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천후, 싸움에 끼어들다(2)
147화.
천후가 나서지 않았다면 큰이모부님이 직접 나서 상대했을것이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만약 진다면 태극문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져 봉문을 해야 한다. 중소 문파의 봉문은 그대로 멸문을 의미한다.
큰이모부님이 싸움에서 진후에 천후가 나서 이겨도 문제였다. 문주가 이미 패배한 마당에 다른 자가 나서 승리해도 문주로써의 체면은 이미 구겨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문파의 문주는 싸움에서 져선 않된다.
될수 있는한 싸움엔 참가하지 않고 해결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처럼 어쩔수 없는 상황에선 다른 자를 대신 내 보내야 한다. 다른 자가 져도 상관없다. 몇명을 내 보낸후 전면전으로 몰아가 승부를 봐야한다. 전면전에서 패배해 봉문을 해도 문주가 직접 패하는것 보단 나았다. 세간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쩡!
처음부터 검기를 사용했다. 괜히 아껴 두었다가 당할수도 있다. 실전에선 처음 사용하는 무량 신법과 무량 검법을 시전하며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아직 제왕검형을 변형한 무량 검형은 미흡한 탓으로 시전할때가 아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천후의 움직임에 귀검시랑은 놀라며 방어하고 있었지만 이미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일대 일 대결에선 기세가 중요하다. 비슷한 내공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은 선공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승부는 결정된다.
쩡! 쩌정!!
파팟.
서너합을 주고 받으며 공세를 늦추지 않은 천후의 공격에서 벗어 날려는 귀검시랑은 강기를 시전해 공세로 전환할려고 했다.
꽝!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의 굉음이 들려 오며 서로가 한발씩 물러났지만 즉시 천후가 달려 들었다.
"놈! 감히 사술을!"
꽝!
귀검시랑은 천후가 시전한 강기를 사술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천후 나이대로썬 아무리 노력해도 강기를 시전할수 없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으음...어떻게..."
귀검시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달려 들었다. 강기 운운하면 큰이모부님에게 시달릴것을 생각하면 귀검시랑이 말을 할 시간을 주어선 않되었다. 나중에 물어 보면 검기라고 우길 생각이다.
쩡!
"크윽!"
주르르.
처음으로 귀검시랑이 뒤로 밀렸다. 한번 몰아칠땐 폭풍같은 기세로 밀어 부쳐야 한다.
탓.
다시 강기를 시전해 검을 휘둘렀다.
쩡!
펑!
"컥!"
귀검시랑의 검이 박살나며 충격을 받자 신음을 흘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왼쪽 어깨를 향해 검을 내려 그었다.
사악.
"크아악!"
왼쪽 어깨에서 가슴으로 비스듬하게 상체가 잘려 나간 귀검시랑의 상반신이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와아!!"
태극 문도들이 환호성을 내뱉는 반면 갈천문 무인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때 천후는 갈천 문주에게 달려 들었다. 항복이라니 뭐니 해서 살려두면 후환을 남겨 두게 된다. 후환의 불씨는 남겨 두지 않는게 훗날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선택이다.
"마, 막아라!!"
당황한 갈천 문주가 급히 무인들 틈으로 들어 갈려고 했다.
"사이킥 슬로우!"
쉬익!
검을 휘드르며 사이킥을 해제했다. 완전히 무인들 틈으로 들어 가지 못한 갈천 문주는 목에 금이 그어졌다. 갈천 문주의 머리는 서서히 옆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손의 느낌으로 확실히 갈천 문주의 목을 잘랐다고 확신한 천후는 즉시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갈천 문도들은 모두 검을 버려라."
"헉! 무, 문주님!"
"아, 아버님!!"
갈천 문주의 목이 떨어지자 깜짝 놀란 갈천 문도들이 문주의 목을 받아 들때 소문주로 보이는 놈이 소리쳤다.
팟.
그때 천후가 다시 움직였다. 소문주 놈까지 죽일 생각이다. 철저히 후환을 남겨 두지 않을 생각이다. 소문주의 처리는 어렵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갈천 문주의 머리통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주의 목까지 잘라 버리자 경악한 갈천 문도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갈천문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죽자 전의를 상실한 문도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고 있을때 두놈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 나고 있었다. 놈들은 귀검시랑과 함께 무이촌의 식당에 들렀던 놈들이었다. 귀검시랑의 제자들인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놈들을 살려 둘 이유는 없었다.
팟.
"으아악!"
갑자기 천후가 다시 달려 들자 갈천 문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갈라 졌다. 다른 자들을 무시하고 달려 오는 천후의 모습에 둘은 즉시 경공을 펼쳐 연무장 담장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이킥 슬로우!"
지켜 보는 이들은 도주하는 둘의 움직임이 느려진 만큼 천후의 움직임은 대조적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보일것이다. 순식간에 뒤를 잡은 천후는 두놈이 담장위로 거의 올라서는 순간 목을 베어 버렸다. 이미 다섯명을 죽여 버린 천후가 갈천 문도들을 둘러 보자 두려움에 모두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문주님,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그러마."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태극 문도들의 경외의 시선을 받으며 연무장을 벗어났다. 이것으로 자신이 할일은 다 한 셈이다. 너무 설친 탓으로 자신의 소문이 퍼지게 될것이 걱정이었지만 큰이모부 문파가 봉문하는것 보단 나았다.
"어떻게 된건가?"
"....."
저녁 무렵 큰이모부가 찾아 왔다. 다짜고짜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도 할말이 없었다.
"절정...인가?"
"고작 강기 몇번을 시전할수 있을 뿐이에요."
귀검시랑처럼 고수라고 해도 강기를 몇번은 시전할수 있다. 고수라든가 절정이라는 경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음...대단하구나. 그 나이에 그런 경지는 오랜 무림 역사속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을꺼다. 너무 과신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거라. 그리고 되도록 살인은 자제토록 해라."
"걱정마세요. 이번엔 후환을 남겨 두지 않기 위해 일부러 죽인거에요."
"어째든 고맙다. 네 덕분에 미천촌을 완전히 장악할수 있게 되었단다."
큰이모부는 바쁘다며 방을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이모가 찾아와 모두 들었다며 눈물까지 흘리며 고마워했다. 한숨도 자지 못한듯 피곤한 표정의 큰이모부와 화려한 아침 식사를 하고 태극문을 나섰다.
며칠 쉬어 가라는 것을 세가에서 무슨 일로 나온것인지 설명을 하자 강시라는 말을 들은 큰이모부는 깜짝 놀라며 그런 강시들은 개인적으로는 만들수 없다며 지원을 하는 배후 세력이 있을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두툼한 주머니 한개를 받고 태극문을 나서 미천촌을 벗어 나자 미천촌 어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곳으로 안내한 분타주가 나무 그늘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일부러 졸고 있다는걸 알고 있어요. 절 기다린거에요?"
"귀신 같은 놈. 그래, 기다렸다. 너 혼자 다 해결했다며? 어떻게 귀검시랑까지 죽일수 있었냐? 설마 절정은 아니겠지?"
"운이 좋았죠. 기습을 한것이니까요."
무이촌 분타주는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개방 제자들이 멀리서 지켜 보고 있었던것 같았다.
"운은 개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테니까 솔직히 말해. 귀검시랑을 운빨로 죽일수 있을것 같냐?"
"만년석균 덕을 본거죠. 내공이 빵빵하게 불어 나더라고요. 막강한 내공으로 기습해 겨우 죽일수 있었습니다."
"정말이냐? 만년석균이 그렇게 내공을 많이 늘려 주더냐?"
분타주는 아직 복용하지 않은것 같았다. 먹어 보면 안다고 하자 망설이는 눈치였다.
"얼마나 먹은거냐?"
"한움큼요."
"뭐? 그렇게 많이 먹었다고? 대체 얼마나 많은 만년석균을 채취한거냐?"
기겁하는 분타주는 만년석균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무림인이라면 영약에 매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단번에 몇십년의 공력을 정진시켜 주는 영약을 누가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서로 차지할려고 몰려 들것이다.
"다 먹어 버렸는데요."
"미친놈! 그걸 다 먹어! 아이고, 아까워라! 검귀! 태극문의 일이 잘 해결되었는데 내겐 콩고물같은것도 없는거냐?"
"검귀(劍鬼)라니요?"
"이놈아, 네 별호가 검귀다. 귀검시랑을 죽인 탓으로 검귀나 귀검이란 별호가 붙었어. 귀검은 뭔가 으스스해 검귀라고 부르는거다."
별호가 생긴것은 무림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지만 정파인으로 검귀나 귀검이라는 별호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별호 따위에 연연하는 천후도 아니었다. 하는 일도 없었으면서 대가를 바라는 분타주는 욕심이 많았다. 분타주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의미심장한 말을 해 주었다.
"지금은 없지만 무이산에 한번 더 들어 가면 되죠."
"만년석균이 아직 남아 있는거냐?"
"....."
만년석균이 무이산에 남아 있을거라고 착각하는 분타주였다. 분타주와는 얼마 걷지도 못하고 헤어졌다. 세가로 가는 길과 무이촌으로 가는 길이 달랐기 때문이다. 천후가 세가로 돌아가고 있을때 분타주는 무이촌으로 돌아가 제자들을 닥달해 무이산을 뒤지고 다녔다. 강시 제조를 하던 동굴을 중심으로 만년석균을 찾기 위해 제자들을 푼것이다.
***
"그렇게 된것입니다."
"음, 강시라니...고생했다."
세가로 돌아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무이산에서의 일과 태극문에서의 일을 설명하고 만년석균과 천년 하수오 두 뿌리를 꺼내 놓았다. 만약을 위해 만년석균은 모두 꺼내 놓진 않았다.
"허허, 이게 말로만 듣던 만년석균이냐?"
"잘 알아 보고 복용하세요."
"손주를 잘둔 덕에 이런 영약도 먹어 보겠구나."
천년 하수오보다 당연히 만년석균에 시선이 갔다. 세가에서의 일은 정해져 있다. 이른 새벽 무량 신공을 운공하고 동생인 천추에게 무공을 가르켰다. 오전은 자신이 가르키고 오후에는 할아버지가 가르키고 있는 중이다.
15살인 천추는 이미 마나 포션도 두병이나 마셔 내공이 빵빵했다. 저 나이 또래에서 가장 많은 내공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임독맥이 뻥 뚫린채 매일 마나 집적진위에서 내공 수련을 하는 덕으로 내공을 모으는 속도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엔다이론에게 부탁해 동생의 몸도 이미 개조시킨 상태다. 고무공처럼 탄력있는 몸으로 개조시킨 덕으로 엄청난 내공을 모아도 몸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여동생인 천예의 몸도 천추와 똑 같이 개조시키고 마나 포션을 한병만 먹였다.
아직 12살인 탓도 있지만 비연검의 제자로 들어가 비연검을 따라 모종의 비처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여동생과 만날려면 적어도 10년정도는 흘러야 한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4년이 흘렀다. 이제 스무살이 된 천후는 무량 신공도 점점 발전해 단전에는 둥근 내단이 점점 커져 가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냐? 찾아 온다 온다 하며 이제야 찾게 되었다."
아버님의 호출에 집무실로 향하자 무이촌의 개방 분타주가 함께였다. 4년만에 만나는 분타주는 조금 늙어 보이는것 빼곤 변함이 없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온거에요?"
"지금 중원은 난리가 난 상태다. 도처에서 실종되는 민간인과 무인들로 인해 무림맹에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지역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손이 부족한 상태다."
"실종이요? 4년전에 이 지역에서도 그런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래.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단서를 잡지 못했다고 하더라."
무림맹에서 각 문파에 원조를 받기 위해 무림 대회를 개최해 젊은 무인들을 선발한후 실종 조사에 투입할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분타주가 각 문파를 방문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변방의 문파가 무림맹에 입성해 일을 한다는 것은 큰출세를 하는 것이나 마찮가지지만 변방 문파 출신이 무림맹에 간다고 해도 큰자리를 차지할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대문파에 비하면 실력은 물론 경험도 부족한 탓으로 시다바리 신세로 전락할것이 뻔했다.
가 봐야 환대는 커녕 무시당할것이 눈에 선했다. 그럴때 특출한 실력을 선보인다면 명성에 흠집을 내기위해 시기하고 모함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 꼴을 보기 싫어 가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되었다.
옛 인연인 남궁 세가 인물들을 만나 보고는 싶지만 만난다고 해도 환생했다고 설명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세가에 남아 있을 생각이다.
"검귀, 무림맹으로 가지 않겠느냐?"
"제가 왜요? 가 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할텐데요?"
"천후야, 무림 전체의 일이다. 정파로써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단다."
"아버님,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요. 만약 제가 가서 실종 사건을 해결하면 제 명성은 물론 세가도 널리 알려지겠죠. 그럼 실종 사건의 배후에 있는 세력이 저희 세가로 쳐 들어 올지도 몰라요. 세가 무인들의 피를 보고 싶은 겁니까?"
다분히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도처에서 실종 사건이 벌어진것이라면 한두명이 범인이 아니라 어떤 큰 조직일것이다. 그런 조직이 세가를 급습해 온다면 할아버지 혼자서는 막을수 없다. 세가를 위해서라도 가지 않는게 상책이다.
아버지는 세가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걸 원하는것 같았다. 변방의 중소 문파가 이름을 떨쳐봐야 한세대에 불과하다. 자신이 언제까지 세가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사라지면 천추가 대신 세가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동생인 천추에게 자신이 사라져도 세가가 아무런 문제도 없게끔 무공을 가르키고 있는 것이다.
"무림인이라면 그런걸 두려워해선 않된다."
"그래도 가지 않을꺼에요."
"네가 가면 큰자릴 차지할수 있을꺼다."
"분타주님, 자꾸 바람 넣지 마세요. 중원 도처에서 실종 사건이 벌어진다면 이 지역에서도 언제 실종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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