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죽음, 그리고 특이한 환생
29화.
뒤쪽으로 빠르게 물러나며 마왕을 중력으로 찍어 눌렀지만 마왕은 왼손으로 공중을 한번 후려치자 사이킥 그래피티는 그대로 깨져 버렸다. 이대로는 마왕에게 당할것이 틀림없었다. 이브라엘 종사는 얼마나 강했기에 이런 무지막지한 마왕을 상대로 한쪽 뿔까지 부러 뜨렸는지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구슬을 완전히 녹이지 못한것이 후회되었다. 지금은 마왕을 상대로 싸우기 보다는 살아 남기 위해 도주를 해야 한다. 도주할 곳은 한곳 밖에 없었다. 마계로 도주해 봐야 마왕손을 벗어 날순 없다. 지구라는 곳으로 도주하는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인 진영의 블랙 게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깨져 나가는 실드에 바짝 달라 붙어 있는 마왕때문에 사이킥 텔레포트는 사용할수 없다. 마왕까지 같이 이동하게 될것이다. 어떻게든 마왕을 떼어 내야 했다.
"터져라!! 사이킥 파이어!!"
번쩍.
퍼펑.
둥근 화염이 마왕앞에서 폭발직전에 마왕은 갑자기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기회였다.
"이동! 사이틱 텔레포...크아아악!!"
등쪽에서 엄청난 충격에 가슴이 화끈거리며 가슴앞에 손이 툭 튀어 나와 있었다. 그 손에는 팔짝팔짝 뛰는 시뻘건 물건이 들려 있었다. 순식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가슴앞의 손은 즉시 사라졌다. 세상이 급속도로 비틀어지며 서서히 땅이 눈앞에 들어 왔다.
쿵.
바닥으로 쓰러지며 뒤쪽으로 머리를 돌리자 마왕이 손에 든 물건을 바라 보며 씩 웃으며 입으로 가져 가고 있었다. 마족은 다른 마족과의 전투에서 이기면 상대방 심장을 먹는다고 했다. 심장안에 담겨 있는 마족 특유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마왕은 사이킥 힘이 심장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이대로 마왕에게 사이킥 힘을 줄수는 없었다. 자신의 몸에 사이킥 붐을 펼쳤다. 몸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다. 마계에서 억울하게 죽는게 분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퍼펑!!
*******
엄청나게 배가 고팠다. 난 죽은 상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배가 고파왔다. 어떻게 된것인지는 모른다. 자신의 몸을 폭발시켜 죽은 상태지만 배가 고프다는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을 뜨자 천장이 보였다. 갈색의 나무판자같은 모양이었다.
벌떡.
"윽!"
너무 놀라 상체를 일으킬려고 했지만 일어 날수가 없었다. 푹신한 담요같은게 몸에 덮혀 있었다. 처음 보는 재질로 두툼했다. 이런 담요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다. 어떻게든 일어 날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 보았다. 천으로 만든듯한 사각형의 높은 물건이 눈에 들어 왔고 마계에서 미국인들과 중국인들이 보고 있던 유리 상자같은 물건도 있었다. 탁자와 처음 보는 의자도 있었다. 벽에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이 어디며 내가 왜 이런곳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계에서 죽었다고 해도 주신의 품으로 돌아 가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이런곳에서 깨어 났다는건 죽지 않고 이동을 해 온것으로 생각되었다. 분명이 내 몸은 폭발한 상태다. 있을수 없는 일이다.
'혹시 주신이 시간을 되돌려 살려 준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꼬르르르.
뱃속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굶어 죽을 것이다. 어떻게든 움직여 먹을것을 찾아야 한다. 문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움직이기 위해 손을 들어 바닥을 구를려고 했을때였다. 자신의 손이 이상했다. 늘 보든 익숙한 손이 아니었다.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팔과 작은 손이었다. 즉시 얼굴을 매만졌다. 다행히 손은 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눈, 코, 입등 있을것은 다 붙어 있었지만 얼굴 전체가 작아진 느낌이었다.
'설마 환생을 했단 말인가?'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환생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자신은 지금 아이가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원래 아이의 영혼을 밀어 내고 자신의 영혼이 들어 온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환생이 아니라 영혼만 이동한 것이다.
'생각은 나중이다. 지금은 먹을것을 찾아야 돼.'
손을 바닥에 짚고 몸을 뒤집었다. 하체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푹신한 담요속을 뒹굴어 밖으로 나가 얼굴을 들어 올릴려고 했지만 잘 움직이지가 않았다. 움직일수 있는 건 오로지 양손뿐이었다. 몸을 반쯤 기울였을때 자신의 하체를 볼수 있었다. 역시 앙상한 뼈만 남아 있는 상태로 발을 움직여 볼려고 했지만 감각이 전혀 없었다. 마비된 상태가 틀림없었다.
'빌어먹을!'
절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이곳이 중간계라면 장애인은 얼마 살지도 못하고 죽는다. 마신의 저주를 타고 태어 났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죽이는 것이다. 특히 귀족 집안이라면 소문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철저한 입단속을 하고 죽여 버린다. 자신이 어린 아이로 성장할때까지 죽이지 않은것으로 볼때 이곳은 중간계는 아닌것 같았다. 방안에 있는 물건들도 생소한 물건들 뿐이었으며 무엇보다고 이계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유리 상자인 컴퓨터라는 물건과 모양이 비슷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문쪽으로 뒹굴고 있을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딸칵.
"저, 정수야!"
얼핏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기억이 돋아나 자신의 이름이 정수라는걸 알수 있었다. 중년의 여인이 후다닥 뛰어와 자신을 끌어 앉고 다시 담요에 눕혔다.
"너어, 움직일수 있는거니?"
"........"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말을 알아 들을수 있지만 자신이 말을 하면 중간계의 대륙 공용어가 튀어 나올것 같아 꾹 입을 다물었다. 여인의 말로 짐작할때 자신은 전혀 움직일수 없는 몸인것 같았다. 아무런 말이 없자 여인은 한숨을 푹 쉬고는 피곤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가 잠시후 무언가를 들고 와 자신의 입안에 흘러 넣었다. 멀건 수프로 짐작되었다. 무슨 수프인지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맛있었다. 수프를 모두 먹자 여인이 자신의 몸을 반쯤 돌린후 긴 직사각형 모양의 검은 물체를 건드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유리 상자가 순식간에 밝아지며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계에서 미국인 정찰병들이라는 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비디오 카메라 안과 똑 같았다. 그렇다면 이곳은 지구라는 곳이 틀림없을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지구로 영혼이 이동한것인지 이해 불가였다.
"텔레비를 보고 있으렴."
중년 여인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텔레비라는 물건은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어떻게 저런 물건이 탄생할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행이 텔레비안에서 말하는 언어는 모두 이해가 되었다. 원래 이 몸이 기억하고 있는 언어같았다. 텔레비 안에서는 동물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처음보는 동물들뿐이었다. 광활한 대지에 수많은 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으며 그런 동물들을 노리는 육식 동물들이 포획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었다. 이 몸 주인인 정수라는 놈은 동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하루종일 동물들이 나오는 텔레비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정수의 기억만으로도 동물들이 등장하는 텔레비는 더이상 보지 않아도 되었지만 저 텔레비라는 물건을 다른 채널이라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선 리모컨이라는 물건을 조작해야 한다. 그런데 리모컨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제기랄!'
다시 바닥을 힘들게 데굴데굴 뒹굴어 리모컨을 집으러 갔다.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는 모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리모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리모컨을 손에 잡기는 했기만 어떻게 조작하는지는 모른다. 정수도 한번도 조작해 본적이 없어 기억에도 없었다. 일단 튀어 나온 가장 윗부분의 둥근 작은 부분을 눌러 보았다.
핏.
그러자 텔레비라는 물건이 깜깜해져 버렸다. 당황한 캐논은 즉시 정수의 기억을 뒤졌다. 텔레비가 꺼진 상태였다, 다시 원형 부분을 누르자 텔레비가 밝아졌다. 이번엔 여러 가지 숫자가 쓰여져 있는 부분을 누르자 화면이 바뀌었다. 숫자를 누르는대로 화면이 바뀌는 것을 보고 텔레비는 숫자로 움직인다는걸 알았다. 몸이 마비된 상태로 한달 정도가 지났다. 중년 여인은 하루에 두세번씩 무언가를 먹여 주며 똥오줌을 받아 주었다. 정수의 어머니였다. 정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항상 밤 늦게 돌아 왔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밖으로 나가 점심때쯤 돌아온 후 다시 밖으로 나가 늦은 밤에 돌아 오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정수의 몸이 된 첫날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생각해 봤지만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정수의 기억을 되새기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태어 날때부터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정수의 기억은 한정되어 있었다. 아는 것이라곤 텔레비에서 얻은 지식뿐이었다. 글자도 쓸줄은 모르지만 쓸려고 하면 쓸수 있었다. 공부를 한적은 없지만 텔레비의 자막이라는 것으로 보고 배운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고치기 위해 사이킥을 시전해 봤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이킥은 정신력이지만 그에 합당한 마나가 필요했다. 마나와 정신력이 합쳐져 발휘된다. 마나를 모으기 위해 마나 연공을 해야 하지만 움직일수 없는 몸으로는 마나 연공도 할수 없었다. 정수의 어머니는 타인처럼 느껴졌다. 말도 걸지 않았으며 나날이 초췌해져 가고 있었다. 죽지 못해 살고 있는듯 했다. 가장 큰원인은 정수의 몸이었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텔레비를 보면서 누운채로 마나 연공을 시도해 보는 나날이 두달이 지났을때 처음으로 정수의 어머니가 푸념을 늘어 놓았다.
"정수야! 힘들구나."
머리를 쓰다 듬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정수 어머니에게서 삶을 포기한 자의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더이상은 무리야."
패트병이라는 것을 들고 온 정수 어머니는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위에 물같은걸 뿌리고 스스로의 몸에도 뿌리고 있었다. 패트병안에서 쏟아진 물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풍겨졌다.
"다음 생에는 멀쩡한 몸으로 태어 나거라."
치익.
정수 어머니는 라이터라는 물건에 불을 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몸에 불이 붙으며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에도 불이 번졌다. 분신 자살을 시도한것이다. 하긴 정수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이런 몸으로 생을 이어가는 정수의 몸은 과연 살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계였다면 이미 죽었을 몸이다. 자신은 자살하고 싶어도 스스로 죽을수도 없는 몸이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몸으로 살아 있는것 자체가 기적이다.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 들였지만 뜨거운 불은 도저히 참을수 없었다.
"끄으으으..."
불보다 먼저 숨이 꽉꽉 막혀왔다. 매케한 검은 연기에 숨을 쉴수가 없었다. 몸부림을 쳤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을 잠식해 들어가는 불은 인정사정없었다. 이불이 눌러 붙어 몸에 달라 붙는 느낌이 들며 숨이 막혀 컥컥거리며 정신을 잃어갔다. 활활 타오르는 불과 검은 연기가 충만한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자신의 몸은 검은 연기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은 죽은것이 틀림없을텐데 이상하게 불타는 광경이 모두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둘러 보자 희뿌연 작은 덩어리였다.
'설마, 영혼?'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어떻게 영혼을 인식하고 볼수 있는지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갑자기 하늘 높이 끌려 가는 느낌이 들며 정신을 잃었다.
******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로지 지독한 냄새만이 풍겨왔다. 역겨울 정도로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곳이 어딘지는 전혀 모른다. 죽으면 주신의 품으로 돌아 간다고 했다. 하지만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추위도 느껴졌지만 금새 따뜻한 무언가가 몸을 연신 훑고 지나가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상했다. 난 죽었다. 마계에서 마왕에게 심장이 뜯겨 나가 죽어 정수의 몸에 영혼이 빙의되어 다시 불에 타 죽었다. 영혼이 하늘로 끌려 간다는 느낌과 동시에 정신을 잃고 다시 기억이 되살아난게 지금 이 상황이다. 무엇이 어떻게 된것인지는 모른다. 이곳이 주신이 있는 곳이라면 주변에 무언가가 보여야 한다. 하지만 눈을 뜰수가 없었다.
'설마 죽지 않았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자신의 몸은 죽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다시 환생한걸까? 아니면 또다시 누군가의 몸에 빙의를 한것일까?'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따스한 온기를 느낄수 있다면 죽은후 환생이나 빙의를 한것이다. 지금은 눈을 뜰수가 없었고 손발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있었다. 왜 이런지는 모른다. 또다시 장애인으로 환생한건 아닌지 덜컥 겁부터 났다.
버둥버둥.
손발을 움직여 볼려고 발악했다. 그러자 갑자기 엄청난 허기가 엄습해 왔다.
- 작가의말
환생이 시작됩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