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캐논이 된 추산(2)
119화.
캐논은 아무런 대답도 없는 병사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무리 너희들에게 절대로 입을 열지 말라고 해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에 대해 발설할게 뻔하다. 난 귀찮은건 질색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자신의 영지로 돌아 갈수 없다. 저 산을 넘어 다른 왕국으로 이주한다. 알겠나?"
"저어...그럼 고향으로는 절대로 갈수 없는 겁니까?"
"아니다. 너희들이 한곳에 이주해 그곳에서 너희 고향 가족들을 부르면 된다."
"저, 저희들은 돈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가족들을 부를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병사들 모두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돈이 많은 자라면 굳이 병사를 직업으로 할 필요도 없다.
'이놈들이 감히...'
하지만 듣고 있는 캐논 입장에서는 죽을 지경에 처한 놈들을 살려 주자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놈들이 괘씸했다.
"내 말에 따르지 않는 놈은 다시 마물산으로 돌려 보내겠다."
"...그, 그건...죄, 죄송합니다. 뭐든지 따르겠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이들이 지금은 강제로 따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은 영혼의 일부분이었던 캐논이 살던 시대보다 수백년이나 더 흐른 상태다. 지구와 이계의 시간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금 대륙은 자신이 알고 있던 왕국은 하나도 없는 들어 본적도 없는 왕국들이 들어선 상태다.
"당장 출발한다."
"저어, 마법사님,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저 산맥을 넘을수 있겠습니까?"
"걱정마라.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다. 너희들중에 리더를 선출해라."
모두가 방금 질문한 자를 리더로 밀었다. 다른 자들은 말한마디도 내뱉지 못한채 꿀 먹은 벙어리였지만 이 자만큼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뭐지?"
"아이스롱입니다."
"좋아, 네가 리더다. 출발한다."
캐논은 가장 뒤쪽에서 따라 갔다. 산맥 초입이라 몬스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산맥을 넘을려면 40여일이나 걸린다고 했다. 아공간엔 충분한 물자가 있는 상황으로 몬스터만 습격해 오지 않는다면 무사히 넘을수 있다. 29명이 산속을 이동하고 있었다.
병사들인만큼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상태였다. 첫번째 몬스터 습격은 3일째에 접어 들었을때였다. 야영을 하는 한밤중에 웨어 울프들의 습격이었다.
놈들은 35마리로 무리를 이루어 돌아 다니며 트롤이나 오우거처럼 대형 몬스터외의 다른 몬스터에게는 집단으로 달려 든다. 병사들은 알람 마법이 울려 퍼지자 각자 창을 집어 들고 모닥불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린채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크르릉."
달빛에 번쩍이는 이빨을 드러내며 조금씩 접근하는 놈들은 무리 리더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 무리중 리더만 공격해 패퇴시키면 놈들은 도주한다.
- 저 놈이 리더에요.
실라이온이 알려 온 놈은 나무뒤에 숨어 이쪽을 살펴 보고 있었다. 빈틈이 보이면 부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것이다. 대치가 길어져도 맛보기로 한두마리가 공격해 보고 판단할것이다. 중간계의 늑대들은 지구의 늑대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교활하고 끈질긴 놈들이다.
"매직 미사일!"
두발이 보스 놈에게로 날아갔다. 그러자 놈은 숲속으로 도주하며 매직 미사일을 피하고는 다시 돌아 왔다.
"홀드! 매직 미사일!"
이번엔 도주하지 못하게끔 놈의 몸을 구속하고 매직 미사일을 날리자 움직이지 못하는 놈의 머리에 정확히 매직 미사일이 박혔다.
"끼잉."
홀드를 해제하자 놈이 그대로 무너졌다. 보스가 순식간에 당하자 놀란 놈들은 도주하기 시작했다.
"와아!!"
"조용! 다른 몬스터가 몰려온다."
한밤중에 환호를 지르는 병사들을 제지하고 죽인 놈을 끌고 오라고 했다. 웨어울프 무리 보스인만큼 덩치가 장난이 아니었다. 병사들이 달려 들어 가죽을 벗겼다. 35일에 걸쳐 산맥을 무사히 넘었다. 병사들은 두명씩 나무를 둘러 매고 있는 상태다. 나무 아래에는 몬스터 가죽이 매달려 있는 상태다. 가장 비싼 가죽은 트롤이다.
트롤 피는 캐논의 아공간에 보관해 놓았다. 모든 가죽을 아공간에 넣어 가지고 가도 되었지만 병사들에게 일을 주기 위해 일부러 어깨에 걸치게 했다. 산을 넘어 빠져 나온 곳은 들판이었다.
29명의 청년들이 어깨에 걸쳐맨 나무 아래에 달려 있는 가죽을 보면 용병이 몬스터 사냥을 하고 온 것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산맥을 넘는 동안 청년들은 잘 먹어서인지 비쩍 말랐던 몸에 살이 붙고 근육이 불어나 탄탄해 보였다.
"이곳이 어느 영지인지 아냐?"
"모릅니다. 산맥 너머엔 라히르 왕국이 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음, 일단 마을을 찾자."
산맥 초입에는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산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것 같았다. 길을 찾아 따라가면 마을이 나온다. 지구처럼 자동차도 없는 중간계에선 이동은 마차나 걸어서 갈수 밖에 없다. 길도 없는 들판을 빠져 나가고 있을때였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찾을순 없었다. 혹시 몰라 사이킥 서치로 주변을 조사해 봐도 아무것도 감지되는건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소름까지 돋기 시작했다.
반드시 무언가가 있음에도 자신이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킥 서치에도 감지되지 않는 몬스터나 무언가가 중간계에 있을수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있을수 없었다.
"모두 조심해. 무언가 있다."
가죽을 내려 놓고 창을 들고 원형으로 원진을 만들었을때였다. 엄청난 살기가 엄습해 왔다.
"캐, 캐논님! 저, 저기..."
"으아~악!"
급히 뒤쪽을 돌아 보았다.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며 외쳤다.
"와이번이다. 피해!!!"
"사이킥 엘레멘트 실드!!"
꽈직.
꽈지직.
"크아악!"
"으아악!"
하늘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와이번을 공격하기엔 너무 늦었다. 도주하는 병사들을 낚아챈 와이번은 한마리가 아니었다. 총세마리의 와이번들이 한마리씩 교대로 병사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병사들 다섯명이 와이번의 발에 잡혀 하늘로 솓아 오르고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발사이에 끼인 병사는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뼈가 모조리 부서졌을것이다.
"모두 돌아와라."
사방이 탁 틔인 들판에서 도주할곳은 없었다. 와이번 세마리가 그대로 둥지로 돌아 간다면 남은 이들은 무사히 들판을 빠져 나갈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와이번은 세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하늘에 검은 점들이 점점 몰려 들기 시작했다. 근처에 와이번 둥지가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병사들이 내려 놓은 가죽을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몰려온 병사들이 캐논을 중심으로 원형을 만들며 불안해했다.
"캐논님, 와이번을 상대하실수 있겠습니까?"
"걱정마라. 갑작스런 습격이 아닌 이상 문제없어. 일단 천천히 이동한다."
이곳에 계속 있을수는 없었다. 들판 저 먼곳에 나무들이 보였다. 나무 아래로 이동하면 와이번도 쉽게 습격할순 없을 것이다. 와이번들은 공중을 선회하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와이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이동했다. 그때였다.
"옵니다."
두마리가 일직선으로 날아 오고 있었다. 점점 하강하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 오는 놈들이 전방 50미터지점까지 접근했을때 사이킥 파이어를 날려 보냈다. 날아오는 방향 앞쪽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생성되자 앞쪽의 놈은 급상승해서 피하고 뒤쪽 놈도 피할려고 했지만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펑!
"끼야아아아~!!!"
괴성을 지른 놈은 한쪽 날개가 절반이나 타 버려 더이상 비행할수가 없어 추락하기 시작했다. 와이번 날개는 박쥐 날개처럼 생겼다. 놈들의 약점은 날개다. 날개가 약하게 보이지만 기사들이 아니라면 날개를 찢을수도 없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 병사들은 와이번을 아무리 공격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쿵.
"끼아아~악!!"
바닥으로 추락한 놈은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한놈이 추락하자 다른 놈들이 일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동료의 복수를 할려는것인지도 모른다. 사방에서 날아 오는 놈들을 향해 사이킥 파이어를 날려 보냈다. 굳이 맞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한놈만은 반드시 추락시켜야 한다. 그래야 놈들도 위험을 느끼고 더이상 공격하지 못할것이다.
- 엘라임, 사이킥 파이어가 폭발하는것과 동시에 한놈 날개를 태워 버려.
병사들에겐 정령과 계약을 맺은 상태란걸 알려 주고 싶지 않아 폭발로 엘라임을 가릴 생각이다. 사이킥 파이어를 피해 공중으로 상승하는 놈들과 옆으로 급선회 해 피할려는 놈들이었다.
퍼퍼퍼펑.
사이킥 파이어 볼이 공중에서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엘라임이 옆으로 피하는 놈의 날개에 불을 붙이고 사라졌다.
"끼아아아아~!!
날개가 절반이나 타 버린 놈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선회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쿵.
꽈직.
바닥으로 추락한 놈은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를 동반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두놈이 추락한 상황이 되자 와이번들은 하늘 높은 곳에서 선회만 할뿐 더이상 공격하진 않았다.
"아이스롱! 창을 이리줘."
창을 건네 받은 캐논은 사이킥 핸드로 창을 집어 들고 아직 살아 있는 추락한 놈을 공격했다. 공중으로 빈창이 쏜살같이 날아가자 와이번 놈은 창을 무시하고 이쪽으로 뒤뚱거리며 달려 오고 있었다.
"그레이트 홀드!!"
놈의 몸 전체를 구속할 필요는 없었다. 머리만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 놓고 창을 눈알에 박을 순간 사이킥 라이트닝을 창에 시전했다.
텅.
파치직.
"끼아아악!!"
놈의 눈알에는 박히지 않고 눈거풀에 튕겨져 나간 창이었지만 전격은 고스란히 놈의 머리를 파고 들었다. 사이킥 라이트닝에 당한 놈은 머리를 뒤흔들며 괴로워했다. 그런 놈의 부리에 뚫려 있는 두개의 콧구멍을 사이킥 핸드로 막아 버리자 입을 쩍 벌리며 머리를 세차게 뒤흔들었다.
"사이킥 아이스!!"
쩡.
놈의 머리통이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쿵쿵쿵쿵.
숨을 쉴수없는 상황이 되자 머리를 흔들며 쿵쿵거리며 발버둥을 치는 놈의 머리에 다시한번 사이킥 아이스를 시전해 꽁꽁 얼려 버렸다. 머리를 숙이며 발톱으로 얼음을 깨부술려고 하는 놈이었지만 계속 사이킥 아이스를 시전해 얼려 버리자 더이상 버틸수 없는지 놈은 바닥으로 쓰려졌다.
쿵.
"와아아~!!"
완전히 숨통이 끊어지기까지 사이킥 아이스를 해제하진 않았다.
"놈의 가죽을 벗길때까지 하늘을 감시해라."
환호하는 병사들에게 지시하고 목이 꺾여 죽은 놈부터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와이번의 가죽을 벗길수 없다. 너무 질겨 마나를 사용할수 있는 기사가 아니라면 벗기지 못하는게 와이번 가죽이다. 가죽과 힘쭐을 빼내고 다른 놈도 똑같이 벗겼다. 작업하는 동안 와이번은 공격하지 않았다.
아직도 까마득한 공중을 빙글빙글 선회하고 있는 놈들이었다. 가죽을 아공간에 넣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벌거벗은 와이번에게서 멀어 졌을때 공중에서 하강한 와이번들이 동료 사체를 뜯어 먹고 있었다. 두마리의 와이번 사체라면 굳이 병사들을 습격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털썩.
무성한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병사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모두 바닥에 주저 앉았다. 11명이 와이번에게 당해 이제 병사들은 18명이 남은 상태다. 병사들에게 물을 나누어 주고 캐논도 같이 마셨다. 이곳은 군데군데 나무와 얕은 언덕이 있는 곳이었다. 한동안 와이번의 습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배 부른 동물은 다른 동물을 사냥하진 않는다. 놈들이 배가 부를때 먼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함부로 습격하진 않겠지만 배가 고프면 또다시 습격할지도 모른다. 서둘러 이동을 개시했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며 길을 찾고 있었지만 오솔길조차 찾아 볼수 없었다. 와이번이 활개치는 이곳에 사람들이 돌아 다니진 않을것이다. 적어도 수십킬로는 이동해야 길을 찾을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었다.
"저쪽으로 가자."
이동을 하며 하루 걸러 하루씩 이틀을 나무 아래에서 야영을 한 끝에 실라이온이 겨우 길을 찾았다. 왼쪽, 오른쪽 두갈래로 갈라진 길은 어느 길을 따라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오른쪽 길로 접어 들었다. 길을 따라 5일을 이동했다. 생각했던대로 와이번이 서식하고 있는 이곳은 마을은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한다. 아무리 넓고 비옥한 토지가 있더라도 내버려 둘수 밖에 없을 것이다.
"캐논님!"
"그래. 내 눈에도 보인다."
드디어 인공적으로 만든 목책이 저 멀리 눈에 들어왔다. 목책 크기로 볼때 큰마을은 아니었다. 저런 마을로 18명의 청년들을 들여 보내 주진 않을것이다. 캐논을 제외하면 모두 떼가 꼬질꼬질한 허름한 복장으로 산적으로 오해할것이다.
"아이스롱! 저 마을로 가서 큰도시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 보고 와라."
"알겠습니다."
일행들은 먼곳에서 기다리며 쉬었다. 헐레벌떡 달려간 아이스롱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한참후에 되돌아 왔다.
"헉헉헉! 5일거리에 실론 자작성이 있다고 합니다."
"수고했다. 물을 마시고 쉬어."
아이스롱이 숨을 돌릴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실론 자작성은 규모가 커 보였다. 외성벽이 굉장히 높았으며 내성은 산위에 자리하고 있어 밖에서도 내성이 한눈이 들어왔다. 저런곳에 있는 내성이라면 전쟁이 발생했을땐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멈추시오. 자작성을 방문한 목적을 알려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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