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혈투(1)
3화.
"...으으."
마족이 사라지자 서서히 꿈에서 깨어났다. 몸 이곳저곳에서 고통이 밀려 오며 너무 추워 절로 몸이 떨려왔다.
"윽!"
일어 날려고 했지만 심한 고통에 짧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얼굴을 돌려 이곳이 어딘지 급히 살펴 보았다.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쳤는지는 모른다.
"코, 콘테경!"
아직도 자신의 옆구리를 끌어 안고 있는 콘테경은 바닥에 엎어진채 움직이지 않았다.
"콘테경!"
흔들흔들.
손으로 밀치며 흔들어 봤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콘테경의 몸은 차거웠다. 급히 콘테경의 코앞으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코, 콘테경....으흐흐흑...."
콘테경을 끌어 안고 엉엉 울었다. 자신에게는 스승이며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콘테경의 등은 너덜너덜한 상태로 허연 뼈까지 드러나 있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등부터 아래쪽으로 추락한것 같았다.
"으윽!"
비틀.
한동안 흐느끼던 캐논은 콘테경의 손을 풀고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리며 일어나 주변을 살펴 보았다. 심한 현기증이 몰려 와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분명 계곡위에서 추락했다. 전신에 고통이 엄습하고 있었지만 살아 있는 상태였다.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강가의 자갈밭에 밀려온 상태였다. 강쪽에는 여전히 까마득한 절벽이었으며 자갈밭 너머는 숲이었다. 심한 고통에 품속을 뒤져 마법 주머니를 찾았다. 포션으로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마법 주머니는 그대로였다. 상처에 포션을 들이 붙고 마셨다. 특히 옆구리의 상처가 심했다. 죽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였다.
털썩.
치료가 끝나자 갑자기 외톨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절로 무릎의 힘이 빠져 나갔다. 버릇처럼 호주머니안에 손을 집어 넣어 구슬을 만질려고 했다.
"응?"
하지만 구슬은 어디에 갔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물에 빠진 탓으로 호주머니에서 구슬이 빠져 나온것으로 추측되었다.
"제기랄."
힘들땐 항상 구슬을 매만지던 캐논은 상실감에 한동안 멍해질수 밖에 없었다. 콘테경의 옆구리에 끼인채 절벽 아래로 추락한 캐논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콘테는 그런 주군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힘을 발휘했다. 강에 빠지기 직전 마나를 등쪽에 집중시켜 강으로 추락했을때의 충격에 대비했다.
꽝.
"커억!"
강물속으로 추락해 등이 바닥에 닿았는지 엄청난 충격이 몰려 왔다. 아무리 마나로 보호하고 있다지만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급류를 타고 아래쪽으로 떠내려 가면서 아득해지는 정신줄을 놓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쓰며 바위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히 급류를 벗어나 자갈밭쪽으로 이동했다. 주군이 기절은 하고 있었지만 무사하다는걸 확인하자 전신의 모든 힘이 풀리며 눈이 감겨져 갔다.
그럴때에도 캐논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꾸역꾸역 흘러 나오고 있었다. 흘러 나온 피는 호주머니안의 검은 구슬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러자 검은 구슬은 피를 타고 스물스물 옆구리쪽으로 이동해 뚫려 있는 구멍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흘러 나오던 피는 멈추었다. 만약 피가 멈추지 않았다면 지금쯤 캐논은 주신의 품으로 돌아 갔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당장 할일을 해야했다.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콘테경은 자갈밭이 끝나는 숲언저리에 묻어 주었다. 나중에 이장을 하기 위해 자갈을 묘지위에 수북히 쌓아 표시를 해 두었다. 콘테경은 작은 주머니 한개와 롱소드를 남겼다. 캐논의 롱소드는 마차안에 놓아둔 관계로 마차와 함께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유모와 시녀가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이 숲을 빠져 나가는게 우선이다. 강 건너 까마득한 절벽위로는 올라갈수 없다. 어쩔수 없이 강물을 따라 내려 가면서 유모와 시녀를 찾을수 있길 바랬다.
이곳은 몬스터 산맥이다. 언제 몬스터들이 습격해 올지 모른다. 조심해서 이동해야 한다. 또한 식량이라곤 전혀 없는 상태로 숲속에서 찾아야 한다. 사냥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성공했다고 해도 불을 피우는 방법도 모르는 상태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강가를 벗어 나선 않된다. 숲언저리를 따라 하류쪽으로 계속 내려 갔다. 숲의 밤은 빨리 찾아 온다. 잠잘 곳을 찾아야 한다. 야영을 할땐 항상 마차안에서 잤었다. 야영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콘테경과 시녀가 모두 야영 준비를 했었다. 한밤중에도 야행성 몬스터들이 돌아 다닐것이다. 아직 몬스터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인간들을 찾을때까지 오늘처럼 행운이 따르기를 바랬다. 땅아래는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나무위로 기어 올라갔다.
"끼루루루~!"
어디선가 기묘한 울음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한숨도 자지 못한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찌뿌둥한 몸을 풀고 강으로 가서 물을 마셔 갈증을 달랜후 마나 연공을 한 캐논은 다시 숲을 이동했다. 어제부터 배를 채운건 물밖에 없었다.
"꼬르르."
먹을것을 채워 달라고 뱃속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먹을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숲안으로 들어 가면 뭐든 찾을수 있을 것이겠지만 너무 위험했다. 그렇다고 물로만 배를 채울순 없는 일이다. 숲 가장자리로 들어가 먹거리를 찾아 보았다.
"꾸룩꾸룩."
앞쪽 나무위에서 온몸이 털로 뒤덮힌 몬스터 서너마리가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 보자 작은 열매였다. 몬스터들이 배를 채우고 사라지길 기다렸다. 좀처럼 나무에서 멀어지지 않는 몬스터들이었다. 아마 반나절정도는 기다렸을것이다. 겨우 사라진 몬스터들을 대신해 나무로 접근했다. 나무 아래에는 몬스터들이 먹다 남은 열매와 온전한 열매들이 떨어져 있었다. 붉은 열매를 주워든 캐논은 살짝 맛을 보았다.
"윽!"
퇫.
시큼한 맛으로 혀가 화끈거려 도저히 먹을수 없었다. 반나절이나 기다린 보답도 없이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은 더이상 먹을것을 찾을수 없었다. 쫄쫄 굶주린 배는 물로 채웠다. 오늘 저녁은 일찍 나무위로 올라갔다. 어제부터 한숨도 자지 못한 탓으로 쏟아지는 수마를 견딜수가 없었다. 나무위에서 추락하지 않게끔 덩쿨로 몸과 나무를 꽁꽁 묶어 놓았다.
"윽!"
갑작스런 고통에 절로 눈이 떠졌다. 어두운 밤인 탓으로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몸을 무언가가 칭칭 감고 있는 중이었다. 급히 롱소드를 뽑을려고 했지만 절반 정도만 뽑혀 나왔다.
"크으..."
점점 고통이 가중되고 있었다. 무언가에 습격 당했다는 사실에 안일한 자신을 원망하며 어떻게든 빠져 나올려고 안간힘을 썼다. 절반쯤 빠져나온 롱소드를 비스듬하게 눕혀 감고 있는 무언가에 상처를 냈다.
"으으...으..."
그러자 허리쪽이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죽어!"
롱소드가 더욱 많이 뽑혀 나와 감고 있는 무언가를 베었다.
"슈쉬쉬!"
기묘한 소리를 뿜어내는 무언가는 몬스터같았다. 다행이 가죽은 튼튼하지 않는지 롱소드에 베여 나갔다. 자신이 고통스러운 만큼 놈도 고통스러울것이다.
스릉.
롱소드가 완전히 뽑혀 나왔다.
퍽퍽퍽!
도끼로 내려 찍듯 감고 있는 몸통을 향해 롱소드를 후려쳤다. 그러자 감고 있는 무언가는 급속도로 느슨해 지며 압박감에서 해제되었다.
스스스스.
무언가가 기어 가는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는 무언가는 대체 뭐였는지 알수가 없었지만 몸이 심하게 졸린 탓으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자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부덜부덜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마법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포션은 이제 2병밖에 남지 않았다. 습격을 받은후 불안한 마음에 또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새워야 했다. 밤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서서히 주변이 밝아지고 있었다. 붉은 피가 묻어 있는 나뭇가지로 볼때 습격한 몬스터는 큰상처를 입은것 같았다. 자신의 옷에도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혹시 피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몰려 올지도 몰라 급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강가로 이동해 옷을 빨아 피냄새를 날려 버려야 한다.
"어헛!"
절로 뒷걸음을 쳤다. 팔뚝보다 조금 굵은 길쭉한 몬스터가 앞쪽에 축 늘어져 있었다.
챙.
급히 롱소드를 빼어 들고 경계 자세를 취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놈은 죽은듯했다. 몸통 곳곳에 피가 묻어 있는 놈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 몸통을 툭툭 건드렸다.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은 놈은 죽은것이 틀림없었다. 어떤 몬스터인지는 모르지만 마법 주머니안에 놈의 몸통을 집어 넣고는 강가로 이동해 피묻은 옷을 빨았다. 강 언저리에서 불을 피우고 싶었지만 어떻게 불을 피우는지 몰라 놈의 몸통을 꺼내 롱소드로 잘라 가죽을 벗겼다. 생으로 먹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먹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이다. 살점을 베어 입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입으로 가져갔다. 먹을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먹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고기는 질겼다.
질겅질겅.
밍밍한게 아무런 맛도 없었다. 소금이 아쉬웠다. 고기를 먹어도 뱃속에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다. 먹을수 있는 몬스터라고 생각되었다. 당분간은 식량 걱정은 없었다. 배를 채운후 다시 이동했다.
*******
사사삭.
앞쪽의 수풀이 흔들리며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슈욱.
갑자기 작은 무언가가 날아왔다. 깜짝 놀라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흔들리는 수풀속에서 털복숭이의 작은 몬스터 한마리가 나무창을 쥐고 뛰쳐 나왔다.
"끼야앗!"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드는 몬스터를 향해 롱소드를 뽑아 베었다.
서걱!
"끼익!"
팔뚝이 잘려 나간 놈은 달려들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주춤거리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타닷.
서걱!
잔걸음으로 도주하는 놈의 뒤를 따라가 목을 날려 버렸다. 이런 작은 놈에게 당할수는 없었다. 혹시 이놈도 먹을수 있는지 고기를 잘라 살짝 맛보았다.
"우욱!"
노린내가 엄청났다. 이렇게 심한 노린내는 처음이었다. 털도 까칠한게 가죽을 벗겨봐야 별 쓸모도 없어 보였다. 놈의 사체를 내 버려 두고 길을 재촉했다.
사사삭.
또다시 앞쪽 수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스르릉.
조용히 롱소드를 뽑아 들고 경계 자세를 취했다.
슈슈슉.
이번에도 뾰족한 작은 가시같은게 쏘아져 왔다.
휙휙.
투두둑.
가시를 롱소드로 막아내자 흔들리는 수풀속에서 작은 물체들이 달려 나왔다. 몇시간전에 죽였던 털북숭이와 똑같은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6마리나 되었다.
"끼야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놈들은 모두 나무창을 들고 있었다.
슈욱.
앞으로 찌르는 나무창을 살짝 피하며 힘껏 베었다.
서걱!
슈슈슈슈.
사방에서 달려 드는 놈들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대일로는 콘테경과 수많은 대련 경험이 있었지만 일대 다수의 대련 경험은 한번도 없었다. 가슴어림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가 작은 놈들이라고 해도 6마리나 되는 놈들은 무작위로 나무창을 찔러 오고 있는 탓으로 어디를 먼저 막고 베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윽!"
왼쪽 허벅지 뒷부분이 따금거렸다. 깊은 상처는 입지 않은것 같았지만 잔상처가 늘어 나면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 흥분하면 않되지만 상처를 입자 저절로 흥분되기 시작됐다.
"죽어!"
고함을 내지르며 롱소드를 휘두르며 찔러 오는 창을 베어 나갔다.
텅.
서걱!
완전히 베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는 나무창과 잘려 나가는 창등 제각각이었다. 정신없이 나무창을 베고 한마리를 죽였을때 또다시 허벅지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컥!"
이번엔 조금 깊숙히 창이 박힌것 같았다.
텅텅텅.
탓.
빙글 한바퀴 회전하며 찔러 오는 창들을 튕겨낸후 힘에 밀려 나무창이 옆으로 홱 돌아간 놈에게 달려 들어 가슴에 롱소드를 박아 넣고는 빼어 뒤로 휘두르며 회전했다.
서걱.
텅!
타앗.
단한마리만이 온전한 창을 들고 있었다. 다른 놈들의 창은 모두 반쯤은 잘려 나간 상태였다. 놈의 창만 잘라 버린다면 승산은 있었다. 놈에게 달려 들자 놈도 마주 나무창을 찔러 왔다.
슈욱.
서걱!
한마리쯤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나무창을 베어 버리고는 달려 들어 놈의 목을 날려 버렸을때였다.
"윽!"
등쪽이 따끔하며 무언가가 박힌 느낌이었다. 이제 남은 놈들을 세마리뿐이다. 두놈은 반만 남은 나무창을 들고 있었고 한놈은 입에 대롱같은것을 물고 있었다. 대롱을 물고 있는 놈에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놀림이 좀전과는 달리 둔해진 느낌이었다. 캐논이 달려 들자 대롱을 물고 있던 놈은 급히 대롱을 내리고는 허리춤에 달려 있는 주머니안에 손을 집어 넣고 무언가를 꺼내 대롱안으로 집어 넣을려고 했다. 그런 놈에게 달려 들어 얼굴에 롱소드를 박아 넣었다.
"끼악!"
괴성을 지르며 쓰러지는 놈의 얼굴에서 롱소드를 빼어들어 남은 두놈에게 달려 들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점점 굳어 가는 느낌에 움직임이 극도로 둔해지고 있었다.
"끼야아~!!"
그런걸 파악한것인지 두놈은 짧은 창을 쥐어 들고 캐논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만 할뿐 달려 들진 않았다. 더이상 몸이 둔해지기 전에 두놈을 죽여야 살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달려 들었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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