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토니의 축구(1)
79화.
팬들의 야유 소리가 귀에 거슬릴정도였지만 자신이 팬이라고 해도 저런 야유를 보낼 정도로 입스위치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이미 미드필드 한명을 교체한 상태지만 상대의 압박에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토니! 몸 풀어."
코치의 말에 벤치에서 일어나 터치 라인 밖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을때였다. 포트만 로드는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관중과 터치 라인이 가깝다.
"뭐야? 저런 꼬마를 투입할려는건가?"
"제기랄, 감독이 시합을 포기했어."
"야~! 은발, 넌 누구냐?"
"토니인데요. 시합은 이제부터에요. 아저씨들! 제 등 번호를 기억하고 제게서 눈을 떼지 마세요."
원래는 팬들이 뭐라고 해도 경기중에는 무시해야 한다. 무슨 트러블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에서 지고 있는 입장에서 팬들하고 쑥덕거리는 일은 누가 보더라도 고운 시선은 아니었다.
"은발, 넌 몇살이냐?"
"17살요."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에요. 이제 그만 말 거세요."
더이상은 노닥거릴수 없었다. 마침 코치가 부르고 있었다. 코치는 전술적인 면을 설명하고 있엇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 오지 않았다. 4-3-2 전술로 바꾼다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고 알았다는 시늉을 했다. 후반전 30분에 교체되어 드디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꺄아~악! 오빠야. 오빠~~!!!"
관중들이 수군거리고 있는 틈에 브리니의 뾰족한 소리가 들려왔다. 관중들은 어린 토니가 교체로 들어가자 경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는듯 등을 돌리고 스타디움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배님들, 무조건 제게 공을 주세요. 이 경기 뒤집어 버릴테니까요."
오른쪽 터치 라인 선상에서 입스위치의 스로인으로 경기가 속개되었다. 남은 15분이면 2점 차이는 충분히 뒤집을수 있다. 미드필드 에드워드의 스로인을 받은 디펜더 루크는 센터 서클 안쪽에서 어슬렁거리는 토니에게 곧장 패스했다. 패스를 받은 토니에게 선더랜드의 미드필드 한명이 달려 오고 있었다.
툭.
펑!
오른쪽으로 가볍게 공을 차며 골키퍼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장거리 슈팅을 때렸다. 골대를 오른쪽으로 벗어난 홈런성 공이었지만 급격히 휘어지기 시작했다. 토니의 특기인 부메랑 킥이었다. 골키퍼는 골 에어리어 근처까지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림처럼 휘어진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골대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
삐이이이익!
"...우와아아아~~!!!"
일순 경기장이 정적에 휩싸였다. 주심의 휘슬 소리에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관중들이 포트먼 로드를 진동시켰다. 골을 확인한 토니는 부모님이 있는 곳을 향해 두손을 번쩍 들고 흔들어 주었다.
"선배님들, 첫골인데 축하도 해 주지 않는겁니까?"
"..아. 미안. 축하한다."
"네가 정말 그대로 슈팅을 날릴줄은 몰랐다."
관중들과 마찮가지로 선배들도 무슨 일이 벌어 진것인지 멍해 하고 있었다. 엎드려 절 받기였다.
"무조건 제게 공을 주세요. 그리고 데이비드 선배는 항상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어른거리면 패스를 보내 줄께요."
선더랜드 선수들은 모두 토니를 보며 놀라워했다.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 놓은 토니였다. 센터 서클 중앙에서 백 패스로 선더랜드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센터 포워드이면서도 토니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투톱중 데이비드 선배는 선더랜드 진영에 남아 있었다.
툭.
촤아악.
선더랜드 미더필드가 입스위치 오른쪽 터치 라인 근처에서 패스를 받고 달려 갈려고 할때 케빈이 잔디에 쭉 미끄러지며 태클을 걸어 공을 걷어냈다. 마침 운 좋게도 상대편 발에 맞아 터치 라인을 벗어 났다. 스로인으로 루크에게 건네 주자 루크 선배는 토니의 위치를 확인하며 패스를 보내기엔 틈이 없어 보였는지 왼쪽으로 공을 돌리며 선더랜드 선수들을 끌어 낼려고 했다.
1-2의 상황이 되자 선더랜드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도 않았으며 공을 빼았고자 하프 라인도 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을 수비에 집중해 이대로 경기를 끝마칠 전술이었다. 선더랜드 진영에서 하프 라인쪽으로 달려 간 토니는 패스를 받았다. 토니가 공을 받자마자 선더랜드 선수 두명이 즉시 달려 들었다.
툭.
오른쪽의 미더필드 에드워드 선배에게 공을 차주자 선배는 왼쪽 터치 라인 근처에 있는 케빈 선배에게 공을 차 주었다.
타타닷.
케빈 선배가 드리블로 터치 라인을 따라 돌파하자 토니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케빈은 달라 붙는 수비수에 어쩔수 없이 공격에 가담하고 있는 뒤쪽에 있던 디펜더 아담에게 툭 차 주며 눈짓했다. 일대 일 패스를 하는척하며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정면 20미터 앞에 있는 토니에게 패스를 찔러 주었다.
패스를 받은 토니는 페널티 박스 밖 오른쪽 앞에 있는 데이비드 선배를 향해 부메랑 크로스를 올려 주었다. 선배를 향해 일직선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공은 고속 스핀을 먹은것처럼 활처럼 휘어져 패널티 박스 안으로 떨어 지고 있었다.
타다닥.
훌쩍.
부메랑 킥이란걸 알고 있는 데이비드는 패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가 점프를 하며 헤딩슛을 시도했다.
퍽!
텅.
아쉽게도 헤딩슛은 왼쪽 골 포스트를 맞고 앞쪽으로 튕겨져 나왔다. 수비수와 그란트 선배가 공중으로 떠 오른 공을 향해 펄쩍 뛰어 올라 볼 경합을 벌였다.
툭.
선더랜드 수비수의 헤딩으로 걷어내진 볼은 페널티 박스 왼쪽 10미터 지점에 떨어지고 있었다.
파팟.
선더랜드 미드필드 두명과 토니가 볼을 향해 달려 들었다. 주력은 물론 힘에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토니다.
꽝!
슈아앙.
출렁.
한발 빨리 도착한 토니는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낮게 깔리며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간 공은 오른쪽 골 포스트 안쪽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선더랜드 수비수가 걷어 내고자 발을 내밀었지만 공의 속도가 더 빨랐다.
"우와아아아~~!!!"
환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토니는 감독이 있는 벤치쪽으로 달려가 감독과 얼싸 안았다. 코치진과 대기 멤버들 모두가 달려 들어 축하해 주었다. 선배들도 하나둘씩 달려와 축하를 해 주고 벤치에서 멀어 질려고 할때 관중석에서 들려온 한마디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은발! 최고다! 앞으로 난 네 팬이다."
교체 멤버로 들어 가기전에 말을 걸었었던 중년인이 팬을 자청했다. 그런 중년인에게 자신의 유니폼 등번호를 가르키며 주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토니라니까요."
"알아. 은발, 한골 더 넣고 역전 시켜!"
은발이라는 말이 입에 익어 버린듯했다. 그래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었다. 중년인에게 주먹을 쥐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알았다는 시늉을 해 주고 센터 서클 외곽으로 달려 갔다.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입스위치로 넘어왔다.
동점골이 터진이상 선더랜드가 무승부로 만족할지 아니면 추가골을 넣을려고 적극적으로 공격할지 두고 봐야 한다. 후반전 남은 시간은 5분과 추가시간은 3분 정도로 예상되어 총8분이 남은 상태다. 선더랜드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나왔다. 서로 패스를 주고 받으며 왼쪽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를 쏘아 올렸다.
펑.
헤딩으로 걷어낸 공을 잡은 에드워드는 왼쪽 앞으로 달려 가는 토니를 향해 패스를 했다. 달려 가는 앞쪽에 떨어진 공을 따라 잡아 드리블을 하며 질주했다. 수비수는 모두 4명이 남아 있었다. 중앙쪽에는 데이비드 선배가 달려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비수 한명이 급히 앞쪽을 가로 막을려고 했다.
툭.
타탓.
수비수의 키를 살짝 넘기며 수비수의 몸 앞에서 빙글 돌아 수비수를 뿌리치고 달려가 공을 잡아 채고는 질주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와아아~!! 최고다!"
광분하는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수비수 2명이 급히 접근했다.
펑.
수비수 한명을 따돌리고 있는 데이비드 선배에게 낮게 깔리는 볼을 차 주고 토니도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쪽으로 뛰어 갔다.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이 된 데이비드 선배는 빠르게 달려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온 토니에게 패스했다. 직접 골키퍼와 대결해도 되었지만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게 넣을수 있는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 있는 토니에게 패스를 해 준것이다. 당황한 골키퍼는 급히 왼쪽으로 몸을 돌리며 토니쪽으로 두손을 활짝 벌리며 점프했다.
툭.
"선배!"
하지만 토니는 일부러 슈팅을 하지 않고 완전히 프리가 된 데이비드 선배에게 찔러 주었다. 골키퍼는 토니 앞 바닥에 엎어져 있는 상태로 골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출렁.
역전골이 터졌다. 가볍게 골문안으로 툭 차 넣은 데이비드 선배는 곧장 토니에게로 달려왔다.
"막내, 고맙다."
"원래 선배가 넣었어야 하는 골이었어요."
"우와아아아~~!!!"
3-2! 역전에 성공하자 포트먼 로드에서의 관중들의 환호성이 하늘 높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인 3분남짓이다. 선더랜드는 어떻게든 동점골을 만들려고 왼쪽 측면을 파고 들며 공격을 시도해 코너 킥을 얻어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인 탓으로 입스위치 선수는 모두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으며 선더랜드 선수들도 수비수 두명만을 남겨두고 모두 들어 와 있었다.
펑.
크로스 볼이 올라오자 볼을 향해 뛰어 오른 양팀 선수들이었지만 골키퍼인 딘 선배가 뛰어 들어 펀칭했다. 펀칭한 공은 패널티 박스 정면 10미터 지점에 떨어져 통통 앞으로 굴러 가고 있었다.
파팟.
급히 공을 향해 달려 갔다. 선더랜드 진영 센터 서클 앞에 남아 있던 두명의 수비수 중 한명이 급히 달려 오고 있었다. 공은 수비수쪽에 더 가까웠지만 달려 가는 속도는 토니가 더 빨라 아슬아슬하게 발을 내밀어 옆으로 툭 차고 수비수를 제치고 드리블을 하며 달려갔다.
"와아아아~~! 달려. 토니! 달려라."
관중들의 고함 소리에 뒤쪽에서 쫒아 오는 수비수와 거리를 벌리며 질주하자 앞쪽에서 급히 달려 오는 수비수를 보고는 공 아래쪽을 툭 차고 수비수의 키를 넘기고는 달려가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을 만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 가자 골키퍼가 두팔을 활짝 벌리며 달려 나왔다. 루프 슛을 시도해도 되었지만 특기인 부메랑 슛을 날렸다.
펑.
"아앗! 않돼!"
관중들의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골 포스트 오른쪽 옆으로 날아 가는 공은 그대로 날아 간다면 골 라인을 넘어 버릴것이지만 급격하게 휘어지며 골 포스트 정중앙으로 들어 가 버렸다.
"우와아아~~!! 최고다."
"토~니~! 토~니~! 토~니~!"
골이 들어 가자 토니는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며 유니폼을 벗어 들고는 등번호가 잘 보이게끔 활짝 펼쳐 주었다. 자신의 등번호를 기억하라는 퍼포먼스였다. 토니의 이름을 외치는 관중들에게 박수로 답례를 하며 센터 서클쪽으로 뛰어 가자 선배들이 축하해 주었다. 데뷔전에서 해트 트릭을 기록한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1분도 되지 않을 것다. 총공격을 하는 선더랜드의 공격을 전원 수비로 막고 있을때 주심의 긴 휘슬 소리가 울려 퍼지며 13라운드 경기는 끝났다.
4-2! 입스위치의 역전승이다.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 로커룸에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같이 가자며 기다리라고 했다. 감독은 물론 코치들과 선배들이 머릴 쓰다 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입스위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가족들과 합류하자 이른 시간이지만 저녁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여동생인 브리니가 오빠가 골 많이 넣었다며 방방 뛰며 좋아하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토니, 네가 그렇게 축구를 잘 할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난 천재라니까요."
"허허허, 그래 네 말이 맞구나."
할아버지는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오후 시합이라서 그런지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입스위치 역(驛)앞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들어 갔다. 저렴한 가격의 스테이크로 유명한 곳이다. 몇몇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토니를 슬쩍 바라 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특이한 탓으로 어딜 가나 주목을 받는 토니였다. 주문한 스테이크가 도착해 잘라 먹고 있을때 레스토랑 안으로 안면이 있는 중년인이 들어 왔다.
"어? 아저씨도 식사하러 오셨어요."
"은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중년인은 포트먼 로드 스타디움에서 교체 멤버로 들어 가기 위해 몸을 풀고 있을때 말을 걸었던 중년인이었다.
"토니라니까요."
"그래. 은발, 고맙다. 네 덕으로 오랜만에 속이 다 후련해졌다. 너, 진짜 물건이었다. 그런데 누구시냐?"
"할아버지와 부모님, 그리고 동생들이에요."
깜짝 놀라는 중년인은 급히 정식으로 인사했다.
"이곳을 경영하고 있는 브레인입니다. 은발 가족분들은 언제나 저희 가게는 무료입니다. 천천히 식사를 즐기십시요."
자신의 소개만 하고 안쪽으로 들어간 브레인 아저씨는 최고급 와인을 들고와 할아버지와 부모님에게 따라 주며 서비스라고 했다.
"아저씨! 이렇게 공짜로 퍼 주셔도 돼요?"
"내 가게인데 누가 뭐래? 언제든지 찾아와."
"고맙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사인을 해 줄께요. 아직 한번도 사인은 하지 않았거든요."
"오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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