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제논의 힘(1)
42화.
"자네는 마법사인가?"
"그렇습니다."
"몇서클인지 물어 봐도 되나?"
이런 질문을 예상했는지 안드레 할아버지는 언령 마법사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혹시나 서클을 물어 오면 4서클 유저라고 말하라고 했다. 만약 다른 마법사가 있어 마나 서치를 몰래 펼쳐 서클을 알아 볼려고 해도 자신은 심장에 서클이 없는 관계로 알아 볼수 없을것이라고 했다.
마탑이 아닌 이상 백작령엔 4서클이상의 마법사는 없다고 했다. 2,3서클 마법사가 마나 서치를 펼쳐 서클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신보다 서클이 높다고 판단해 무시하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마법사는 자신보다 상위 마법사의 서클은 감지할수 없기 때문이다.
"4서클 유저입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소영주는 깜짝 놀라며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섰다. 놀란 눈빛으로 다시 확인하듯 입을 떼었다.
"자, 자네 몇살인가?"
"20살입니다."
소영주의 놀라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20살에 4서클 유저이면 엄청난 재능이다. 천재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실력이다. 그런걸 모르는 제논은 안드레 할아버지의 말에 따랐을뿐이었지만 소영주의 표정을 보고 뭔가 실수를 한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대륙 사정에 어두운 일면을 드러낸 꼴이었다. 캐논 드라이브 일때의 기억을 되살렸다면 이런식으로 말하지 않았을것이다. 한편, 안드레 할아버지는 그런걸 알고 있었을텐데도 왜 그렇게 말하라고 한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작은 할아버지에게 마법을 배운겐가?"
"그렇습니다."
"음...굉장한 손자를 남겨 두셨군."
소영주가 안내한 곳은 노인 한명이 누워 있는 큰침실이었다. 노인의 앞에는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한명이 있었다.
"아버님 용태는 어떠신가?"
"변함없으십니다."
4서클 마법사인 아르메인은 소영주 뒤쪽의 제논을 힐끗 바라 보았다. 영주를 치료해도 별다른 호전이 없자 자신외에 다른 마법사를 초빙해 온것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청년 마법사가 자신보다 서클이 높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치료에 특화된 마법사일지도 몰랐다. 그런 마법사가 펼치는 힐링 마법은 효과가 탁월하다. 마법사들은 어느 한분야를 파고 든다. 공격 마법인 화염이나 물등에 특화된 마법사나 치료에 특화된 마법사등 다양하다.
'마나 서치!'
슬쩍 젊은 마법사의 서클을 살펴 보았지만 이상하게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저 나이에 자신보다 고서클 마법사라고는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정령사?'
마법사가 아니라면 정령사 밖에 없었다. 아니라면 서클을 감지하지 못하게끔 하는 아티팩트를 몸에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네는 그만 나가 보게."
"알겠습니다."
중년의 마법사가 밖으로 나가자 소영주는 제논을 데리고 침대로 다가 갔다. 침대에는 미르코 할아버지보다 더 늙어 보이는 노인이 누워 있었다. 아마 미르코 할아버지의 형인 영주일것으로 추측되었다.
"아버님! 미르코 작은 할아버님 손자가 찾아 왔습니다."
"누구...라고?"
"아버님 막내 동생인 미르코 할아버님 손자입니다."
귀가 먼것인지 소영주는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알아 들었는지 눈이 커지며 제논을 올려다 보았다. 큰할아버지에게 무릎을 낮추고는 눈높이를 맞추어 주었다. 그런 행동에 옆에 있던 소영주는 어지간히도 놀란듯했다.
"제논 트루네드라고 합니다."
"누...구?"
역시 귀가 잘 들리지 않는것 같았다.
- 제논 트루네드라고 합니다. 미르코 할아버지의 손자입니다.
즉시 메세지 마법을 사용했다. 머리속에 직접 말을 거는 메세지 마법이라면 귀가 먼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자...자네가...미르코의...손자라고?"
- 그렇습니다.
"마...법사인가?"
- 그렇습니다.
마법사라는 말에 또다시 눈이 커지고 있었다. 말을 더듬는 큰할아버지에게 미리 말해 주었다. 미르코 할아버지에게 마법을 배운것이며 마나의 품으로 돌아 가신 할아버지는 백작가의 묘지에 잠들고 싶어 한다는 내용도 말해 주었다.
"그렇...게 하게. 혼자..있고...싶구나."
소영주와 밖으로 나와 집무실로 향했다. 동생인 미르코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
"큰할아버님은 어디가 아프신겁니까?"
"음...노환이라네. 신관도 더이상은 어쩔수 없다며 포기한 상태네. 그래서 마법사를 초빙해 힐링 마법을 펼쳐 조금이라도 오래 사시게끔 노력하고 있다네."
노환이라면 어쩔수가 없었다. 바디 체인지를 하지 않는한 수명을 늘릴수는 없었다.
"자네는 작은 할아버지 장례를 마치면 이곳에 정착하지 않겠나?"
"할아버지 친구분이 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분도 마법사신가?"
"그렇습니다."
소영주는 안드레 할아버지도 백작가로 초대한다며 이곳에 정착하라고 부탁했다. 마법 연구 시설까지 마련해 준다며 정착하길 원했다. 마법사가 백작가에 소속되어 있는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력 상승이다. 바로 답해 줄순 없었다. 안드레 할아버지와 상의를 해 봐야했다. 다음날 미르코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루었다. 소원대로 백작가 전용 묘지에 모신것이다. 제논과 소영주, 그리고 소영주 아들 장남인 아르반이 함께했다.
***
어제 저녁 만찬에 초대되어 소영주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었다. 소영주는 부인과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었지만 장남인 아르반외에는 모두 출가를 한상태였다. 아르반은 37세로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었다. 7촌 조카인 브룩슨과 데릭슨이 마법사라는 말에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 보았었다. 무사히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룬후 배정된 방에서 쉬고 있을때 큰할아버지 방에서 보았던 마법사가 방문했다.
"자네가 마법사라고?"
"그렇습니다."
"음...대체 몇서클이길래 마나 서치에 감지되지 않는겐가?"
"그걸 왜 알려 줘야 합니까?"
서클을 직접 물어 보는것도 실례되는 행동이다. 아마 자신의 나이가 어려 저런식으로 나온것이겠지만 마법사에게는 서클이 모든것을 우선한다.
"미안하네. 어느 마탑 소속인가?"
"소속은 없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마법을 배워서요."
"할아버지 이름을 말해 줄수 있나?"
"미르코 할아버지와 안드레 할아버지입니다."
중년의 마법사 아르메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 본적이 없는 마법사였다. 마나 서치를 방해하는 아티팩트를 지니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시종장의 말로는 젊은 이 자는 마법사라고 했다. 몇서클인지는 모른다고 해서 직접 찾아 온것이다.
"아티팩트를 지니고 있는겐가?"
"죄송합니다."
"음, 난 샤인 마탑 소속 4서클 유저 아르메인이라고 하네."
"제논 트루네드입니다. 죄송하지만 서클은 밝힐수 없습니다."
자신의 서클을 밝히는건 자유다. 일부러 말하지 않는 마법사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것도 3서클 이상의 마법사에게만 해당된다. 1, 2서클 마법사는 마법사 취급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르메인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 갈수 밖에 없었다. 무얼 물어 봐도 제대로 답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작가에 있을때 소영주에게 부탁해 기사들과 대련을 해 사자의 본능을 자제할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 생각해 봤는가?"
"정착하는 문제는 안드레 할아버지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소영주님!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뭔가?"
"기사들과 대련을 하게 해 주십시요."
소영주가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마법사가 기사와의 대련을 하고 싶다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다.
"제가 경험이 너무 부족합니다. 마법을 배우기만 했지 누군가를 상대로 사용해 본적이 없거든요. 저는 물론 기사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오히려 부탁하고 싶은 일이네."
기사들은 마법사와 실제로 싸우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 이유로 어떤식으로 마법사를 제압하면 되는지 말로만 설명을 듣는다. 그런 마법사와 대련을 하게 된다면 큰도움이 될것이다. 소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근처의 줄을 잡아 당기자 시종장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단장을 불러 주게."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근육으로 뭉친 중년인이 들어왔다. 날카로운 눈빛의 기사 단장이라고 짐작되는 중년인은 위엄이 넘쳐 흘렀다.
"부르셨습니까?"
"어서 오시게. 자네도 이미 들어 알고 있듯이 내 조카일세."
"제논 트루네드입니다."
"총기사 단장인 보르보 데 모르디라고 하네."
트루네드 백작가는 두개의 기사단이 존재한다. 제1기사단과 제2기사단으로 각각 25명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사단별로 단장이 존재하며 두개의 기사단을 총괄하는 총기사 단장이 바로 눈앞의 보르보 기사 단장이었다.
"단장! 내 조카는 4서클 마법사라네."
"4서클요? 젊은 나이에 굉장하군요."
"조카가 기사들과 대련을 해보고 싶다고 하네. 경험이 전혀 없다더군."
"정말입니까? 당장 준비를 하겠습니다."
단장의 말에 소영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환해진 단장은 집무실을 뛰쳐 나갔다. 근한시간이나 지난후 시종장이 들어와 기사들이 준비가 되었다고 했다. 시종장을 따라 가기 전에 테인을 불렀다. 테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것이다.
"같이 가세."
소영주와 함께 시종장을 따라 간곳은 커다란 연병장이었다. 그곳에는 20명의 기사들이 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치고 정렬해 있었다. 보는 것만 해도 위압감이 들 정도였다.
"충! 제1기사 단장 마스 디 케르먼! 소영주님을 뵙습니다."
"추~웅!!!"
단장의 인사에 모든 기사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이야기는 들었을것이네. 내 조카는 4서클 마법사다. 제논! 인사를 하거라."
"예! 제논 트루네드입니다. 제가 경험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대련 신청을 하는 겁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수 있게끔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아, 대련 준비를 하도록."
총기사 단장이 나서자 기사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연병장을 빙 둘러 싼 형태로 정렬했다.
"제논 마법사! 중앙으로 가서 대련하고 싶은 기사를 지목하게."
"감사합니다. 테인! 잘 지켜 봐."
"예."
저벅저벅.
연병장 중앙으로 걸어가 멈춘후 기사들을 빙 둘러 보았다. 케논 드라이브였을땐 소드 익스퍼트가 되기 노력했었지만 사이킥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익스퍼트는 되지 못했었다. 기사들을 둘러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부족한 저와 대련을 해 보고 싶은 기사분은 누구라도 좋습니다."
"내가 먼저 해 보겠습니다."
2미터는 넘을듯한 거구의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마치 큰산이 걸어 오는듯한 느낌이었다.
"코린 알프레드입니다."
"제논 트루네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오십시요."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사자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한 훈련이다. 본능이 튀어 나오기 전에 쉴새없이 마법을 펼칠 생각이다.
스르릉.
덩치가 큰만큼 무기도 거대한 클레이모어였다. 일반인은 휘두르기도 어려울 정도의 길이로 날카롭지는 않지만 저 무기에 맞으면 떡이 될것이다.
부우~웅!
가볍게 한번 휘두른 클레이모어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긴여운을 남긴채 사라지자 공격 준비 자세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갑니다. 조심하십시요."
타앗.
거대한 산이 짖쳐 들어 오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자는 그런 압도적인 위압감에 움직이지도 못한채 목이 달아 났을것이다.
"슬로우! 매직 미사일!"
감속 마법으로 먼저 코린경의 움직임을 느리게 제어하고 매직 미사일 3발을 날려 보냈다.
퍼펑.
꽝.
"윽!"
두발의 매직 미사일을 상쇄를 했지만 등뒤로 돌아간 한발에 그대로 등을 강타 당했지만 위력적인 매직 미사일이 아닌탓으로 큰부상은 입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육중한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어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코린경은 등을 얻어 맞고 앞쪽으로 몸이 쏠리자 그 기세를 이용해 앞으로 돌진해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부~웅!
"그리스!"
자신의 뒤쪽에 마찰계수 O인 그리스 마법을 시전한후 뒤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물러나 클레이모어의 범위를 벗어났다.
꽈앙!
애꿎은 연병장이 움푹 파이며 굉음이 들려오며 흙먼지가 풀풀 날았다. 엄청난 힘이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겁니까?"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마법이 아닌 힘으로 상대해 보겠습니다."
"힘?"
본능에 의지한 힘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사자의 힘으로 상대해 봐도 될것같았다. 제논의 말을 들은 다른 기사들이 웅성거렸다. 마법사가 마법이 아닌 힘으로 대결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조심하십시요. 갑니다."
팟.
사자의 힘을 사용한다고 강하게 생각하자 근육이 꿈틀거리며 팽팽하게 당겨져 코린경에게 쇄도해 들어 갔다. 마법사가 마법이 아닌 힘으로 상대한다는 말에 코린은 잠시 당황했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는 코린은 클레이모어를 움켜 쥔후 칼날이 아닌 칼등으로 허리를 향해 후려쳤다. 혹시나 칼날로 후려쳐 정통으로 맞는다면 허리가 두동강이 날것이다. 소영주님의 조카를 죽일순 없는 노릇이다.
부아앙!
좀전보다 더 큰 소리를 동반하며 마법사의 허리를 강타할려는 순간 마법사가 펄쩍 뛰어 올라 클레이모어를 밟고는 자신의 얼굴을 향애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어엇!"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피할수가 없었다. 피할려면 일단 클레이모어를 버린후 물러 나야하지만 기사가 자신의 무기를 버리는 일은 있을수 없었다. 마법사의 주먹 힘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투구를 믿고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 작가의말
찾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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