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청송의 신위&거래(2)
50화.
태상 가주는 그림자 아저씨가 숨어 있는 천장 한쪽 구석을 바라 보며 말했다.
"나오게."
천장에서 가볍게 뛰어 내린 복면을 쓴 그림자 아저씨는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아저씨가 태상 가주님의 잘린 인대 상하 부분 인대를 다시 잘라 주어야 해요. 지금 상태로는 인대가 굳어 버려 치료가 되지 않거든요. 다시 상처를 내면 제가 이어 붙일수 있어요. 태상 가주님은 인대가 다시 잘리더라도 아무런 고통은 없을거에요."
청송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지 태상 가주는 바닥에 엎드렸다. 그런 태상 가주의 오른쪽 다리에 마비 마법을 걸어 주었다.
"아저씨! 이제 자르세요."
주군의 몸에 칼을 댄다는건 있을수 없어 주저하는 영(影)이었다.
"자르게."
"아저씨! 태상 가주님은 지금 다리에 고통을 전혀 느낄수 없어요."
"정말입니까?"
"아저씨! 팔을 내밀어 보세요."
직접 실험을 해 주어야 할것 같았다. 내민 팔에 마비 마법을 걸고는 꼬집어 주었다.
"아프지 않죠? 아무런 느낌도 없고요?"
"그, 그렇습니다."
"태상 가주님의 다리를 잠시 마비시켜 놓은거에요. 걱정말고 인대만 정확히 자르세요."
그림자 아저씨의 팔에 건 마비 마법을 풀어 주자 아저씨는 단검을 빼어 들고는 태상 가주의 다리 인대를 향해 두번 그었다. 그러자 피가 베어 나오기 시작했다.
"리커버리!"
서클 마법으로는 7서클에 해당되는 마법이다. 태상 가주의 인대 부분이 부글부글 끓으며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포션이 있다면 더욱 쉽게 치료가 가능했을것이다.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아무런 흉터도 없이 깨끗해진 발목이었다. 마비 마법을 해제하고 태상 가주에게 치료는 끝났다고 말해 주었다.
"허허,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정말 치료가 끝난겐가?"
"움직여 보세요."
믿기지 않는지 태상 가주는 발목을 보며 흉터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 확인되자 일순 광망(光網)을 뿜어냈다. 얼마나 강렬한 빛인지 청송은 절로 움찔할수 밖에 없었다.
벌떡.
흥분이 되었는지 벌떡 일어난 태상 가주는 조심스럽게 한발을 떼고는 치료된 오른 발을 옮겼다. 처음에는 몸이 기억하고 있던 탓으로 조금 절뚝거렸지만 방안을 걸어 다닐수록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울분을 토해내듯 큰소리로 웃어 제친 태상 가주는 양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경하드립니다. 주군!"
그림자 아저씨는 그런 모습에 또다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청송! 고맙구나. 내 약속은 반드시 지키마. 어떤 보법을 가르켜 줄지 생각해 보겠다."
"감사합니다."
다음날 새벽. 태상 가주가 알려준 보법은 경혼신법(驚魂身法)이라는 것이었다. 혼도 놀란다는 신법으로 경공으로도 보법으로도 사용할수 있는 전천후 만능 신법이었다. 알려 주는 구결을 메모리 마법을 사용해 단한번만에 모두 외워 버리자 태상 가주가 놀라워했다.
"역시 신동이로구나."
안가의 뒷마당에 태상 가주가 발자국을 푹푹 찍어 주었다. 구결대로 기를 몸속으로 돌리며 발자국을 따라 옮기라고 했다. 하지만 알려준 구결대로 움직일수 없었다. 혈도가 이렇고 저렇고 말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해주자 태상 가주는 껄껄 웃었다.
"껄껄껄! 그렇군. 혈도부터 공부해야겠다."
방안으로 들어가 혈도에 관련된 책을 꺼내온 태상 가주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혈도 공부를 하고 있을때 3명이 안가로 다가 오는 기척이 감지되었다.
"누군가 이곳으로 오는데요?"
"...그렇구나."
"이 책을 제방으로 가져가도 될까요?"
"물론이다."
책을 들고 자신의 작은 방으로 들어간후 얼마 지나지 않아 3명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하인 신분에서 완전히 벗어난 덕으로 태상 가주 방문 앞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살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태상 가주에게 볼일이 있는 사람들일것이다. 메모리 마법으로 혈도를 기억하고 있을때였다.
벌컥.
"네가 청송이냐?"
남궁희 아가씨였다. 아가씨뒤에는 남궁성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것인지 바로 알수 있었다. 어제 일을 동생에게 모두 까발려 버린것이다.
- 죄송합니다. 동생의 성화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전음으로 알려온 내용이었다. 태상 가주가 고전하고 있는 것을 지켜본 남궁희로써는 태상 가주가 복면인들을 모두 물려쳐 버렸다는 말은 믿기지 않았을것이다.
"들어 오세요."
방안으로 들어온 소가주인 남궁성휘는 여전히 죄송해 하고 있는 반면 남궁희는 방안을 둘러 보고 있었다. 방에는 침대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갈아 입을 옷 몇벌이 전부였다.
"난 믿기지 않아. 네가 반로환동한 절대 고수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믿을수 있겠어?"
"반로환동은 물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능력은 있죠. 플라이!"
둥실.
선 자세 그대로 공중으로 두둥실 떠 올랐다.
"허억!"
"아앗?"
남궁희 아가씨의 큰눈이 더욱 커져 왕방울만해졌다. 천장에 닿을듯한 선 자세를 앉은 자세로 고쳐 다리를 꼬아 가부좌를 틀고는 방안을 한바퀴 빙글 돌고는 아래로 내려 오면서 다리를 풀고 섰다.
"어, 어떻게...고작 10살 아이가 어떻게 허공부유(虛空浮遊)를..."
"아가씨도 하늘을 날아 보고 싶으세요?"
"그, 그럴수 있는거냐?"
"물론이죠."
둘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제 손을 잡으세요."
손을 잡으라는 말에 남궁희는 멈칫했다. 외간 남자와 손을 잡는 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뭘 그리 주저하세요. 전 10살 꼬마 아이에요."
"그, 그렇구나."
제정신이 들었는지 남궁희는 청송의 내민 손을 살며시 잡았다.
"놀라지 마세요. 비명을 지르지도 말고요. 플라이!"
두둥실.
청송과 남궁희의 신형이 공중으로 함께 떠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러 남궁희 아가씨가 놀라지 않게끔 천천히 떠 올랐다.
"아!"
조금씩 하늘로 올라 가자 남궁희 아가씨는 감탄을 하며 놀라워했다. 지붕위까지 떠 올라 멈추었다. 더이상은 다른 사람들 눈을 의식해 자제했다.
"아가씨! 신선이 되어 보실래요?"
"신선? 어떻게?"
"이렇게요. 스모그!"
플라이 마법을 펼쳐 떠 오른 발아래쪽에 하얀 안개가 모여 들었다. 마치 발로 구름을 밝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스모그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도 같이 이동하자 영락없는 구름 탄 신선이었다. 마당에 있는 소가주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그럴때에 마나 유동을 감지했는지 안방에서 태상 가주와 가주가 함께 나왔다.
"어엇? 시, 신선?"
"허허허허."
가주는 깜짝 놀라고 있는 반면 태상 가주는 어떻게 된것인지 짐작하고 있는듯했다.
"저, 저건 희...희냐?"
"호호호. 아버님, 어때요? 구천현녀(九天玄女)처럼 보여요?"
쩌억.
가주는 절로 입이 벌어 지고 있었다.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된게냐?"
"청송이 신선 놀음을 시켜 준거에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스모그 마법을 해제시켰다. 그러자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다시 놀라는 가주 앞에 천천히 내려 섰다. 가주는 멍하니 청송을 바라 보고 있었다. 방안에서 아버님에게 자세하게 이야기는 들었다. 도저히 믿을수 없는 말이지만 직접 목격한 이상 이제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어떻게 10살짜리 꼬맹이가 저런 능력을 가질수 있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저 청송이라는 애가 세가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세가의 앞날은 창창했다. 막강한 능력과 치료 능력은 누구도 흉내 낼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가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태상 가주는 눈을 반짝거리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청송을 세가에 잡아 둘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꾸벅.
"가주님! 안녕하세요."
조그마한 손으로 포권을 하며 가주에게 인사를 했다. 하인이었을때엔 얼굴도 올려다 보지 못할 존재가 가주다.
"이야기는 들었단다. 아버님을 치료해 줘서 고맙구나."
"해야 할일을 했을 뿐이에요."
비록 어린 아이지만 생각 자체는 기특했다. 또래의 아이들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였다. 아마 상단전이 틔여서 그런것으로 생각되었다.
"태상 가주님을 습격한 복면인들을 찾았어요?"
"아직이구나."
동생의 모반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아버님을 습격한 자들까지 찾을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제가 찾을수 있을것 같아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복면인들이 도주할때 흔적을 남겨 놓았거든요."
"흔적이라니? 어떤 흔적이냐?"
추적 마법을 펼쳐 놓았다는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몰랐다. 머리를 굴려 적당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무인들은 제각기 심법이 다르면 보유하고 있는 내공도 다르죠? 그런 내공을 복면인에게 주입시켜 놓았어요. 만리추종향(萬里追從香)처럼 그 내공을 추적하면 찾을수 있어요."
아이의 생각이 아니었다. 어른이나 마찮가지였다. 아버님의 말대로 신동이 틀림없었다.
"당장 찾을수 있겠느냐?"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느냐가 문제에요. 근처에 있다면 금방 찾을수 있어요."
"아버님! 청송을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거라."
가주는 한끗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가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졌다.
"가주님! 가주님이 직접 움직이면 사람들 눈을 끌거에요. 소가주와 함께 찾으면 알려 드릴께요. 가주님은 태상 가주님과 말씀 나누세요."
"음,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것 같구나."
태상 가주의 말에 가주도 허락했다. 발견하는 즉시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저도 따라 갈래요."
남궁희 아가씨가 끼어 들었다. 별 문제는 없었다. 3명이 안가를 나섰다. 청송이 앞장서 복면인이 도주한 경로를 따라갔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추적 마법에서 벗어 날리가 없었다. 복면인이 도주한 경로는 세가 외성쪽으로 이어 지고 있었다.
"청송! 넌 어떻게 신선같은 능력을 보유할수 있게 된거니?"
태상 가주에게 설명한 내용 그대로 말해 주었다. 역시 믿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나도 할수 있을까?"
"아가씨도 혈맥이 모두 열려 있다면 가능할꺼에요."
"칫."
무리란 말에 뾰루퉁하게 삐져 버린 남궁희였다. 그런데 이제 하인 신분도 아닌데 아가씨라는 말이 입에 밴 탓으로 저도 모르게 남궁희를 아가씨라고 대우해 주고 있었다. 고쳐야 할 점이지만 아가씨라고 말해도 별다른 저항감은 없었다.
"저 건물안에 있어요."
"저긴...식객들이 거주하는 건물입니다."
소가주는 8살이나 차이가 나는 청송에게 존대를 해 주고 있었다. 경이로운 광경을 직접 본탓으로 반말을 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일단 가주님에게 보고를 하죠."
"청송 네가 잡아 버리면 않돼?"
"복면인 5명이 모두 저 안에 있다면 저를 보고 뿔뿔히 흩어져 달아 난다면 모두 잡을수가 없어요. 건물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에서 잡으러 가야 해요."
태상 가주가 머물고 있는 안가로 되돌아 갔다. 소가주가 보고를 하자 가주가 직접 나섰다.
"나도 가마."
태상 가주가 당한 빚을 청산하기 위해 직접 나선것이다. 발목이 완전히 나은 이상 태상 가주는 예전의 실력을 발휘할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경지인지는 모른다. 아마 화경에 근접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검을 챙긴 태상 가주는 안가를 나섰다. 가주는 먼저 할일이 있다며 경공을 펼쳐 사라졌다.
식객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을 쥐새끼 한마리 빠져 나가지 못하게끔 포위할것이다. 천천히 식객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로 접근하자 건물은 창천대로 포위가 되어 있었으며 창궁무애대까지 소집해 태상 가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궁무애대는 모두 6명으로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인들은 장로들이라고 했다.
"태상 가주님! 경하드립니다."
장로들은 이미 가주에게 태상 가주의 발목이 회복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태상 가주가 직접 나선것이다.
"들어 가세."
청송은 소가주와 함께 가장 뒤쫏에서 태상 가주 일행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남궁희 아가씨는 가주가 따라 오는걸 허락하지 않았다. 싸움이 벌어지는 살벌한 곳으로 변할것이다. 전투중에 혹시라도 무슨 변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한탓이다. 후미에서 따라 가며 태상 가주에게 마법 메세지로 복면인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었다. 하지만 건물을 포위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는지 건물안에 있던 식객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있었다.
- 태상 가주님! 오른쪽에서 3번째 수염이 덥수룩한 자가 복면인이었습니다.
추적 마법은 딱 한명에게만 시전해 놓은 상태였다. 다른 네명도 이곳에 있는지는 모른다. 태상 가주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무슨 일로 이렇게 우르르 몰려 온것입니까?"
등이 굽은 노인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고 곱추는 아니었다.
"마추(馬趨)! 자네에겐 볼일은 없다네. 도부(刀剖)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 온거라네."
태상 가주가 가주에게 전음을 누가 복면인이었는지 알려 준것 같았다. 청송이 알려준 수염 투성이 중년인을 바라 보며 도부라고 불렀다. 지목 당한 도부라는 별호로 불리우는 중년인은 태상 가주는 물론 가장 뒤쪽에 있는 청송을 바라 보고는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도부! 자네 어제 어디서 뭘 했는지 말해 줄수 있나?"
"방안에 있었습니다. 중립을 선언한 이상 괜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끔 한발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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