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오크로써의 삶(10)
71화.
자작의 자신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인 해크는 즉시 자작을 따라 연병장으로 향했다. 연병장에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영지전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작이 연병장으로 들어서 단장을 불렀다. 단장은 이미 해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자작의 명령으로 훈련을 중단한채 새로 고용한 용병의 실력을 점검할겸 용병과 기사 단장과의 대련을 한다고 선포했다. 해크는 아공간에 있던 무기들중 좌우 양쪽에 도끼가 달려 있고 정면쪽엔 뾰족한 창이 달려 있는 헬버트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부우우웅.
가볍게 헬버트를 휘두르자 바람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들이 보기엔 굉장한 힘을 가진 자라고 생각할것이다.
"먼저 가네."
탓.
처음부터 단장은 롱소드에 마나를 담은 상태였다. 가벼운 대련이 아니었다. 해크는 단장이 달려 들어도 헬버트를 땅으로 늘어 뜨린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휘이익.
어깨를 노리고 베어 오는 롱소드를 경혼 신법으로 가볍게 피하며 단장의 뒤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눈앞에서 해크가 사라지자 당황한 단장은 빙글 뒤돌아서며 롱소드를 내려 쳤다.
쩡.
단장뒤로 이동한 해크는 단장을 공격할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공격하지 않았다. 롱소드와 헬버트가 부딪히자 불똥이 튀었다. 그때부터 단장의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모두 받아 주었다.
쩡! 쩌정!
모든 공격을 받아 주자 단장은 망설임없이 계속 공격 일변도였다. 지금까지 단장의 공격을 이런식으로 모두 받아 주는 영지 기사는 없었을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장은 점점 더 큰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공격일지라도 경혼 신법이 있는 이상 얼마든지 피할수 있었으며 마나가 담긴 헬버트로 공격을 막을수도 있었다. 치열한 대련(!?)은 한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모든 힘을 쏟아 부은 단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나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취익! 그만 하자."
"헉헉헉! 아, 알겠네. 그리고 고맙네."
무승부로 대련은 끝을 맺었다. 하지만 지켜 보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용병이 이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 단장까지 이기는 용병을 고용했다는 사실에 흥분된 표정으로 사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자작은 병력들을 이끌고 성을 나섰다. 3일거리에 있는 평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정보에 의하면 도스 남작은 아직 영지에서 출발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그닥다그닥.
말을 타고 가는 해크 옆으로 기사 단장이 접근해 왔다. 자작이 전마를 내주었다. 전마는 본능적으로 겁을 먹었는지 오크인 해크를 거부했었다. 그런 전마에게 마나를 뿜어내 위협해 무사히 탈수 있었다.
"대련, 고마웠네. 많은 도움이 되었어."
- 단장, 놀라지마. 마법 메세지를 보내는거야.
해크가 이미 마법사라는걸 알고 있는 단장이었다. 해크는 말을 하지 않는 용병으로 모두 알고 있어 이런식으로 대화를 했다.
"자네는 마검사인가?"
- 그래.
"굉장하군."
마검사는 대륙에 존재한다. 예전의 캐논이나 제논이었을땐 없었지만 현재는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마법이나 검술 경지는 어정쩡한 상태라고 했다. 마법은 3서클이 한계며 검술은 소드 익스퍼트 초중급이 한계라고 알려져 있다.
마나를 축적하는 곳이 다른 이유로 두개의 마나를 모을때와 사용할때 서로 충돌을 일으켜 폐인이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마검사가 될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마검사가 된 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단장은 해크는 오크이기 때문에 마검사가 될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오크가 마법을 사용하는것 자체가 있을수 없는 일이다.
'정말 위대한 존재인가!?'
영지 마법사인 사나테 마법사는 해크가 드래곤이라고 말했었다. 반신반의했지만 마검사라는 사실에 정말 드래곤이 오크의 모습으로 유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직접 물어 볼수도 없었다. 어째든 굉장한 마검사가 참전한 이상 불리한 영지전이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도스 남작 진영에서는 해크의 존재를 모른다.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해크가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되었다.
"잘 부탁하네."
- 걱정마. 몸도 근질근질한데 오히려 잘된 일이야.
3일만에 도착한 평원은 얕은 언덕이 산재한 곳이었다. 평원이라기 보다는 버려진 산덩성이였다. 반대편 도스 남작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자작 병력은 모두 2천명이다. 기사 20명과 마법사 3명이 주요 전력이다. 정글에서 살아 남은 3명의 마법사들로 그들을 이끄는 사나테 5서클 마법사가 해크를 찾아왔다.
"저어...마법에 관해 질문 몇가지를 해도 되겠는지요?"
- 지켜 보는 눈도 있잖아. 편하게 말을 놔. 뭔데?
"고맙네. 6서클에 대한 조언을 해 줄수 있나?"
- 6서클?
해크는 이미 아공간에서 읽은 마법 연구 일지로 인해 9서클까지의 마법 원리를 알고 있었다. 1서클은 점, 2서클은 직선, 3서클은 곡선, 4서클은 면, 5서클은 형, 6서클은 원, 7서클은 공간, 8서클은 파괴, 9서클은 창조다.
처음 일지에 적혀있던 8, 9서클에 관한 내용을 읽었을때 머리속의 무언가가 펑 터지며 개안되는 느낌이었다. 사나테 마법사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해크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단한마디의 조언이라도 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것이다.
- 음, 6서클은 원(圓)이다. 더이상은 말해 줄수 없어. 1서클부터 차분히 생각해 보면 알수 있을꺼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나테 마법사는 환해진 얼굴로 말을 놓는것도 잊은채 황송해했다. 해크용 개인 천막에는 자작과 기사 단장, 사나테 마법사, 그리고 헌턴 기사외에는 누구도 들어 올수 없었다. 해크가 오크라고 알고 있는 자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천막안에 있을땐 투구를 벗은 상태다. 투구를 쓰고 있다고 해도 조금 답답할뿐 덥지는 않았다. 풀 플레이트 메일은 아공간에 있던 것으로 마법 무구로 온도 조절 마법은 물론 경량화, 원상 회복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헬버트도 아티팩트로 경량화와 아이스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뿌우우우우우.
평원에서 이틀을 지낸후 드디어 영지전이 시작되었다. 도스 남작 진영은 하루전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부터 두 영지의 운명을 건 영지전이 시작된것이다. 그동안 해크는 천막안에서 단한발도 나가지 않았다. 전쟁의 암울한 기운이 평원을 휩쓸고 있었다. 불안, 초조, 긴장감에 물든 병사들의 불길한 기운이 최고조에 달했을때 도스 남작 진영에서 한명의 기사가 앞으로 나왔다.
"들어라! 난 라임이다. 나와 검을 겨눌 용기있는 자는 앞으로 나서라."
라임이라고 이름을 밝히자 웅성거리던 자작 진영에서는 그에 대응해 한명의 기사가 달려 나갔다. 전마를 탄 두명의 기사가 서로 마주 달려 가며 검을 부딪혔다.
쩡.
휘청.
자작령 기사가 힘에서 밀리는지 휘청거리고 있었다. 마주 빗겨 스쳐 지나간 두 기사는 방향을 선회해 다시 마주 돌진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두명 모두 롱소드에 마나를 두르고 있었다.
꽝.
퍽!
히이힝.
털썩.
검이 부딪힌 굉음과 함께 스쳐 지나가며 상대편 기사가 부딪힌 롱소드를 재빨리 다시 휘둘러 자작령 기사의 뒷통수를 내려치자 투구가 움푹 패이며 속절없이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붉은 피가 흥근하게 베어 나오고 있는게 머리통이 박살난것 같았다.
"와아아아~~!!!"
도스 남작 진영에서 큰함성이 메아리쳤다. 그런 반면 자작령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기었다. 침울한 분위기를 바꾸고자 기사 단장이 달려 나갈려는 찰나 해크가 한발 빠르게 전마의 배를 박차며 달려 나갔다.
투두두두.
부우우웅.
거대한 헬버트를 공중으로 빙빙 돌리며 마주 달려 오는 남작 진영 기사와 부딪혔다.
꽝.
"컥!"
꽈다당.
투두두두두.
롱소드에 두른 마나와 헬버트에 두른 마나가 서로 충돌하자 굉음을 동반하며 도스 남작 기사가 전마위에서 훌훌 날아 뒤쪽으로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주인을 잃은 전마만이 허무하게 해크옆을 질주해 가고 있었다. 상대편 기사는 해크의 엄청난 힘에 밀려 전마에서 추락한것이다. 묵직한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상태로 질주하는 전마에서 추락하면 최소한 사망내지 중상이다.
"우와아아아~~!!"
이번엔 아메르 자작 진영에서 큰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까닥까닥.
큰함성에 해크는 남작 진영을 바라 보며 헬버트를 까닥여 도발했다.
투두두두.
도발이 먹혔는지 아니면 복수심에 눈이 멀었는지 도스 남작 진영에서 기사 한명이 달려 나왔다. 기사를 향해 해크도 마주 달려 갔다.
꽝.
이번에도 엄청난 힘에 밀린 기사는 달려 오는 전마등뒤로 몸을 뉘운채 흐느적거리면서 바닥으로 서서히 추락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두명의 기사들이 당하자 남작 진영에서는 더이상 도발에 대응하지 않고 총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투두두두두두!
전면전이 벌어지면 양쪽 진영에서는 큰피해가 발생한다. 병사들이 얼마나 죽더라도 상관없지만 혼전 양상이 되면 자작에게 약속한 남작 진영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찾아 다니는데 고생해야 한다.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중앙쪽에 몰려 있는 기사들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남작 진영 기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해크를 감싸는 포위 형태로 달려 오고 있었다. 정중앙을 꿰뚫어 병사들 뒷편에 자리하고 있는 마법사들이 있는 곳까지 일직선으로 돌파할 생각이다.
투둑. 투두두두두!
질주하는 전마의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평원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중앙의 기사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꽝.
투두두두두.
부딪힌 기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바라 보지도 않고 병사들이 늘려서 있는 남작 진영으로 쇄도해 들어 갔다.
"피, 피해라~!!"
뒤쪽에서는 남작령 기사들이 따라 오고 있었지만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해크를 따라 잡기는 불가능했다. 그들은 선회해 따라 와야 했기에 일직선으로 계속 질주라는 해크와 거리가 이미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전마가 코앞까지 질주해 들어 오자 화들짝 놀란 병사들은 메뚜기떼들처럼 좌우로 쫙 갈라지고 있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들은 헬버트의 먹이가 될수 밖에 없었다.
부아아아앙.
퍼퍼퍼퍼퍽!
"크아악!"
몇명의 병사들 머리통이 박살났다. 일반 병사들이 헬버트를 막을수도 없었다. 투구도 없는 상황에서 빗맞아도 사망이었다. 병사들을 헤치며 마법사들에게 돌진하자 마법사들도 자신들을 노리고 달려 오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즉시 마법 공격을 해 왔다. 병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관계로 아직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있음에도 상관없다는듯 파이어 볼 3개가 날아 왔다. 파이어 볼이 해크의 몸에 적중할 찰나 실드 마법을 펼쳤다.
퍼퍼펑.
"으아악! 피해라~!!"
파이어 볼이 폭발하는 여파로 인해 주변 병사들의 피해가 컸지만 화염을 뚫고 돌진하는 해크는 티끌만한 피해도 없이 계속 마법사들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부아앙.
퍼퍼퍼퍼퍼펑.
이번엔 매직 미사일이 날아 왔지만 간단하게 헬버트로 박살내 버리자 디그 마법과 파이어 랜스 두발과 그 뒤를 윈드 블레이드가 뒤따라 오고 있었다. 전마가 달리는 앞쪽 바닥이 푹 꺼지자 병사들이 함몰된채 비명을 질러 대었다. 전마를 탄채로 꺼진 바닥을 뛰어 넘을순 없었다. 바로 뒤에는 병사들로 지체된 탓으로 남작령 기사들이 바짝 추격해 온 상태다.
일직선으로 쇄도해 들어 오는 파이어 랜스 두발과 윈드 블레이드를 피하기 위해 전마에서 펄쩍 뛰어 올라 달려가든 기세 그대로 전면 공중으로 날아 갔다. 아슬아슬하게 파이어 랜스와 윈드 블레이드가 발아래를 스쳐 지나가자 해크는 아래쪽으로 내려서며 병사들의 머리를 밟으며 경혼 신법을 펼치며 화살처럼 쏘아져 갔다. 머리를 밟힌 병사들은 머리통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경혼 신법을 펼치기 위해 용천혈에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해크의 모습에 깜짝 놀란 마법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앙에 있는 노인은 침착하게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저 노인이 후작이 지원해 준 5서클 마법사같았다. 이제 마법사들과는 고작 10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노인에게서 급격한 마나 유동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취익! 홀드!"
오크 특유의 콧소리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마법을 펼칠려든 5서클 마법사는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자 크게 놀란듯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피유우우웅.
당황하고 있는 5서클 마법사를 향해 헬버트를 던져 버렸다. 바람을 찢어 발기는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헬버트가 자신에게로 쇄도해 들어 오자 5서클 마법사는 홀드에서 벗어 날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퍽!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마법사의 등뒤로 삐죽 튀어 나온 헬버트의 날이 햇빛에 반짝이며 서서히 뒤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흐아악! 매. 매직 미사일!"
"파, 파이어 볼!"
"호, 홀드!"
당황한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취익! 실드!"
쩡!
퍼펑!
타닷.
마법은 모두 몸으로 받아 내며 뚫고 나가자 마법사들의 눈이 커진채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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