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천후, 당문으로 가다(2)
171화.
천후도 검을 내지르며 사이킥 홀드를 시전하자 멈칫한 놈은 내공을 발산하며 홀드를 깨부수고 보법을 시전할려는 순간 다시 한번 사이킥 홀드를 시전하자 이번에도 멈칫할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주가 놈의 등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얼마나 깊이 박아 넣었는지 대주의 주먹은 놈의 몸을 관통하고 앞가슴쪽으로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와아! 대주님이 절정 고수를 처리했다."
일부러 큰소리로 대주를 띄워 주었다.
"고생했네."
눈을 반짝이며 천후를 의심심장한 눈으로 바라 본 대주는 다른 놈을 향해 달려 갔다. 대주가 뭔가를 알아 차린것 같았지만 신법에는 자신있다고 둘러댈 생각이다. 여전히 강시는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복면인들은 절정 고수가 사라진 탓으로 절대적 우세에서 점점 대등한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당문의 절정 고수로 보이는 장로들은 모두 강시를 상대하고 있었다. 절정 고수가 아닌 복면인들을 상대하는 천후는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당문 가주가 강시를 조종하는 놈을 처리하면 강시는 멈출것이다. 그러면 정절인 장로들이 복면인들을 도륙할것이다.
복면인과 대등하게 싸우며 일각이 지났을때 드디어 강시들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장로들도 상황을 알아 차린것인지 더이상 강시를 상대하지 않고 복면인들에게 달려 들었다.
추풍낙엽처럼 사그러지는 복면인들은 도주할 생각이 없는지 끝까지 저항했지만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급기야 한곳으로 몰린 놈들에게 장로가 독을 풀었는지 흐물흐물 녹아 버렸다. 싸움이 끝나자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부상자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들 모두를 치료해 줄순 없었다. 할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소문이 크게 돌것이다. 지금도 남궁세가에서 소문을 퍼뜨린 탓으로 더이상 소문이 퍼지지 않게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 소가주님, 부상당한 당문 무인들은 의방으로 따로 옮기고 잘린 팔다리도 모두 주인을 찾아 주시고 의방으로 오십시요.
소가주는 천후의 전음을 듣고는 즉시 부상자들을 의방으로 옮기고 팔다리도 찾으라고 지시했다. 수많은 무인들이 죽었다. 부상자와 전후 처리에 모두가 정신없었다. 그런 장내를 슬쩍 빠져 나간 천후는 의방으로 향했다.
"검귀님, 감사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우선 금창약이 있으면 모두 내 오십시요."
소가주의 지시에 의원 한명이 항아리 한개를 가져 온후 다시 달려가 항아리를 계속 운반해 오고 있었다. 봉해 놓은 항아리 입구를 뜯어 내고 포션을 들이 붓고 휘저어 서로 섞었다. 총다섯개의 항아리 모두 포션을 섞어 놓았다. 이미 천후가 들고 있는 포션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의원들은 환한 얼굴들이었다.
"부상당한 당문 무인들은 제게 맡기고 이 금창약으로 멸마 오대 대원들을 치료해 주세요. 이것은 당문에서 특별히 제조한 금창약이라고 하세요."
당문 무인들은 전처럼 포션으로 모두 치료해 주었다. 특히 팔다리가 잘린 무인들도 흔적도 없이 원래되로 붙여 주자 붙은 팔다리를 몇번이나 만지거나 꼬집어 보며 믿기지 않아했다.
"괴, 굉장하군요. 어떻게 붙일수 있는 겁니까?"
"특별한 영약을 사용한것 뿐입니다."
소가주의 물음에 포션을 흔들어 보여 주었다. 그러자 소가주가 포션을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다.
"받으세요. 선물입니다. 내상을 입었을땐 마셔도 됩니다."
"저, 정말 주시는겁니까? 가,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여주자 소중히 포션을 받아든 소가주는 보물 다루듯 소중히 품속에 갈무리했다. 의방에서 오대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모두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 앉아 시녀들이 가져다 준 물을 마시고 있었다. 부상자들은 다른곳으로 옮겼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딜 다녀 오는겐가?"
"내공 소모가 심해 회복 좀 하고 온겁니다."
대주가 천후를 보고 접근해 말을 걸었다.
- 자네 혹시 절정인가? 경지를 숨기고 있는게 아닌가?
전음까지 사용해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니까 사실대로 말하라고 종용했다. 즉, 비밀을 지켜 준다는 뜻이다.
- 그렇습니다. 절정입니다.
- 음, 그렇군. 사실대로 말해 줘서 고맙네. 어디의 누구신가?
절정이라고 하자 대주는 반존대를 해 주었다. 무인은 배분과 경지로 중요시한다. 배분이 높거나 무공 경지가 높은 자는 존경을 받는건 당연하지만 젊은 자가 높은 경지라면 오히려 시기하기도 한다.
- 복건성 출신인 은천후라고 합니다.
-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나저나 큰일이군. 대원들이 너무 많이 상해 무림맹으로 돌아 가면 재편성을 할수 밖에 없을것 같네. 자네가 대주 자리를 맡지 않겠나?
- 아니요. 전 조용히 있을겁니다. 대주님도 행여 저에 관해 어떤 말도 하지 말아 주십시요.
- 알겠네.
멸마 오대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60여명정도가 죽거나 다쳐 이대로라면 오대로써 제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다행이 임무는 완수한 상태다. 당문과 오대가 힘을 합쳐 무사히 적의 습격을 물리친 것이다. 적들이 다시 당문을 습격해 올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적들도 정보를 모으고 상황을 파악한후 판단할려면 어느 정도 시간은 번 셈이다.
그때쯤은 이미 당문은 강시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 있을 것이다, 고스란히 네구의 강시를 확보한 덕분에 어떤 해독제가 강시에게 통할지 실험 해 볼것이 틀림없었다. 그날밤 천후는 조용히 가주를 찾아갔다.
"어서 오게나. 자네 덕에 당문이 무사할수 있었네. 정말 고맙네."
"할일을 했을 뿐입니다."
가주는 중원이 조용해지면 은천세가를 방문한다고 약속했지만 천후는 거절했다. 변방의 작은 세가에 당문의 가주가 방문하면 소문이 퍼질것이다. 천후가 중원에서 가장 두려워하는게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이다.
귀찮은건 질색인 까닦에 되도록 조용히 살고 싶었다. 멸마 오대는 5일후 당문을 나섰다. 부상당한 자들은 내상을 제외하면 외상은 모두 회복된 상태지만 끊어진 팔다리는 어쩔수가 없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사망자가 43명이었고 팔다리가 끊어진 자가 5명, 내상에서 회복중인 자가 15명이었다.
심한 내상인 탓으로 15명은 전력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내상을 입은 자들은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천후가 회복시켜 주면 다시 멸마 대원으로 활동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이다. 무림맹으로 돌아오자 군사부에서 부군사라는 자가 찾아 왔다.
무림맹의 군사는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성으로 군사 아래에 부군사가 5명이나 있었다. 자신을 사마천이라고 소개한 부군사는 즉시 숭산 소림사로 이동해 멸마 일대와 이대, 삼대의 생존자들과 합류하라고 지시했다. 무림맹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곧바로 출발하라는 말에 대원들 모두가 화를 냈지만 숭산 소림쪽으로 적들이 집결하고 있다며 명령이라며 다소 강압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멸마 대원들이 중소 문파 출신이 아니라면 저런식으로 명령을 내리진 못할것이다. 다른 큰문파였다면 간곡히 부탁하며 애원했을것이다. 하남성에 위치하는 숭산까지는 그렇게 먼거리는 아니다. 호북성 무한에 있는 무림맹에서 북상하면 마주치는 곳이 하남성이다. 대원들 모두가 투덜거리며 숭산 소림사로 서둘러 길을 나섰다.
***
"맹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않됩니다. 놈들의 음모가 틀림없습니다."
무림맹주 활인신검(活人神劍) 도강천은 장로들의 다툼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장로들이 두파로 갈려 다투고 있는건 삼일전에 도착한 한통의 서한이 발단이었다. 마교에서 보낸 서한은 무림맹과 손을 잡고 혈림을 치자는 내용으로 협력을 하자는 의견과 음모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무림맹에 상주하는 장로들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파견한 자들이다. 장로들의 의견이 곧 그들 문파의 의견으로 장로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건 맹주다. 어떤 결정을 할땐 각문파에 피해가 없게끔 조율하는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번 일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린 상황이다.
강경파는 주로 마교가 중원으로 들어 오는 길목에 위치한 문파들이고 온건파는 대체로 먼곳에 위치하는 문파들이다. 마교의 침공땐 항상 큰피해를 입어 마교라면 이를 가는 강경파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협력을 주장하는 장로들은 강시와 복면인들로 인해 이미 몇개의 문파가 무너지고 앞으로도 계속 무너 질것이라며 강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선 혈림이라는 단체를 멸문시킬 수단으로 마교와 손을 잡자는 것이었다. 혈림은 30년전 마교에서 반란을 일으킨후 실패해 도주한 혈마가 세운 단체라고 알려졌다.
마교에서도 혈림은 적으로 규정한 상태로 언제 또다시 혈림이 마교에 칼을 들이 밀지 몰라 무림맹과 손을 잡고 같이 치자고 제의를 해 온것이다. 그런 제의를 강경파는 마교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혈마가 마교를 배신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마교의 주장은 믿을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었다.
"군사, 혈마가 마교에서 반란을 일으킨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30년전 마교주로 추대된 마대량은 30대였습니다. 당시 마교 이인자로 50대였던 혈마는 그런 추대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지만 성공하지 못한채 도주해 종족을 감춘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갈세가 가주인 군사 제갈성의 말에 강경파 장로들은 눈쌀을 찌뿌리며 맹주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맹주의 입만 바라 보고 있었다.
"중원의 힘만으로는 혈림의 강시를 처리할수 없는 상황으로 마교와 일시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네. 군사는 즉시 마교에 서한을 보내도록 하게."
"맹주! 재고해 주십시요."
"선무 장로, 지금 중원은 위기 상황이네. 이대로라면 혈림이 중원을 장악할지도 모른다는걸 모르나? 곤륜파는 아직 혈림의 피해를 입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네. 하지만 중원이 무너지면 곤륜도 결코 무사하진 못할꺼네."
강경파의 핵심인 곤륜파 장로인 선무진인에 일갈한 맹주는 더이상의 의견은 받아 들이지 않는다며 명령에 따르도록 지시했다.
****
숭산 소림 아래에는 많은 무림인들이 집결해 있었다. 멸마 오대는 일, 이, 삼대를 찾아 갔다. 멸마대를 상징하는 마귀를 발로 짖밟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깃발이 펄럭이는 곳으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불과 백여명의 멸마대가 있을 뿐이었다.
"멸마 오대주인 갈매곡이라네. 누가 대주입니까?"
대주의 외침에 중년인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대주인 부재중이라고 하네. 일이대의 대주는 사망한 상태로 지금은 본인이 대원들을 이끌고 있다네."
"오대는 맹에서 이곳으로 합류하라는 명령으로 온것입니다."
오대가 합류하면 멸마대는 총150명정도가 된다. 재편성을 해서 새로운 대주를 뽑아야 한다. 일이삼, 오대중 가장 많은 대원이 생존해 있는 오대에서 대주였던 번권 갈매곡 대주가 멸마대 전체 대주 자리에 올랐다. 소림사로 길목인 숭산 아래쪽엔 무림맹의 멸마대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일반 무인들도 많이 몰려 들고 있었다.
소림사 무승 삼백, 멸마대 백오십, 일반 무인 백오십의 총 육백명정도였다. 이곳으로 오는 적이 아직 얼마 정도인지는 모른다. 대주가 소림 무승들쪽에서 돌아 오면 적들의 정보를 알수 있을 것이다. 그때 걸개 한명이 빠르게 소림 무승들쪽으로 달려가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 실라이온, 무슨 말을 하는지 들려줘.
즉시 걸개를 따라간 실라이온은 걸개가 만난 소림 무승과의 대화를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이곳으로 오는 적들은 천명정도로 다섯대의 마차도 함께라고 하며 초절정 고수로 알려진 혈귀(血鬼)와 마겸(魔鎌)도 함께라고 했다. 마차안에는 누가 타고 있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마차 문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실라이온의 말에 천후는 강시가 들어 있을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섯대의 마차라면 적어도 강시는 다섯구에서 마차에 각각 세구의 강시가 실려 있다고 하면 열다섯구의 강시가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강시들중에 생강시가 포함되어 있다면 큰일이다. 생강시가 없다고 해도 최소한 절반이상은 혈강시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소림에 얼마큼의 절정 고수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많아도 열다섯명은 무리일것이다. 은퇴하고 은거에 들어간 소림승까지 모두 나온다면 열다섯의 절정 고수를 채울수 있겠지만 한번 은퇴를 한 이상 소림이 무너져도 나오지 않을것이다.
이미 무림과는 연을 끊고 수련하고 있는 고승들이 속세로 다시 나오는건 흔한 일이 아니다. 절정 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강시가 설치고 다닌다면 숫적 열세로 불리한 상황이 더욱 가중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을것이다. 놈들이 습격하기 전에 강시를 조종하는 놈을 이쪽에서 먼저 찾아 제거해야 한다.
강시가 쓸모없게 되더라도 적들에겐 초절정 고수가 둘이나 되었다. 그들은 소림에서 알아서 상대할것이다. 소림사엔 화경으로 알려져 있는 무초 대사가 있다. 화경이라면 충분히 초절정 고수 둘을 상대할수 있을 것이다. 무림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또다른 화경 고수가 존재할지도 모르고 초절정 고수 또한 몇명은 있을 것이다.
- 작가의말
갑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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