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천후, 소림사로 향하다(2)
173화.
협도 대협쪽은 다시 한명이 바닥을 뒹굴었다. 저러다가 절정 고수 모두가 쓰러질지 모른다. 그때 소림승 한명이 가세하고 있었지만 협도 대협쪽 무인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 이렇게 밀리고 있는데 소림사에선 왜 더 많은 무승들이 내려 오지 않는겁니까?
- 그쪽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진것 같네. 그렇지 않다면 내려 오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
촉검 대협의 말에 실라이온을 불러 소림사로 올라가 살펴 보라고 지시했다. 실라이온이 어떤 보고를 해 오는지에 따라 협도 대협쪽에 합류할지 이대로 후퇴하며 소림사쪽으로 올라 갈지 판단할 생각이다.
산속으로 후퇴를 하자 죽어 나가는 멸마대원들이 현저히 줄어 들었다. 험한 산지에선 공격은 어렵고 피할곳이 많았지만 천후쪽으로 달려든 놈들은 모조리 죽어 나갔다. 손가락을 뻗어 튕기면 남들이 보기엔 강기 덩어리가 날아가는 탄지신공으로 보일것이다. 실제로는 사이킥 미사일을 시전해 죽이고 있었다.
"저, 절정이셨습니까?"
촉원검이 이제야 알아차린듯 경악하고 있었다. 나무들이 많아 다른 멸마 대원들은 자신이 펼친 사이킥으로 적들을 죽이고 있는걸 모르고 있었지만 옆에 있는 촉원검은 모두 지켜 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때 실라이온이 소림사쪽의 상황을 보고했다. 소림사 경내는 습격을 받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어느쪽으로 접근했는지 모르지만 적들은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제기랄! 촉검님, 소림사쪽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 아래쪽으로 내려가 협도 대협쪽을 도와야 할것 같습니다. 조심하십시요."
"걱정말게."
팟.
땅을 박차고 나무 위로 뛰어 올라 아래쪽으로 무량 신법을 시전해 날아 가듯이 내려 갔다. 아래쪽엔 무초 대사와 협도 대협쪽이 두패로 갈려 서로 먼곳에서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협도 대협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빠르게 접근하자 정파쪽 무인 한명이 경계를 하며 자신에게 접근할려고 했다.
"협도 대협님! 접니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쩡.
혈겸이 겸(鎌) 손잡이 끝에 쇠사슬이 달려 있는 두개의 겸중 한개를 던져 협도 대협을 베어 갈때 다른 정파 고수가 옆에서 겸을 검으로 막자 겸은 빠르게 혈겸의 손으로 빨려 들어 갔다.
"헉헉, 검귀! 언제 온거냐?"
"이야기는 나중이에요. 가세하겠습니다."
탓.
지친듯한 대협들을 대신해 자신이 나섰다. 보법을 시전해 달려 나가며 검을 후려쳐 강기를 날려 보내며 사이킥 홀드를 시전해 혈겸의 몸을 구속한후 손가락을 튕겨 사이킥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혈겸은 강기를 겸을 날려 상쇄시킨후 뭔가를 감지했는지 급히 보법을 밟아 옆으로 이동하며 겸을 날렸다.
겸에는 검은 강기가 둘러져 있었다. 쇠사슬을 타고 검은 기(氣)가 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불규칙한 쇠사슬을 타고 흐르는 기를 본 천후는 기(氣)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혈겸에 놀라면서 초절정 고수의 실력에 새삼 감탄할수 밖에 없었다.
교묘하게 휘어져 오는 겸은 사이킥 미사일을 박살내며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왼쪽에서 휘어져 오는 겸을 향해 검을 뻗으며 사이킥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겸과 쇠사슬은 검은 철로 만들어 졌다. 어떤 철인지는 모르지만 쇠로 만든 이상 전격이 타고 흐를것이다.
파치칙.
겸을 타고 전격이 쏟아져 들어가자 혈겸은 즉시 겸을 잡아당겨 회수하며 부르르 몸을 떨면서 천후를 노려 볼때 협도 대협과 소림승, 그리고 검을 든 대협이 달려 들었다. 자신이 이곳에 도착했을땐 세명만이 혈겸을 상대하고 있었다. 협도 대협과 합공하던 두명이 이미 죽은 상태다.
네명이 사방에서 포위한채 혈겸에게 달려 들어 합공했다. 혈겸은 멈칫 멈칫하며 방어에 전념하며 뭔가를 알아 차린듯 천후를 쏘아 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천후가 가세하자 뭔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느낌에 내공을 발산해 구속을 풀고 움직이고 있었지만 함부로 공격할순 없었다.
"감히 사술을..."
팟.
혈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형환위(移形換位)로 짐작하는 순간 혈겸이 자신을 노린다는 생각에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혈겸은 자신이 있던 자리 바로 뒤에 등장한 상태다. 그 자리에서 우물거리고 있었다면 등에 겸이 박혔을것이다.
휘릭.
바람을 가르며 공중으로 겸이 날아 왔다. 즉시 검을 휘둘러 강기를 쏘아 보내 겸을 튕겨내자 소림승이 혈겸에게 쇄도해 들어 갔다. 소림승쪽으로 오른손에 들린 겸을 휘두르며 왼손을 잡아 당겨 다른 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끔 쇠사슬을 후려치자 쇠사슬 끝의 겸이 주변을 한바퀴 빙글 돌고 있었다.
협도 대협이 도(刀)로 접근하는 겸을 막을려고 하자 겸은 혈겸쪽으로 쭉 빨려 가며 오른손에 들린 겸으로 소림승의 주먹을 튕겨내 물러난 소림승쪽으로 겸이 날아 가기 시작했다. 눈 깜작할새의 공방이었지만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천후가 혈겸이 왼손의 겸을 회수하며 소림승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을때 사이킥 미사일을 세발을 쏘아 보내며 바닥으로 급격히 떨어져 내렸다.
보는 눈이 없었다면 공중에 뜬채로 공격을 감행했을것이다. 사이킥 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혈겸은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겸을 날려 보내며 왼손의 겸은 아직도 소림승을 노리고 있었지만 다른 대협이 강기를 쏘아 겸을 튕겨내며 혈겸의 왼쪽으로 파고 들었다.
"사이킥 그래피티!"
사이킥 홀드로는 혈겸을 묶어 둘수 없어 중력으로 찍어 눌렀다. 혈겸은 이번에도 내공을 발산해 몸을 찍어 누르고 있는 무언가를 파괴할려고 했지만 쉽사리 파괴되지 않자 즉시 왼손의 쇠사슬을 휘둘러 쇄도하는 검을 막을려고 했지만 평소보다 현저하게 느려진 겸은 제위력을 발휘할수 없었다.
핏.
"윽!"
옆구리를 베고 지나간 검에 의해 혈겸의 옆구리에서 피가 베어져 나왔다, 혈겸의 움직임이 전과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협도 대협과 소림승이 즉시 달려 들었다. 혈겸은 어떻게든 움직일려고 내공을 발산시키고 있었지만 누르고 있는 무언가는 파괴되지 않자 원천지기까지 끌어 올려 폭발적으로 내공을 터뜨렸다.
"으아아아~!!!"
"으윽!"
폭발적으로 터진 내공으로 인해 혈겸을 찍어 누르고 있던 사이킥 그래피티가 깨져 버렸다. 정신이 잠시 아찔하는 느낌이었지만 즉시 다시 혈겸에게 사이킥 그래피티를 시전했다. 혈겸의 얼굴 칠공(七孔)에선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즉시 알수 있었다.
"혈겸은 원천지기를 발산했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혈겸은 이대로는 당한다고 생각했는지 원천지기를 사용했다. 내공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도주하지 못하게끔 대협들이 즉시 달려 들었다. 혈겸의 공격은 본래의 위력이 아니었다. 천후는 사이킥 그래피티로 혈겸의 몸을 찍어 누르며 사이킥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다른 대협들의 공격을 보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커억!"
혈겸은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 갔다. 마무리는 소림승이 했다. 혈겸이 사이킥 미사일을 겸으로 후려쳐 파괴하며 협도 대협의 도(刀)를 튕겨내며 다른 대협의 공격을 막을려고 할때 오른쪽 옆으로 접근한 소림승이 옆구리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꽈직!
"크아아아!! 노...오...옴...끄르르..."
털썩.
혈겸의 가슴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오며 혈겸의 입에서 꾸역꾸역 피가 흘러 나오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헉헉헉! 고생했네."
"아미타불!!!"
"후우...자넨 누군가?"
"은천 세가 소가주인 검귀 은천후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 주었다. 협도 대협이 이미 자신을 알고 있는 이상 숨길수도 없었다. 소림승은 권불(拳佛) 광진 대사이며 중년인은 일천검(一千劍) 곽상조 대협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네. 서두르세."
소림사쪽으로 적들이 올라간 상태다. 한가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모두 소림사쪽으로 몸을 날릴려고 할때 굉음이 들려왔다.
꽈꽝!!!
무초 대사와 혈귀쪽에서였다. 굉음과 함께 혈귀는 멀리 튕겨져 나가는것과 동시에 뒤로 몸을 날려 도주하고 있었다. 무초 대사는 혈귀를 쫒지도 않고 곧바로 소림사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삐이이~~이익!!!"
도주하는 혈귀쪽에서 긴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무초 대사를 따라 모두 경공을 시전했을때 산쪽에서 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접근하자 적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하기 시작했다. 피리 소리가 도주를 하라는 신호였던것이다. 놈들을 따라 산쪽에서 정파 무인들이 달려 오고 있었다.
"대협, 전 멸마대에 합류하겠습니다."
"자네가 왜 멸마대에 합류하는겐가?"
"멸마대 소속이거든요."
협도 대협이 믿기지 않는지 경공을 멈추고 어떻게 된것인지 설명해 보라고 했지만 자세한 설명도 없이 귀찮은게 싫어서 멸마대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해 주었다.
"그럼 전 갑니다."
탓.
멸마대 대원들은 많이 죽었을것이다. 산을 내려 오는 대원들의 모습이 너무 적었다. 그들중에 촉검 대협과 촉원검 소장주는 찾아 달려갔다.
"적들이 갑자기 도주를 하기 시작했네. 어떻게 된건가?"
"초절정 고수 한명이 죽자 다른 놈이 도주를 하면서 후퇴 신호를 보낸 겁니다."
"그렇게 된거군. 고생했네."
더이상 적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산을 내려 오는 정파 무인들이 너무 적었다. 멸마대는 채 오십명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대주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주님은 어떻게 된겁니까?"
"부상을 당해 산중턱 어림에서 치료를 하고 있을꺼네."
찾아 갈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부상자들도 하나둘씩 부축을 받으며 산을 내려 오고 있었다. 그런 부상자들을 보며 치료를 해야 하나 모른척해야 하나 고민되었다.
"부대주님, 부상자들은 소림사에게 치료해 주지 않는겁니까?"
"물론 치료해 줄꺼네."
소림사 경내도 습격을 받아 부상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곳까지 의원을 보낼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승려 세명이 큰항아리를 들고 내려와 부상자들에게로 가서 치료하기 시작했다. 항아리에 담긴것은 금창약인것 같았다. 역시 소림사는 달랐다. 그런데 부상자들중에 대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수 없을 정도로 큰부상을 입어 내려 올수 없는건 같았다.
"대주는 산 중턱 어느 지점에 있는 겁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촉검 부대주를 대신해 촉원검 소장주가 안내를 자청했다. 촉검 부대주는 할일이 많았다. 멸마 대원들중 생존자와 사망자, 부상자를 모두 파악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 중턱에 가부좌를 튼채 창백한 얼굴로 내상을 치료하고 있는 대주에게로 촉원검이 안내했다. 대주 옆에는 대주 가문 소속 부하가 호법을 서고 있었다. 촉원검과 천후가 접근하자 호법을 서든 무인이 한발 나서며 검에 손을 올렸다.
- 멸마 오대였던 은천후입니다. 대주님이 많이 다쳤다기에 치료를 하기위해 온겁니다.
- .....
전음을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호법을 서고 있는 자의 얼굴은 눈에 익은 상태다. 늘 대주옆에 있던 무인이었다. 전음을 할줄 모르는지 난감한 표정을 읽고 다시 전음을 보냈다.
- 전음을 할줄 모릅니까?
- .....
- 모르면 눈을 깜빡이십시요.
깜빡깜빡.
역시였다. 전음을 사용할려면 고수 정도의 경지는 되어야 가능하다. 대주는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 자신이 갑자기 끼어들면 놀라 내공이 역류할지도 모른다. 대주의 겉모습은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지만 대주의 피는 아닌것 같았다. 심한 내상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내상 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 촉원검 소협은 내려가 보십시요. 부대주님이 걱정하실겁니다.
촉원검 소장주도 전음을 못하는지 말없이 포권을 하고는 산을 내려 갔다. 대주가 깨어날때까지 근처 바닥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을 하는 것이다. 그런 천후의 모습을 호법을 서고 있는 무인이 이상하다는듯 바라 보고 있었다. 대주는 반시진만에 깨어 났다. 아직 내상이 심한지 여전히 창백한 얼굴이었다.
"대주, 내상을 입은 겁니까?"
"자네군. 그렇다네."
"도와 드리겠습니다. 대신 제가 치료했다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요."
"고맙네. 부탁하겠네."
천후가 절정이라고 알고 있는 대주는 굳은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다.
"일단 이걸 마시고 심법은 운용하지 마십시요."
"이게 뭔가?"
"영약입니다."
"헉! 여, 영약을 주겠단 말인가? 대가는 뭔가?"
어떤 영약인지 모르지만 내상 치료에 효과가 있는 영약임이 틀림없었다. 이런 영약을 공짜로 줄리가 없었다.
"대가를 바라고 주는건 아닙니다. 빨리 마십시요."
"고, 고맙네."
대주가 포션을 마시자 대주 등뒤에 앉아 등에 장심(掌心)을 대고는 전음을 보냈다. 내상을 치료하는 김에 대주의 임독맥까지 뚫어줄 생각이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왠지 대주의 임독맥을 뚫어 주고 싶어졌다.
- 대주, 놀라지 마십시요. 내상을 치료하고 대주님의 임독맥도 뚫어 드리겠습니다. 고통은 없을테니 가만히 계시고 심법을 운용하라고 하면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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