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토니의 골프(1)
83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한것이다. 파5에서 퍼스트 샷으로 그린위에 공을 올리는 일은 긴골프 역사상 처음일것이다.
"......."
할말은 잃은 크리스 코치는 멍한채였다.
탁!
피우웅.
다시 한번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크리스는 즉시 공의 궤도를 쫒았다. 좀전과 똑같은 궤도와 속도였다. 엄청난 재능이었다.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게 드라이버 샷이다. 그런 드라이버 샷이 굉장히 정교했다. 이번에도 큰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그린위에 떨어졌다.
"너어...괴물이구나."
"괴물보다는 천재라고 해 주세요."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토니가 밉지 않았다. 그만큼의 재능을 겸비하고 있는 토니였다. 토니가 프로로 데뷔한다면 골프계는 경악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것이다. 어떤 활약을 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크리스였다. 18번 홀까지 무사히 돌았다. 코치가 벙커 샷이나 깊은 러프에서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런 연습도 했다.
"토니, 결정됐어. 5월달에 열리는 BMW PGA Championship에 특별 초청 선수로 참가할수 있게 되었어."
"정말이야?"
"그래, 단 조건이 있어. 필폿 BMW 영국 지부장이 네 실력을 검증하고 싶어해. 추천하는데 네가 실력이 형편없으면 개망신을 당할거잖아. 다음주 토요일에 BMW PGA Championship을 개최하는 서리(Surrey)의 웬트워스 클럽(Wentworth Club)으로 오래."
지부장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골프 초짜인 자신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았을것이다. 자신의 명성만 보고 추천하는 입장으로써는 실력을 검증하는건 당연한 것이다.
"고생했다."
"정말 잘 할수 있겠냐?"
"큭큭큭...문제없어. 넌 놀랄 준비나 해. 그리고 내가 골프를 한다는 소문이 금세 퍼질꺼야. 기자들이 아우성을 치면 기자 회견 자리를 마련해도 돼."
"...알겠어."
에이전트인 안드레의 우려는 BMW 지부장을 만나 추천을 받아 오면 충분히 불식시킬수 있다. 크리스 코치와 함께 약속 시간에 맞추어 서리의 웬트워스 클럽으로 향했다. 서리 지방은 영국 동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농업이 성한곳이다.
"토니 브라운입니다."
"반갑네. 필폿이라네. 은발의 위저드를 만날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네."
어딜 가나 토니는 은발의 위저드로 불리우고 있었다. 지금은 축구를 은퇴한 상태이지만 특이한 은발로 인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축구 영웅이 갑자기 왠 골프인가?"
"축구는 부상탓도 있지만 목표를 잃은 상태입니다. 최정점에 올라 아버지 소원을 이루었거든요. 축구는 발로 하지만 골프는 손으로 합니다. 손이나 발이나 신체의 일부분에 불과하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신의 신체는 스스로 제어 할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발로 정점에 올라선후 이번엔 손으로 정점에 올라 설려고 합나다."
필폿은 토니의 자신감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큰소릴치는 토니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실험을 해 보면 알수 있을것이다.
"그 정도 실력이 있는지 직접 보여 주게."
1번 홀은 473야드 파 4로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치게."
공을 세팅하고 자세를 잡고 몇번 드라이버를 휘둘러 보며 크게 휘둘러 정확히 공을 때렸다.
탁!
피유우웅.
낮게 깔리며 총알같은 타구가 뻗어 나가며 점점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 공은 퍼스트 샷임에도 그린위로 떨어져 내렸다. 470야드를 날아 간것이다.
"허억! 이, 이럴수가...자, 자네..."
놀라며 토니를 보는 필폿은 할말을 잃어 버렸다. 생전 처음보는 엄청난 드라이브 샷이었다.
"자아, 다음은 지부장님 차례입니다."
"아, 알았네."
탁.
지부장이 친공은 150야드쯤 날아간후 러프에 빠져 들었다. 토니가 친 공을 본후 제정신이 아닌 탓이었다. 지부장은 첫홀부터 트리플 보기를 범했지만 토니는 이글을 잡아 버렸다. 핀까지 10미터 거리였지만 문제없이 집어 넣었다. 첫홀부터 토니의 실력을 본 필폿은 2번 홀부터는 토니 혼자만 치라고 했다. 엄청난 충격에 같이 라운드를 돌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탁!
2번 홀 153야드인 파3 홀이다. 쇼트 홀인 2번 홀 그린위로 날아간 공은 그대로 컵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홀인원인것이다.
"홀인원이네요."
"자, 자네 노리고 친건가?"
"물론이지요. 다시 쳐도 홀인원이 분명해요."
"정말인가? 다시 쳐 보게."
탁.
믿기지 않아 하는 필폿 지부장의 말대로 다시 쳤다. 이번에도 토니의 말대로 컵속으로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 실라이온을 불러 공을 조종해 달라고 부탁한것이다. 입을 쩍 벌리는 필폿은 더욱 믿기지 않아 했다. 3번 홀부터도 놀람의 연속이었다. 있을수 없는 일이 계속 발생한것이다. 페어웨이는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1번 홀에서 처럼 쇼트 홀인 파3 홀이 아닌 이상 티샷을 날려 그린위로 떨어 뜨리진 않았다.
너무 놀라는 필풋 지부장이 혹시나 토니가 프로 토너먼트에 출전하면 경기를 망칠수 있다고 판단해 추천해 주지 않을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었다. 필폿 지부장이 앞장서서 반드시 BMW PGA 챔피언쉽에 출전해 달라고 오히려 부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반 9번 홀까지 마치자 더이상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클럽안으로 돌아 가는 길에 지부장이 궁금한듯 질문을 해 왔다.
"어떻게 그럴수 있는건가?"
"말했잖아요.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제어할수 있다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겐가?
"피 나는 노력의 산물이죠."
BMW 영국 지부장인 필폿의 확답을 받았다. 특별 추천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5월에 열리는 BMW PGA 챔피언쉽까지는 아직 3개월이나 남아 있었다. 그 시간동안 연습할 시간은 충분했다. 굳이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켜 보는 눈들때문에 어쩔수 없이 연습을 해야 했다.
"토니, 기자 회견을 할래? 네가 골프 선수가 되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어."
"하자. 준비해 줘."
안드레가 준비한 기자 회견은 3일후였다. 카메라 플래시가 눈부신 가운데 회견장의 의자에 앉아 골프 선수를 한다는 말에 기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너무 많은 질문에 일일히 답해 줄수도 없었다.
"여러분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켜 보시면 왜 제가 골프를 할려고 하는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스포츠는 실력이 모든것을 말해 줍니다. 축구에서는 이미 정점에 올라 섰었습니다. 이번엔 골프로 정점으로 우뚝 서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기자 회견을 끝맞쳤다. 다음날 신문에는 대문짝만하게 토니의 기사가 실렸다. 이미 전날 인터넷으로 퍼진 기사에 지인들이 연락을 해 와 우려를 표했다.
"은발, 정말 골프를 할꺼냐?"
입스위치 광팬인 브레인 아저씨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을 오랜만에 찾아 가자 대뜸 하는 말이었다.
"이미 발표했잖아요."
"후우...네가 빠지니까 클럽이 엉망이다."
그렇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입스위치는 뒤에서 3번째 순위였다. 강등의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었다.
"복귀할순 없는거냐?"
"...지금은 없어요. 일단 골프를 한다고 선언한 이상 골프를 해야죠."
"음...자신있는거지?"
"물론이죠. 전세계가 경악할꺼에요."
브레인은 이미 토니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뱉은 말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브레인은 이번에도 토니가 일을 낼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느 시합에 출전할건데? 아마추어니까 당분간은 프로들 시합에는 나갈수 없는게 아냐?"
"그렇죠. 하지만 길은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시합이 결정되면 알려줘. 응원하러 갈테니까."
레스토랑을 찾아온 다른 손님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하며 사인까지 해 주었다. 아저씨 레스토랑을 찾을때마다 늘 있는 일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입스위치 클럽이 겨우 강등권을 면한 상태로 리그가 끝난 다음주 목요일 드디어 BMW PGA 챔피언쉽이 개최되었다.
출전 선수 명단이 발표되는 날 브레인 아저씨에게 연락하자 자신의 팬들을 이끌고 응원을 간다고 했었다. BMW PGA 챔피언쉽은 큰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축구의 귀재 토니가 골프 세계에서도 성공할수 있을지 크게 주목된것이다.
"참가 자격도 없었던 골프 초보인 당신이 프로 대회에 참가하는걸 곱지 않는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경기 전날 기자 회견장에서는 토니를 성토하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명성만으로 추천 자격을 얻은 탓으로 시기하는 자들이 많았다.
"먼저 절 추천해 주신 BMW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여러분들에게 제가 누군지 보여 드릴 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올해 BMW PGA 챔피언쉽은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장을 쓰게 될것입니다. 이미 제 골프 실력을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십니다. 기대하십시요. 최고의 시합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필폿 지부장을 힐끗 바라보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제가 누군지 모두 아실 겁니다. 스포츠는 실력이 모든것을 말합니다. 현직 프로들이 더 강하냐, 아니면 골프 초보인 내가 더 강하냐. 지켜 보십시요."
"정말 자신있는 겁니까?"
"제 명예를 걸겠습니다."
모든 기자들이 토니의 호언장담에 믿기지 않아 했다. 오히려 빅 마우스라고 비웃기도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얼마였습니까?"
"아직 한번도 제대로 코스를 돌아 본적은 없습니다. 연습을 병행한 탓으로 스코어는 별 의미가 없었으니까요."
웅성웅성.
토니의 말에 경악하며 장내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지금이라도 참가를 철회할수 없는 겁니까?"
"방금 질문한 기자분과 내기를 하죠. 제가 만약 우승하지 못할경우 당신앞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좋습니다. 저도 무릎을 꿇죠."
회견은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곳으로 와서 웬트워스 코스로 나가 한번도 연습하지 않았다. 연습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코스는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그린 경사면은 대지의 상급 정령인 노에스가 모두 알아 봐 주었다. 아무런 연습이 없는 토니가 시합 당일 티샷 시간에 맞추어 나가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다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포기한게 아니었습니까?"
"내가 왜 포기해요?"
"연습도 하지 않고 바로 티샷을 해도 되는 겁니까?"
"나는 해도 되요."
스코어 카드를 받아 들자 드디어 골프 선수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토니는 아웃 스타트로 10번 홀부터 티샷을 했다. 10번 홀은 파3 184야드다.
"은발! 네 실력을 보여줘."
브레인 아저씨가 약속대로 첫날부터 열렬한 팬들을 이끌고 응원을 온것이다. 팬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자신있다는 포즈를 취해 주었다.
탁!
자신의 차례가 되자 5번 아이언으로 친 공은 하늘 높이 날아가 그대로 컵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홀인원인것이다.
"우와아아~! 역시 토니다. 토니~! 토니~!"
환호하는 팬들에게 가볍게 한손을 들어 답례를 했다. 토니의 골프 실력을 미심쩍어 하든 기자들은 모두 굳어 있었다. 첫홀부터 홀인원을 달성한 토니가 믿기지 않았던 것이었다. 11번 홀은 파4로 416야드다. 동반자들이 우드를 잡고 치는 것에 비해 토니는 드라이버를 잡았다.
탁!
피유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높이 날아간 공은 그린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토니의 공을 지켜 보고 있던 팬들이나 기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너무 놀라 할말을 잃은 것이다. 잠시후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 괴물이다."
"은발! 최고다."
짝짝짝짝.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11번 홀은 이글을 잡았다. 컵까지의 거리는 13미터였지만 문제없었다. 잔디들이 알려준 감각과 노에스의 도움 덕이었다. 12번 홀은 파5로 521야드였다. 토니는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신의 힘을 보여 주기에는 파5 홀이 가장 적합했다. 놀라 까무러칠 정도로 티샷을 그대로 그린위로 올려 놓을 생각이다.
부우웅.
부우웅.
두서너번 헛스윙을 하며 준비 운동을 한후 세팅해 놓은 공을 때렸다.
부아앙.
탁!
피융.
"우와아아아~!!"
갤러리들의 환호속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공은 무려 520야드나 날아가 그린위에 안착하며 굴러가 그린을 살짝 벗어나 멈추었다. 컵과의 15미터 거리를 어프로치로 친 공은 오른쪽 경사를 타고 포물선을 그리며 컵안으로 빨려 들어 갔다. 무려 알바트로스였다.
짝짝짝.
"와아! 역시 토니다."
손을 들어 답례를 하는 토니를 주목하며 따라 다니는 기자들은 토니가 이젠 괴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3개의 홀을 소화한것 뿐인데도 벌써 이글, 이글, 알바트로스로 무려 7언더파라는 어머어마한 기록을 작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의 우승자는 21언더파였다. 이대로 계속 플레이를 유지한다면 단하루만에 대기록이 작성될것이다.
아웃 코스 10번부터 18홀까지 끝난 시점에 토니는 무려 18언더파를 기록했다. 모든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잡아 버린것이었다. 무시무시한 실력이었다. 인 코스로 돌아서 1번 홀도 순조롭게 버디를 잡으며 초반에 보여 주었던 티샷을 직접 그린위로 떨어 뜨리는 것은 자제를 했다. 하지만 코스 최장거리인 4번홀 552야드에서는 또다시 갤러리들과 팬들을 놀래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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