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천후, 마계로 가다
190화.
성수를 기둥 둘레를 돌아 가며 들이 붙자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점점 소멸되기 시작했다. 이제 한병만 더 부으면 게이트는 완전히 사라진다. 성수도 이제 몇병 남지 않은 상태다.
치지직.
마지막 남은 부분에 성수를 붙자 게이트는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탓.
하늘로 사라져 가는 게이트안으로 뛰어든 천후는 이제 마계로 이동될것이다. 검은 숲이다. 게이트를 타고 이동한 곳은 검은 나무들로 둘러 쌓인 숲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전진기지가 세워져 있었지만 지금은 검은 나무들로 우거진 숲이었다. 바닥의 게이트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묵직하고 텁텁한 공기가 정겹게 여겨졌다.
이미 몇번이나 마계를 방문한 탓이었다. 마왕을 상대로 싸우는건 당장 해야 하는건 아니다. 마계에서 더욱 많은 내공을 쌓을 생각이다. 천마신공을 연마하고 있는 이상 이제 마기는 얼마든지 받아 들일수 있게 되었다. 적당한 장소에서 지하 공간을 만들고 마나 포션과 끌어 들인 마기를 적절히 조절하며 천마신공에 매달렸다.
***
"이곳이 시리어스 공작령인가?"
검은숲 지하 공간에서 3년만에 밖으로 나온 천후는 마계 중앙에 있는 마왕성을 찾아 나섰다. 마계는 정중앙의 마왕이 다스리는 영역을 빙 둘러 싸고 네명의 공작이 동서남북으로 사등분해 다스리고 있는 상태다.
이곳은 남쪽의 시리어스 공작령일것이다. 하늘을 날아 비행하고 있을때 검은 점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확대된 검은 점은 거대한 블랙 그리핀으로 추정되었다. 자신을 한입에 집어 삼킬려는듯 코앞까지 접근해 뾰족한 검은 부리를 쩍 벌렸다.
꽈꽝!!
엄청난 속도를 동반한 탓으로 제자리에서 공격할순 없어 급히 옆으로 피하며 강기를 놈의 입속으로 날려 보냈다. 큰폭발음과 함께 놈의 눈이 안쪽에서 터져 나가며 뇌가 곤죽이 되어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놈은 가죽은 엄청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추락한 놈에게로 내려가 아공간에 사체를 집어 넣고 다시 하늘을 날아 이동했다.
"응?"
들판 상공위를 날아가고 있을때였다. 아래쪽에 마족으로 보이는 5명이 뒤쪽에서 따라 오는 수많은 블랙 울프들에게 쫒기며 도주하고 있었다. 블랙 울프들은 적어도 2백마리는 넘어 보였다. 중급 이상의 마족이라면 2백마리의 블랙 울프쯤은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하급 마족이라면 도주하지 않으면 울프들의 밥이 될것이다.
블랙 울프들을 물리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놈들의 리더를 가장 먼저 죽여 버리는것이다. 몬스터들은 가장 강한 놈이 리더가 된다. 리더가 죽으면 대부분 겁을 집어 먹고 도주한다. 마족들을 추격하는 블랙 울프들중에서도 맨앞에서 달려 가는 놈은 덩치가 다른 놈들에게 비해 두배에 가까웠으며 털의 색깔 또한 칠흑처럼 검었다.
놈이 리더가 틀림없어 보였다. 마왕성으로 가기 위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어느 방향이 마왕성이 있는 쪽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족들을 구해 주고 물어볼 생각으로 블랙 울프들이 달려 가는 앞쪽에 내려섰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후를 본 놈은 검은 이빨을 드러내며 더욱 땅을 박차며 달려 오고 있었다. 공중으로 오른손을 들어 올린 천후의 손에 천마검이 들려 있었다. 놈이 10미터 앞까지 바짝 접근하며 달려 오는 기세 그대로 펄쩍 뛰어 올랐다.
스윽.
가볍게 내려 그은 천마검의 잔영을 따라 빛이 번쩍였다.
"컹!"
털썩.
머리통이 절반이나 잘려 나간 놈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며 검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천마삼검을 연마만 했지 실전에서 사용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천마일식(天魔一式) 섬(閃)으로 인해 놈은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순식간에 가장 덩치가 큰놈이 죽어 버리자 뒤쪽에서 달려 오던 놈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릉거리며 달려 들었다.
스윽! 슥!!
가볍게 달려 드는 놈들을 향해 검을 연달아 두번 휘둘렀다. 오른쪽과 왼쪽 상변에서 하변으로 대각선상으로 그어 내렸다.
투두둑.
달려 드는 놈들의 머리통은 물론 앞발이 잘려 나가며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자 겁을 집어 먹는 놈들이 더이상 달려 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놈들에게 쇄기를 박는 공격으로 왼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흔들었다.
슈아앙!!!
악마 형상을 한 강기 덩어리가 놈들을 향해 날아가자 사방으로 펄쩍 펄쩍 뛰며 피하는 놈들을 아수라파천장(阿修羅破天掌)이 덥쳤다.
꽈꽈꽈꽈꽝!!!!
피떡이 되어 날아간 놈들 사체가 사방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수라파천장이 강타한 지면은 움푹 파여 들어가 폭탄이라도 터진듯한 광경을 방불케했다. 블랙 울프들은 모조리 도주했다, 도주하는 놈들을 굳이 따라가 죽일 생각은 없었다. 놈들이 도주하자 멀리서 지켜 보던 마족 5명이 빠르게 달려왔다. 마족들은 역시 모두 하급 마족들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본 마족들은 깜짝 놀라며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인간?"
자신이 인간인것을 곧바로 알아 차리는 마족들이었다. 마족들과는 풍기는 냄새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인간이라고 간파 당한적이 있었다.
"그렇다. 난 인간이다. 마왕성으로 갈려면 어느쪽으로 가면 되는지 말해 줄수 있나?"
"저쪽으로 석달정도 가면 된다."
자신이 날아 가고 있는 왼쪽 방향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다른 방향으로 계속 날아 갔을것이다. 다행이 이들 마족은 인간인 자신을 보고도 달려 들지 않았다. 블랙 울프를 처리한것을 지켜 보았기 때문이다.
"고맙다. 아, 그리고 혹시 중간계와의 통로가 어디에 열려 있는지도 아나?"
"그건 모른다."
"알았다. 알려준 대가로 저 놈들 사체는 너희들에게 주마."
팟.
천마행공을 시전해 땅을 박차고 날아 올라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저들이 말한 석달 거리는 도보로 석달을 말하는 것이다.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하면 하루만에 도착할수 있는 거리다.
'저곳이 마왕성인가?'
엄청난 규모의 성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아직 마왕성이라고 짐작되는 성은 너무 멀어 확실히 알순 없지만 성 전체의 규모로만 볼땐 중간계의 왕국 열배 정도에 해당되는 거대한 성이었다. 마왕성이 이렇게 큰성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성으로 접근하자 거대한 성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투두두두두.
마계의 전마라는 다리가 여덟개나 되는 바클을 탄 마족들이 커다란 빈수레를 수십대나 끌고 빠르게 성문을 나오고 있었다. 어디로 가길래 빈수레를 저렇게 많이 끌고 가는지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마족을 납치해 물어 볼것이 있었다. 성벽 너머로 날아 인적이 없는 골목길에 내려선 천후는 모습을 드러내고 골목길을 나설때였다.
"킁킁! 이 냄새는 뭐지?"
코를 킁킁거리며 큰덩치의 하급 마족 한명이 골목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천후의 모습을 본 놈은 검은 이를 드러내고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다가와 천후의 어깨를 잡을려는듯 손을 뻗었다. 생전 처음 보는 놈이 무턱대고 어깨를 잡을려고 하자 천후는 즉시 스르르 옆으로 물러나며 오히려 역으로 놈의 어깨를 잡아 갔다. 순식간에 눈앞에 사라진 천후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릴려든 놈의 어깨를 잡고는 목뒤의 마혈을 눌렀다. 마족에게도 마혈이 통하는지 실험을 해 본것이다.
"어어? 뭐야?"
놈이 움직이지 못하자 마족도 인간과 마찮가지로 혈이 똑같다는 것을 안 천후는 뛸듯이 기뻤다.
"묻는 말에 대답해라. 이곳이 마왕성이냐?"
"그, 그렇다."
"마계 어느 곳에 중간계와의 통로가 열려 있는거냐?"
"그, 그건 모른다."
하급 마족이어서 모르는것인지 아니면 아직 열리지 않아 모르는것인지 알순 없었다. 이놈보다 더 상급인 놈을 잡아 물어 보아야 알수 있을것이다.
"좀전에 바클을 타고 성밖으로 나가는 놈들은 누구냐?"
"그, 그들은 사냥을 하러 간것이다."
마계의 성에선 정기적으로 사냥을 한다. 중급 이상의 마족은 고기를 먹고 하급 마족들은 '뿌'라는 나무 뿌리를 먹는다. 빈수레를 수십대나 끌고 가는게 사냥한 물건을 싣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내 어깨를 왜 잡을려고 했느냐?"
"그, 그건 제압을 해서 돈이 되는 물건을..."
퍽!
"우욱!"
놈의 복부를 걷어 찼다. 더이상 들어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놈은 노상 강도였다. 이런놈은 죽여야 하지만 이곳의 사정을 몰라 부하겸 노예로 삼아 한동안 데리고 다닐 생각이다. 자신의 겉모습은 마족과 비슷하지만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다르다.
인간을 모르는 마족들은 고개를 갸웃둥하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냄새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거나 직접 인간을 만나 본 마족은 단번에 알아 차릴것이다. 놈을 데리고 다니면 놈이 먼저 나서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게 막아 줄것이다.
"이름이 뭐냐?"
"타리다."
"타리! 내가 누군지 아냐?"
"모, 모른다."
타리는 인간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것 같았다. 여러가지를 물어 보고 안것이지만 타리는 양아치나 마찮가지였다. 골목길로 접어든 자를 습격해 모든것을 빼앗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놈으로 이런 놈이 각골목마다 한두명씩은 있다고 털어 놓았다.
"강해질 생각이 있으면 내 부하가 되거라."
"....."
"부하가 될 생각이 없으면 죽여 버린다."
"하, 하겠다."
마혈을 풀어 주자 움직일수 있게된 사실을 알게 된 타리는 즉시 주먹을 뻗어 왔다. 말로만 부하가 된다고 거짓말을 한것이다. 뻗어 오는 주먹을 움켜 쥐었다. 타리의 큰 주먹은 자신의 손으로 감싸 쥘수는 없었지만 일부분만으로도 타리가 아무리 힘을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씩씩거리는 얼굴로 다른 주먹을 뻗어 왔지만 너무 느렸다. 타리의 품속으로 한발을 내딛으며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컥! 우욱!!!"
복부를 움켜 쥐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놈은 심한 고통으로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꽉!
"커억!"
놈의 목을 발로 밟았다. 천후의 발을 양손으로 잡아 떼어 낼려고 안간힘을 쓰는 타리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목을 점점 파고 드는 발에 의해 얼굴이 하얘지고 있었다.
"죽여 줄까?"
"사...살려....줘..."
"이번 한번만 살려준다. 또다시 허튼짓을 하면 단번에 죽여 버린다."
발을 떼자 목을 부여 잡고는 헉헉거리며 타리는 한동안 일어 나지도 못한채 괴로워했다. 잠시후 일어난 놈은 천후를 죽일듯이 노려 보며 달려들 기세였다.
"덤비고 싶으면 덤벼봐."
후웅!
타리가 다시 주먹을 뻗어왔다. 얼굴 한복판을 향해 뻗어온 주먹은 바람을 가르며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주먹에 맞을 천후가 아니었다.
퍽!
"컥!"
다시 복부를 강타한 주먹에 의해 타리는 바닥으로 주저 앉으며 복부를 움켜 쥐고는 컥컥거렸다. 그후로도 다섯번이나 천후를 공격해 단한대도 맞추지 못한채 컥컥거리던 타리는 두손두발 다 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타리의 실력으로는 백년이 지나도 천후의 발끝에도 따라 오지 못할것이다.
"내 이름은 천후다."
"쩡쿠?"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지 타리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돌아 오는건 꿀밤이었다.
딱!
"앗!"
"천후!"
"쩡쿠?"
어쩔수없이 천후라는 이름을 발음하지 못하는 타리에게 마스터라고 부르라고 했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 주자 타리는 놀라는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인간이 확실하다고 재차 말해 주자 험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퍽!
"야! 죽을래?"
그제야 아무리 대들어도 감당할수 없다는걸 알아 차린 타리가 울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타리는 만약 다른 마족들이 자신이 인간의 부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비웃을것이 틀림없으며 인간 놈을 찢어 죽이는 한편 자신도 더이상 이곳에서 생활할수 없게 될것이다. 자신은 눈앞의 인간을 상대할수 없을지라도 자신보다 강한 마족들이 수두룩한 이곳에서 인간놈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자신의 목 또한 언제 꺾여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것이다.
"일단 네 집으로 가자."
"집은 없어!"
퍽!
"컥!"
언성이 높아진 타리의 복부를 다시 걷어 찼다. 부하 주제에 천후가 인간이라고 무시하는 태도였다. 굳이 존대말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반항하는듯한 말투는 용서할수 없었다. 타리는 술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찮가지다. 강탈한 돈으로 술을 마시고 취하면 널부르져 아무곳에서나 잠을 자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 즉, 거지나 마찮가지였다.
툭툭.
"왜 사냐?"
"....."
타리의 대가리를 툭툭 치며 사는 의미를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타리의 어깨를 짚고는 사이킥 워프를 시전해 성을 빠져 나갔다. 성밖 먼곳에 도착하자 타리는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 보고 있었다.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것이다.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혹시라도 누가 있는지 감지해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알아 차린것인지 타리가 경악하며 입을 열었다.
"여긴 성밖이잖아? 어떻게 된거야?"
"이동해 온거다. 아공간 오픈!"
쿵.
"으아~악!!!!"
기겁한 타리가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도주하고 있었다. 아공간에서 거대한 블랙 그리핀이 나온 것이다.
"타리! 멈춰."
덩치는 큰놈이 도주하는 발은 엄청나게 빨랐다. 이미 50미터정도는 도주한 상태다. 블랙 그리핀이 움직이지 않는걸 본것인지 타리가 조심스럽게 엉거주춤 다가오고 있었다.
"이놈은 이미 죽은 놈이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간은 콩알만해서...쯧쯧쯧..."
"저, 정말 죽은거냐?"
"그래. 임마. 확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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