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천후, 귀찮아지다(3)
160화.
읍성과는 완전히 반대쪽이었다. 협도 대협이 즉시 몸을 날렸다. 안내한 걸개는 따라 올수 없을 정도로 경공을 펼치며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다. 대협 뒤를 바짝 따라가는 천후는 실라이온을 소환해 자객들을 찾아 보라고 했다.
개방 방도들이 이동하는 쪽이 자객들이 도주하는 쪽으로 먼저 개방 방도들을 찾아야 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탓으로 자객들을 찾는건 쉽지 않을것이다. 개방 방도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었다. 얕은 산들이 산재한 곳에 도착하자 여러곳의 산어림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분타주는 어디냐?"
"저쪽에 있습니다."
걸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자 분타주도 우리들을 발견했는지 급히 달려 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건가?"
"자객들이 침입해 방도들과 놈들을 살해하고 도주중으로 이곳에서 흔적을 놓쳐 찾고 있는 중입니다."
실라이온은 아직 놈들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노에스도 소환해 흔적을 찾아 보라고 했다.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라면 흔적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협도 대협과 분타주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노에스는 이미 흔적을 찾아 이동하고 있었다. 노에스가 이동하는 곳으로 바닥을 살피며 천천히 이동했다. 천후가 간간히 아래쪽을 살펴 보며 이동하자 대협이 다가 왔다.
"뭔가를 찾은건가?"
"이쪽입니다. 여기 바닥을 보십시요. 살짝 눌러져 있습니다."
지금이 밤이 아니라면 개방 방도들도 충분히 찾을수 있을 것이지만 어두운 탓으로 횃불에 의존해 찾고 있는 탓으로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 추적에도 일가견이 있나?"
"남들 하는 만큼 합니다."
계속 흔적을 찾는 시늉을 하며 노에스를 따라갔다. 바닥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 볼때 놈들의 경공은 굉장했다. 한걸음에 십장 거리를 도약하고 있었다. 십장은 대략 8미터쯤이다. 바닥에 찍혀 있는 흔적도 얕은게 빠른 경공으로 지금은 멀리 도주했을것이라고 짐작되었다.
***
"모든 준비는 끝났나?"
"그렇습니다."
"좋아. 날이 밝으면 거지놈들이 추격해 올것이다. 아마 협도도 같이 오겠지. 협도가 들어오면 즉시 무너 뜨리도록."
"존명!"
노인이 복면인에게 지시를 하고 반대편 동굴밖으로 나갔다.
***
"여깁니다."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어서 들어 오라고 손짓하는 불길한 동굴앞에 도착했다. 자객놈들을 눈앞의 동굴안으로 들어 간것이다. 도주할곳이 더이상 없는 동굴안으로 평범한 자객들이라면 들어 가진 않는다.
- 마스터, 동굴안에 복면인들이 숨어 있어요. 그리고 다른쪽으로 뚫려 있는 통로도 발견했고요.
- 통로를 따라가 출구쪽을 찾아 봐.
실라이온은 다른 출구를 찾도록 지시하고 노에스에게는 복면인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도록 했다.
"들어 가지 않고 뭘 하는겐가?"
입구를 바라 보며 움직이지 않는 천후에게 대협이 재촉했다. 동굴쪽으로 개방 걸개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꺼림칙해서요. 혹시 동굴안에 놈들이 무슨 짓을 해 놓았다면 함부로 들어 갈순 없습니다."
"흥, 제까짓 놈들이 무슨 짓을 해 놓아 봤자지."
팟.
천후의 말을 무시하고 동굴안으로 뛰어 드는 대협의 등을 보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실라이온이 다른 출구를 찾을것이다, 굳이 복면인들이 숨어 기다리고 있는 이쪽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다른 입구에서 들어가 복면인들의 배후를 치면 순식간에 제압할수 있는데도 대협을 말리지 못했다. 실라이온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수없이 동굴안으로 따라 들어가자 분타주도 뭔가를 느꼈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꼭 뭔가 튀어 나올것 같군."
동굴 입구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 갈수록 조금씩 커지다가 다시 좁아지고 있었다. 뒤쪽에서는 걸개들이 횃불을 밝히고 따라 오고 있었다.
- 마스터! 출구를 찾았어요. 그런데 이쪽 출구로 오기전에 천장 벽쪽에 뚫려있는 구멍안에 복면인 한명이 검은 큰 구슬같은걸 들고 있어요.
- 구슬이라고?
즉시 어떤 모양의 구슬인지 실라이온의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검은 구슬은 아마 현대로 말하면 수류탄과 같은 종류다. 이곳 중원에서는 화탄을 제조했었던 폭뢰문(爆雷門)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폭뢰문의 존재가 드러나자 무림 공적으로 몰려 멸문되고 폭뢰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만약 놈들이 들고 있는게 화탄으로 폭뢰문에서 제조한 것이라면 큰일이다. 동굴안에서 화탄이 터진다면 동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동굴벽은 약한 지질층으로 예상되었다. 암석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손가락 한개 길이 정도로 층층이 축적되어 쌓여 있는 벽은 손으로 뜯어내도 부서질 정도로 약했다. 즉시 실라이온에게 놈을 제압해 움직일수 없게끔 하라고 지시한후 노에스에게도 다른 놈들을 찾아 검은 구슬을 가지고 있는 놈을 제압하라고 지시했다.
슈슈슈.
"암기다."
팅팅팅.
가장 앞에 있는 대협이 소리치며 암기를 튕겨내는 소리도 들려왔다.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암기를 던진 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 보았다. 앞쪽 천장 부근에 뚫려 있는 구멍안에 한놈이 숨어 있었다. 천장이 제법 높은 관계로 아래쪽에선 어두운 탓으로 찾을수 없는 교묘한 지점이었다.
저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벽호공을 시전해 올라 가야 하지만 놈이 올라 오는 자를 그냥 둘리가 없었다. 강기를 저곳으로 날려 보내면 놈이 숨어 있는 천장이 무너질것이다. 하지만 천장 전체가 무너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었지만 강기를 쏘아 보낼수 있는 자는 화경에 들어야만 가능하다. 어쩔수없이 조용히 처리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놈의 주변에 사이킥 사이런스를 펼쳐놓고 엉덩이 아래쪽에 사이킥 스톤 스피어를 시전했다. 동굴 바닥을 뚫고 치솟아 오른 스톤 스피어에 놈은 항문이 뚫리며 등쪽으로 삐죽 빠져 나왔다. '컥'하는 소리를 내질렀지만 소리를 차단해 놓아 이쪽에선 아무런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슈슈슉.
팅팅팅.
"놈!"
팟.
이번엔 앞쪽에서 암기가 날아왔다. 암기를 발사한 놈을 발견했는지 대협이 벼락같이 앞쪽으로 튀어 나갔다. 뒤쪽의 일행들도 협도를 따라 몸을 날렸다. 동굴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꺾여져 있었다.
캉캉캉!
협도는 이미 적들과 조우를 했는지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꺾여져 있는 오른쪽으로 급히 접근하자 제법 너른 공간에서 검은 복면을 쓴 5명이 대협을 합공하고 있었다.
- 마스터! 구슬을 들고 있는 자는 한명밖에 없었어요.
- 한명이라고?
아마 놈들이 탈출할때 추격하지 못하게끔 화탄으로 동굴 출구쪽을 막을 심산인것 같았다. 그렇게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협도를 합공하던 놈들은 걸개들을 보고는 공격을 중단하고 즉시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놈들이!"
또다시 놈들을 추적하는 대협을 따라 걸개들도 우르르 달려 가고 있었다.
"어서 가세."
"먼저 가세요. 동굴안을 한번 살펴 봐야 겠어요."
"뭔가 발견한건가?"
"아니요. 혹시나 강시가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찾아 볼려는 겁니다."
분타주는 조심하라고 한마디하곤 달려 갔다. 먼저 같 일행들 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더이상 동굴안에 숨어 있는 놈들은 없었다. 분타주를 먼저 보낸건 실라이온이 제압해 놓은 놈을 추궁하기 위해서였다.
"사이킥 플라이!"
출구쪽 천장위 벽쪽에 뚫려 있는 공간으로 올라갔다.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 있는 놈의 손에는 큼직한 검은 구슬 한개가 들려져 있었다. 구슬을 빼았아 들어 살펴 보았지만 어떤 화탄인지 알수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천후를 본 놈의 눈동자는 이미 파도에 휩쓸린 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혹시나 입속에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 입을 강제로 열 필요도 없이 사이킥 큐어를 시전해 독을 해독했다. 지금까지 본 복면인들은 모두 독을 입속에 감추고 있었다.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입속의 독은 이미 제거한 상태라고 말해 주자 잠시 망설이든 놈은 묻는 말에 답해 주었다.
"뭐라고? 이 화탄이 폭천뢰(爆天雷)라고?"
폭천뢰는 폭뢰문의 최고 정수가 담긴 화탄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폭뢰문이 멸망해 더이상 그런 물건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폭뢰문은 폭천뢰때문에 멸문한것이나 마찮가지다. 너무 강한 위력에 위기감을 느낀 무인들이 공적으로 몰아 세워 멸문시킨것이다. 제압 당한 97호는 술술 불었다.
뭐가 어떻게 된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몸이 굳어 버린 것이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른다. 그럴때 자신을 제압한 자라고 생각되는 자가 숨어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은밀한 곳에 위치하는 이곳은 어두운 동굴안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곳인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 온것이다.
그것만으로 눈앞의 정체불명의 인물의 경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인데 입속에 감추고 있는 독도 제거했다고 했다. 감추고 있는 독을 깨물려고 했다. 하지만 독낭은 텅 비어 있었다.
어떻게 입을 벌리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제거한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은밀히 제압한 것으로 볼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다고 짐작할수 밖에 없었다. 만약 자신이 입을 다물고 있더라도 강제로 입을 열것이 틀림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이곳에서 죽는다. 모든걸 털어 놓아야 고통없이 죽여 줄것이다.
"이런 화탄이 얼마나 있는거냐?"
"이곳엔 두개 밖에 없습니다. 다른 화탄은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두개라는 말에 깜짝 놀란 천후는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이쪽과는 반대쪽인 동굴 입구에서 조금 들어온 천장 벽옆에 숨어 있는 놈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죽인 놈으로 생각되었다. 즉시 노에스에게 폭천뢰를 가져 오라고 했다.
놈은 자신이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지 모르며 모두 복면을 쓰고 있어 얼굴도 모른다고 털어 놓았다. 놈에게 더이상 들을 말은 없었다. 놈을 죽여야 했지만 살업을 자제하라는 동림사 주지 스님의 말이 갑자기 떠 올랐다. 결정해야 했다. 놈을 죽일지 아니면 살려 줄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살고 싶나?"
"사, 살고 싶습니다."
"살려 준다면 네 조직으로 돌아 갈꺼냐?"
"....."
대답이 없었다. 그렇다면 돌아 간다는 뜻이나 마찮가지로 죽일수 밖에 없었다. 놈은 스스로 살 기회를 놓친 것이다. 죽이기로 마음을 먹고 고통없이 죽이기 위해 사이킥을 시전할려고 할때 놈이 입을 열었다.
"갈곳이 없습니다."
놈이 입을 열어 사정을 설명했다. 어릴적 부모를 모두 잃고 거지로 생활할때 자신을 따라가면 배를 곪지 않는다는 말에 무작정 따라 간곳은 많은 아이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어떤 동굴안에서 생활하면서 지옥같은 훈련을 하며 많은 아이들이 죽었지만 끈질기게 살아 남았다.
아이들이 성장하자 모두 복면을 쓰고 뿔뿔히 흩어져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도 많은 자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모두가 복면을 쓰고 있는 탓으로 얼굴은 전혀 모르며 이름도 몇호라고 부여 받아 불리웠다.
자신을 97호라고 말하며 모든 훈련을 마친후 다시 뿔뿔히 흩어져 상부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고 털어 놓았다. 97호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어릴적부터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훈련만 한탓으로 갈곳이라곤 자신이 생활한 조직밖에 없는 것이었다. 놈을 살려 주면 세상을 떠돌다가 끝내는 조직으로 돌아 갈것이 틀림없었다.
"복면을 벗어라."
97호 몸의 구속을 완전히 풀어 주었다. 복면은 벗은 얼굴은 앳된 청년이었다. 나이는 확실히는 모르지만 스무살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97호는 자신의 이름도 잊은 상태로 오로지 명령에 움직이는 살인 기계나 마찮가지였다.
"일단 널 살려주겠다. 호구에 숨어 있으면 찾아 가겠다. 옷을 벗고 이걸로 갈아 입어라."
제압한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 97호는 공중에 아공간을 연 것을 모른다. 아공간에서 옷한벌을 꺼내 건네 주며 사이킥 클린을 시전해 97호 몸을 깨끗하게 씻겨 주었다. 눈앞에서 훌훌 옷을 벗은 97호는 옷을 갈아 입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동굴 입구쪽으로 조용히 빠져 나가라고 지시하며 97호의 몸에 추적 마법과 동일한 사이킥 추적을 시전해 놓았다.
"가랏!"
즉시 몸을 날리는 97호를 보며 벗어 놓은 옷과 노에스가 가져온 폭천뢰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출구쪽으로 천후도 날아 갔다, 이곳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 탓으로 일행들이 멀리 이동했을것이다. 노에스는 소환 해제하고 실라이온에게 일행들을 찾아 보라고 하며 출구를 나왔을때 걸개 한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걸개가 먼저 경공을 시전하며 앞서갔다. 그렇게 멀지 않는 지점에 복면인 5명이 쓰려져 있었다. 절정인 협도 대협의 손을 벗어날순 없었던것 같았다.
"동굴안에 강시는 없었나?"
"그렇습니다. 찾을수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걸개들이 복면인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복면을 벗긴 얼굴은 모두 앳된 청년들로 품속엔 빈털털이로 어떤 단서도 찾을수 없었다. 이미 97호에게 이들이 점조직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는 천후는 조사를 해 봐야 소용없다고는 말할수 없어 묵묵히 지켜 보기만 했다.
복면인들은 마공을 수련하지도 않은 상태다. 마기를 풀풀 날리면 곧바로 알아 볼것이지만 이들은 모두 정공을 수련한 자들이다. 그런탓으로 읍성에 숨어 있더라도 발각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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