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제논, 집을 나서다(1)
40화.
제논은 엄청난 고통에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럴때에 '쩌적'하는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엄청난 환희가 몰려 들었다. 마치 천국을 노니는 기분이었다. 천국에는 가 보지 않았지만 마치 그런 기분이었다. 뒷목을 타고 올라간 마나는 머리 꼭대기의 백회혈을 타고 이마쪽으로 내려와 콧등을 타고 아래로 계속 내려와 단전에 안착했다. 대주천인지는 모르지만 어째든 성공했다. 이제 이마에 마나를 고정시키는 일뿐이었다. 뚫린 곳이 막히지 않게끔 계속 마나를 돌리며 이마에 마나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마나가 모이는것 같으면서 모이지 않았다. 한동안 마나를 돌리다가 그만 두었다. 지쳐 버린것이다. 단전에 마나를 갈무리하자 이상하게도 이마에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많은 마나는 아니었다. 미미한 마나였지만 그제야 어떻게 된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정제된 마나가 이마에 안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전에 모은 마나도 어느 정도는 정제된 마나지만 상단전인 이마에는 극도로 정제된 마나가 아니라면 안착되지 않는것 같았다. 눈을 뜨자 미르코 할아버지와 안드레 할아버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지켜 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거냐?"
"반나절이나 마나 연공을 하고 있었단다."
평소와는 달리 너무 긴 마나 연공에 걱정이 된것 같았다.
"죄송해요."
"우선 땀을 씻겨 주마. 클린!"
"감사합니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클린 마법으로 순식간에 뽀송뽀송한 옷과 땀이 사라져 개운한 몸 상태가 되었다.
"이제 말해 보거라."
"예. 성공했어요."
"성공이라니? 서, 설마..."
"진, 진짜냐?"
두 할아버지는 펄쩍 뛰었다. 굉장히 놀란것 같았다.
"마나 스캔!"
안드레 할아버지가 급히 이마쪽을 스캔해 살펴 보고 있었다.
"허허, 저, 정말이구나."
"할아버지! 저 배 고파요."
"그, 그래. 잠시만 기다리거라."
든든하게 배를 채운후 어떤식으로 뚫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마나에게 가속도를 붙어 주었을뿐 자신이 한일은 없었다. 고통을 참았을 뿐이었다. 아마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모르겠구나. 어째든 대견하구나. 이제 마법을 발휘할수 있는게냐?"
"아직은요. 마나를 더 모아야죠."
밤낮으로 이마에 마나를 모으는 일에 매달렸다. 오후에 하던 예법과 대륙 사정은 뒷전이었다. 5개월이 흘러 이제 17살이 되었다. 생일을 몰라 미르코 할아버지가 발견한 날을 생일로 정하고 그때의 나이도 10살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17살이 된것이다. 예상보다 3년이나 더 빨리 성공해 낸것이다.
"이제 마법을 시전해 보거라."
두 할아버지는 안달을 하고 있었다. 이미 혼자서 몇번이고 마법을 발휘해 보았었다. 1서클 마법은 무난하게 발휘가 되었지만 2서클은 아직이었다. 마나 부족이었다.
"라이트!"
번쩍.
"으윽!"
"허억!"
엄청나게 밝은 빛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1서클의 라이트 마법보다 더 밝은 빛이다.
"서, 성공이구나."
"제논! 축하한다."
미르코 할아버지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소원을 손자가 이루어 준것이다.
"아직 마나가 많이 부족해요."
"모든 마나를 다 쏟아 부은게냐?"
"아니요. 조금만 불어 넣었어요."
"엄청난 빛이구나. 마나를 점점 적게 넣어 보거라."
라이트 마법 빛 밝기를 조절해 보라고 했다. 처음하는 시도라서 그런지 잘 되지 않았다.
피식.
조절하는 중에 라이트 마법이 해제되었다. 아직 미숙한 것이었다.
"죄송해요. 잘 되지 않아요."
"아니다. 무리한 요구였구나. 많은 연습이 필요할꺼다."
오전의 마법 공부 시간에 실습도 겸했다. 오후에는 포션 만드는 방법과 마법진 공부를 시작했다. 시간이 날때마다 숲속으로 들어가 시이킥을 시전했다. 역시 상단전인 이마에 마나를 모으자 사이킥은 무사히 발휘되었다. 예전과 다름없는 위력이었다. 그렇게 3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20살이다. 미르코 할아버지는 요즈음 기력이 부쩍 쇠해 침대에 누워 지내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제논! 살 날이 머지 않은것 같구나."
"그게 무슨 말이세요? 마음의 끈을 놓아선 않되요."
"허허허, 내 상태는 내가 잘 안단다. 이걸 받거라."
미르코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마법 주머니를 꺼내 주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주머니안의 편지를 트루네드 백작가로 전하거라. 안드레! 우리 제논을 잘 부탁하네."
"걱정말게. 친구!"
그날밤 미르코 할아버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는 트루네드 백작가의 묘지에 묘자리를 세워 주길 바랬다. 백작가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 했다.
"제논! 네겐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말해 주어야겠구나. 네가 언령 마법을 사용한다는건 될수 있으면 숨겨라. 그리고 이마의 마나를 모두 소모하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땐 이런 방법을 사용하거라."
소주천이라는 원을 그리면 서클 고리와 똑같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안드레 할아버지의 말에 큰충격을 받았다. 왜 지금까지 그런걸 모르고 있었는지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비록 1서클에 불과하지만 큰원인만큼 위력도 엄청날것이다.
"할아버지는 같이 가지 않으십니까?"
"이 나이에 먼여행은 어렵구나."
안드레 할아버지는 6서클 마법사가 되었지만 이미 73세였다. 마법사는 오래 산다고 하지만 73세라면 장수를 한것이라고 했다. 이 대륙의 평균 수명은 50세에 미치지 못한다. 귀족일수록 오래 살고 신분이 낮을수록 빨리 죽는다. 병에 걸리면 고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돈만 있다면 포션이나 신관의 치료를 받을수 있지만 부자가 아닌한 민간 요법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로부터 한달후 미르코 할아버지의 본가인 트루네드 백작가로 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안드레 할아버지가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설명을 반복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것 마냥 심신이 안정되지 않는 것이었다.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몇번이나 산을 내려 간적이 있는 제논으로써도 불안감이 없진 않았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이 대륙은 약육강식의 세계로 귀족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평민이하 계급은 소, 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또한 캐논 드라이브 백작일때의 세상과는 전혀 달랐다.
마물산에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도 없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프론티아 왕국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복수를 할수 없는게 아쉬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캐논 드라이브 백작일때의 왕국들은 마족들과의 큰전쟁으로 모든 왕국이 무너져 새로운 왕국들이 건립되었다고 했다. 완전히 새로운 대륙이었다. 대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그럼 다녀 올께요."
"조심해서 다녀 오거라."
미르코 할아버지의 몸은 마법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로 부패할 염려는 없었다. 트루네드 백작가는 이곳에서 걸어서 석달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도중에 두개의 영지를 지나야 겨우 백작가에 도달할수 있다. 말동무도 없이 혼자서 여행을 하는건 너무 심심했다. 나무 그늘이 보이면 쉬기를 반복하며 야영을 하면서 이동해 겨우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늘 찾아 오던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은 여관에서 쉴수 있었다. 별다른 일도 없이 다음날 아침 일찍 마을을 나섰다. 지금부터는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다. 길도 모르는 상태로 큰길만 따라 가면 다음 마을로 나온다는것만 알고 있었다.
반나절이나 걸어 점심을 먹을려고 나무 그늘에 들어가 빵을 먹고 있을때였다. 다른쪽 길에서 접근하는 긴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수레만 8대정도로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 20여명이 호위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수레 5대는 모두 검은색 천으로 뒤덮혀있었다. 물건을 비바람에서 보호하기 위한게 아니었다.
사각형 마차 모양의 수레로 마부석을 제외하곤 모두 가려져 있었다. 제논이 쉬고 있는 나무 그늘을 지나 가는 호위 용병들이 제논쪽을 바라 보고는 별 경계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멀리 앞쪽으로 가는 수레를 따라 가는 꼴이었다. 가까이 접근할수는 없었다. 이동을 하면서 머리속에서는 마법에 대해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룬어를 조합해 새로운 마법을 만들수 없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은 룬어의 조합이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야영 준비를 해야했다. 저 멀리선 이미 야영 준비를 끝내고 식사 준비까지 하고 있는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주변에 알람 마법을 설치하면서 나뭇 가지를 주워 온후 마법 주머니에서 가죽 한장을 꺼내 자리에 깔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만들어 놓은 수프를 데우고 빵을 찍어 먹었다.
모닥불이 꺼지지 않게끔 주의를 하면서 완전히 깜깜한 밤이 되자 마나 연공을 시작했다. 소주천으로 시작한 연공은 대주천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마나 연공으로 늘 밤을 새우지만 날이 밝아 마나 연공을 멈추면 온몸에 개운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마나 연공을 하고 있을때 주변의 공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것이 느껴졌다. 바람을 타고 전해진 느낌은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급히 마나 연공을 멈추고는 눈을 감고 어느쪽에서 접근하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신이 걸어온 길쪽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하나, 둘, 셋...음...모두 7명이군!'
엄청난 속도였다. 알람 마법이 울려 퍼지자 놈들이 당황한듯 두놈이 제논쪽으로 쇄도하고 다른 5명은 앞쪽에 야영하고 있는 상단쪽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상단을 습격할려는 놈들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대비를 했다.
슈웅.
바람을 가르며 무언가가 쏘아져 왔다.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있었다. 바람이 그렇게 알려 주고 있었다. 어떻게 바람이 알려 주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당장은 쏘아져 오는 물건을 피하거나 막아야 한다.
사사삭.
왼쪽으로 몇걸음 옮겨 가볍게 피했다.
피융.
피융.
그러자 이번엔 두개가 쏘아져 왔다. 가슴과 얼굴을 노리고 있었다.
"실드!"
더이상 피할수는 없어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텅텅.
실드에 막혀 바닥에 떨어진건 작은 화살이었다. 갑자기 자신을 왜 공격하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아마 앞쪽의 상단을 습격함에 있어 목격자를 제거를 생각인것 같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잘못도 없는 자신을 공격한 이상 놈들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라이트!"
번쩍.
공중에 밝은 빛이 터져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자신을 습격한 두놈을 본 제논은 경악했다. 말로만 듣던 귀가 뾰족한 엘프였던것이다.
"엘프?"
정체가 들킨것에 당황한듯 엘프 두놈은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그들의 손에는 작은 단검이 들려 있었으며 등에는 활이 걸려 있었다.
팟.
"앗!"
갑자기 마나 유동이 발생하며 한놈이 사라졌다. 블링크 마법을 펼친것이다. 즉시 앞쪽에서 달려 오는 놈과 거의 동시에 뒤쪽에 모습을 드러내는 놈에게 본능적으로 팔이 뻗어 나갔다. 왜 마법 공격이 아닌 팔이 뻗어 나간지는 모른다.
꽝.
"컥!"
탓.
가슴을 맞아 훨훨 날아 가는 놈에게 달려가 바닥으로 쓰러지는 놈의 목을 움켜 쥐었다.
"크윽!"
"멈춰!"
목을 움켜쥔후 단검을 들고 쇄도하는 놈에게 외쳤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왜 마법 공격대신 몸이 먼저 움직이는지 영문도 모른채였다. 단검을 든 엘프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동료의 안위가 걱정되는것이다.
"크으..."
가슴이 움푹 들어간 엘프는 갈비뼈가 몇개 부러진듯했다.
퍼펑.
"크아아악!"
"엘프다!"
상단쪽에도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홀드!"
혹시 몰라 목을 쥔 엘프의 몸을 구속하고 단검을 든 놈을 바라 보았다.
"왜 날 습격한거냐?"
"......"
"말하지 않으면 이놈은 죽는다."
꽈악!
"커어어어..."
"인간! 저놈들과 한통속이 아니냐?"
"그게 무슨 말이야? 한통속이라면 이렇게 따로 떨어져 야영하겠냐?"
"......"
엘프는 무언가를 생각하는것 같았다. 잠시후 상단쪽을 바라보며 곤혹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착각이다. 사과한다."
"뭐? 사과? 내가 힘이 없었으면 바로 죽었을꺼다. 죽여 놓고 착각했다고 해봐라."
"정말 미안하다. 보답을 하겠다. 원하는걸 말해라."
"...상단은 왜 습격하는거냐?"
보답보다는 그게 가장 궁금했다. 엘프들은 생명체를 죽이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상단을 습격하는 엘프들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 노예 상인들이 우리들 엘프를 잡아 갔다."
"뭐? 정말이냐?"
"그렇다."
할아버지에게 듣기로는 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 가는게 엘프로 귀가 뾰족한게 특징이며 엘프들은 모두 미남 미녀들인 탓으로 노예로 엄청나게 비싸게 팔린다고 했다. 왕국에 따라선 엘프 노예를 금지하는 왕국도 있으며 엘프들은 뛰어난 궁술과 정령 마법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상단쪽을 바라 보았다. 여전히 전투는 계속되고 있는지 비명 소리와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자신을 공격한건 아마 착각했다는 말이 맞을것이다. 홀드를 해제하고 쥐고 있던 목을 놓아 주었다.
- 작가의말
오타나 이상한 내용 지적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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