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천후, 충돌하다(6)
153화.
천후의 말에 남궁세가 직계인 남궁자인과 황보세가 직계인 황보강계는 어리둥절할수 밖에 없었다. 검귀가 자신이 가문을 들먹였기 때문이다.
"아! 당신은 당문 출신이군요."
"......"
자신의 영혼 일부분이 청송으로 환생했을때 중원에서 인연을 맺었었던 남궁세가와 황보세가, 그리고 당문 인물들을 만났다. 천후가 남궁세가와 황보세가, 당문을 잘 아는 것처럼 들먹이자 청의검은 함부로 제압하라고 지시할순 없었다.
- 남궁천목 태상 가주님은 정정하시냐?
- ...어, 어떻게 증조부모님을 아십니까?
전음으로 남궁세가 청년에게 청송일때 귀여워해 주시던 태상가주님의 안위를 물어 보았다. 이미 20년이나 지난 상태로 살아 있을지 의문이었다. 태상가주를 자신의 증조부모라고 하는걸 봐선 당시 소가주였던 남궁성휘의 아들로 추정되었다.
- 정정하시냐?
- 아, 아닙니다. 몇년전에 돌아 가셨습니다.
아쉽게도 더이상 만날수는 없었다. 이럴줄 알았다면 남궁세가에 들러 만나 뵈야 했다.
- 음, 그렇군. 그럼 지금 태상가주님은 인협 남궁목님이시겠군. 넌 남궁성휘 가주님의 아들이냐?
- 그, 그렇습니다. 남궁자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증조부모님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남궁자인은 어리둥절할수 밖에 없었다. 태상가주님인 할아버지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증조부모님은 지금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지만 젊은 검귀가 알고 있는게 이상했다.
- 신협(神俠)이라고 들어 봤나? 아, 남궁세가에서의 이름은 청송으로 별호인 신동(神童)이나 신안(神眼)이라는 이름이 더 알려져 있을께다.
- 헉! 어, 어떻게 신협님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 자세하겐 말해 줄순 없지만 신협을 잘 알고 있다. 신협과 인연이 있는 황보세가와 당문 청년들에게 알려 이 싸움에서 빠져라.
남궁자인은 신협에 대해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어릴때부터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무림에 나가면 신협을 찾아 보라는 지시도 받은 상태다. 갑자기 사라진 신협을 찾기 위해 세가에서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검귀라는 자가 신협님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무림에서 거의 활약을 하지 않은 신협님을 알고 있는 자는 드물다. 더구나 본명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볼때 신협님이 어디에 계신지도 알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즉시 황보세가의 황보강계와 당문의 당지능에게 전음을 보내 설명을 해 주었다. 황보강계와 당지능은 눈이 동그래지며 귀검을 뚫어져라 바라 보며 믿기지 않아했다.
청의검 송진은 단원들중 남궁자인이 입술을 달싹이고 있는게 전음을 시전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단원들을 슬쩍 둘러 보았지만 굳게 닫힌 입술로 볼때 검귀와 전음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검귀가 왜 남궁자인과 대화를 하는지 알수 없었다. 비밀 이야기가 아니라면 굳이 전음을 주고 받을 필요는 없었다. 또한 전음으로 대화를 하는 귀검의 경지도 예상되었다. 아직 후기지수들은 전음을 할때 완벽하지 못한 탓으로 입술을 달싹거리지만 검귀의 전혀 입술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것으로 볼때 검귀는 최소한 절정이상으로 힘든 싸움이 될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청룡단원이 있는 이상 아무리 절정이라고 해도 충분히 승산은 있었다.
"단주님! 저희들은 이 싸움에서 빠지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남궁자인과 황보강계, 당지능이 갑자기 검귀와는 싸울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다른 청룡단원들도 당황하며 세명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자세한 사정은 말할수 없습니다만 만약 검귀님을 핍박한다면 저희는 검귀님 편을 들수 밖에 없습니다."
"뭐라고? 무림맹의 행사에 반기를 들겠다는 말인가?"
"이번 일은 가문과 연관된 일입니다."
무림맹의 일보다 우선시되는게 가문의 일이다.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무림맹의 행사에 반대를 할수 있는게 무림 문파다. 문파들의 연합 단체인 무림맹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세가문이 반대를 하는 이상 검귀를 공격해 강제로 무림맹으로 압송할수 없게 되었다. 무림맹의 핵심인 남궁세가가 반대를 하는 이상 검귀 스스로가 무림맹으로 향하지 않으면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청룡단은 물러 나는게 좋을겁니다. 굳이 아무런 악연도 없는 청룡단과는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무림맹으로 가는 일은 제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분타주니~임! 숨어 있지 말고 나오십시요."
도로 왼쪽은 낮은 산이다. 그 산정상에 엎드려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무이촌 분타주가 숨어 있는건 노에스가 알려 주어 이미 알고 있었다. 정확히 분타주가 숨어 있는 곳을 바라 보며 큰소리로 부르자 분타주가 엉거주춤 일어나 빠르게 산을 내려오자 청룡단원들도 놀라고 있었다.
"크흠, 어떻게 알았냐?"
"그냥 보이던데요. 이야기는 다 들었죠? 제 대신 무림맹으로 가서 설명좀 해 주세요."
"내가 왜?"
펄쩍 뛰며 가지 않을려는 분타주를 설득했다. 잠시후 분타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간다고 했다.
"정말이지?"
"물론입니다. 제가 허언을 하는걸 본적이 있습니까?"
"알았다, 가마. 반드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분타주에게는 전음으로 제자의 임독맥을 뚫어 준다고 약속했다. 분타주는 제자를 키우고 있었다. 자신이 준 만년석균도 제자에게 줘 버렸으며 만년석균에 욕심을 부린것도 제자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공손세가의 점포를 모두 정리하고 화가장에게 대금을 준후에 곧바로 무림맹으로 가기로 했다.
"자아, 이제 모든것을 알고 있는 분타주님이 제 대신 무림맹으로 간답니다. 이제 청룡단은 비켜 주시겠습니까?"
청의검 송진은 난감해진 상태다. 무시할수 없는 세 가문과 개방이 끼어 든 탓으로 더이상 귀검을 핍박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단주님! 이 일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자네들 가문과 검귀는 어떤 사이인가?"
"지금은 말할수 없습니다. 가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니까요."
"음...청룡단은 돌아간다."
청의검은 어쩔수 없이 청룡단을 데리고 물러 갈수 밖에 없었다. 공손세가 가주가 그럴순 없다며 제지를 하며 붙들었지만 소용없었다.
- 한달후 세가를 방문하겠다고 가주님에게 말하거라.
빠르게 사라지는 청룡단의 남궁자인에게 전음을 날리며 천후는 공손세가 가주에게로 다가 갔다.
"화가장은 공손세가에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덤벼라."
"이익! 들어라. 공손세가는 하늘을 우르르 한점 부끄러움도 없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 궁지에 몰린 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검으로 새겨주자."
"와아아!!"
가주의 말에 공손세가 무인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검을 뽑아 달려 들었다. 공손세가에서 가장 강한 자는 고수 정도의 실력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주어 단번에 끝장낼 생각이다. 모두 죽이기로 결심한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양손에 사이킥 파이어를 시전해 달려 드는 무인들을 향해 던져 버렸다.
"헉! 화, 화강이다, 피햇!!"
꽈꽈꽈꽝!!!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도로로 달려 드는 공손세가 무인들 수십명이 순식간에 불에 타 죽었다. 앞쪽에서 경악하는 공손세가 무인들을 향해 경공을 시전해 빠르게 접근하며 다시 사이킥 파이어를 날리자 왼쪽 낮은 산으로 피할려는 자들과 오른쪽 밭으로 피할려는 자들로 갈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곳에는 공손세가 직계와 하인, 하녀들이 마차와 수레에 밀집되어 있었다.
꽈꽈꽝!!
마차와 수레를 직격한 불덩어리로 인해 도로 한가운데가 화염에 휩싸이고 있을때 도로 양쪽에선 공손세가 무인들의 짧은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헉! 화강에 이어 이번엔 타, 탄지신공(彈指神功)이라니..."
뒤쪽에서 분타주와 화가장 무인들의 놀란 외침이 끝날즈음 공손세가 무인들은 모조리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공손세가 가주도 이미 사이킥 파이어에 당해 새까맣게 타 버린 상태로 도로에 누워 있었다. 흔적도 없이 태워 버릴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사술이라고 의심할게 뻔해 일부러 시체는 남겨 두었다.
"자아, 이제 시체들을 모아 묻어 주세요."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천후를 보고 있는 화가장 무인들은 부르르 떨었다. 화가장 일은 일단락되었다. 더이상 자신이 도와줄 일도 없었다. 화 장주는 너무 많은 것을 받은 탓으로 연신 고맙다고 하며 줄건 이것밖에 없다며 큼직한 주머니 한개를 건네 주었다.
받지 않을려고 했지만 사양하는것도 예의가 아닌지라 받을수 밖에 없었다. 분타주는 공손세가 점포를 해결하고 곧바로 무림맹으로 간후에 제자를 데리고 은천 세가를 방문한다고 했다.
"한달후엔 다른 곳에 볼일이 있습니다. 그 전에 제자를 데려 오십시요."
"음, 그럼 제자를 먼저 세가로 보내마."
사촌 누님과 화가장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은천세가로 혼자서 돌아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를 했다. 큰일을 저지른 탓에 걱정했지만 자신이 모두 해결할수 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평소처럼 동생의 무공 수련을 도와주고 자신도 수련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한달후 남궁세가에 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천천히 걸어 가도 되지만 시일이 급하면 공간 이동으로 이동으로 갈 생각이다. 일주일후 꼬마 거지 한명이 자신을 찾아 왔다고 하는 말에 데려 오라고 했다.
"걸오(乞烏)라고 합니다."
"네가 걸추 분타주님 제자냐?"
"예, 귀검님이에요?"
"그래."
분타주 제자는 얼굴이 검었다. 햇볕에 타서 검은게 아니라 떼가 너무 많아 새까맣게 보이는 것이다. 나이는 대략 11~2세정도로 짐작되지만 똘망똘망한 눈은 정기(正氣)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언제부터 씻지 않은거냐?"
"...태어 날때 부터라고 들었어요."
냄새는 심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개방 거지들은 왠만해선 씻지 않는다. 더러울수록 구걸하기 좋기 때문이다.
"네 사부에게 내가 뭘 해줄것인지 들었냐?"
"예. 임독맥을 뚫어 주신다고 했어요."
"그래. 따라 오너라."
옆방으로 이동했다. 벽쪽의 책장을 옆으로 밀면 빈공간이 드러난다. 그 공간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하의 한쪽 구석엔 마나 집적진이 그려져 있다. 천장에는 마법등이 걸려 있는 구조로 꽤 넓었다.
마나 집적진을 자신의 방 바닥에 새겨 놓았었지만 동생이 마나 집적진을 이용할수 있게끔 옆방에 지하 공간을 마련해 둔것이다. 지하로 따라 들어온 걸오는 신기한듯 주변을 둘러 보며 천장의 밝은 빛을 보고는 눈이 동그래지며 신기한 기물이라며 놀라워했다.
"형님! 오셨어요?"
"그래. 수련은 잘 되어 가냐?"
"헤헤. 그럭저럭요. 근데 누구에요?"
"개방 무이촌 분타주 제자인 걸오라고 한다. 서로 인사하거라."
동생인 천추는 걸오의 몸 냄새에 코를 부여 잡고는 오만 인상을 쓰며 더듬더듬 소개를 하고 걸오는 천추의 그런 행동에 아무렇지도 않는듯 걸오라고만 소개했다.
"천추, 넌 이런 냄새에도 익숙해져야 해. 무림에서 살아 갈려면 이런 냄새쯤은 이겨내야 한다."
"우욱...알았어요. 근데 저 앤 왜 데리고 온겁니까?"
천추는 이미 임독맥이 뚫려 있는 상태다. 걸오에게도 임독맥을 뚫어 주기 위해 데려 왔다는 말에 한편으로는 놀라면서 어떻게 뚫는지 지켜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지켜 본다고 해도 아무것도 알순 없을 것이다. 걸오를 바닥에 앉히고 엔다이론을 불러 임독맥을 뚫기 시작했다.
천추가 지켜 보는 탓으로 걸오의 등뒤에 앉아 장심을 등에 대고 내공을 불어 넣는 척 했다. 엔다이론은 임독맥이 막힌 부분을 쉽게 제거했다. 불순물만 제거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임독맥에 막힌 불순물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선 내공으로 밀어 붙여 강제로 뚫어야한다. 그때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그런 반면 엔다이론은 불순물을 녹이기는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 엔다이론, 다른 막힌 부분도 모두 뚫어줘.
동생인 천추와 마찮가지로 작은 혈관에 막힌 부분까지 모조리 뚫어 주고 체내에 쌓인 불순물까지 제거해 주는 서비스를 발휘했다. 모든 혈맥이 활짝 열린 걸오는 이제 내공 연마를 하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의 내공을 모을수 있을 것이다.
아직 소주천만 할수 있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대주천까지도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주천은 함부로 할수 없다. 대주천은 사부인 걸추 분타주가 직접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알려 줘야 한다.
심법마다 혈맥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달라 천후도 걸오에게 대주천은 알려 주지 못한다. 임독맥은 열린 상태지만 대주천을 하지 않으면 열린 임독맥은 다시 서서히 불순물이 쌓여 막혀 버린다. 대주천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임독맥이 뚫려야 한다.
"다 끝났다. 넌 대주천은 배우지 못했지?"
"옛? 벌써요? 아무런 고통도 없었는데요? 글고 대주천은 못 배웠어요. 사부님이 며칠후에 올꺼에요."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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