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토니, 축구 선수가 되다(1)
76화.
오른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해리 아저씨가 집으로 찾아온건 그날부터 3일뒤였다. 아버지는 해리 아저씨를 알고 있었다. 입스위치 타운 FC 광팬인 아버지가 모를리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아저씨가 토니는 축구에 자질이 있다며 축구를 한다면 큰성공을 할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역설하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코치님, 공부 천재인 토니에게 축구를 하라고요?"
아무리 축구팬이라고 해도 어릴적부터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우지도 못한 아들이 축구로 성공할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토니! 네 생각은 어떻냐?"
"축구요? 재미는 있어요. 2~3년 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토니! 축구를 장난으로 생각하는 거냐?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데뷔하기까지 몇년이 걸릴지 기약없이 훈련만 해야 된다."
아버지의 말은 일반인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아버지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버지! 제가 천재라는건 아시죠? 축구나 공부도 제겐 똑 같아요. 한달정도만 빡세게 연습하면 제 맘대로 골을 넣을수 있다고 장담할수 있어요."
"네가 아직 철이 없구나. 축구를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걱정 마세요. 2~3년만 해 볼께요."
아버지는 엄마와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해리 아저씨는 전화 번호를 가르켜 주며 결론이 나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그날 저녁 가족 회의가 열렸다. 엄마는 반대 입장이었고 할아버지는 하고 싶은걸 하라고 했다. 젊을때 많은 것을 해 보는 것도 경험을 쌓는 일이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아버지도 은근히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서자 어쩔수 없다는듯 엄마도 허락했다.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들을 둔 부모님이 될꺼에요."
"오빠! 축구 선수가 되는거야?"
"그래."
"와아! 나 구경 갈래."
여동생인 브리니가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다음날 바로 해리 아저씨에게 연락을 하자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마중 온다고 했다.
부우웅.
해리 아저씨의 차를 타고 간곳은 축구화 매장이었다. 축구화를 선물해 준다며 찾은 것이다. 맘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그래서 붉은색 축구화를 골랐다. 정식으로 축구화를 신은 상태로 다시 한번 공을 차 보라며 연습 그라운드로 향했다. 라커룸으로 안내되어 유니폼까지 받아 갈아 입자 번듯한 축구 선수로 보였다.
토니가 축구공을 찬 그날 저녁에 유튜브에 한개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축구 신동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을 삽시간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다. 영국의 입스위치 타운 FC 연습 그라운드와 공을 펀칭하는 중년인이 GK 코치인것도 몇시간만에 발각되었다.
관중석에 있던 관중이 스마트 폰을 찍어 올린 영상으로 인해 축구계는 큰충격에 빠지며 토니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 것도 모른채 연습 그라운드로 향한 토니는 해리 아저씨외에 다른 몇명이 눈에 들어 왔다. 한명은 감독이다. 아버지와 시합을 보러 갔을때 말해 주어 기억하고 있었다.
"자네가 토니인가?"
"그렇습니다. 토니 브라운입니다."
"반갑네. 난 마이클이라고 하네."
"반갑습니다. 감독님."
감독과 악수를 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부감독인 테리 코너, 피트니스 코치인 안디 린델, U-23 감독인 제널드 나쉬, U-18 감독인 알렌 리, 구단 스카우트인 웨스턴이라는 코칭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며 일일히 악수를 했다. 토니는 왜 이런 스탭들이 몰려 왔는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마치 입단 테스트를 받는듯했다.
"자넨 축구 경험이 전혀 없다지?"
"그렇습니다. 며칠전에 처음으로 공을 차 본겁니다."
"좋아. 그럼 일단 자네가 차고 싶은대로 차 보게."
"알겠습니다."
축구공 한개를 앞으로 툭 차 놓고 달려가 그대로 차 버렸다.
펑.
슈아아아.
터치 라인쪽에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나 버렸다. 멋쩍은 표정으로 머릴 긁적거리고 있을때 해리 아저씨가 다른 공을 차 주었다. 터치 라인쪽에 있는 자신 앞으로 공이 굴러 오자 토니는 공을 향해 달려가 골문을 향해 그대로 차 버렸다.
뻥.
출렁.
순식간에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간 공은 골망을 뒤흔들었다. 다시 새로운 공이 전면 20미터지점으로 굴러 오고 있었다.
타다닥.
바람같이 달려간 토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차 버렸다.
뻥.
슈악.
텅!
이번엔 골대를 강타하고 왼쪽 앞쪽으로 멀리 튀어 나온 공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왼쪽 터치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 날려는 공을 재빨리 낚아챘다.
툭. 투툭.
골문과는 45도 각도의 위치였다. 지금까지는 직선으로만 찼었다. 그런 공을 오른쪽 아래쪽을 강타했다.
뻥.
텅!
'제기랄!'
또다시 골 포스트에 맞고 반대편으로 튕기는 공을 향해 달려 갔지만 터치 라인을 불과 1미터를 남겨 둔 위치까지 달려 간 상태지만 아쉽게도 터치 라인을 벗어나 버렸다.
뻐엉.
화가 난 토니는 터치 라인을 벗어난 공을 잡아 반대편 골대를 향해 힘껏 차 버렸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공은 골대를 벗어나 하늘위로 날아갔다. 반대편 골대까지는 80미터정도였다. 80미터를 벗어나 100미터이상은 날아 갔을것이다.
"엄청난 힘이군."
"굉장합니다. 하지만 초보자 티가 역력합니다."
감독과 부감독의 대화에 해리 코치가 끼어 들어 토니가 어떤 아이인지 설명해 주었다.
"그건 걱정없습니다. 토니는 천재입니다. 학력 평가에서 전국 1등을 놓친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머리가 똑똑한만큼 축구도 금방 배울수 있을겁니다."
"그런 애가 왜 축구를 할려는거지?"
"제가 부추켰습니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토니가 만약 2~30미터에서 중거리 슛을 날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 손목이 다친것은 토니가 찬 공을 펀칭해서 다친것으로 무려 70미터에서 찬 공이었습니다. 다른 클럽이 끼어 들기전에 반드시 영입해야 합니다."
"음, 웨스턴, 어떻게 생각하나?"
스카우트 담당인 웨스턴에게 의견을 물어 보는 감독이었다. 감독은 어떤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를 원한다고 프런트에 보고하면 스카우트가 그에 적합한 선수를 알아 보고 전체 회의를 거쳐 영입한다.
"미완의 원석입니다. 아마 일이년후엔 어떻게 키우는지에 따라 엄청나게 성장할것입니다. 영입해도 절대 손해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달리는 속도와 힘은 나무랄데가 전혀 없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좋아. 좀 더 자세히 테스트를 해 보세."
해리 아저씨가 불렀다. 마음 먹은대로 볼이 골문안으로 들어 가지 않자 살짝 화가 나 있는 토니였다.
"토니! 이번엔 네가 얼마나 빨리 달릴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볼려고 한다. 저 코너 에어리어에서 이곳 센터 라인까지 신호를 하면 달려 보거라."
"예."
코너 에어리어에서 대기를 하며 달릴 자세를 취했다. 경혼신법을 사용하면 엄청난 속도를 낼수 있을것이지만 함부로 내 보일순 없었다.
삐익.
타다닷.
70%정도의 힘으로 달렸다. 너무 많은 힘을 주면 모두 의심할것이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힘만 사용했다.
타타다닷.
센터 라인을 넘어 서서히 멈춰선후 시간을 재고 있던 피트니스 코치인 안디에게로 다가 갔다.
"5.3초입니다."
"굉장하군."
"쳇, 5.3초요? 4초대는 나올것 같았는데...다시 달려 볼까요?"
5.3초라는 말에 조금 실망했다. 다시 달리면 충분히 4초대는 나올것이다.
"달릴수 있겠냐?"
"물론이죠."
해리 코치가 신호를 하자 다시 달렸다. 이번엔 4초대로 진입하기 위해 100%의 힘으로 달렸다.
타다다닷.
"4.8초입니다. 괴물이네요."
"코치님! 괴물이라니요? 듣는 입장에선 기분 나쁘네요."
"아, 미안하구나."
안디 코치의 말을 들은 토니는 불만을 표시했다. 주력은 합격이었다. 다음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공을 세팅하고 프리킥을 차는 테스트였다.
"해리 아저씨, 간단하게 여러 가지 킥을 알려 주세요."
해리 아저씨가 알려준 킥은 인스텝 킥, 인프런트 킥. 아웃 프런트 킥, 토킥이었다. 발가락의 위치와 발등을 어떻게 해서 차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팡.
아저씨가 알려준 인스텝 킥부터 연습했다. 가볍게 찬 공은 총알처럼 날아 갔다. 세번을 차자 아저씨가 조언을 해 주었다.
"토니! 힘을 빼고 공에서 눈을 떼지 말고 정확하게 차야 한다. 힘만 준다고 해서 잘 찰수 있는게 아냐."
"아저씨! 저 힘은 하나도 주지 않았어요. 이게 가장 약하게 찬거에요."
"뭐? 그게 정말이냐?"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럼 전력으로 차 볼까요?"
다시 공을 세팅하고 이번엔 힘껏 찼다.
펑.
출렁.
엄청난 빠르기로 날아간 공은 골망을 뒤흔들었다.
"지금은 70%정도 힘으로 찬거에요. 이번엔 100% 힘으로 차 볼께요."
이번엔 발에 마나를 담았다. 너무 많이 담으면 큰일난다. 공을 향해 달려 가는 속도부터가 달라졌다.
펑.
슈앙.
텅.
부르르르.
골대를 강타한 공은 굉음과 튕기져 나오고 있었으며 골대는 부르르 떨고 있었다. 튕겨져 나간 공은 가죽을 궤맨 실밥이 터져 안쪽의 고무 튜브가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이게 100%로 찬거에요."
살인적인 슈팅이었다. 해리 아저씨는 물론 모든 코치들의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다, 다시 찰수 있냐?"
"얼마든지요. 대신 공이 터져도 제 책임은 아니에요?"
"거, 걱정말거라."
펑.
촤아악.
이번엔 골대안으로 쏙 들어간 공은 골망을 뒤흔들었다. 다행히 골망은 찢어지지 않았으며 공도 무사했다. 그 후로 인프런트 킥, 아웃 프런트 킥, 토킥등을 연습했다. 토킥은 인 사이드 토킥과 아웃 사이드 토킥이 있었다. 공을 차면 찰수록 점점 휘어지는 각도가 커져 가고 있었다. 엄청난 힘이 동반된 결과였다.
"해리 아저씨! 잠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테니까 30분정도만 기다려 주세요."
입을 쩍 벌리며 놀라고 있는 해리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연습하고 찬 볼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할줄 아느냐?"
"당연하죠. 공부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데요."
"......."
놀람의 연속이었다. 토니는 마치 양파같았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것이 툭툭 튀어 나오고 있었다. 불과 17세인 토니가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할줄 안다는 것은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선 아이였다. 절대로 놓쳐선 않되는 인재였다. 잔디위에 주저 앉아 정좌를 하고 눈을 감았다.
"해리! 토니는 뭘 하는건가?"
감독과 코치진들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토니를 보며 해리 코치에게 물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잠시 한다고 하더군요."
"뭐라고? 벌써 그런것도 할줄 안다는 말인가?"
"토니의 별명이 슬리핑 위저드라고 합니다. 저런식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공부에도 큰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놀라운 일이군."
아크 서클 근처에서 앉아 눈을 감고 있는 토니를 물끄르미 바라본 매카시 감독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애를 영입한다면 어디에 소속시키는게 좋을것 같나?"
"일단 U-18에 소속시키는게 좋지 않을까요?"
"제 의견은 다릅니다. 축구를 전혀 모르는 토니에게 전담 코치를 배정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축구에 대해서 알면 그때 U-18에 합류시키는 것은 어떤지요?"
"음...그게 좋을것 같군. 그런데 우리 팀과 계약을 할것 같나?"
그게 문제였다. 계약을 할지 하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토니의 존재를 다른 클럽이 알게 된다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 질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자금력은 물론 2부 리그에 속해 있는 클럽으로써는 토니가 프리미어 리그 클럽으로 가고 싶다고 버티면 답이 없는 것이다.
"감독님! 토니는 저희 클럽과 계약을 할겁니다. 토니의 부모님이 저희 클럽의 열렬한 팬입니다. 클럽이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가 우승하는걸 보는게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음, 그렇지만 본인이 생각은 다를수도 있다네. 자네가 잘 구슬려 보게."
"걱정 마십시요. 반드시 계약을 성사시키겠습니다."
감독과 코치진들이 토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을때 토니는 명상에 들어 어떻게 하면 축구공을 정확하게 차고 회전을 더 많이 걸수 있는지 가상의 축구공을 세워 놓고 킥 연습을 했다.
엄지 발가락 옆쪽에서 안쪽으로 쭉 미는 식으로 공 중앙 오른쪽을 긁어 버리자 엄청난 회전이 가미되어 부메랑처럼 휘어져 갔다. 축구공의 중앙 위쪽을 차면 휘어져 간 공이 갑자기 아래쪽으로 뚝 떨어졌으며 아래쪽을 차면 휘어져 가던 공이 위쪽으로 솟아 올랐다.
엄청난 힘과 속도가 동반되지 않으면 결코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반대로 새끼 발가락으로 축구공 왼쪽을 쭉 밀어 버리는 식으로 차자 이번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선회하며 휘어져 갔다. 역시 위쪽과 아래쪽, 중앙 어느쪽으로 차느냐에 따라 모두 달랐다. 축구공의 정중앙을 발등으로 강하게 차면 회전이 거의 없이 날아가 공기의 저항에 의해 공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무회전 킥이었다.
'근데 꼭 발등으로 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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