾고 있었던거다."
"사생아인 제게 그룹을 물려 주신다고요? 말도 되지 않잖아요. 그리고 전 회사같은곳엔 들어 갈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누구에게 원인이 있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겁니까?"
"나 때문이다."
"아버지요? 아버지는 이미 절 낳았잖아요?"
이미 자식을 본 경험이 있는데도 불임이라고 하는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수 밖에 없었다.
"그럼 그룹을 물려 받을 자식만 있으면 되는거죠? 아버지는 제가 치료해 드릴께요."
"네가? 의사도 못하는 일을 네가 어떻게?"
"제 닉네임이 은발의 위저드에요. 잠시만요."
엔다이론을 불러 아버지의 몸을 검사해 보라고 했다. 잠시후에 고환쪽의 혈맥이 거의 막혀 있는 상태라고 했다.
"원인은 찾았어요. 당장 치료해 드릴께요."
"그게 무슨 말이냐?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고도 원인을 알수 있단 말이냐?"
"전 위저드니까요."
즉시 치료를 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뭔가를 느꼈는지 움찔하고 있었다.
"이제 아버지는 다 낳았어요. 병원에서 검사해 보면 알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몸도 치료해 드릴께요."
엔다이론을 부른김에 할아버지 몸도 살펴 보라고 했었다.
"할아버지는 일단 이걸 한병 마시세요.
"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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