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천후 VS 마왕(1)
191화.
아직도 믿지 않는지 두려움에 물들어 있는 타리는 감히 블랙 그리핀을 만져볼 용기도 없어 보였다.
"이놈의 마정석을 꺼낼테니까 팔아서 집을 마련해."
"피는 날 줘!"
놈의 사체를 거꾸로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목을 땄다. 피가 뚝뚝 떨어지자 타리가 급히 떨어지는 피 아래쪽에 입을 벌리고는 피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지구인이나 중간계의 인간이 이 장면을 본다면 기절하고도 남을 것이다. 혐오스러운 장면이지만 마족인 타리는 마치 달콤한 음료를 마시듯 배가 터지도록 피를 마셔 대고 있었다.
"그, 그만! 더이상은 무리야."
엄청난 양을 마신 타리는 드디어 항복했다. 즉시 블랙 그리핀 사체를 180도 회전시켜 피가 떨어지지 않게끔 조치를 하고 마정석의 위치를 찾아 마정석을 입쪽으로 끌어 올려 꺼내고는 즉시 아공간에 다시 보관했다. 아공간안이라면 피는 굳지 않고 다음에 또 신선한 피를 마실수 있는 것이다.
블랙 그리핀 피를 듬뿍 마신 타리는 피속에 포함되어 있는 그리핀의 마기를 흡수하기 위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인간들은 특별한 호흡으로 마나를 몸속에 끌어 들이는 반면 마족들은 이런식으로 마기가 포함된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잠을 청하면 마기가 자동적으로 몸속에 저장된다.
타리는 하루종일 잤다. 다음날이 되어 깨어난 타리의 몸속엔 전보다 두배에 가까운 마기가 들어 있었다. 흡족한 표정으로 천후를 바라보는 타리는 그리핀 피를 더 달라고 했다.
"피는 나중에 줄께. 곧바로 마시는것 보다 며칠후에 마시는게 좋을꺼다. 마왕은 성에 있는 거냐?"
"칫. 반드시 줘야 해. 마왕님은 잘 몰라. 나같은 놈이 알수 있을리가 없잖아. 근데 조금전에 하늘에 검은 그것은 뭐야?"
아공간이 뭔지 모르는 타리였다. 마계에선 마법은 사용하는 마족은 거의 없다. 마법은 거의 이단 취급을 하는 탓으로 마법이 발달하지 않았다. 타리처럼 마법에 대해서 마족들이 허다하다.
"마법이다."
"마법?"
"인간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란 말이다. 그보다 너, 나한테 무공을 배워라."
"무공?"
부하인 타리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생각이다. 타리가 중급 마족으로 올라가면 마왕성의 정보를 조금은 알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중간계로 통하는 통로가 뚫려 있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타리가 정보를 알아 올수 있게끔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아 주어야 한다. 타리가 배우지 않는다고 해도 강제로 배우게 할 생각이다.
"주먹질을 말하는거다. 배울래?"
"그걸 배우면 마스터를 이길수 있는거야?"
딱!
"이 새끼야, 내가 가르쳐 주는데 날 이길수 있을것 같아? 다른 놈이라면 충분히 이길수 있어."
대가리가 먹통인 타리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호통을 쳤다. 마족은 기본적인 체력은 인간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체력 훈련이나 몸을 만드는 작업은 할 필요도 없다. 즉시 육합 태극권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잘봐."
먼저 시범을 보였지만 타리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부드러운 태극권에 간간히 묵직함이 가미된 권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것이다. 마족들의 생각은 훤히 꿰고 있는 천후는 이놈도 박력있고 강맹한 것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맘에 들지 않으면 덤벼봐. 방금 보여 준걸로 널 박살내 버릴테니까."
타리에게 도발을 했다. 육합 태극권을 타리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선 직접 육합 태극권의 위력을 몸에 새겨 주어야 한다. 타리와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대련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타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천후의 옷깃 한번 건드리지도 못한채 무지막지하게 얻어 터지는 타리는 당연히 항복을 선언했다.
"이제 배울 생각이 드냐? 네가 이 주먹질을 배우면 왠만한 놈들을 지금처럼 두들겨 팰수 있을꺼다."
"헉헉헉! 배운다. 갈켜 줘!"
마왕성에서 더 먼곳으로 이동했다. 얕은 산속으로 들어간 천후는 타리에게 육합 태극권을 설명하며 몸 동작 하나 하나를 일일이 가르쳐 주어야 했다. 마족답게 몸으로 익히는건 엄청나게 빨랐다. 가르쳐 주는 족족 모조리 흡수하고 있었다. 육합 태극권이 경지에 오르자 이번엔 경신법을 가르쳐 주었다.
경혼신법을 알려 주자 이번에는 어려워했다. 혈이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했지만 머리가 나쁜 타리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 듣질 못했다. 그래서 일단 보법을 땅에 찍어 주며 동작부터 익히게 했다. 내공이 가미되지 않은 보법이지만 이것만으로도 무공을 모르는 마족들과의 싸움에선 충분했지만 제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반드시 내공을 사용해야 한다.
타리가 완전히 동작을 익히고 능숙하게 시전할수 있게 되자 자리에 앉히고 단전을 강제로 만들어 주었다. 마기를 운용하는 심법은 천마신공을 가르켜 줄순 없어 새롭게 창안을 해야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타리가 잠이 든 한밤중엔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해야 했다. 은월신공에 천마신공을 조금 가미한 심법을 만들어 어떤식으로 호흡해 어떤식으로 단전의 마기를 이동시키는지 일일이 타리의 몸속의 마기를 강제로 이동시키며 알려 주어야 했다.
비록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타리는 어느 정도 혼자서 운용할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타리의 내공 모으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타리도 그런 점을 파악했는지 잠도 자지 않고 내공을 모으는데 열을 올렸다. 낮에는 타리가 경혼신법으로 도주하면 천후가 따라 잡는 식의 훈련과 대련을 하며 보법을 운용하는 훈련을 했다.
경혼신법이 숙달되자 육합 태극권을 시전하며 내공을 이동시켜 주먹을 펼치는 훈련을 했다. 블랙 그리핀의 피는 이미 타리가 모두 마셔 버렸다. 타리에게 더욱 많은 마기를 보충해 주기 위해 그리핀의 몸속에 들어 있던 큰마정석의 마기까지 뽑아 몸속에 넣어 주었다. 한꺼번에 넣어 줄순 없어 하루에 한번씩 조금씩 넣어 주어야 했다.
타리는 이미 중급 마족 이상의 마기를 보유한 상태다. 마정석의 마기를 완전히 흡수하면 상급 마족에 해당되는 마기를 보유하게 될것이다. 마계에서 생활한지 이미 일년이 지났다. 타리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 다른 무공을 가르쳐야 했지만 중간계와의 통로가 뚫려 있는지 알아 보는게 먼저였다.
"타리, 중간계의 통로가 뚫려 있는지 알아봐. 만약 뚫려 있지 않다면 전번엔 언제 뚫려 있었는지 반드시 알아 와야 해."
"알겠다."
팟.
경혼신법을 시전해 화살처럼 쏘아져 가는 타리였다. 타리는 이틀이 지나서 돌아왔다. 표정이 환한것이 좋은 일이 있었던것 같았다.
"마스터! 중급 마족을 가지고 놀았다."
중급 마족과 싸워 이긴 탓으로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하는 타리였다. 중간계와의 통로는 이년전에 뚫려 있었지만 지금은 뚫려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년후에야 중간계와의 통로가 뚫린다. 중간계와의 통로가 뚫린 장소를 알아 보고 마왕에게 도전할것이다.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중원에 있을때보다 지금은 더욱 많은 내공을 모은 상태다. 일년동안 타리에겐 아수라파천장을 가르켰다. 완전한 아수라파천장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타리가 계속 수련을 한다면 마계 공작 자리까진 올라갈지도 모른다. 타리가 알아온 정보로 드디어 중간계와의 통로가 열렸다는걸 알게 되었다. 타리와 함께 뚫려 있는 곳으로 급히 이동했다. 경공을 시전해 이동하며 앞을 막아서는 마물은 타리가 처리하고 피와 마정석의 마기를 흡수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마스터! 저곳이다."
검은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솓아 있는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주변엔 마물들이 통로를 따라 들어 가고 있었다.
"타리! 놈들을 처리해."
팟.
환한 얼굴로 맛있는 먹이를 먹으러 가는 육식 동물마냥 빠르게 달려간 타리는 마물들을 학살했다. 게이트 주변엔 마물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타리는 자신이 잡은 마물들의 피를 빨고 마정석을 모두 모았다. 마정석의 마기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흡수할 생각이다.
한꺼번에 모든 마물들의 피를 빨아 들인순 없어 아공간에 사체를 보관하고 피냄새를 맡은 마물들이 접근하지 않게끔 사이킥 클린으로 피를 모두 지워 버렸다. 게이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 상공 좌표를 기억해 두고 타리와 함께 마왕성으로 되돌아 왔다. 이제 마왕과의 전투만 남아 있었다.
"마스터! 무리야."
"지금이라면 마왕과 싸워 볼만해. 만약 내가 죽는다면 넌 멀리 도주해. 그리고 내가 이긴다면 난 중간계로 내려 갈꺼다. 넌 절대 중간계로 내려 오지 마라. 만약 나중에 네가 큰권력을 잡더라도 절대로 중간계로 내려 오지마. 만약 내 명령을 따르지 않고 중간계로 내려 오는 일이 발생한다면 널 죽여 버리겠다."
"걱정마. 중간계로 내려갈 생각은 전혀 없어. 근데 마스터 이름이 뭐였지?"
"천후!"
"쩡쿠! 쩡쿠! 쩡쿠!"
이름을 기억할려는지 수십번을 되뇌이는 타리였다. 한대 쥐어 박고 싶었지만 그냥 놔두었다.
"내가 가르쳐 준걸 계속 수련해."
"걱정마!"
마왕을 불러 내기 전에 먼곳으로 이동해 타리에게 마물 사체와 마정석을 꺼내 주었다.
"내가 싸우는 동안 절대 접근하지 마라. 내가 지더라도 마왕에게 덤벼들 생각은 하지도 말고."
타리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혼자서 마왕성으로 이동해 공중에 뜬채 마왕이 살고 있는 내성의 거대한 성 상공에서 진한 살기를 뿜었다. 이 정도 살기라면 마왕이 알아 차리고 달려 나올것이다. 뾰족한 첨탑의 한쪽 창문이 열리며 두개의 뿔중 한개가 반쯤 사라진 마왕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데 마왕의 한쪽 얼굴이 화상을 입은 듯이 녹아 있었으며 남아 있는 한쪽뿔의 색깔도 예전보다 옅은 검은색이었다. 전번에 자신을 죽을려고 블랙 게이트를 따라온 마왕에게 뿌린 성수를 뒤집어 쓴 흔적같았다.
"이번엔 네놈의 그 반대쪽 얼굴까지 완전히 녹여 주겠다."
천후의 말에 마왕은 눈을 치켜 뜨고는 즉시 창문을 박차고 달려 들었다. 이곳에선 싸울수 없어 마왕을 유인해야 했다. 마왕성을 완전히 빠져 나가 너른 들판 아래로 내려 갔다. 자신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듯 곧바로 뒤따라온 마왕이 20미터 전면에 내려 서며 입을 열었다.
"인간놈이 감히...어떻게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엔 영혼까지 소멸시켜 주마.'
팟.
마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천후는 즉시 강기막을 형성해 양손에 강기를 생성시키며 즉시 아수라파천장을 시전할 준비를 하며 마왕이 어디에 나타나는지 감지해 보았다.
'뒤!'
앞으로 스스륵 이동하며 뒤를 돌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악마 형상의 강기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마왕을 직격했다. 마왕은 조금 놀랐는지 즉시 검은 마기가 몸을 감쌌다.
쿠꽈꽈꽝!!
엄청난 폭발력과 함께 검은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 오를때 아공간에서 천마검을 꺼낸 천후는 즉시 천마일식(天魔一式) 섬(閃)을 시전했다.
쩌정!!
무언가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쇄도해 오며 불쑥 검은 손이 나타났다.
캉!!
휙휙!!
캉캉캉!!!
마왕이 교묘하게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통을 잡을려고 했지만 천마이식(天魔二式) 변(變)을 시전하며 마왕의 손을 모두 막으며 마왕의 몸속에 사이킥을 시전했다. 마왕의 겉에 사이킥을 시전하면 곧바로 알아 차려 알아 차릴수 없게끔 몸속에 시전한 것이다.
"윽! 놈! 어떻게 이브라엘놈과는 어떤 관계냐?"
사이킥 창시자인 이브라엘 종사를 들먹이는 마왕의 얼굴은 표정만으로도 죽일듯이 천후를 노려 보며 검은 마기가 뭉클 피어 올랐다. 피어 오른 마기는 마왕의 얼굴을 한 모습으로 즉시 변모해 쏘아져 왔다.
거대한 파도가 덥치는듯 크기는 점점 불어 나고 있었다. 사이킥 토네이도를 시전해 접근하는 마기를 날려 버리고는 검을 내려 그었다. 천마삼식(天魔三式) 파천황(破天荒)이었다. 피할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마왕은 두팔을 교차한채 얼굴을 가리며 마기를 뿜어냈다.
쩌저저쩡!!!
지금까지와는 달리 엄청난 폭발력이 동반되는 것과 동시에 천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형환위를 시전해 마왕의 옆으로 이동해 왼손을 내밀었다.
꽈꽈꽝!!!
"크아아아악!!!"
극도로 압축된 강기 덩어리가 마왕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옆구리 한쪽이 터져 나간 마왕은 비명을 내지르며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공중에 정지한 마왕의 옆구리엔 검은 마기가 뭉클거리고 있었다. 저대로 치료를 하게 놔두면 않되었다.
"사이킥 파워 워드 킬!!"
"큭!"
심검에 해당되는 마법으로 치면 9서클에 해당되는 사이킥을 시전했다.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 마왕은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탓.
추락하는 마왕에게로 접근한 천후는 마왕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푹!
"씨익!"
파스스.
검은 마왕의 어깨에 파고 들어 갔다. 마왕이 몸을 비틀어 피한것이다. 찌른 검을 빼낼려고 할때 마왕의 표정이 심상찮아 즉시 이형환위를 시전했다. 잔영을 남기고 사라지는 천후의 목으로 마왕의 손이 통과하고 있었다. 마왕이 살을 주고 뼈를 베는 식으로 천후를 잡을려고 한것이다.
"놈!"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