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천후, 싸움에 휘말리다(2)
155화.
여전히 오층에서 내려온 중년인은 두명의 합공으로 고전하고 있을때 오층에서 소란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사층에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에 놀란 이들은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죽립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삼층에 강시가 등장했다는 말에 아래층으로 내려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층에서 내려온 무인들이 가세하자 죽립인들은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러자 죽립인들의 눈이 벌게지며 순식간에 몸이 조금 커지는듯했다. 궁지에 몰려 언제 제압될지 모르는 상황이 일변했다.
죽립인들은 방어를 일체 무시하고 공격 일변도로 전환하자 여유로웠던 자들의 얼굴이 굳어지며 빠르게 죽립인들을 제압할려고 했지만 좀전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죽립인들은 고통을 모르는듯 검에 베여도 신음 한번 내뱉지도 않고 온몸에 피칠을 한채 묵묵히 자신들을 합공하는 자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컥!"
또다시 죽립인들을 합공하는 자들중 한명이 쓰러졌다. 죽립인들은 불사신이라도 된듯 아무리 검에 베여도 공격일변도로 자신의 몸의 안위를 무시한채 무작정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음, 내공을 역류시켰군.'
정상적인 내공의 흐름이 아니었다. 죽립인들은 현대의 단어로 표현하면 벌크 업을 한 상태다. 저런 상태라면 단전의 내공이 모조리 비어 질때까지 움직일것이다. 이미 목숨은 버린 상태라고 봐야했다. 마치 현대의 테러 리스트같았다.
"악!"
또다시 한명의 목이 날아갔다. 죽립인들에게 하나둘씩 죽어 나가자 더이상 두고 볼수 없는지 분타주가 바닥을 박차고 뛰쳐 나갔다. 자신이 무슨 의협심이 철철 넘친다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달려 나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설 생각은 없었다. 삼층에서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사층으로 비명을 지르며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삼층에 등장했다는 강시를 피해 도주해 오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강시가 출현했기에 무인들로 보이는 자들이 강시를 피해 올라 오는지 꽤 강한 강시가 등장한것으로 예상되었다.
'적어도 혈강시 정도는 나타난건가?'
철강시라면 사층에서 내려간 자들과 오층에서 내려간 자들이 충분히 처리할수 있을것이지만 혈강시라면 고생을 해야 할것이다.
캉.
6명이 죽립인을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분타주도 한자리 끼어들어 공격에 가담한 상태지만 죽립인들은 좀처럼 제압되지 않았다. 죽립인들은 조금씩 검의 위력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내공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피, 피해!"
중년인의 외침에 공격하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죽립인 둘은 강기를 두른 검을 휘둘렀다.
"헉! 마, 마기다!"
죽립인들이 두른 강기는 검은색이었다. 이제야 죽립인들의 정체를 알아본 자들이 경악하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강기를 두른 검이 쇄도해 오고 있는 중이다. 제각기 신법을 시전해 피하고 있었지만 한사람이 강기의 제물이 되었다.
"크아악!"
어깨부터 길게 베인 중년인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강기에 대항할수 있는 자가 없는지 모두 피하고 있을때 죽립인 한명이 분타주쪽으로 빠르게 파고 들어 갔다.
캉!
"크으윽!"
분타주의 타구봉에도 강기가 어려 있었지만 힘에 밀려 뒤쪽으로 주르르 밀려 버렸다.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죽립인이 뒤로 밀려난 분타주를 따라 잡을때 죽립인 옆구리를 공격하는 중년인이 있었지만 중년인의 공격은 무시한채 그대로 분타주에게 검을 내려 긋고 있었다.
캉!!
"큭!"
푹!
나무 판자로 되어 있는 사층 바닥이 움푹 파이며 분타주의 발이 파고 들어 갈때 죽립인의 옆구리에는 공격한 중년인의 검이 박혀 들어 갔다.
휘익!
사사삭.
죽립인이 옆구리를 공격한 중년인에게 검을 휘두르자 중년인은 재빨리 신법을 펼쳐 뒤로 물러 나며 검을 피하고는 다시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휘둘렀다.
쩡!
주룩.
처음으로 죽립인이 뒤로 밀렸다. 죽립인의 검에는 이미 강기는 사라져 있었다. 중년인이 죽립인을 공격하고 있을때 분타주는 급히 바닥에서 발을 빼고는 뒤로 물러나 입가에 흐르는 피를 훔치고는 걸죽한 욕을 배뱉았다.
"X 같은 놈!! 이 새낀 반드시 죽인다."
다시 달려 들려는 분타주에게 급히 전음을 시전했다.
- 분타주님, 놈은 내공을 역류시킨 상태로 가만히 놔두면 스스로 무너질꺼에요.
급히 멈춘 분타주가 천후를 바라 보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분타주가 크게 외쳤다.
"놈들은 내공을 폭주시킨 상태다. 방어만 하면 스스로 무너 질꺼네."
죽립인들이 더이상 강기를 사용하지 못한채 움직임도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다시 포위 상태로 변해 죽립인의 공격을 방어만 하고 있었다. 그럴때에 죽립인들에게 또다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집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저것이 무얼 뜻하는지 아는지 분타주가 크게 소리쳤다.
"모두 피하라! 놈들의 몸이 터진다~!!"
포위해 있던 자들이 일제히 몸을 뒤로 날려 죽립인들에게 급히 멀어지고 있을때 죽립인 둘의 몸이 풍선처럼 불어나 펑 터졌다.
"아악!"
"으윽!"
후두둑.
죽립인들을 공격하던 중년인들은 빠른 신법으로 모두 물러나 피해는 없었지만 이쪽에서 지켜 보던 많은 사람들을 덥친 살점과 뼈조각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휘둘러 막는다고 해도 암기처럼 쏘아 오는 살점과 뼈조각을 모두 막을수는 없었던것이다.
죽립인 둘이 스스로 몸을 폭발시켜 죽자 죽립인들을 공격하던 중년인들은 즉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선 아직 싸우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분타주는 부상을 입었는지 따라 내려 가진 않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왜 나서서 고생하는겁니까?"
"정파라면 당연한거다."
"후우,어딜 다친겁니까?"
"내상을 입은것 같다. 호법을 부탁하네."
분타주는 즉시 가부좌를 튼채 내공을 돌리며 있었다. 그런 분타주 옆에 서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여기저기서 분타주처럼 내상 치료를 위해 심법을 운용하는 자들이 눈에 들어 왔으며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나서는 자들도 있었다.
삼층에서는 여전히 싸우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이각정도가 지나자 분타주는 어느 정도 내상을 가라 앉혔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래층으로 간다고 했다.
"정말 나서지 않을꺼냐?"
"놈들이 날 건드리지도 않았잖아요."
"내게 내상을 입혔는데도?"
"그건 분타주님이 스스로 뛰쳐 나간 탓이잖아요."
천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걸추는 자신이 나서 부상을 입으면 천후가 가세할것으로 생각했다. 천후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 끼어드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다른 일면도 알게 되었다. 가만히 있는데 누가 공격해 당하면 도와 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방관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놈들이 마기를 보유하고 있다는건 어떻게 안거냐?"
"마기를 사용했으니까요."
"음, 놈들은 마기를 숨기고 있었어.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마기를 숨길수 있는 방법이 있는것 같네."
만약 그런 방법을 알고 있다면 마인이 버젓이 중원을 활보해도 누가 마인인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 없게 된다. 지금까진 적어도 절정이상의 경지에 든 마인만이 자신의 마기를 어느정도 숨길수 있었지만 죽립인 둘은 완전한 절정이 아니었다.
마기를 숨긴채 마인들이 중원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습격을 한다면 무림은 큰혼란을 초래할것이며 이미 중원 깊숙이 파고 들었을수도 있었다. 삼층에는 팔이 반쯤 잘려 나가 덜렁거리는 한명을 많은 무인들이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이미 수십명이 쓰러져 있었다.
"저놈이 강시인가?"
분타주의 말에 즉시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살펴 보았다. 생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 놈은 몸 전체가 마기 덩어리였다. 베여진 팔쪽으로 마기가 조금씩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많은 양이 몸에 남아 있었다.
텅!
"저놈도 튕겨지는군요."
동굴안에서 마주친 혈강시를 공격했을때도 고무공같은 탄력에 의해 공격이 튕겨져 나갔었다. 그때의 혈강시는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저놈은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도 지켜만 볼꺼냐?"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처리할수 있어 보이는데요. 분타주님도 구경이나 하세요."
강시외에 다른 자들의 내공도 살펴 보았다. 강시를 공격하는 자들중에 일갑자의 내공을 보유한 절정이라고 예상되는 중년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년인은 강기를 사용하지 않고 검기만으로 강시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 중년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음...청성파 도인같구나."
푸른색 도복을 입고 있는 중년인은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는것 같았다. 무림에서는 실력의 3할을 숨기라고 한다. 자신의 실력이 모두 드러나면 무림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진다. 시비를 거는 자는 무조건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일것이다.
"저 자는 절정인것 같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는거냐?"
"실력을 숨기고 있는게 보이잖아요?"
"....."
천후의 말에 분타주는 청성 도인을 뚫어지게 바라 보며 뭔가를 찿는것 같았지만 찾을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타주보다 뛰어난 청성 도인의 경지를 알아 볼리가 없었다.
"근데 저 강시는 어떤 강시입니까?"
"음, 모르겠구나."
좀처럼 강시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성 도인이 강기를 사용하면 처리할수 있겠지만 강기는 숨길려는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강시를 조종하는 놈이 있을까요?"
"어딘가에 있을꺼다."
즉시 실라이온에게 강시를 조종하는 수상한 놈을 찾아 보라고 했다. 등왕각 주변 어딘가에 있을것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등왕각 아래에는 강시 소동으로 인해 일, 이층에 있던 손님들이 밖으로 나가 도떼기 사장을 방불케했다.
- 마스터! 사람들 사이에 끼어 뭔가를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어요.
- 알았다. 계속 지켜 보면서 그 자가 이동하면 미행해.
이곳에 있는 강시를 처리하면 놈이 강시를 조종하는 장본인이라면 사람들 틈에서 멀리 벗어 날려고 할것이다. 빨리 강시를 처리하기 위해 조금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사이킥 홀드!"
"응? 무슨 말을 한거냐?"
"무슨 말이라니요?"
"......."
자신이 사이킥을 영창하는걸 들은것 같았지만 중간계의 말을 알아 들을리가 없었다. 강시가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집중 공격을 하고 있었다. 반쯤 잘려 나간 팔은 이미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청성 도인이 강시의 목을 향해 검을 베어갔다.
강시의 목에 검이 닿을 순간 강기를 주입했는지 검이 번쩍거리며 강시의 목이 살짝 베어지자 베어진곳을 계속 베자 강시의 목이 점점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번쩍.
청송 도인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강시의 목에 정확히 강기를 두른 검으로 베어 버리는 것과 동시에 사이킥을 해체하자 강시는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채 힘없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 마스터, 감시하고 있던 자가 이탈하고 있어요.
역시 놈이 강시를 조종하고 있는 범인같았다. 멀리 달아 나도록 내버려 둔채 놈의 소굴을 일망타진할지 아니면 곧바로 잡아 심문을 할지 생각해 봤지만 만약 강시가 더 있다면 놈을 미행해 어디에 강시가 있는지 찾아 보는게 나을것이다.
"분타주님, 강시를 조종하는 놈을 찾아 보도록 하죠."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 있겠냐?"
"그러니까 이곳을 벗어나는 놈이 범인일 확률이 높겠죠."
창문 너머를 내려다 보며 실라이온이 알려온 자를 찾아 보았다. 모두가 등왕각을 바라 보고 있는데도 한명만은 잰걸음으로 등왕각에서 벗어 나고 있었다.
"저 놈이 수상하지 않습니까? 저놈만 이곳으로 벗어나고 있잖아요."
"일단 확인해 보세."
"잠깐만요, 만약 놈이 범인이라면 어디로 숨어 들어 가는지 미행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혹시 동료나 숨겨놓은 강시가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즉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었다. 이층에서 일층으로 내려가자 일층에도 죽어 있는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등왕각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왕각을 바라 보고 있었지만 분타주가 접근하자 코를 부여 잡으며 길을 열어 주었다.
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실라이온이 미행하고 있는 이상 놈이 숨은 곳은 반드시 찾을수 있다. 비록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등왕각 삼층에서 내려다 본 놈이 이동한 경로를 쫒아 빠르게 추적했다.
"어디로 간것 같냐?"
집들이 늘어서 있는 주택가에 두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흙바닥의 흔적도 너무 많은 발자국으로 인해 어디로 들어 갔는지 알수가 없었지만 실라이온이 따라 간곳을 알고 있는 천후가 방향을 지시했다.
"이쪽으로 간게 아닐까요?"
"음, 확실하냐?"
"틀리면 다시 되돌아 오는 수 밖에요."
천후가 먼저 몸을 날렸다. 주택가로 들어간 놈은 보는 눈이 없자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팟.
경공을 시전해 골목길 옆집 지붕위로 올라갔다. 저멀리 빠르게 도주하고 있는 뒷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음, 저 장원으로 갈려는거군."
분타주도 지붕으로 올라와 놈의 모습을 확인했다. 놈이 달려 가고 있는 앞쪽에는 장원 한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단 내려 가세. 동료들이 있다면 바깥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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