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천후, 싸움에 휘말리다(1)
154화.
미리 말해 주었으면 분타주가 도착한후 임독맥을 뚫어 주었을것이다. 어쩔수없이 지금은 소주천을 시켜야 한다.
"일단 소주천을 해 보거라. 평소보다 많은 내공이 들어와도 절대로 놀라지 말거라. 넌 지금 임독맥이 뚫린 상태로 많은 내공이 들어 올꺼다. 시작하거라."
걸오가 소주천을 끝낼때까지 살펴 보았다. 주의를 해 주었지만 혹시나 깜짝 놀라 내공이 역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행히 걸오는 무사히 소주천을 끝내고 놀랍다는듯 벌떡 일어나 고마워했다.
"한동안 이곳에서 천추와 같이 수련하거라."
천추는 매일 혼자서 수련을 하는 탓으로 고수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15살에 고수 경지에 든 천추는 무림에 나간다면 큰반향을 불러 일으킬것이다. 내공은 이미 일갑자에 육박하고 있었다.
마나 포션과 마나 집적진 덕을 본것이다. 내공은 엄청나게 많지만 자신과 매일 대련하는 탓으로 주눅이 든 상태다. 항상 깨지는 천추에게 기분 전환을 시켜 줄겸 걸오가 같이 수련을 하면 깨달음을 얻어 절정으로 올라 갈수도 있을 것이다. 깨달음만은 천후도 어쩔수없는 일이다.
"걸오는 찾아 오지 않았나?"
3일후 분타주가 세가를 방문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제자를 걱정하는 분타주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사부님!"
분타주를 본 걸오는 쪼르르 달려갔다. 제자의 머리를 쓰다 듬으며 지하 공간을 둘러 본 분타주는 넒은 공간과 높은 천장을 보고는 놀라워했다.
"천후 형이 임독맥을 뚫어 주었어요."
"응? 형이라니?"
"그렇게 부르라고 했어요."
분타주가 제자의 말을 듣고는 자신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이미 임독맥은 물론 걸오 몸속의 불순물을 모두 제거한 상태며 동생과 같이 수련을 하는 탓으로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말해 주었다.
"벌써 뚫었단 말인가? 고맙네."
제자가 대견스러운지 다시 머리를 쓰다 듬으며 고통을 잘 참았다고 칭찬해 주자 걸오가 고통은 전혀 없었다며 쓸데없는 말을 해 버렸다.
"허허, 어떻게 고통도 없이 뚫을수 있는건가?"
"비법이에요. 그보다 걸오에게 대주천을 빨리 가르켜 주시는게 좋을겁니다."
천추와 같이 지하에서 나갔다. 분타주가 제자에게 대주천 방법을 가르켜 주기 때문이다. 분타주는 저녁때가 되어서 걸오와 함께 지하를 나왔다.
"고맙네. 걸오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해서 하는 말인데 염치없지만 당분간 이곳에서 수련을 해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천추의 수련에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저녁을 먹으며 화가장은 일은 잘 해결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공손세가가 건네준 점포를 모두 정리하고 이곳으로 달려 온것이다.
"야명주로는 보이지 않는데 천장의 저건 대체 뭔가?"
저녁 식사후 다시 지하로 이동하자 분타주가 사뭇 궁금한 표정으로 천장을 가르켰다.
"특이한 야명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법을 설명할 길이 없어 그렇게 얼무버렸다. 걸오가 한동안 이곳에서 수련을 하는 이상 마나 집적진도 사용하게 해 줄 생각이다. 걸오가 나중에 개방에서 중심 인물이 되면 은천세가에 큰도움이 될것이다. 천추와도 이미 형, 동생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실은 이걸 노리고 걸오를 지하로 데려 온것이다.
"분타주님, 그리고 걸오 넌 지금부터 보여 주는 건 절대 비밀입니다."
"뭔데 그러나?"
"내공을 모을수 있는 진법을 보여 드릴겁니다. 그 진법안에서 내공 연마를 하면 엄청난 내공을 모을수 있거든요."
"그, 그런 진법이 있단 말인가?"
분타주는 믿기지 않아 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진법이 있다고 말하면 믿지 않을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천추야, 보여 드려라."
"응."
지하 한쪽 구석으로 간 천추는 시동어를 외치자 번쩍 밝은 빛을 뿌리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드러났다. 그 문양 중심으로 기(氣)가 몰려 들고 있었다. 분타주와 걸오는 갑자기 번쩍인 빛에 질근 눈을 감고 뜨자 이상한 문양이 드러난 곳에 몰려드는 기(氣)에 깜짝 놀라며 마나 집적진을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다.
"저, 저게 진법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일단 분타주님이 들어가서 중앙에 앉아 내공 연마를 해 보십시요. 아! 빨려 들어 오는 기(氣)에 너무 놀라면 내공이 역류될지도 모릅니다. 절대로 놀라지 말고 평점심을 유지해야 됩니다."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만약 분타주의 내공이 역류될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마나 집적진을 중지시키고 치료를 해야한다. 조심스럽게 마나 집적진으로 다가간 분타주는 살며시 발을 들여 놓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곤 중앙에 앉았다.
눈을 반개한채 내공 심법을 돌리고 있던 분타주의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순식간에 원래되로 돌아 온것으로 볼때 경악에서 곧바로 평정심을 되찮은것 같았다. 분타주의 내공 연마는 오래 걸렸다. 욕심이 많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허허허, 이런 진법이라니...믿기지 않는군."
겨우 마나 집적진에서 나온 분타주는 놀랍다는듯 마나 집적진을 되돌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걸오! 너도 한번 해 보거라."
"예."
천후의 말에 걸오는 사부인 걸추 분타주를 바라 보자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놀라지 말고 냉정히 대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마나 집적진을 한번씩 경험한 분타주와 걸오는 이제 은천 세가를 벗어 날수 없을것이다.
마나 집직전에 푹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후의 말에 분타주는 은천 세가를 나설수 밖에 없었다. 청룡단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분타주에게 무림맹으로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남궁세가로 슬슬 떠나야 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은 상태지만 중원도 구경하며 분타주와 떠나기로 했다. 떠나기전에 분타주는 걸오에게 이것저것을 가르키며 돌아 올때까지 수련을 하라고 했다. 천후는 할아버지와 아버님께 중원을 둘러 본다며 몇달 걸린다는 말을 해 주었다.
천후의 나이때면 의례 무림행을 하는 나이다. 별다른 반대도 없이 무림행을 허락하며 아이나 노인을 조심하라며 다녀 오라고 했다. 분타주와 함께 북쪽으로 이동했다. 복건성위쪽에 위치하는 강서성으로 북상했다.
강서성 북쪽 왼쪽의 호북성 무한에 무림맹이 있으며 오른쪽 안휘성에 남궁세가가 위치하는 합비가 있다. 강서성과 호북성, 안휘성의 세 지역이 맞물리는 꼭지점 아래의 남창이라는 곳에서 헤어 지기로 하고 먼저 강서성으로 들어 갔다.
인적이 없는 곳에선 경공으로 이동하고 마을이 보이면 들러는 식이었다. 강서성에서 가장 큰 남창(南昌)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감강(赣江) 옆에 자리하는 남창은 강남의 교통 중심지로 큰도시다.
남창에 오면 반드시 등왕각(滕王閣)에 들러야 한다면 분타주를 따라갔다. 등왕각은 호북성의 황학루(黃鶴樓)와 호남성의 악양루(岳阳樓)와 함께 중국 3대 누각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등왕각은 겉모습은 7층이지만 내부는 9층이라네. 신분에 따라 올라 갈수 있는 층이 다르지."
정보에 밝은 개방 방도가 아니랄까봐 분타주는 침을 튀겨가며 설명해 주었다. 일반인은 일층까지가 한계지만 무림인은 이층과 삼층까지는 신분에 상관없이 올라 갈수 있지만 삼층은 적어도 일류이상은 되어야 올라갈수 있다.
괜히 일류도 아닌데 올라가 싸움이 벌어 진다면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기에 스스로 일류가 아니라면 올라가지 않는다. 사층은 무림의 후기지수나 고수 이상까지 올라 가고 오층은 문파 장로나 무림에 명망 높은 자들이 올라간다. 육층은 문파 장문인은 되어야 올라갈수 있으며 중소문파 문주는 함부로 올라 갈순 없다. 칠층 이상은 무림맹 맹주나 왕족 신분 이상이 올라갈수 없다고 분타주가 설명했다.
분타주를 따라 거대한 누각인 등왕각으로 올라 갔다. 일층엔 빈자리를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사층으로 올라갔다. 이, 삼층에 앉아 있던 무인들이 사층으로 올라가는 분타주와 자신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점소이로 보이는 자도 분타주를 제지하진 않았다. 이층 이상으로 올라온 자는 무림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타주가 냄새를 풀풀 날리고 있다고 해도 개방 방도에게 함부로 나가라고 말할순없다. 넓은 사층의 탁자에는 빈자리가 몇개 없을 정도였다.
빈자리로 이동하며 탁자 사이를 걸어가자 분타주의 냄새에 눈쌀을 찌뿌리고 있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자는 없었다. 이미 개방 출신이란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냄새를 풀풀 풍기는 분타주 덕을 볼때도 있었다.
안내하는 사층의 점소이가 가장 구석진 안쪽 창가로 안내한 덕분으로 활짝 열려 있는 창문너머로 감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황하가 누런 강물이라면 감강은 비가 온 뒤인지 회색에 가까웠다.
등왕각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라고 하는 리하오차오라러우(藜蒿炒臘肉)라는 요리와 죽엽청 한병을 부탁했다. 리하오차오라러우는 이 지역 특산물인 쑥과 말린 돼지 고기를 같이 볶은 요리였다.
"이제 자네는 안휘성으로 가는 건가?"
"예. 약속했으니까 가 봐야죠."
"아직 남궁세가와 어떤 관계인지는 말할수 없는가?"
"나중에 알게 될꺼에요."
이곳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안휘성으로 간다고 하자 남궁세가로 간다는 것을 파악한 분타주가 무슨 일로 가는지 꼬치꼬치 캐 물었지만 얼무버리기만 했을뿐 답해 주진 않았다.
쑥 줄기와 말린 돼지 고기를 얇게 썰어 볶은 리하오차오라러우를 음미하며 죽엽청을 반쯤 비워 가고 있을때 갑자기 반대편 창가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싸움이 벌어질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저들은 누굽니까?".
"음, 모르겠네."
전신이 검은색 복장에 죽립을 쓴 두명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탁자앞에 세명이 서서 소리치고 있었다. 세명은 등만 보이는 탓으로 어느 문파 소속인지는 모른다. 중원에 저런 검은색 복장을 하고 돌아 다니는 무인은 거의 없다. 특이한 복장은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저들이 만약 죽립이 아니라 복면을 쓴다면 살수로 보일것이다.
"네놈들이 살수가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란 말이다."
세명이 소리치는 것도 죽립인들이 살수가 아닌지 해서 확인하고 있는것 같았다. 저 세명이 무슨 배포로 그런걸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괜한 분란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이다. 죽립인들은 자신의 무공에 자신이 없다면 굳이 저런 복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탁!
술잔을 탁자위에 내려 놓은 죽립인 둘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 나는가 싶더니 언제 검을 뽑았는지 세명의 목을 그어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흥미로운 얼굴로 지켜 보던 사층 손님들이 깜짝 놀라며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죽립인들을 경계하고 있을때 가타부타 죽립인들이 근처 탁자의 사람들에게 달려 들어 검을 휘둘렀다.
"꺄아악!"
"크악!"
순식간에 사층은 아비규환으로 변해 버렸다. 급습을 당한 죽립인들 주변의 손님들이 몇의 목이 날아 나고 다른 자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 대처했다.
"저 놈들은 대체 뭐야?"
분타주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놈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이쪽과는 거리가 먼탓으로 피해는 없었지만 반대편은 이미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었다. 복면인들의 실력이 월등한 탓으로 죽은 자들만 해도 이미 열명이 넘어 가고 있었다.
쩡!
"네놈들은 누구냐?"
"......"
쩌정!
"컥!"
묻는 말에 일체 대답이 없는 죽립인들은 묵묵히 무기를 휘두르기만 했다. 사층 손님들은 대부분 젊은 무인들이었다. 죽립인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나이를 짐작할순 없지만 실력으로 볼때 고수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죽립인들을 피해 우르르 이쪽으로 몰려 오는 무인들로 인해 천후와 분타주도 자리에서 일어 날수 밖에 없었다.
"도와 줘야 하지 않느냐?"
"제가 왜요?"
"너라면 저들을 제압할수 있을게 아니냐?"
분타주의 말에 이쪽으로 몰려온 청년들과 여자들 몇명이 천후를 돌아 보았지만 나설 생각은 없었다. 괜한 일에 말려 들기 싫어서였다.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죽립인들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 보았다.
'응? 마기?'
깜짝 놀랐다, 겉으로는 마기를 사용하고 있다는걸 전혀 알수 없었지만 죽립인 둘 모두 마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마인들이 왜 이곳에서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벌이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냐?"
천후가 놀라고 있을때 오층에서 중년인 두명이 내려왔다.
쩡!
"컥!"
울컥.
우당탕.
쩡쩡!!
하지만 계단으로 내려온 중년인을 향해 달려든 죽립인이 검을 휘두르자 어정쩡한 모습으로 방어를 한 탓으로 큰충격을 받았는지 계단으로 넘어지며 피를 한모금 뿜어냈다. 내상을 입은게 틀림없어 보였다.
앞선 중년인이 쓰러지자 뒤쪽에서 따라 내려 오던 중년인이 급히 중년인을 타고 넘어 죽립인을 공격했다. 중년인과 죽립인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사층의 젊은 무인들을 죽이고 있던 다른 죽립인이 가세하자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삼층에서도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 오며 사층으로 급히 올라온 사람들이 강시가 등장했다고 외쳤다.
쩡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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