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제논의 힘(2)
43화.
꽝!
꽈직!
"크아아악!"
투구 앞면이 움푹 함몰되어 코가 깨진듯 했다. 골이 흔들리는 충격에 코린경은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정신을 잃었다.
쿠웅.
"허억! 저, 저럴수가..."
"무슨 힘이 저렇게..."
다른 기사들의 놀란 탄성이 발하고 있을때 제논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오른손 주먹에는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흐르며 아려 왔다.
"힐!"
코린경은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죽었다면 대형 사고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투가 아니라 지금은 대련중이다. 대련중에 상대방을 죽이는 일은 있을수 없다.
"매직 핸드!"
함몰된 투구안쪽으로 매직 핸드를 들어 보내 안쪽에서 꾹꾹 눌러 투구를 곱게 폈을때 기사들이 달려왔다.
"코, 코린!"
"투구를 벗겨 주십시요."
기사들이 투구를 벗기자 코린경의 코는 함몰된채 흥근한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힐! 클린!"
피를 멈추게 한후 피까지 모두 씻겨 주었다. 다행히 숨을 쉬는게 죽지는 않았다. 가슴을 쓸어 내리며 마법을 시전해 주었다.
"리스토어!"
원상 회복 마법인 리스토어를 펼치자 코린경의 함몰된 코가 꿈틀거리며 서서히 솓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에 지켜 보고 있던 기사들이 기함을 했다. 언제 부서졌는지는 모를 정도로 완벽하게 회복된 코에 손을 가져다 대며 역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웨이크업!"
"...으음..."
벌떡.
신음을 흘리며 깨어난 코린경은 갑자기 벌떡 얼굴을 들고는 일어 날려고 했다. 갑작스런 일에 깜짝 놀랐지만 이해도 되었다. 코린경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것인지 모를 것이다.
"그냥 누워 있으세요."
"어, 어떻게 된건가?"
"코린! 넌 기절했었다."
"후우...졌습니다."
당당했었던 코린경의 실망감에 물든 얼굴이 안쓰러웠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당당히 패배를 인정하는 코린경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엔 마나를 사용해서 다시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그,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다시 대련 준비를 했다. 코린은 이번엔 지지 않겠다는듯 결의의 표정으로 클레이모어에 마나를 주입해 달려 들었다.
"소영주님! 조카분은 마법사가 아니었습니까? 어떻게 마법사가 저런 몸놀림으로 마나도 사용하지 않은채 주먹만으로 투구를 우그러 뜨릴수 있는 겁니까?"
"단장! 아직 조카를 완전히 파악한건 아니라네. 일단 지켜 보세."
펑,
텅!
굉음이 들려왔다. 코린경의 공격에 급히 실드 마법을 펼치며 매직 미사일을 날려 보냈다. 매직 미사일을 박살낸 코린경은 그대로 실드를 향해 대검을 내려치자 대검이 뒤쪽으로 튕겨 버렸다. 일순 코린경이 대검을 제어하지 못하는 지금이 찬스였다.
"에어붐!"
퍼펑!
주르르.
코린경의 복부 근처에서 폭발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코린경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폭발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뒤로 물러 난것이다. 그런 코린경의 뒤쪽에 그리스 마법을 시전했다.
"어엇?"
"매직 핸드!"
비틀거리는 코린경의 발을 확 잡아 당겼다. 그러자 코린경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뜬채 등부터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파이어 랜스!"
"크윽! 져, 졌습니다."
등부터 떨어진 코린은 급히 일어 날려고 했다. 하지만 언제 마법을 시전했는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 모양의 랜스가 바로 코앞에서 멈춰 있었다. 4서클 마법사가 쉴새없이 마법을 발휘하고 있는게 믿기지 않았다. 마법사는 한개의 마법을 발휘할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소영주님의 조카라는 제논 마법사는 그런게 없었다. 저런식으로 마법을 계속 펼친다면 기사들은 절대로 제논 마법사를 이길수 없을 것이다.
"감사했습니다."
마법을 해제하고 코린경에게 대련에 응해 준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코린경! 외람된 말이지만 오해하지 말고 들어 주십시요. 대련을 해본 결과 코린경의 몸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클레이모어 무기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작은 클레이모어를 사용해 보십시요. 좀전처럼 공격에 실패해 대검이 튕겨져 올라 가면 가슴과 배가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또한 대검 전체에 마나를 두르기 때문에 마나 소모가 극심할것입니다. 마나 소모를 적게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대검 칼날에만 마나를 두르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마나를 대검에 두르지 않고 내려 칠때 주입하는 식으로 바꾸어 보십시요."
"...음. 대검 크기 문제는 단장님에게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나를 그런식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소드 마스터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다행히 코린경은 화를 내지 않았다. 마법사가 기사들에게 충고를 하는 일은 없다. 불과 불의 관계라고 알려진 탓으로 서로를 무시하는 존재들이다. 일단 말을 꺼낸 이상 코린경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말해 주기로 했다. 만약 화를 냈다면 더이상 말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소드 마스터가 아니더라도 노력하면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해 보십시요. 코린경은 식사를 할때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시지요?"
"물론입니다."
"아마 칼날에만 마나를 주입하는건 어려울겁니다. 그래서 나이프로 고기를 자를때만 마나를 살짝 주입해 단번에 자르고 자른후에는 마나를 회수하는 식으로 훈련을 해 보십시요."
"조언 감사합니다."
코린경이 물러 난후 다른 기사들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퍼퍼펑!
"커억...져, 졌습니다."
이미 5명의 기사들을 상대로 승리했다. 모두 처음부터 마나를 사용한 대련이었다.
"감사합니다."
기사들과의 대련에서 알아낸 점이 있었다. 전격 마법에 굉장히 취약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은 강철로 만든 것이다. 그런 탓으로 전격 마법에는 쥐약이었다. 대규모 전투에선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후 전격 마법을 시전하면 순식간에 기사 전력이 반토막이 날것이다.
마계에서 지구인 군인들을 상대로 그런식으로 죽인적이 있었다. 대련에서는 전격 마법은 딱 한번만 사용했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제압할수 있었지만 대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며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기사들은 마나가 부족한지 허덕거리기 시작했다. 남은 마나를 쥐어짜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빈틈을 공격당해 항복하는 것이다. 마나 운용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제논경! 이번엔 나하고 대련을 하세."
"단장님이 직접요?"
"자네가 평범한 마법사는 아니란건 이미 파악했네. 적어도 4서클은 아니지. 무슨 사정이 있어 숨기고 있는것 같아 직접 알아 보기 위해 나선것이라네."
너무 설친것 같았다. 이미 탄로가 난 이상 어쩔수가 없었다. 총단장인 만큼 엄청난 실력자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좋은 경험이 될것이다.
"준비가 되었나?"
"물론입니다."
"그럼 조심하게."
팟.
"블링크!"
보르보 총단장은 말이 끝나자 마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눈으로 쫒을수 없을 속도로 지그재그로 달려오는 단장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일정도였다. 급히 공중으로 블링크 마법으로 피한후 플라이 마법으로 정지한채 단장을 향해 마법을 쏟아 부었다.
"아이스 드릴!"
펑.
"파이어 애로우!"
"아이스 스모그!"
공격 마법을 속속 파괴해 버리자 이번엔 보조 마법을 시전했다. 보조 마법은 한개의 점이 아닌 광역으로 펼쳐지는 탓으로 깨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쩌쩌정.
연병장이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총기사 단장인만큼 저서클 마법인 아이스 스모그에 당하진 않을 것이다.
꽈꽝.
보르보 단장은 마나가 넘실거리는 롱소드로 주변을 후려쳐 얼지 않게끔 했다. 역시 당황하지도 않는게 경험이 풍부해 보였다.
"슬로우! 매직 핸드!"
"응?"
후화악.
쩡!
감각이 느려진 것을 파악한 단장이 마나를 뿜어내 슬로우 마법을 박살낼때 매직 핸드가 접근해 단장의 발목을 잡아 당겼다.
"아앗?"
비틀거리는 단장은 즉시 롱소드로 바닥을 갈라 버려자 매직 핸드가 깨져 버렸다. 이래서는 단장을 제압할수 없었다. 일단 땅으로 내려 갔다. 그러자 즉시 단장이 달려 들었다.
"슬로우!"
화악!
쩡.
"그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네."
"과연 그럴까요? 슬로우!"
화악.
쩡!
"디그!"
"엇?"
"인탱글!"
슬로우 마법으로 인해 일순 멈칫하며 마나를 뿜어내 깨 버린 단장은 다시 돌진할려고 한발을 떼었을때 바닥이 움푹 꺼져 버렸다. 구덩이 안으로 발이 빠지지 않게끔 크게 다리를 벌리고 있을때 바닥이 꿈틀거리며 덩쿨들이 솓아나 발목을 감싸 버렸다. 다시 마나를 뿜어내 덩쿨을 박살낼려고 했을때 눈앞에 눈부신 빛이 폭사되었다.
"라이트!"
"으윽!"
"블라인드!"
보르보 단장은 눈부신 빛에 일순 눈을 질끈 감고는 껌뻑거렸지만 여전히 앞은 암흑으로 물들어 있었다.
"리버스 그래피티!"
눈이 보이지 않는지 아니면 마법 공격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 졌는지는 모르지만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화아악!
쩌저정.
즉시 마법을 깨기위해 마나를 뿜어내자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엇?"
"디그! 디그! 디그! 워터볼!"
청범.
"라이트닝!"
파치직.
"크으윽!"
"파이어 볼!"
추락한 바닥은 큰웅덩이였다. 푹푹 파여지는 웅덩이에 물이 채워지고 있었지만 그곳을 피해 다른곳으로 떨어지는 방법이 없어 그대로 물웅덩이속으로 추락하자 짜릿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맴돌고 있었다. 마나를 순환시켜 즉시 짜릿함을 몰아 내고 위로 올라 갈려고 했을때 활활 타오르는 화염구가 머리위에 둥둥 떠 있었다. 저것이 떨어 진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채 항복해야 할판이었다. 총단장으로써의 체면을 구겨야만 했다.
"...졌네."
말이 끝나자 즉시 화염구는 사라졌다. 물웅덩이에서 올라 온 총단장에게 클린 마법을 펼쳐 주었다.
"고맙네. 대체 몇서클인가? 아무것도 해 보지도 못한채 두손두발 다 들었네."
보르보 총단장이 엄살을 떨었다. 아마 작정하고 총단장이 대결에 임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대련인 탓으로 많이 봐 주었다고 생각되었다.
"만약 단장님이 마나를 쏘아 보냈다면 상황은 바뀌었을겁니다."
"그런건 소드 마스터나 가능한 일이라네."
"그, 그런 겁니까?"
뭉친 마나를 쏘아 보내는 일은 기사라면 누구나 가능할줄 알았다. 대련이라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대련을 더 하겠나?"
"아닙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내일 또 찾아 와도 되겠습니까?"
"자네라면 언제든지 환영하네."
"아! 그리고 테인에게 기사 수업을 시켜 주실수 있습니까?"
엉거주춤 입만 벌린채 서 있는 테인을 부탁했다. 언제까지 자신이 데리고 다닐순 없는 일이었다.
"자네 친구라고?"
"그렇습니다. 테인에게는 리콜데르먼 마나 연공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뭐라고? 리, 리콜데르먼 마나 연공법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단장의 태도로 볼때 리콜데르먼 마나 연공법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평범한 연공법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 연공법은 어디서 구한겐가?"
단장에게 노예 상단의 일을 말해 주었다.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몰라 자세하게 설명할수 밖에 없었다.
"음...운이 좋군. 리콜데르먼 마나 연공법은 최상급 연공법이라네. 그런게 어떻게 용병품속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횡재를 했군."
"그럼 리콜데르먼 마나 연공법을 백작가 기사들에게도 알려 주는 조건으로 테인을 기사로 만들어 주십시요."
"그, 그렇게 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최상급 마나 연공법이라면 엄청난 가치가 있지만 자신에게는 필요도 없는 물건이다. 테인이 기사가 되기 위해선 합당한 거래를 해야 했다.
"고맙네. 내 책임지고 테인을 기사로 만들어 주겠네."
"감사합니다. 테인! 넌 열심히 해야 된다."
"예. 감사합니다."
테인은 기사단에 남고 소영주와 총단장과 함께 집무실로 이동했다. 테인은 아마 기사 지망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것이다.
"받으십시요."
보르보 총단장에게 리콜데르먼 마나 연공법을 건네 주자 조심스럽게 받아 품속에 갈무리하는 단장이었다.
"고맙네. 자아, 이제 말해 보게. 대체 몇서클인가?"
"...음. 저도 모릅니다. 서클 마법을 사용하는게 아니거든요."
말하지 않을려고 하다가 신뢰를 얻을려면 말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할아버지는 숨기라고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서클 마법이 아니라니? 그럼 무슨 마법을 사용한단 말인가?"
"고대 마법. 즉, 언령 마법을 사용합니다."
벌떡!
"그, 그게 정말인가?"
"소영주님! 진정하십시요."
"아, 크흠...너무 놀라서 말이야."
단장이 소영주를 진정시키자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제논에게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자세히 설명해 주겠나?"
"예."
모든것을 설명해 주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언령 마법을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소영주와 총단장이 입을 쩍 벌렸다.
"천재로군!"
"허허허, 백작가에 대마도사가 탄생하겠군. 소영주님! 축하 드립니다."
단장은 이미 제논이 백작가에 소속된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소영주님! 백작가에 마나석이 있습니까?"
"마나석? 조금은 있네. 저네가 원하면 내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 마나석으로 기사분들의 풀 플레이트 메일에 마법진을 그릴려고 합니다."
"아! 고,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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