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천후와 멸마대(1)
174화.
엔다이론을 불러 내상 치료를 부탁했다. 엔다이론만으로 내상을 치료할수 있지만 포션을 사용하면 더욱 쉽게 내상을 치료할수 있다. 많은 시간도 걸리지 않고 등에서 손을 떼며 전음으로 심법을 운용하라고 했다. 이미 임독맥을 뚫은 상태로 대주는 신천지를 맛보고 있을 것이다.
천후가 손을 떼자 호법을 서든 자가 궁금한듯 했지만 입을 열진 않았다. 내공 심법을 운용할때 작은 소리도 방해가 된다. 자칫하면 내공이 역류할수도 있어 내공 심법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심처에서 운용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런 곳에서는 급한 상황이 아니면 하지도 않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일땐 대주처럼 호법을 세우고 심법을 운용한다.
- 걱정마십시요. 대주의 내상은 모두 치료되었습니다.
호법을 서는 무인에게 대주의 상태를 알려주자 환한 얼굴로 포권을 하며 고마워했다. 대주는 좋은 부하를 둔것같았다. 임독맥을 뚫어준건 일부로 말하지 않았다. 한동안 심법을 운용하던 대주는 상기된 표정으로 깨어나 포권을 하며 감사해했다.
"이제 괜찮죠?"
"그렇네."
"그럼 내려 가시죠. 내상 치료는 모두 대주님이 하신겁니다."
"하하하, 알겠네."
반토막이 난 멸마대는 더이상 이곳에 있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들도 뿔뿔히 도주해 소림으로의 재침공은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자주적으로 이곳으로 온 일반 무인들도 살아 남은 자가 거의 없었다. 그들도 제각각 숭산을 떠나기 시작했다. 멸마대도 다음날 길을 나섰다.
중상자들은 소림에서 치료가 끝날때까지 돌보아 준다고 해서 경상자와 멀쩡한 멸마대 37명만이 무림맹으로 향했다. 너무 많은 동료들이 죽은 탓으로 모두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틀째에 접어 들자 뒤쪽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두명의 무인들로 인해 길을 멈추어야했다.
'협도 대협이 왜 따라 오는거야?'
두명은 협도 대협과 일천검 대협이었다. 저렇게 경공까지 펼쳐가며 따라 오는걸 봐선 자신을 찾아 오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두 대협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며 멸마대를 둘러 보며 자신을 발견하고는 걸어왔다.
"협도 대협님, 이곳엔 왠일이십니까?"
"검귀에게 볼일이 있다네."
"검귀라니요?"
"......"
대주의 말에 협도 서량 대협은 천후를 슬쩍 보았다.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젖는 검귀의 모습에 아차했다. 검귀가 자신의 별호를 알려주지 않은것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다 까발리는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검귀가 알려 질것이다.
"검귀, 우리와 함께 무림맹으로 급히 가야겠네."
"후우..."
협도 대협이 자신을 바라 보며 말을 걸자 나서지 않을수도 없었다. 이제 멸마 대원들은 자신의 별호가 검귀라는걸 알게 되었다. 아직 중원에 널리 알려진 별호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없을것이지만 되도록 숨기고 싶었다.
저벅저벅.
"무림맹요? 지금 가고 있는데요?"
협도 대협쪽으로 걸어 가며 말하자 역시 멸마 대원들이 놀라고 있었다. 말투로 볼때 절정 고수로 널리 알려진 협도 대협과 잘 아는 사이라는게 드러난것이다.
"빨리 가야한단 말이네. 이번 혈림의 공격은 소림뿐만이 아니었어. 무당과 화산도 큰피해를 입었다더구나. 그래서인지 혈림을 무너 뜨리기 위해 맹은 마교와 손을 잡았다."
"예엣? 마교와요?"
웅성웅성.
마교라는 말에 멸마대 모두가 웅성거렸다.
"혈림은 마교를 배신한 단체라더구나. 무림맹 자체적으로는 혈림을 무너 뜨릴수 없어 마교와 협력할수 밖에 없다고 한다. 소림이 습격을 받을때 무당과 화산도 습격을 받아 큰피해를 입었다더구나."
"혈림이라는 단체가 그렇게 큰조직입니까?"
"크지 않다면 동시에 각 문파를 습격할수 없지 않겠냐?"
무림맹에선 지금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로 절정 이상의 고수를 찾고 있었다. 마교와 협력해 혈림을 공격할때 절정 고수가 앞장서야 한다. 마교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중원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걸 과시해야 마교도 중원 무림을 함부로 넘보지 못할것이다. 그런 이유로 절정 고수로 채워 넣은 선봉대를 만든다는 말에 협도 대협이 맹으로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다.
"전 멸마대에 남을 겁니다."
"아니, 왜?"
선봉대에 들어 가면 대우나 명성 또한 널리 알려 질것이다. 무인들 입장에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천후는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명성을 알려 봐야 똥파리만 꼬인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지지 않는게 가장 좋았지만 멸마대 전체가 알아 버린 이상 멸마대에 남는게 현명한 방법이다. 멸마대도 환영할것이다.
자신을 절정이라고 알고 있는 멸마대에 그대로 있다면 멸마대는 살아 남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숨기고 있었던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 반발을 살수도 있었다. 자신이 실력을 드러냈다면 오대나 멸마대는 반토막이 나진 않았을것이다. 그런 점을 꼬집을수 있었다.
"멸마대가 좋으니까요. 절 설득할 생각마시고 그냥 가세요."
"음...무림맹에서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팟.
협도 대협과 일천검 대협이 까마득한 점이 되어 무림맹 방향으로 사라졌다.
웅성웅성.
"자네 별호가 검귀였나?"
"그렇습니다."
"정말 멸마대에 남을 생각인가?"
"제 소속이잖아요. 대주님도 제가 남는걸 원하시잖아요."
대주나 부대주 모두 원하는 일이다. 자신이 다른곳으로 이동한다면 멸마대는 지리멸렬한다. 지금은 반토막이 난 상태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경지가 알려진 이상 방관할수만은 없었다.
"고맙네. 그럼 자네가 대주 자리를 맡아주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주 자리는 경험 많은 대주님이 계속 맡아주셔야죠."
대주 자리를 넘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러 회의다 뭐다해서 귀찮게 불려 다니는 일은 질색이다.
"음, 알겠네. 모두 들어라. 검귀는 절정 고수다. 지금까지 경지를 숨기고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멸마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검귀가 계속 멸마대에 함께 하는한 살아 남을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절정이면서 왜 더 많이 도와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자는 멸마대에서 나가라."
"대주님은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그렇다. 그럼 출발하자."
멸마 대원들은 천후를 힐끔거렸다. 같은 동료가 절정 고수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말을 걸려고 해도 부담이 되어 머뭇거릴뿐이었다.
'응? 살기?'
한시진정도 이동해 산속으로 접어 들었다. 높은 산이 아닌 관계로 쉽게 넘을수 있는 산이다. 그런산 정상 어림에 도착했을때 정상쪽에서 살기가 전해져왔다.
"대주님! 살기입니다."
"모두 조심하라."
채재쟁.
"제가 살펴 보겠습니다."
무기를 검을 뽑아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자 천후는 살기가 감지된 정상쪽으로 몸을 날릴려고 할때 위쪽에서 한사람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혈귀?"
무초 대사와의 싸움에서 도주한 혈귀가 왜 이곳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라고? 혈귀라고? 헉! 혀, 혈귀다."
대주가 놀라고 있을때 어느새 혈귀는 눈으로 확인할수 있을 정도 거리까지 도착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피, 피햇!! 강기다!!"
대주의 말에 화들짝 놀란 대원들은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감히 맞받아칠수는 없는 일이다.
"사이킥 블레이드!!"
꽈꽝!!
초절정 고수인 혈귀가 왜 멸마대를 습격하는지 어리둥절했지만 공격을 받은 이상 반격을 해야 다. 혈귀에 맞설수 있는 자는 자신밖에 없었다. 혈귀가 쏘아 보낸 강기를 상쇄시키고 혈귀쪽으로 달려가며 사이킥 미사일 세발을 날렸다. 혈귀의 얼굴은 창백한게 내상을 입고 있는것 같았다. 그런 몸으로 왜 멸마대를 습격하는지 이유를 알수 없었다.
"놈!"
가느다란 화살 모양의 사이킥 미사일을 우습게 본것인지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혈귀는 코앞까지 접근한 사이킥 미사일을 검으로 베어 가고 있었다. 그때 사이킥 미사일 세발이 교묘하게 휘어지며 혈귀 몸으로 접근하자 기겁한 혈귀는 즉시 강기막을 형성했다.
퍼퍼펑!
혈귀는 놀란듯한 표정으로 천후를 죽일듯이 노려 보며 쇄도해 들어왔다.
쩡!
"윽!"
무량 검법을 시전해 혈귀의 검을 막았지만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초절정 고수와의 싸움은 처음이다. 중간계라면 초절정 고수는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해당된다.
"네놈이 사술을 쓴다는 놈이냐?"
핏.
쩡!
혈귀는 자신을 알고 있는듯 했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예상할수 있는건 혈겸이었다. 혈겸이 알려 주지 않은 이상 절대로 알수 없을것이다. 혈귀를 상대로 미완성인 무량 검법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방어하기도 급급했다. 혈마 대원들은 이미 멀리 달아나 나무뒤에서 이쪽의 싸움을 지켜 보고 있었다.
멸마 대원들은 아무리 멀리 도주한다고 해도 혈귀에게서 달아 날수 없을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사이킥을 중점적으로 사용할수 밖에 없었다. 어지럽게 보법을 시전하며 접근한 혈귀가 한발을 내밀고 검을 찌를려고 할때 사이킥 그리스를 시전했다.
"놈!"
꽝!
"사이킥 디그!"
"헛!"
비틀.
사이킥 그리스를 감지했는지 혈귀가 바닥을 강하게 발로 찍어 파ㅚ할려고 할때 즉시 사이킥 디그를 시전하자 땅이 움푹 꺼지자 혈귀의 발이 땅속으로 쑥 들어가 몸의 중심이 흔들리자 사이킥 워터 스피어를 시전했다.
펑!
쏴아아.
접근하는 투명한 물체를 파괴한 혈귀는 파괴한 막대기 모양의 물체가 터지며 물이 쏟아 지자 깜짝 놀라며 즉시 뒤로 물러났다. 독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로 물러 나는 순간 눈앞에서 뭔가 번쩍거렸다. 강기막을 형성해 방어를 할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번쩍.
"크아악!"
혈귀의 몸은 한줌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지고 있었다. 혈귀의 젖은 몸에 사이킥 썬더를 시전한것이다. 마법으로 7서클에 해당되는 기가 썬더를 응용한 사이킥이었다. 혈귀를 처리하고 주변에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혹시나 혈귀 부하들이 숨어 있는지 조사해 보았지만 멸마 대원들외엔 없었다. 혈겸이 혈귀에게 무슨 말을 전했는지는 모르지만 단독으로 움직인듯했다.
"검귀! 괜찮나?"
"헉헉헉! 운이 좋았습니다. 혈귀는 심한 내상을 입고 있었거든요."
일부러 크게 숨을 헐떡이며 지친 표정으로 대주에게 설명해 주었다. 혈귀의 창백한 얼굴을 모두가 보아 누가 보더라도 내상을 입은 상태라고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고생했네."
멸대 대원들이 하나둘씩 다가와 천후를 보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무려 초절정 고수로 알려진 혈귀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것이다. 촉검 대협이 다친곳은 없냐며 걱정했지만 내상을 조금 입은 상태라고만 말해 주었다. 다행이 대원들 모두 어떤 무공을 사용해 혈귀를 처리했는지는 묻진 않았다.
"그런데 혈귀가 왜 습격한건가?"
"아마 내상 치료를 하고 있을때 저희들을 발견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음, 그럴수도 있겠군."
대원들끼리 웅성거리며 내상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은 혈귀가 짜증이 나 화풀이로 습격했을지도 모른다며 제각각 추측을 내 놓았다.
"자넨 내상 치료를 해야 하지 않나?"
"대주님이 호법을 서 주시겠습니까?"
대원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눈을 감고 심법을 운용하는 척했다. 내상은 입지 않았지만 치료하는 흉내는 내야했다. 대주가 호법을 서고 있어 안심되었지만 환생을 거듭하며 몇번이나 배신을 당해 내상을 입었더라도 이런곳에서 절대로 내상 치료는 하지 않는다.
호법을 서는 대주가 언제 돌변해 자신을 헤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인들이 가장 경계하는게 심법을 운용할때다. 한번 심법을 운용하면 십이주천이 끝날때까지 움직이지 못한다. 강제로 심법을 멈추면 큰내상을 입거나 심지어 내공이 역류해 폐인이 될수도 있지만 심법중에는 언제 멈춰도 되는 심법도 존재한다.
무량 심법이 그에 해당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서 심법을 운용하진 않았다. 반시진이 흐른후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일어나 포권을 하며 대주에게 머릴 숙였다.
무림맹으로 멸마대가 귀환했다. 다른곳으로 갔었던 멸마대들도 속속 무림맹으로 집결하고 있었지만 다른 대(隊)도 큰피해를 입었는지 수가 적었다. 살아 남은 멸마대를 모두 합쳐봐야 100명도 되지 않았다.
무림맹에선 멸마대는 버리는 패였다. 어중이떼중이가 모인 멸마대는 무림맹의 전력이 되지 않았서였다. 급조한 멸마대가 제대로 훈련도 하지 않고 전장으로 내몰린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공이 약했다.
중상자들이 모두 완치되어 돌아 온다면 이백명까지는 늘어 날것이지만 무림맹이 마교와 손을 잡은 이상 얼마 쉬지도 못하고 또다시 맹을 나서야 할것이다. 멸마대에서 천후의 소문이 쫙 퍼졌다.
어딜 가더라도 대원들이 자신을 보고는 수군거리고 있었다. 혈귀를 처리한것이 결정적이었다. 내상을 입었던 혈귀가 어느새 내상이라는 말은 어딘가로 사라져 온전한 혈귀를 처리한것이라고 알려졌다.
"검귀 대협! 무공을 봐 주시겠습니까?"
"소협이라고 부르면 봐 드리죠."
촉원검이 간단하게 수련을 하는걸 보고 천후가 몇마디 조언을 해 준것이 계기였다. 천후가 연무장으로 나오면 대원들은 자신의 무공을 살펴 보고 조언해 주기를 원했다. 그렇다고 본인의 모든 무공을 보여 주지 않고 보여 줘도 되는 이미 알려진 무공을 시전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검귀 소협!"
- 작가의말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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