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추산, 고향을 찾아 가다(1)
114화.
추현이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 올때 추현이는 조금 늦는다고 연락을 해 왔다.
"형, 어땠어?"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솔직히 무공과는 동떨어진 허황된 장면이 너무 많아."
"그래야 흥행한단 말이야."
"네가 만족한다면 됐어."
추현이가 출연한 영화는 대히트를 기록해 추현이의 주가도 점점 상승하고 있었다.
"형, 다음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 그 영화에 형도 출연하면 좋겠어."
"나? 않해."
"형, 그러지말고 도와줘."
"어떤 영화인데?"
이번에는 전통 무협 액션 영화였다. 무림을 통일할려는 혈교에 대항해 무림맹의 정예가 혈교로 잠입해 내부에서 무너 뜨린다는 내용이었다.
"너, 출연하지 마라. 그런 무협 영화는 고리타분해. 이미 수많은 전통 무협 영화가 범람하고 있는데 히트는 커녕 네 명성만 추락할꺼다."
"그래서 형에게 부탁하는거야. 형만 출연해 준다면 와이어 액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수 있잖아."
"아무리 내가 출연해 그런 영화를 완성한다고 해도 중국이나 한국에서도 개봉할게 아냐? 네가 영화 배우가 된 이상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되기 위해선 그런 영화가 아닌 전세계에 개봉할수 있는 다른 영화에 출연해야 돼."
"아직 난 초보자야. 그런 영화에 출연할려면 우선 많은 영화에 출연해 연기를 배우고 명성을 쌓아 올려야 되잖아."
추현이 녀석이 대가리가 컸다고 자신의 의견도 피력하고 있었다. 지금까진 지시하는건 그대로 따른 추현이었다. 그만큼 성장을 한것이다. 더이상 추현이에게 강요할순 없었다. 그렇다고 영화에 출연하고 싶진 않았다. 얼굴이 팔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추산이다.
"널 단번에 대스타로 만들어 줄테니까 네가 아는 영화 감독을 만나게 해줘."
"감독을 만나 어쩔려고?"
"영화 대본을 보여 줄려고 해. 대본이라기 보다는 대사가 전혀 없는 만화라고 생각하면 돼."
"음, 알았어. 알아 볼께."
추현이가 연락이 오기 전까지 영화 대본 만화를 그렸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 상공이 검은 먹구름으로 뒤덥혀 검은 기둥들이 지상으로 내려 꽂히기 시작했다. 그런 기둥들중 온전히 지상으로 박힌 기둥은 고작 5개에 불과했으며 다른 기둥들은 지상에 닿기 직전에 소멸되었다.
검은 기둥이 내려 꽂혔음에도 큰충격도 없었다. 호기심에 기둥으로 접근한 민간인들은 갑자기 뛰쳐 나온 몬스터들에 의해 살해 당하고 몬스터들을 죽이기 위해 경찰과 군이 출동했다. 수많은 피해를 입으며 몬스터를 토벌하고 검은 기둥을 조사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특수 부대원들이 기둥안으로 들어갔다.
기둥에서 돌아온 그들은 검은 기둥은 이세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검은 기둥이 지상으로 떨어지기 전 추현이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지상의 일은 모른채 수련을 하고 있었다.
수련 도중 이상한 감각에 눈을 뜨자 붉은 눈을 번뜩이는 괴물이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다. 괴물을 퇴치하고 동굴밖으로 나가자 빗발치는 총성과 괴물들이 군과 싸우고 있었다. 동굴안으로 몰려 들어 오는 괴물들을 피해 산쪽으로 도주를 했지만 군은 추현이에게도 총을 발사하고 있었다.
군을 피해 도주한 추현은 검은 기둥안으로 들어 갈수 밖에 없었다. 검은 기둥에서 나온 곳은 수많은 괴물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기겁한 추현이는 괴물들을 뚫고 도주했다. 마계에서 길을 잃은 추현은 마계 몬스터가 죽을 지경에 처한것을 구해주자 몬스터가 자신을 졸졸 따라 오며 같이 행동하게 되었다.
많은 몬스터들과 싸우며 천신만고 끝에 인간 병사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합류해 사정을 설명하고 자신이 어떻게 된것인지 알수 있었다. 몬스터들과 싸우며 마계의 땅을 확보하기 위해 마계 몬스터를 잘 아는 추현이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군과 동행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을때 마왕이 등장했다.
마왕에게는 총은 물론 지구의 무기는 전혀 통하지도 않았다. 마왕에게 밀려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군은 지구로 후퇴할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내용의 대본이었다. 훗날 발생할것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다.
엔다이론을 불러 머리속에 그려지는 상황을 종이에 그대로 그려 달라고 했다. 작업을 마치고 며칠 쉬고 있을때 추현이가 홍콩으로 오라고 했다. 서충 감독이 만나 본다고 했다. 추현이가 서충 감독은 유명한 감독이라고 말했지만 추현은 영화는 거의 보지도 않아 전혀 모른다.
"형, 서충 감독님이야."
"추현이 형 추산이라고 합니다."
"반갑네. 재미있는 대본이 있다고 해서 만나자고 한거네."
"이걸 봐 주십시요. 대사는 없고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입니다."
서충 감독에게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감독은 그림을 콘티라고 했다. 영화에 문외한인 추산은 서충 감독의 얼굴만 바라 보고 있었다.
"이걸 누가 그린건가?"
"제가 생각해서 그린것입니다."
"음, 굉장하군."
당연하다. 엔다이론이 컬러로 그린 그림은 사진을 찍은 것처럼 상당한 쿼얼리티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음, 잘 봤네. 굉장히 흥미롭긴 하지만 이걸 완성할려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할걸세. 거의 모든 작업을 CG로 처리해야 하네. 그리고 등장 인물이 너무 적네."
퇴짜를 받았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서충 감독이 만들수 없다면 자신이 만들면 되지만 완성되면 큰주목을 끌게 될것이다. 하지만 유명세를 타는걸 극구 꺼려하는 추산은 포기하기로 했다.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추현이와 함께 홍콩에서 하루를 묵으며 무협 영화에 출연하라고 졸라 대었지만 출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형, 고마워."
"대신 난 출연하지 않는다."
"형이 조금만 도와 주면 크게 히트할건데..."
추현이는 홍콩에 남았다. 추산은 혼자서 황산이나 태산처럼 용혈이 있는 곳을 찾아 볼겸 후난성으로 이동해 장가계를 찾아 갔다. 중국의 무릉도원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장가계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바위 기둥들이 즐비한 이곳 장가계 어딘가에 용혈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노에스를 불러 즉시 찾아 보라고 했다. 다행이 노에스는 천자산에서 용혈을 찾았다고 했다. 장가계에서 조금 떨어진 천자산도 기암절벽들로 구성된 관광지다. 이번에 찾은 용혈에서 아공간을 열수 있을 정도의 마나를 모으기 전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인간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까마득한 절벽아래 갈라진 틈에 용혈이 있었다. 갈라진 틈안에 앉을수 있게끔 노에스에게 다듬어 달라고 하고 즉시 마나 연공을 시작했다. 모든것을 잊고 마나 연공에 매달렸다. 이미 대마법사 경지를 경험해 본 추산의 영혼은 모든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이킥은 이미 마법으로 치면 9서클도 사용할수 있는 정신력을 보유한 상태지만 사이킥으로 아공간을 열순 없었다. 마나를 직접 주입하지 않는한 아공간은 열수 없는 것이다. 오로지 마나 연공을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후우. 겨우 아공간을 열수 있겠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아공간을 열수 있는 마나를 모을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 아공간을 열면 유지하는건 고작 몇분에 불과할것이다. 그리고 또 마나를 모으기 위해 몇주일은 고생을 해야 한다. 그럴바에야 더욱 많은 마나를 모아 아공간을 자유자재로 열고 닫을수 있도록 마나를 모을 생각이다.
마계와의 블랙 게이트가 열린 상태라면 마계로 이동해 사이킥으로 마기를 정제해 마나를 모으면 지구에서 이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지만 언제 블랙 게이트가 열리는지는 모른다. 또다시 시간도 잊은채 이 정도면 한번 아공간을 열면 10분이상은 유지할수 있을만큼 마나를 모은것에 만족하며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실라이온을 불러 정리해 달라고 하고 천자산을 내려갔다. 먼저 몇년이 지났는지 알아 봐야했다.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아 깡마른 몸이지만 몸은 건강했다. 천자산 아래의 처음 눈에 들어 오는 식당으로 들어가 주문을 하면서 몇년도인지 물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미 10년이나 지나 버린것이었다. 주인에게 부탁해 스마트 폰을 충전했다. 아직 스마트 폰이 해약되지 않았다면 사용할수 있을 것이다.
- 형, 형이야?"
"그래. 이제 수련이 끝난 상태다."
- 대체 어디서 수련을 했길래 연락도 되지 않는거야? 난 형이 죽은줄 알았어.
"죽긴 왜 죽어. 너 보다 오래 살꺼다."
일단 산서성 여량시의 집으로 가야했다. 조부모님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누나에게도 연락을 했다. 누나도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나는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었다.
"추산이 너 살아 있었던거냐?"
"당연하죠."
할아버지, 할머니는 더욱 늙은 상태지만 아직 건강한 상태였다. 10년이상은 문제없어 보였다. 할아버지에게 한동안 시달려야했다. 다음날 누나와 추현이가 찾아왔다. 누나는 작은 남자 아이 한명을 데리고 왔다. 조카였다. 누나와 추현이에게 다시 한소리씩 들었지만 감수해야했다.
"조카 이름이 뭐야?"
"장극이야."
조카는 3살이다. 깡마른 추산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다가 올려고 하지 않았다.
"누나, 조카 머리가 좋아지게 해 줄께."
"어떻게?"
"내가 무공을 수련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지? 머리속에 내공을 불어 넣어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줄려는 거야."
누나에겐 그렇게 말했지만 전신을 마나 샤워로 씻겨 주면 머리는 물론 몸까지 튼튼해 질것이다.
"그러면 머리가 좋아지는거야?"
"당연하지."
"그럼 해 줘."
누나가 안고 있는 조카의 머리위에 손을 대고 마나 샤워를 시전했다.
"끝났어."
"벌써?"
"응. 가끔씩 이렇게 해 주면 머리가 굉장히 좋아 질꺼야."
어릴수록 효과를 볼수 있다는 말은 해 주지 않았다. 누나는 상하이에 살고 있다. 디자인 회사에서 만난 형과 결혼한것이다. 중국에서는 누나 남편을 호칭할때 남편 이름을 붙여 OO선생이나 형이라고 부른다.
누나 결혼식엔 참석도 못한 상태로 선물이나 안겨 줄 생각이다. 오랜만에 추현이와 뒷산으로 올라가 추현이의 실력을 점검했다. 수련을 게을리하진 않았는지 추현이는 창궁무애검법이 3성에 달해 있었다. 무림에서 고수 정도의 수준이었다. 삼류, 이류, 일류, 고수, 절정, 화경으로 분류되는 무인의 경지로 볼때 고수만 되어도 어느 정도 알아 준다. 한 성(省)에 절정의 경지에 든 무인은 몇없는 상태에서 고수는 큰대접을 받을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에선 무공을 익히더라도 내공 심법을 모르는 상태로 아무리 수련을 해도 이류 이상으로는 올라 가지도 못한다.
소림사가 있는 허난성 숭산 부근에 소림 무림 학교가 있다. 그곳엔 만명이 넘은 소년들이 무술을 배우고 있다. 무술을 배우면 훗날 경찰이나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받을수 있어 인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무공을 배우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수박 겉 핥기식일것이다.
"기감도 느낄수 있지?"
"문제없어."
"좋아. 무공은 끊임없이 정진해야 돼."
"알고 있어."
더이상 이래라저래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추현이 스스로 노력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형은 결혼 않해?"
"결혼? 생각없어. 사귀는 여자 있으면 네가 먼저 해."
"형이 먼저 해야지."
"그런 구시대적인 생각은 하지도 마. 내 눈치 볼 필요는 없어. 그러니 네가 먼저 해."
추현이의 말로 애인이 있는것 같았다. 아직 스타 반열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영화 배우로 간간히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추현이었다. 그날밤 태산으로 이동했다. 태산에 예전에 금도명에게 받은 돈가방 7개를 묻어 놓았었다. 아공간을 열수 있게 되어 가져 올려는 것이다. 사이킥 워프로 이동해 돈가방을 가져와 다음날 누나와 추현이에게 3개씩 나누어 주었다. 간이 아공간에 남아 있는 2개의 가방도 아공간 안에 넣어 두었다.
"어디서 이런 돈을 가져 온거니?"
"마음만 먹으면 돈은 얼마든지 벌수 있어. 정당하게 번 돈이니까 걱정마."
"감사합니다. 형님."
추현이 차를 타고 여량시로 나갔다. 여량시도 많이 변했다. 고층 건물들이 많이 들어 선 상태였다. 조카에게 선물을 사 주고 같이 놀아 주자 겨우 두려움이 사라졌는지 자신에게 다가 오는 조카였다.
누나가 상하이로 돌아 갈때까지 귀찮았지만 조카와 놀아 주었다. 누나와 추현이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 가자 추산은 새롭게 자동차를 구입하고 폰도 최신형으로 바꾸었다. 구입한 차를 몰고 집에 도착했을때 손님이 방문했는지 할아버지와 할머니외에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산아, 인사 드려라. 서위촌의 네 친구 할머니야. 너도 알지?"
"왕당 할머니잖아요. 안녕하세요. 추산입니다."
서위촌에 살때 몇번 놀지는 않았지만 같은 또래인 왕당 할머니가 무슨 일로 이곳까지 찾아 왔는지 궁금했다.
"돈을 빌려 달라고 찾아 온게다."
"빌려 주세요. 아, 그리고 모두 함께 서위촌으로 갈래요? 고향을 떠나고 한번도 가 보지 않았잖아요."
모두 함께 가 보기로 했다. 이미 십년이상이나 훌쩍 지나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 작가의말
좋은 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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