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캐논, 뿌리를 찾다(2)
125화.
"탑주님, 함정이 아닐까요?"
"음...함정이라고 해도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어쩔수가 없다. 마로이 왕국에서도 우리들을 건드리면 곧바로 전쟁이란걸 알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좌표를 왜 물은걸까요?"
코아 마탑주 모리나리는 제자의 말에 통신구로 연락해 온 의문의 사내가 직접 이곳으로 온다는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올지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설마 워프 마법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해 올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쌍방형 텔레포트 마법진이 아닌한 엄청난 마나가 필요하다. 적어도 7서클은 되어야 일방형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할수 있다. 쌍방형이라면 양쪽에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하면 마나가 없는 일반인이라도 쉽게 이용할수 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있을때 야영장 한쪽에서 갑자기 밟은 빛이 터져 나왔다.
"우욱!"
처음으로 공간 이동을 경험한 버디프 백작은 울렁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백작에게 마나를 조금 불어 넣어 주자 안정이 되었는지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차 한대와 로브를 입고 있는 두명의 마법사가 바닥에서 일어 나고 있는 중이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젊은 청년이 홀로 앉아 있었다.
"저 마법사들이 코아 마탑 소속입니까?"
"그런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며 두 마법사를 살펴 본 캐논은 늙은 노인이 탑주라고 곧바로 알아 보았다. 탑주의 손가락에 끼여 있는 반지는 탑주만이 낄수 있는 반지다. 탑주는 6서클이고 중년인은 4서클이다.
"코아 마탑주십니까?"
"그렇다네. 모리나리라고 하네. 그리고 제자인 로기아라네. 누가 통신구로 연락한건가?"
"나다. 탑주하고 조용한곳에서 말하고 싶다."
"음...마차안으로 가세."
마탑주는 중년인으로 보이는 마법사의 경지를 전혀 알수 없었다. 슬쩍 마나 서치로 살펴 보았지만 전혀 감지되지 않아 자신보다 고서클 마법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미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온것만으로도 자신보다 높은 경지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제자뻘되는 나이로 저런 경지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카산 초대 탑주님은 어떻게 알고 있는건가?"
마차안으로 들어간 캐논은 즉시 사일런스 마법을 펼쳐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을때 탑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일단 탑주의 손가락에 있는 아공간 반지 좌표를 알려 주겠다. 열어 보면 내가 누군지 알수 있어."
"저, 정말 이게 아공간 반지란 말인가?"
"전대 탑주가 알려 주지 않은거야?"
"그런 말은 없었네."
모리나리 마탑주가 정식으로 탑주 자리를 물려 받았다면 전대 탑주도 아공간 반지라는걸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몇대 마탑주 선에서 아공간 반지라는게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모른다. 탑주가 비명횡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일단 내가 불러주는 좌표대로 말하며 반지에 마나를 주입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좌표를 중얼거리며 마나를 반지에 주입하던 탑주는 좌표의 마지막 숫자를 읊조리자 반지에서 검은 원기둥이 치솓아 오르며 양쪽으로 쩍 갈라지고 있었다. 처음보는 아공간에 눈만 껌뻑거리며 굳어버린 탑주는 한동안 멍해했다.
"아공간에 정신을 집중하고 서적을 생각하며 손을 집어 넣어 꺼내."
"아, 알겠네."
시키는 대로 탑주가 정신을 집중했는지 아공간위에 여러가지 서적이 떠 올랐다. 떠 오른 서적을 집어 꺼낸 탑주는 눈이 한끗 커지며 아공간이 절로 해제되어 버렸다.
"8, 8서클 마법서!!!!"
꺼낸 서적중에 8서클 마법서가 있었던 탓으로 너무 놀란 탑주는 마나를 아공간 반지에 주입하는걸 잊고 있었다. 탑주가 마법 서적을 떠올린것으로 꺼낸 서적은 모두 마법서였다.
"진정해. 이번엔 황금 표지로 되어있는 책을 떠올려."
"아, 알겠네."
탑주가 꺼낸 책은 코아 마탑을 만들고 제자에게 탑주 자리를 물려 주었을때 준 책들이다. 자신의 심득을 적어 놓은 책으로 5서클이상의 마법사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마지막장에는 코아 마탑주로써의 행동강령을 적어 놓았다.
"그걸 읽어봐."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모리나리는 점점 빠져 들었다. 초대 마탑주가 쓴 책이 틀림없었다. 초대 마탑주는 무려 9서클 마법사였다. 대외적으로는 8서클로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9서클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초대 마탑주가 거짓으로 이런 내용을 남겨 두었을리는 만무했다. 흥분한 표정으로 6서클 심득을 읽을려고 할때 집중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장을 펼쳐."
"아...알겠네."
조금 아쉬웠지만 6서클 심득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자신이 현재 6서클이지만 마법사들마다 얻는 심득은 제각각이다. 무려 9서클 마법사가 남겨 놓은 심득은 어떤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일단은 하라는대로 따랐다.
"...음."
마지막장에는 코아 마탑과 마탑주가 어떤 방향으로 마탑을 운영하며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관해 쓰여져 있었다. 마지막 글에는 경고문도 첨부되어 있었다. 만약 코아 마탑이 다른길로 접어 든다면 직접 찾아와 무너 뜨려겠다는 내용이 섬뜩한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던것이다.
"다 읽었나? 그럼 오른쪽의 아무것도 없는 페이지에 내가 말하는 순서대로 마나를 주입해."
특별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짐작한 마탑주는 어떻게 눈앞의 이 자가 이런 내용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생각을 접고 말하는 순서대로 마나를 주입했다.
화악!
"헛!"
갑자기 밝은 빛이 터져 나오자 질끈 눈을 감았던 탑주가 눈을 뜨자 마지막 페이지엔 황금색 글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허억! 이, 이게 정말인가?"
마지막 페이지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초대 탑주는 차원 이동한 이계인으로 영혼 전이 마법을 연구해 언젠가 다시 돌아 온다는 내용이었다.
"서, 설마 초, 초대 마탑주이신 카산님이십니까?"
눈앞의 이 자는 자신이 누군지 아공간을 열어 보면 안다고 했다. 초대 마탑주가 아니라면 아공간 반지와 열수 있는 좌표까지 알고 있을리가 없었으며 마지막 페이지에 숨겨져 있는 내용도 절대로 알수 없을것이다. 눈앞에 있는 중년인은 초대 마탑주가 틀림없었다.
"그렇다. 내가 카산이다."
"헉! 모, 모리나리가 초대 마탑주님을 뵈옵니다."
정중히 인사하는 탑주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는게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카산이 아니라 캐논 드라이브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여, 영혼 전이 마법을 성공하신 겁니까?"
"그렇다. 그렇지만 굳이 영혼 전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난 모든 기억을 가진채 환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마탑주에게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지구에서 이곳으로 블랙 게이트를 타고 마계를 걸쳐 이동해 왔다는 것까지 말해 주었다.
"그런데 코아 마탑이 왜 북쪽이 아니라 남쪽에 있는거냐?"
"그건 잘 모르지만 수백년전 마탑쪽에 큰변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왕국들간의 전쟁으로 마탑도 큰피해를 입어 쫒겨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쟁에 참가하지 말라는 행동 강령을 잊은 마탑이었다. 그전에 아공간 반지를 여는 방법을 잊은것 같았다. 이미 지난 일로 뭐라 할수는 없었다.
"쉐마라 왕국과 마로이 왕국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며?"
"그렇습니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행동 강령에 따라 앞으로 코아 마탑은 어떤 전쟁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적국이 마탑이나 마탑이 있는 왕국으로 쳐 들어 오지 않는한 전쟁에는 참가하지 않으며 참가한다고 해도 간접적인 협력만 한다."
"알겠습니다."
모리나리 탑주는 뭐든 말하는대로 따른다고 했다. 따르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 그럼 조사님은 언제든지 환생을 하실수 있는겁니까?"
"그렇다. 모습은 다르지만 내가 죽으면 다시 환생한다."
"그, 그럼 지금은 몇서...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탑주가 몇서클인지 알고 싶어했지만 실례가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굳이 비밀로 할 필요도 없었다. 모리나리 탑주는 사조인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할것이다.
"9서클이다."
"헉!"
"그럼 내 말을 명심하고 마로이 왕국의 정보국 수장인 버디프 백작을 만나 마탑은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해라."
놀라는 탑주에게 이곳으로 온 용건을 말해 주자 탑주는 곧바로 다른 질문을 해 왔다.
"조사님은 마로이 왕국과 어떤 관계인지요?"
"마로이 왕국에 있는 아레아 교단에 볼일이 있어 작은 인연을 맺었을뿐이다."
"그, 그렇군요. 그럼 조사님은 이계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래. 이계에 문제가 생겨서 빨리 돌아가 봐야 한다. 어서 물건을 아공간에 넣고 나가자."
마차 밖으로 나가자 디버프 백작과 탑주 제자가 이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난 급히 가 보아야 한다. 백작과 이야기를 나누어라."
"알겠습니다. 언제 또 볼수 있겠습니까?"
"인연이 되면 만날수 있을꺼다. 워프!!"
마물산에서 나온 입구쪽으로 이동했다. 마물산안으로는 워프 마법으로는 들어 갈수 없다. 결계가 쳐져 있는 탓으로 공간 이동으로 들어 갈수 없는 것이다. 망설임없이 즉시 마물산 결계안으로 발을 들이 밀었다. 지구가 어떻게 될것이 분명한 이상 마음이 급했지만 마물산에 마계로 이동하는 통로가 열리지 않은 상태라면 다음에 열릴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번에 열린 장소로 이동했다.
"젠장. 역시군."
게이트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평균적으로 3년에 한번씩 열린다는 게이트는 이제 언제 열릴지 모른다. 마물산을 나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게이트가 열렸는지 알아 보는 수 밖에 없었다. 마물산에서 먼곳으로 이동할순 없었지만 산맥을 돌아 다니며 트롤 잡아 뽑은 피로 포션을 만들거나 마나 포션을 만들며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간간히 산맥안의 야생 동물을 잡아 고기도 저장하고 이름 모를 과일도 발견하는 족족 보관해 두었다. 일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마물산에서 구해주고 양계장을 차려준 5명의 병사가 있는 라히르 왕국의 헤이젠 백작령으로 이동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양계장을 잘 경영하고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다. 이미 50년이 넘은 상태로 구해준 병사들은 모두 죽었거나 살아 있다고 해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일것이다. 이 대륙의 평균 수명은 50세가 넘지 않는다. 먹을것이 항상 부족한 이곳은 영양 실조로 죽거나 가뭄으로 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한다.
워프 마법으로 이동한 곳은 양계장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위였다. 언덕위에서 사이킥 아이로 양계장을 살펴 보았다. 자신이 떠나기 전보다 양계장은 더욱 넓어져 있었다. 수많은 닭들이 흙을 파헤치며 모이를 쪼고 있었으며 큰건물도 몇채나 더 들어선 상태였다. 양계장이 무사히 운영되고 있는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려 쉬고 양계장으로 향했다.
"누, 누구시죠?"
젊은 여자가 양계장으로 들어선 캐논을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마법사다. 양계장 주인을 만나고 싶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타다닥.
후다닥 안쪽 건물로 달려 간 여자는 잠시후 지팡이를 짚고 있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한명을 부축해 왔다. 마법사의 방문이라는 말에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을 윽지로 데리고 나온듯했다. 노인의 얼굴은 기억에 남아 있었다. 자신이 마물산에서 구해준 병사중 한명이었다. 노인은 자신을 알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레냐?"
"누.구.신.지.요?"
한마디씩 끊어 말하는 노인은 숨이 차는지 말을 한후에 헉헉거리고 있었다. 5명의 병사들중 마레라는 자가 50년이 흘러 노인이 되어 있었다. 70세가 넘은 마레는 엄청나게 장수를 한것이다.
"마레, 기억나지 않는거냐? 너희들에게 양계장을 만들어준 캐논 드라이브다."
"...아아...캐.논.님..."
이제야 알아 본듯 마레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런 마레를 부축하고 있는 젊은 여자는 눈이 동그래진 상태였다.
"일단 널 치료해야겠다.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엔다이론을 불러 살펴 보라고 했다. 마레는 몸 전체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이걸 마셔. 포션이다."
"감.사.합.니.다."
젊은 여자가 포션을 먹여주었다. 마레는 눈에 띄게 변하고 있었다. 엔다이론이 몸속을 치료하고 있는중이다. 젊은 여자도 마레의 변하는 모습이 믿기지 않는지 놀라워하고 있었다.
"하, 할아버지!"
"지금 치료중이니까 조용히 하거라."
완전히 기력을 회복한 마레는 더이상 지팡이는 필요 없었다. 곳곳한 허리를 펴고 진물이 흐르던 눈도 깨끗해진 상태였다. 앞으로 10년이상은 문제없어 보였다.
털썩.
"캐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를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레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자 젊은 여자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일어 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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