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추산, 변해 버린 지구에 놀라다(1)
131화.
불덩어리가 자신들에게 날아 가고 있음에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채 걸어 오는 놈들은 파이어 볼에 직격되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안쪽에도 마기가 감지되었지만 이런 놈들을 상대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살아 있는 인간을 찾아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 보아야 한다.
밖으로 나가 다른 도시를 찾아 다녔다. 간간히 하늘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무당 벌레 비행체가 눈에 들어 왔지만 자신쪽으로 날아 오진 않았다. 두번의 사이킥 텔레포트로 굉장히 큰도시를 찾았다. 이곳도 폐허가 된지 오래인듯했다.
조금전 도시에서 본 구울같은 놈들이 버젓이 돌아 다니고 있는 모습에 대체 지구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증만 더해 갔다. 사이킥 서치로 인간들을 찾아 봤다. 저런 놈들이 설친다면 살아 있는 인간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응?"
찾았다. 드디어 인간을 찾은 것이다.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쉽게 찾을수 있었다. 지하에서 감지된 인간을 만나러 가기 위해 입구를 찾아 보았지만 쉽게 찾을수가 없었다.
- 실라이온, 입구를 찾아 봐.
실라이온이라면 찾을수 있을 것이다. 무너진 건물 아래쪽에 인간 한명이 겨우 기어 들어 갈수 있을 정도의 작은 입구를 발견했다는 알려왔다. 비록 입구는 좁았지만 통과를 하자 일어설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라이트 마법을 시전하고 앞쪽으로 걸어 가며 아래로 내려 가는 통로를 찾았다.
- 마스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것 같아요.
실라이온의 말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천장에 붙어 있는 작은 둥근 모양의 검은색 유리안에 감시 카메라가 작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채였다.
- 실라이온, 인간들을 찾아 봐.
아래쪽으로 계속 내려 가자 한쪽 벽에 큰구멍이 뻥 뚫려 있는 곳이 있었다. 다른쪽은 모두 막혀 있는 상태로 그 구멍안으로 들어 갈수 밖에 없었다. 실라이온이 먼저 이동하며 앞쪽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 이곳도 지하철 철로지만 철로 한쪽 부분 벽이 무너진채 뚫려 있는 구멍 아래쪽으로 내려 가야 한다.
- 마스터, 찾았어요. 인간들 수백명이 몰려 있는 곳이에요.
거대한 터널 공간에 보기만해도 두터울것으로 짐작되는 육중한 문으로 닫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문 두께를 실라이온이 알려 준 덕으로 블링크로 쉽게 통과했다. 통로는 밝았지만 문에서 조금 떨어진곳 앞쪽에는 바리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뒤에 인간들이 총과 대전차 미사일을 겨누고 있었다. 이미 이쪽으로 캐논이 접근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것이다.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무리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고 해도 라이트 마법을 발휘한 탓으로 둥근 빛이 둥둥 떠서 이동하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발각된것을 모르는 캐논이었다. 혹시 몰라 사이킥 엘라멘탈 실드를 몸에 두르고 투명 마법을 해제했다. 몰래 숨어 들어 갈수도 있었지만 고작 수백명이 생활하는 이곳은 모두가 알고 지내는 사이일것이다.
"쏘지 마라. 책임자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양손을 들고 영어로 이야기했다. 무기를 든 자들은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은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중 어느 나라라고 짐작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떡하니 모습이 드러나자 무기를 겨누고 있던 자들은 모두 놀란듯했다.
"누, 누구냐?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 올수 있었냐?"
"청추산이라고 한다. 사람들을 찾아 다녀 겨우 이곳을 찾은것이다."
지구로 돌아온 이상 중국 이름인 청추산을 사용하기로 했다. 동양인 얼굴로 캐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나중에 중국인이라고 밝혀졌을때 곤란하다.
"그보다 이곳엔 어떻게 들어 올수 있었는지 말해."
"그건 내 능력이다."
"뭐? 능력라고? 그럼 당신은 사이킥 능력자란 말이냐?"
"사이킥? 그렇다."
저들의 말투로 볼때 지구에 사이킥을 시전할수 있는 능력자가 등장한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대체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당신이 먼저 인간인지 확인해야 된다. 사이킥 능력자라면 사이킥을 발휘해 보도록."
"사이킥 파이어!"
"헉! 진짜다."
"틀림없어. 사이킥 능력자야."
파이어 볼을 본 저들이 사이킥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경계를 늦추고는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 났다. 바리게이트 한쪽을 치우고 중년의 남자가 걸어 오고 있었다.
"환영한다. 어느 지역에서 온거지?"
"그보다 지금이 몇년도인지 말해줘."
"정확히는 모르지만 2122년일꺼다."
"뭐라고? 2122년이라고?"
무려 100년이 훌쩍 지났다. 자신이 마계와 이계에 몇년동안 있는 사이에 믿기지 않게도 지구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조부모나 누님과 동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것이다.
"달력은 물론 시계도 없어 정확한 시간은 누구도 모른다.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중년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통로 안쪽엔 몇개의 거대한 문이 달려 있었으며 그 안쪽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나왔지만 천막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좁게 느껴졌다. 양쪽 천막 통로를 지나 더욱 안쪽으로 걸어 갔다. 천막안에서 얼굴을 내미는 이들은 모두 백인들뿐이었다. 며칠이나 씻지 못했는지 꾀죄죄한 몰골들이었다.
'이런 곳에선 뭘 먹고 사는걸까?'
지상으로 올라 가면 무당 벌레 비행체나 모기같은 괴생명체가 습격해 올것이다. 지상에서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면 지하에서 생산할수 밖에 없다.
"이쪽이네."
통로안쪽에 작은 문이 달려 있었다.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갔다. 일반인이라면 다리가 아플정도로 내려 간 지하는 엄청나게 넓었다.
여러 기계들은 물론 한쪽엔 문들도 많이 달려 있었다. 그런 문들중 한개의 문을 열고 들어 가자 다시 통로였다. 통로 양쪽 벽엔 굵직한 원통이 몇개나 안쪽으로 뻗어 있었다. 다시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갔다.
끼이익.
드디어 마지막 문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거친 소음을 동반하며 문이 열렸다. 안쪽엔 수십개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돌아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알버트, 능력자가 찾아왔네."
"반갑습니다. 알버트입니다."
악수를 청하는 중년인은 건장한 체격이었다. 손을 잡아 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이곳을 어떻게 찾을수 있었는지 말해 줄수 있나?"
"내 능력으로 찾은거야."
"탐지 능력자인가?"
"그런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 다른 몇가지 능력도 있고."
알버트는 물론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놀라워했다. 이들 표정으로 볼때 능력자들은 몇개의 능력을 사용할수 없는듯했다. 능력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만나 보고 싶었다.
"사이버 모스키토 놈들을 피할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단 말인가?"
"사이버 모스키토? 그게 뭐지? 난 어릴적에 할아버지하고 동굴안에서 생활한 탓으로 그게 뭔지 몰라."
"할아버지라는 분이 말해 주지 않았나?"
"......."
입을 닫고 있는 추산을 보고 있는 알버트는 의문을 품고도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꽉 막힌 동굴에서 밖으로 나가지만 않는다면 살아 남을수 있다.
"메인 보디(Main body)가 만든 모기를 본떠 만든 사이버 병기야. 수백 수천만마리가 달려들면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살아 남을순 없지."
"그럼 무당벌레 같은 거대한 비행체도 메인 보디라는 놈이 만든건가? 예전에 지구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자세히 설명해 줘."
메인 보디는 본체라는 뜻이지만 무슨 본체인지 모른다. 모기같은 놈을 자세히 살펴 보지 않았지만 설마 생명체가 아니었을줄은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몰라."
"음, 100여년전 지구에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기둥이 쏟아져 내렸네. 그런 기둥들중...."
지구 전체에 광범위하게 쏟아져 내린 기둥은 일주일이나 이어졌다. 일주일후 5개의 기둥만 남고 다른 기둥은 모두 사라졌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프랑스, 케냐에 고정된 기둥을 조사하기 위해 각나라에서 과학자를 파견해 조사한 결과 이계로 통하는 통로라고 알게 되었다.
블랙 게이트라고 명명된 게이트가 고정된 나라는 환호했다. 이계를 개척할 권리는 다섯개 나라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력이 약한 케냐는 영국과 손을 잡았다. 군인들이 블랙 게이트를 타고 들어 가면 돌아 오지 않았다. 처음엔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다.
더욱 많은 군인들이 들어 가고 나왔을땐 이계와 지구의 시간차가 엄청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래서 미국에선 특별한 물건을 만들었다. 인공 지능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투입해 조사하기로 한것이다.
그럴때 이계에서 이계인들이 뛰쳐 나왔다. 특히 뿔이 달린 거대한 악마 놈에게는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았다. 놈은 인간을 죽일땐 머리통을 뽑아 버리는 식으로 잔인하게 죽여 버렸다. 놈을 따르는 몇몇 부하들의 능력도 굉장했다.
미사일은 물론 어떤 공격도 쉽게 피해 버려 군인들은 물론 민간인들의 피해는 점점 가중되어 가자 그동안 미국이 숨기고 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폭탄을 탑재한 드론 형태의 무기로 수백개의 드론이 놈에게로 달려 들었다.
그런 드론을 통제하는건 메인 보드라는 인공 지능이었다. 하지만 드론 공격도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수시로 블랙 게이트를 넘나드는 놈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은 블랙 게이트를 파괴하기로 했다. 평범한 폭탄으로는 블랙 게이트는 파괴되지 않았다.
어쩔수없이 핵을 사용하기로 결정해 놈이 이계로 돌아 갔을때 핵을 터뜨렸다. 블랙 게이트는 핵 공격에는 견딜수 없는지 사라졌다. 몇년이 흐른후 이번엔 중국에 악마놈이 등장했다.
중국도 역시 핵을 사용할수 밖에 없었다. 다음은 프랑스, 케냐순으로 핵을 사용해 블랙 게이트를 파괴하고 마지막 하나만 남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블랙 게이트도 핵을 사용해 파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을때 전세계의 모든 통신망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세계 곳곳에서 핵이 폭발해 버렸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블랙 게이트는 사라졌지만 이계인들은 아직 지구에 남아 있는 상태다. 하나 남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블랙 게이트는 이계인들이 철저히 보호하고 있었다. 어느날 이계인들을 향해 정체불명의 물체가 습격했다. 주먹만한 크기의 모기 모양을 한 비행체로 수천만마리가 이계인에게 달려 들자 이계인들도 감당할수가 없는지 블랙 게이트를 타고 사라진후 블랙 게이트는 모스키토가 장악하게 되었다.
모스키토들은 인간들이 블랙 게이트로 접근하면 가차없이 공격해 죽였다. 놈들을 조사한 결과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인공 지능이 탑재된 놈들이었다. 모든 통신이 먹통이 된 상태에서 어떤 정보도 알수 없는 사람들은 큰혼란에 빠져 들었다.
어디서 등장했는지 모르지만 이계인들을 물리친 놈들이 인간들을 죽이는 행동을 정부에서는 지켜 보기만했다. 사이버 모스키토라고 명명된 놈들은 게이트 주변만 맴돌고 있었지만 일년이 지나자 놈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져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주변에는 처음 등장한 사이버 모스키토보다 진보된 작은 크기의 모스키토가 대신했다. 그런데 그 작은 모스키토 놈들이 문제였다. 놈들이 인간을 공격해 침을 박아 넣으면 인간은 며칠후 좀비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인간은 사이버 모스키토는 물론 좀비와 싸워야 했다. 수백만 마리가 몰려 다니는 사이버 모스키토는 처리할수가 없어 지하로 숨어 들어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모든 통신이 두절된 상황인가?"
"그렇네. 다른 나라는 모르지만 그 후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통신은 한번도 회복된적이 없네. EMP 폭탄이 터졌다든가 인공위성이 먹통이 되었다는듯 온갖 소문이 무성하지만 옛날 일이라 자세힌 알수가 없는 상황이네."
"그럼 다른 나라 사정은 전혀 모르겠군."
"그렇다네. 오스트레일리아만 이런 상황인지 아니면 전세계가 이런 상황인지 전혀 알수가 없는 실정이네. 밖으로 나가면 좀비와 사이버 모스키토가 공격해 와 나갈수도 없어 지하에 갇혀 사는것이라네."
지하수를 이용해 전기를 생성시키고 있지만 공급이 원할치 못해 공급은 통제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식량 생산 시설과 이곳 중앙 통제실에만 24시간 전기를 공급하고 다른 통로는 전기 공급을 일부 통제한다. 외부와 통신을 시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전파를 보내도 보았지만 사이버 모스키토놈들만 몰려 들었다.
이들은 지하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 탓으로 정보는 어두웠다. 옛날에 있었던 정보만 알고 있는 것이다. 무당 벌레 비행체도 모르고 있었다. 미지의 어떤 존재가 전파를 차단하고 있으며 밖으로 나가면 사이버 모스키토 놈들이 몰려온다.
이곳에 예전에 능력자 한명이 있었다고 했다. 그 능력자는 손에서 불을 뿜어내는 능력자로 밖으로 나간후 돌아 오지 않았다. 어떻게 능력자가 되었는지도 몰랐다. 지하의 두더지 신세인 이들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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