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천후, 소림사로 향하다(1)
172화.
소림사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모든 전력을 내보내진 않겠지만 맞상대할수 있는 무승을 내려 보낼것이다. 마차안에 강시가 몇구나 들어 있는지 알수 없어 소림사의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적들은 3일 거리까지 접근한 상태다. 적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멸마대는 살아 남을수 있는 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놈들을 저게해 버릴까?'
한밤중에 몰래 이동해 사이킥 몇방이면 대부분 처리할수 있을 것이다. 고민을 해야했다. 여산 동림사 주지는 자신에게 살인을 자제하라고 했었다. 적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아군이나 적들 모두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다.
마법이나 사이킥을 사용하면 대학살이나 마찮가지 효과를 볼수 있어 순식간에 대부분 적들을 처리할수 있을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죽이지 않더라도 전쟁을 멈추지 않는한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모두는 죽이지 말자.'
갑자기 한사람에게 습격을 받은 적들이 모조리 죽어 버린다면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중원 전체가 떠들썩해 질것이다. 자칫하면 대살성이 등장했다고 크게 소문이 나 버릴지도 모른다.
"모두 들어라. 적들은 사흘거리에 있다. 적은 천명정도로 강시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알수 없는 상황이다. 멸마대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삼인일조로 합격진을 형성해 대응한다. 당장 세명씩 한조를 짜서 연습하도록."
웅성웅성.
대주의 말에 멸마대원 모두가 경악하며 불안해했다. 적이 천명이라면 살아 남을 확률이 그만큼 줄어 들기 때문이다.
"자네는 우리와 함께 하세."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대주인 촉검 번자개와 소장주인 촉원검 번허강과 함께하기로 한 천후는 즉시 촉검의 말에 합격진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세명의 연계가 중요했다.
"가장자리로 이동하세."
반시진 정도 합격진 수련을 한후 촉검이 대원들이 있는 가장자리로 이동하자고 하며 작은 목소리로 이 인원으로는 적들을 막아 낼수 없다며 반드시 후퇴를 하게 될거라며 후퇴하기 쉬운 가장자리로 이동하는게 좋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풍부한 촉검의 말에 따라 가장자리로 이동하는게 이득이다. 후퇴뿐만이 아니라 막상 싸움이 전개되면 삼인일조의 합격진은 무용지물이 될것이다. 너무 많은 무인들이 몰려 있는 탓으로 제대로 합격진을 운용할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반면 가장자리는 걸리적거리는게 전혀 없어 합격진은 문제없이 운용할수 있을것이다. 그날밤 적들을 찾아 갈려고 했지만 포기해야 했다. 촉검이 잠도 자지 않고 내공 연마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이 지나 적들이 하루거리에 당도했을때 겨우 몸을 뺄수 있었다. 내일 전투에 대비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두들 일찍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긴장감으로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대원들도 있었지만 촉검과 촉원검은 일찍 잠들었다.
으슥한 밤. 멸마대를 유령처럼 이탈하는 자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다. 사이킥으로 몸을 숨긴채 적들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 천후는 높은 하늘에 떠 있었다. 아래쪽으로 내려 가면 초절정 고수에게 감지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달빛 한점없는 먹구름이 낀 깜깜한 밤이었지만 야영을 하는 야영지 곳곳에 환한 모닥불과 횃불이 밝혀져 있었다.
"사이킥 레인!"
먹구름이 잔뜩 낀 밤하늘을 보며 마침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마차안을 조사하기 위해 야영지에 혼란을 준후 초절정 고수의 이목을 속이기로 계획했다.
쏴아아아!!!
밤하늘에서 비가 쏟아 지기 시작했다. 간간히 번개도 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번개는 아래쪽으로 내려 꽂히진 않았다. 구름속에서 번쩍이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인해 모닥불과 횃불이 모두 꺼지며 몇몇 막사만이 붉그스럼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비는 그칠줄을 몰랐다. 마차안으로 물의 정령인 엔다이론을 들여 보내 강시를 찾아 보라고 했다. 강시를 찾는다면 강시들 몸속의 독을 해독해 버리라고 지시했다. 모조리 해독해 버리면 강시는 녹아 버린다. 이미 한번 경험했던 일이다.
다행히 초절정 고수들은 엔다이론을 감지하지 못했는지 막사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막사가 쳐져 있는 곳은 초절정 고수와 강시를 조종하는 놈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었지만 어느 막사에 있는지 몰랐다. 엔다이론이 강시를 찾았다고 보고하며 독을 해독한다고 알려 왔다.
처음 들어간 마차안에 세개의 관속에 한구씩 강시가 누워 있었다. 역시 예상한 대로 한마차에 세구씩 총 열다섯구의 강시를 데리고 온것이다. 엔다이론이 모든 강시를 녹여 버릴때까지 기다렸다.
- 마스터, 끝났어요. 이제 강시는 사라졌어요.
- 수고했어.
이제 강시는 사라졌지만 조종하는 놈과 막사안에 어떤 놈들이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 막사 위로 번개를 떨어 뜨렸다. 초절정 고수 두명은 막사를 한개씩 차지하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다른 세개의 막사안이 궁금했다. 혹시나 개방이 알지도 못하는 절대 고수가 있을수도 있었다.
꽈르릉.
막사는 모두 다섯개였다. 정확히 다섯개의 막사에 내려 꽂힌 번개로 인해 막사는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그러자 네개의 막사안에서 급히 뛰쳐 나온 무인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번개가 그들에게로 내려 꽂혔다.
두명은 눈깜짝할새에 멀리까지 피해 버렸지만 다른 두명은 무공 경지가 앝은듯 직격당한 번개로 인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있었다. 아직 한개의 막사안에서는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비어 있는 막사이었던가 아니면 운이 없어 사이킥 라이트닝에 직격 당해 죽었을것이다.
쓰러진 두명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십중팔구 사망했을 것이다. 멀리까지 피했던 두명이 순식간에 되돌아 와 쓰러진 자를 옆구리에 끼고는 마차안으로 달려 갔다. 마차안은 번개가 떨어져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우르릉.
쏟아지는 빗속에 깜깜한 밤하늘에선 여전히 번개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도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굳이 초절정 고수를 제거할 생각은 없었다. 화경 고수라는 소림사의 무초 대사와 초절정 고수들의 싸움이 보고 싶었다. 강시를 모두 제거한 이상 소정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강시가 없는 상테에서 놈들이 진격해 올지 물러 날지는 내일이 되면 알수 있다.
아침 식사를 하는 멸마 대원들은 근심 어린 얼굴로 모두들 아무런 말도 없이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오늘이나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불안한 표정들이었다. 진시경이 되자 소림사쪽에서 일단의 무승들로 보이는 승려들과 무인들이 함께 내려 왔다.
'앗? 저 아저씨가 왜 저기 있는거야?'
소림승들 사이로 협도 대협이 눈에 들어와 깜짝 놀랐다. 협도 대협의 근처에는 다섯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대협과 같이 있는 것으로 볼때 최소한 절정 고수들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소림사에서 하산한 소림승들중에 누가 무초 대사인지는 분간할수가 없었지만 모두 굉장한 경지라고 예상되었다.
"촉검님, 하산한 소림승들과 무림인들이 누군지 알고 계십니까?"
"음...저기 흰색옷을 입고 도를 찬 분은 협도 대협인것 같고...그 오른쪽 옆은 만리추종 대협...음...그리고 다른 자들은 모르겠네만 소림승들중에 키가 큰 저 분은 광진 대사로 세분 모두 절정으로 알려져 있다네."
역시 절정 고수들이 미리 소림을 방문해 있었던 것이다. 촉검 대협이 모른다는 세명도 모두 절정일것이다. 화경인 무초 대사가 하산한다고 가정하면 초절정 고수 한명은 무초 대사가 상대하고 다른 한명은 절정 고수들이 합격하는 식으로 전투를 벌이며 무초 대사가 상대를 빨리 제압하고 나머지 한놈을 처리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때까지 절정 고수들은 초절정 고수의 공격을 받아 내야 한다. 저들중 한두명은 크게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강시는 사라졌다고 해도 적들중에 절정 고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달라 질것이다.
그날 저녁 무렵이 되자 대주가 적들은 한시진 거리까지 도착했다고 알려 주었다. 오늘밤에 공격을 감행할지 아니면 날이 밝은 다음날부터 공격을 할지 누구도 모른다. 오늘밤은 경계에 만전을 기해 잠을 자지도 못할것이다.
적들이 언제 야습해 올지 모른다. 천후도 명상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적들의 야습은 전혀 없었다. 숫적 우위에 있는 적들이 야습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른 아침을 먹고 전투 준비를 했다. 오늘은 아마 싸움이 벌어 질것이다. 묘시가 끝나고 진시에 접어들때 적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전투 대형을 갖추었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긴장감에 물든 멸마대는 불안감이 만연했다.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적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 적들은 모두 검은 복장으로 먹구름이 몰려 오는듯했다.
이계의 영지전이라면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멈춘후 참관인이 등장해 영지전을 선포하면 기사 대전을 신청하거나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이곳은 그런것도 없이 적들은 경공을 시전하며 달려 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면전이 시작된것이다.
다행히 강시는 찾아 볼수 없었다. 강시를 모두 잃은 탓에 이런식의 전면전을 택한것 같았다. 강시가 있다면 먼저 강시를 내세워 공포감을 조성한후 전면전으로 이어 갔을것이다.
"절대 흥분하거나 대형을 흩뜨려선 않되네. 소장주, 명심하게."
"걱정 마십시요."
소장주가 검을 꽉 쥐고는 전의를 불태웠다.
- 자네만 믿겠네.
- 제게서 떨어지지 마십시요.
자신이 절정이란걸 알고 있는 촉검 대협은 소장주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며 적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멸마대는 이미 삼인일조로 뭉쳐 합격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캉!
가장 먼저 천후가 검을 휘둘러 찔러 오는 적의 검을 막으며 왼쪽으로 발을 옮기자 오른쪽에서 따라 오는 촉검 대협이 빠르게 검을 뻗어 적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모두 오른손 잡이로 왼쪽으로 빙글빙글 도는게 유리했다.
"컥!"
캉!
이번엔 촉원검이 검을 막고 천후가 적의 목에 검을 찔러 넣고 빼어 내며 왼쪽으로 이동했다. 정신없이 적들을 베고 찔렀다. 사방에서 비명이 난무했다. 너무 많은 적들로 인해 주변을 둘러 볼 여유도 없을 지경이었다. 더이상 왼쪽으로 빙글빙글 돌수도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적들이 너무 많아 방해가 되었다.
꽈꽝!
그때 굉음이 크게 울렸다. 일순 전투가 멈추지며 굉음이 들려온 곳으로 눈을 돌리자 검을 든 적과 소림승 한명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적은 초절정 고수인 혈귀로 예상되었다.
쩡!
이번엔 겸을 들고 있는 혈겸이라는 초절정 고수와 협도 대협과 같이 있었던 다섯 무인이 붙었다. 그들 주변에서 싸우고 있던 자들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끔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물러 나고 있었다. 저들 싸움의 행방이 이곳 전체에 큰영향을 미친다. 천후에게 달려든 적은 모조리 죽어 나갔다. 그러자 촉검과 촉원검 쪽으로 공격이 집중되었다. 이미 합격진은 무너진 상태다.
"소장주, 물러나."
팟.
쩡!
"컥!"
소장주 앞으로 급히 이동해 강기를 뿌렸다. 세개의 검이 소장주 촉원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적들의 검은 모두 부서지며 가슴에 긴 상처를 남겼다. 촉검은 굳이 도와 주지 않아도 제몫을 하고 있었지만 소장주쪽은 아니었다. 강기 사용은 되도록 자제했다.
검기만으로도 충분히 적들을 물리칠수 있었다. 자신들이 있는 곳에 적들의 시체가 수북히 쌓이기 시작하자 적들은 점점 더 많이 몰려 오고 있었다. 멸마대와 정파 무인들은 점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때 검은 강기를 머금은 검이 순식간에 쇄도해 들어왔다.
쩡!
- 절정입니다. 물러 나십시요.
촉검 대협에게 즉시 전음을 날려 휘말리지 않게끔 알려 주고는 눈앞의 절정 고수를 상대했다. 가장자리에 불과하지만 이쪽에 적들의 시체가 늘어나자 절정 고수가 달려 온것이다. 놈을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정파 무인들이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 이곳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쩡!
핏!
"어엇? 컥!"
검을 막으며 곧바로 사이킥 홀드를 시전해 멈칫거리는 놈에게로 접근해 목을 그어 버렸다.
"굉장하군."
"어서 움직이죠."
촉검이 감탄하고 있을때 멸마대가 물러난 쪽으로 급히 이동했다. 점점 밀리고 있는 상황에 자칫하면 이곳에서 적들에게 포위 당하면 낭패다. 자신의 본실력을 드러 내야 할지도 모른다.
꽈꽝!
화경인 무초 대사와 초절정 고수인 혈귀와의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생각같아선 멀리 후퇴해 저들의 싸움을 지켜 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무초 대사는 혈귀를 좀처럼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걸로 볼때 화경에 근접한 혈귀같았다.
협도 대협쪽은 다섯명이 혈겸을 합공하고 있었지만 밀리고 있는 상태로 한명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시가 없음에도 전체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소림승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하지만 일반 무인들과 멸마대쪽이 무너지자 소림승들도 후퇴를 할수 밖에 없었다. 숭산 아래쪽에서 점점 산쪽으로 밀려 올라가야 했다. 무초 대사나 협도 대협들이 빨리 두 초절정 고수를 제압해야 밀리지 않지만 시간이 걸릴것 같았다.
- 자네가 저쪽을 도와 줘야 할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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