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사자의 삶(4)
33화.
한밤중의 물소들은 한곳에 뭉쳐 습격을 당하더라도 도주하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주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엉덩이가 할킨 놈은 당황해 동료들을 밀어 내며 도주할려고 했다. 이때에 놈들의 뭉쳐 있는 틈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형제들이 뛰어 들어 목표로 정한 놈을 완전히 무리에서 떼어 놓았다. 그렇더라도 목표물 한놈만을 떼어 낸건 아니다. 목표물 뒤쪽에도 다른 검둥이 물소놈들이 몇마리 있었다. 그런 물소 놈들은 모두 당황한채 무리에서 반대편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놈들의 발걸음은 빠를수가 없었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 쌓인 곳이기에 도주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우왕좌왕하는 놈들에게서 목표물을 떼어 냈다.
"뭐어어어~~!!"
애처럽게 울며 도움을 청하는 놈이었지만 그런 놈의 엉덩이쪽으로 또라이 놈이 올라 타 발톱을 박아 넣었다. 그런 또라이를 떨어 뜨릴려고 울음을 터뜨리며 빙글빙글 도는 놈의 목을 향해 달려 들었다.
콰악.
목을 무는것과 동시에 앞발톱을 놈의 얼굴과 어깨에 박아 넣고 체중을 실었다. 그러자 놈의 얼굴이 아래쪽으로 숙여 지고 있었다. 뒷다리를 땅바닥에 대고 놈을 잡아 당겨 쓰러 뜨릴려고 애를 썼다. 또라이 놈은 이미 엉덩이에서 내려와 놈의 엉덩이를 물고는 잡아 당기고 있었다. 같은쪽으로 쓰러 뜨리기 위해서다.
두마리의 사자가 잡아 당기자 놈은 기우뚱하며 바닥으로 쓰러 졌다. 이놈이 완전한 성인이라면 두마리만으로는 쓰러 뜨리지 못했을것이다. 놈의 목을 놔주고 얼른 놈의 코와 입을 깨물어 숨을 쉬지 못하게 막아 버렸다. 질식사를 시키는 것이다. 그럴때에 풀과 바람 놈이 달려와 놈에게 올라 타 버둥대지 못하게 놈의 몸을 찍어 눌렀다. 그렇게 30분정도 지나자 놈이 축 늘어졌다. 첫사냥치고는 완벽했다.
"헉헉헉!"
숨이 턱끝까지 차 올랐다. 풀과 바람 녀석은 이미 검둥이 물소 놈의 배를 물어 뜯어 먹기 시작했다. 잠시 숨을 돌린후 형제들 모두가 포식할만큼 잔뜩 배를 채우고 물러 날려고 할때 앞다리라고 부르는 하이에나 놈이 멀리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뒷다리보다 앞다리가 높은 탓으로 하이에나를 그렇게 부른다.
놈이 콩고물을 주워 먹을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놈이 한놈이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무리로 사냥을 나온것이라면 먹이를 탈취하기 위해 위협을 가했을것이다. 열마리 이상이 위협을 하면 아무리 사자라고 해도 도주할수 밖에 없다. 놈들을 쫒아내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다른 앞다리 하이에나 놈들이 먹이를 물고 도주해 버린다.
하이에나도 주로 한밤중에 사냥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죽은 고기를 주로 먹는 놈들로 사반나의 청소부로 불리는 놈들이지만 사냥에도 탁월한 놈들이다.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저 놈을 포위해 잡아 죽였을것이다. 먹이는 뼈다귀에 살점만 조금 붙어 있는 상태다. 내버려 두고 갈수밖에 없었다.
물소 고기로 빵빵하게 배를 채워 축늘어진 배를 이끌고 물을 마시러 갔다. 고기로 배를 채우면 물이 땡기기 때문이다. 이제 3~4일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지낼수 있게 되었다. 하루종일 빈둥거리는 나날은 너무 따분했다. 그래서 큼직한 돌을 주워 왔다. 그런 돌에 앞발톱을 갈았다.
사자의 발톱은 날카롭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날카롭진 않다. 오히려 뭉턱한 편이다. 그런 발톱을 어느 사자보다도 날카롭게 갈았다. 이렇게 갈아 놓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먹잇감에 올라 탔을때 아무리 놈이 발버둥을 쳐도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뱃가죽을 찢어 버릴수도 있으며 눈을 할퀴어 앞이 보이지 않게끔 할수도 있다. 다른 사자들에 비해 형제들끼리의 사냥은 높은 성공율을 자랑했다. 연계는 물론 현대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덕으로 거의 매번 성공이었다. 그러자 우리들의 몸은 크고 튼튼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자들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사냥에 성공하는것에 비해 높은 성공율을 자랑하는 우리들은 매번 포식을 한 상태로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다른 방랑자 숫놈을 발견했을땐 어떻게 처리를 할지 훈련을 시작했다. 암컷 무리를 탈취하기 위해서라도 무리 리더와의 전투는 필수였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미리 훈련을 해 두는 것이었다.
사자의 일상은 거의 대부분 바닥에 누워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일상에 몸을 움직여 훈련이 시작되자 배도 빨리 꺼졌다. 이제는 2~3일에 한번씩 사냥을 했다. 그런 날이 일개월쯤 흘렀을때 또라이 놈이 불만을 토로했다.
"킁! 크르릉(킹! 이제 슬슬 구역을 접수하러 가자.)"
아직 완전한 성인이 된건 아니었다. 하지만 혈기 넘치는 형제들이다. 일대 일로는 구역 보스와는 힘대결에서 지겠지만 네마리가 뭉치면 전혀 두렵지 않았다.
"크릉(좋아!)"
아버지 구역을 탈취할수는 없었다. 반대편의 다른 구역을 접수하기로 했다. 그 구역은 두마리의 숫사자가 공동 보스로 구역을 관리하는 곳이다. 항상 두마리가 같이 행동한다. 아침 순찰은 물론 어딜 가더라고 둘이 거의 딱 붙어 다닌다. 그런 놈들을 서로 떼어낼 필요가 있었다.
4대 2로 숫자적으로는 우리들이 우세하지만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큰부상이라도 입으면 죽을수 밖에 없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을때를 노려야 한다. 사자는 암컷이 발정기가 시작되면 일주일동안은 암컷옆에 달라 붙어 시도때도 없이 방아질을 해 주어야 한다.
그만큼 임신할수 있는 확률이 낮은 것이다. 그 기회를 노릴 생각이다. 그때는 한놈만이 순찰을 돌것이다. 운 좋게도 기회는 한달만에 찾아왔다. 이미 구역을 탈취하기로 작정한 이상 매일 두마리의 동향을 멀리서 지켜 보고 있었다.
오늘은 한놈만이 아침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이틀은 지켜만 볼것이다. 또라이 놈이 자꾸 공격하자고 보챘지만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 기다리라고 했다. 이틀간 지켜본 결과 혼자서만 순찰을 돌자 삼일째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꾸르르(이 새끼들이!)"
놈이 으르릉거리며 경계를 하자 즉시 달려 들었다. 혹시라도 큰울음 소리를 내어 동료를 부른다면 습격은 실패로 끝날것이다.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
"끄릉(또라이!)"
놈의 면전으로 달려가며 또라이 녀석을 호명하자 녀석은 놈의 뒤로 돌아가 언제든지 공격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쿠아앙."
홱!
반바퀴 빙글 돈 놈에 또라이를 경계하며 다시 반바퀴 돌아 이번엔 날 경계했다. 그런 놈의 왼쪽에서 바람 녀석이 달려들어 앞발을 내밀어 후려칠려고 하자 놈도 같이 앞발을 내밀어 막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또라이와 풀 녀석이 놈의 엉덩이를 살짝 물고는 급히 물러 났다. 놈이 반바퀴 돌아 뒤쪽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놈의 엉덩이를 바람 녀석이 앞발로 치고 빠지자 놈이 다시 반바퀴 돌려고 하는 순간 점프를 하며 달려 들었다.
서걱.
"꾸아아아앙!"
엄청난 비명을 내지르는 놈의 한쪽 눈에서는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놈의 오른쪽 눈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어 버린것이다.
빙글빙글.
그런 놈의 엉덩이를 다시 또라이와 풀 녀석이 공격하자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앞뒤를 경계했지만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관계로 사각 지대가 생긴 상태다. 그런 사각으로 달려 들어 이번엔 남은 왼쪽 눈을 발톱으로 찍고는 급히 물러 났다.
"끄아아아앙!"
이제는 놈의 동료도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 올것이다. 하지만 이미 놈의 두눈은 터진 상태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놈은 죽을수 밖에 없다. 사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수 없다.
"끄르릉(후퇴하자.)"
"크르릉(죽여 버리자.)"
"끄릉! 끄아앙(또라이! 내 말 들어!)"
또라이 녀석에게 화를 내자 녀석은 어쩔수 없다는듯 놈에게서 물러 나기 시작했다. 불만이 많은듯 입이 툭 튀어 나온 또라이 녀석에게 왜 후퇴를 해야 하는지 알아 듣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은 우리들도 지친 상태다. 그런 상태로 새로운 놈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면 이길수는 있지만 형제중 누가 다칠수도 있었다.
야생에서 가장 위험한게 상처가 곪는 것이다. 모든 상처는 자연 치유력에 맡길수 밖에 없다. 상처난 부위를 혀로 핥으며 고통을 완화시키며 곪지 않도록 하지만 재수가 없으면 그런 것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놈에게서 멀리 떨어져 동료 놈이 달려 오는걸 수풀 아래에 숨어 지켜 보았다. 급히 달려온 놈은 동료의 눈을 보며 한동안 동료 근처를 배회하고는 어쩔수 없다는듯 동료를 버리고 돌아가 버렸다.
"끄릉(오늘밤에 놈을 습격한다.)"
"크르릉(좋았어!)"
또라이 녀석이 환호했다. 빨리 구역을 탈취하고 암컷과 끙끙거리고 싶은 것이다. 그날밤 놈이 있는 보금자리로 모두가 이동했다. 결전의 밤이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데도 또라이 놈만이 흥분된 표정이었다. 놈의 보금자리엔 다른 암컷들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밤사냥을 나간듯 했다. 우리들의 냄새를 맡았는지 놈이 누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계를 하며 다가 오고 있었다.
"으르릉(네놈들이구나.)"
"끄르릉(조용히 물러 나면 헤치지 않겠다.)"
일단 싸움을 하기전에 구역을 내놓고 물러 나라고 경고했다.
"쿠르릉(웃기지 마라.)"
물러 나라고 해서 싸워 보지도 않고 도주하는 놈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싸움은 피할수 없었다. 형제들에게 눈짓을 하자 모두 흩어지며 놈을 포위했다. 또라이 놈이 뒤쪽에서 놈의 엉덩이를 공격하며 시선을 끌었다. 그럴때 바람 녀석이 놈의 왼쪽 얼굴을 향해 앞발을 내려 치자 놈은 급선회를 하며 피하고는 오히려 바람 녀석에게 달려 들었다. 깜짝 놀란 바람이 급히 옆으로 피할때 킹이 달려 들었다. 그럴줄 알았다는듯 놈은 기다렸다는듯 기묘하게 몸을 비틀며 발톱을 세운 왼발을 뻗어왔다. 그대로 얼굴을 할퀼 생각인것 같았다. 하지만 손톱은 킹이 더 날카롭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매일 날카롭게 갈아 놓고 있었다.
휘익!
놈의 발톱에 대항해 자신도 앞발톱을 세운채 마주쳐 갔다.
타탁!
짧은 공방이 이어졌다. 서로 맞부딪친 손톱은 무승부였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다른 앞발톱을 뾰족히 세운채 얼굴을 후려 갈겼다.
찌이익.
그런 공격에 놈도 급히 다른 앞발로 막았지만 앞발 가죽이 찢어졌다.
꽈직.
"커엉!"
휘이익.
그와 동시에 놈의 뒤쪽에서 또라이와 풀이 놈의 엉덩이를 물자 본능적으로 놈이 뒤쪽으로 선회를 했다. 그 순간을 노려 얼굴이 돌아 가는 놈의 면상을 향해 발톱으로 후려 갈겼다.
찌익!
"크아항!"
얼굴이 길게 찢어진 놈이 비명을 지르며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물어 뜯을려고 달려 들었다.
퍽!
바로 그때였다. 바람 녀석이 놈의 얼굴을 후려 갈기자 놈의 얼굴이 다시 바람에게로 향했다.
타앗.
덥석.
그때를 노려 놈의 목덜미를 물고는 앞발톱으로 얼굴과 어깨를 찍어 눌렀다. 그러자 형제들이 일제히 달려 들었다. 바람 녀석은 놈의 왼쪽귀를 물고는 잡아 당기고 있었으며 또라이는 놈의 엉덩이를 물고 풀은 놈의 쌍방울을 물어 뜯었다. 바람과 또라이가 놈의 물어 잡아 당기자 놈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지는 기세에 휘말리지 않게끔 몸을 낮추고는 뒷발에 힘을 주면서 앞으로 밀었다.
쿵.
"크하앙!"
어떻게든 일어 설려고 발악하는 놈이었지만 네마리가 달려 들어 몸을 찍어 누르자 버둥거릴뿐 일어 서진 못하고 있었다.
꽈직.
"크크아아앙!"
그런 놈의 얼굴에 박아 넣고 있는 발톱을 살짝 떼어 그대로 눈을 향해 찍었다. 물컹한 감촉이 제대로 박혀 들어간것 같았다. 한동안 쌍방울을 공격해 터뜨려 버린 풀이 이번엔 놈의 뒷다리 허벅지를 물어 뜯기 시작했다. 바람은 놈이 일어 서지 못하게끔 얼굴과 어깨를 찍어 누르고 있었고 또라이는 여전히 엉덩이를 물어 뜯고 있었다. 풀이 허벅지를 물어 뜯어 힘줄을 뜯어 내면 승부는 끝난것이나 마찮가지다. 뒷다리를 질질 끌며 싸울수는 없다. 놈의 목은 푹신한 갈기로 인해 깊이 파고 들지 못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은게 고작이었다. 숫사자의 목덜미가 푹신한 털들로 뒤덮혀 있는 이유가 상대방이 목을 물어 뜯지 못하도록 암컷과는 달리 수북한 털로 뒤덮혀 있는 것이다.
"크헝!"
바람 녀석이 놈의 남은 한쪽 눈에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이제 놈은 양눈이 모두 터져 버렸다. 놈의 뒷다리쪽은 피범벅이다. 풀 녀석이 얼마나 물어 뜯었는지 하얀 뼈까지 보이고 있었다. 더이상 누르고 있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바람에게 눈짓을 해 목을 물고 누르고 있으라고 했다.
꽈악!
바람과 교대해 자유로운 몸이 된 킹은 놈의 배를 찢어 버렸다. 몇번의 발톱질로 뱃가죽이 찢어 진것이다.
"크허엉(모두 물러서!)"
- 작가의말
오늘부터 하루에 3편씩 올립니다. 오후 6시 정각과 5분, 10분에 올립니다^^
찾아 주시는 분들껜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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