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천후, 치료하다(1)
166화.
있을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절정 고수가 보법을 실수 할리가 없었다. 사이킥 그리스를 시전하자마자 곧바로 검을 빼들고 달려든 천후는 강기를 입힌 검으로 복면인의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
쩡!
비틀거리며 어정쩡한 자세로 방어한 탓으로 복면인은 주르르 뒤로 밀려 나는것과 동시에 짖쳐든 천후의 공격을 막아야만 했다. 복면인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검법만으로는 복면인이 천후보다 월등한 실력이다. 하지만 간간히 사용하는 사이킥엔 속수무책이었다.
"감히 사술을..."
쩡!
뭔가를 감지했는지 복면인이 사이킥을 사술이라고 단정했지만 방어 일변도였다. 공세를 늦추지 않은 천후는 복면인이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장로들도 이미 전투에 돌입한 상태다.
절정 고수외의 복면인들이 끼어 들지 못하게끔 간간히 사이킥 미사일을 시전해 복면인들을 처리하자 전세는 급격히 장로들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귀찮은 복면인들이 하나둘씩 제거되자 복면인들은 함부로 덤벼 들수 없었다.
쩡!
"노~옴...크악!"
복면인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공격을 하며 사이킥 그래피티를 시전해 몸을 찍어 누르자 멈칫하며 움직이지 못하는 복면인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고 다른 복면인들을 처리하기 위해 즉시 움직였다.
"컥!"
"악!"
복면인들은 쉽게 처리할수 있었다. 강기를 두른 검에 부딪히는 족족 잘려 나가며 복면인들의 팔과 가슴이 베어져 나갔다. 잔챙이들인 복면인을 모두 제거하자 장로들은 한명의 절정 고수를 상대로 절대적인 우위로 유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어 이쪽은 안심이 되었지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태상가주쪽이 걱정이었다.
팟.
쩌정!
태상가주가 싸우고 있는 쪽으로 천후가 접근하자 초절정 고수인 복면인은 태상가주와 검을 맞댄후 뒤쪽으로 물러 나며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천후를 노려 보며 훌쩍 달아 나기 시작했다.
"전 놈을 추적하겠습니다."
탓.
복면인이 도주한곳으로 즉시 몸을 날렸다. 태상가주도 뒤를 따라 오고 있었지만 복면인은 엄청난 경공으로 세가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무량신법을 펼치며 복면인을 따라 가고 있었지만 5성 경지에 불과한 무량신법으로는 도저히 따라 붙을수 없어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해 복면인 앞쪽으로 이동했다.
"허엇!"
복면인 앞쪽 멀리 천후가 등장하자 복면인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뒤를 돌아 보며 즉시 왼쪽으로 도주했다. 뒤쪽에서는 태상가주가 화살처럼 쏘아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면인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지만 무량신법으로 계속 따라가며 복면인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면 사이킥 텔레포트를 사용해 따라 붙었다.
복면인은 아무리 멀리 달아 나도 어느새 앞쪽에 등장하는 천후를 더이상 떼어낼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 자리에 멈춰 천후를 공격했다. 태상가주는 아직 따라 붙지 못한 상태로 합공 당할 우려는 없어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놈!"
이곳에서 복면인을 처리할수 있었지만 일부러 방어만 했다. 방어만 하고 있으면 잠시후 태상가주가 도착할것이다. 역시 초절정 고수는 절정과는 천지차이였다. 움직임 자체가 전혀 달랐다. 눈 깜작할새에 이미 다른곳으로 이동해 검을 휘둘러왔다.
아슬아슬한 때도 있었지만 사이킥 홀드로 방어하며 후퇴를 하거나 사이킥 붐을 시전해 공격을 막았다. 복면인은 점점 초조해 지고 있었다. 언제 태상가주가 도착할지 모르는 상태다. 이곳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영원히 빠져 나가지 못한다는걸 잘 알고 있는 복면인은 다시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놓쳐선 않된다.
도주하는 복면인 발밑에 사이킥 그리스를 시전한후 사이킥 그래피티로 눌러 버렸다. 초절정 고수인 복면인은 뭔가를 감지했는지 바닥을 힘껏 내려 찍자 사이킥 그리스가 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내공을 발산시켜 사이킥 그래피티에서 벗어 날려고 했다.
하지만 사이킥 그래피티는 천후가 마나를 계속 주입하고 있는 탓으로 쉽게 깰수 없었다. 내공 대결이나 마찮가지로 어느 쪽이 많은 내공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라진다. 천후는 내공이 아니라 정신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수많은 환생을 경험한 덕으로 정신력이라면 누구보다도 월등하다.
정신을 집중하며 복면인에게로 접근하고 있을때 태상가주가 드디어 도착했다. 복면인을 찍어 누르든 사이킥을 해제하고 천후는 뒤에서 태상가주는 앞쪽에서 복면인을 합공했다. 복면인은 내공 소모가 심했는지 검에 두른 강기가 희미해져 있었다.
쩡!
"컥!"
쩌정!
"으윽!"
태상가주의 검과 부딪힌 복면인은 뒤로 밀려나며 빙글 뒤를 돌아 천후가 찔러 오는 검을 방어했지만 강기의 위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다. 복면인이 다시 형편없이 밀리자 태상가주의 검이 쇄도해 들어왔다.
정신없이 합공에서 벗어 날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보법도 점점 흩뜨려지며 검의 위력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복면인의 검은 야행복은 이미 붉게 물든 상태다. 더이상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로 밀린 복면인의 검이 박살났다. 주르르 밀린 복면인의 목을 태상가주가 잘라 버렸다.
"후우, 고생했다."
"놈은 초절정 고수입니까?"
"그런것 같구나."
역시였다. 죽은 복면인의 품속을 뒤져 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수 없었으며 복면을 벗겨 봐도 태상가주도 모른다고 했다. 복면인의 몸은 묻어 주고 머리통을 들고 세가로 이동했다. 개방이라면 복면인의 얼굴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가는 이미 전투는 끝나고 뒷정리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태상가주님, 전 의방으로 가 보겠습니다."
"부탁하겠네."
태상가주는 부상당한 세가 무인들이 걱정되었지만 신협의 환생인 천후라면 모두들 무사히 회복할수 있을것이다. 의방앞에는 강시 세구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강시를 조종하는 놈을 찾지 않았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도주했을 것이다. 의방안에는 신음 소리와 의원들의 고함 소리가 난무했다. 지금도 의방으로 들것에 실린 세가 무인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중상자들은 어딥니까?"
"비켜! 말 시키지 마라."
의원으로 보이는 노인은 역정만 낸후 휑하니 방안으로 사라졌다. 혼자 찾을수 밖에 없어 보였다. 방마다 확인을 하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자들을 조치하고 있는 의방안으로 들어갔다. 의원 한명이 끊어진 무인들의 팔과 다리에 검은 고약을 붙이고 흰천을 둘둘 말고 있었다. 의원이 턱없이 부족해 한방에 한명씩 총세명의 의원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의원님! 제가 의술을 좀 압니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부탁하네."
천후를 힐끗 본 중년의 의원은 다시 치료에 여념이 없었다. 천후의 나이가 너무 젊어 의술을 안다고 해도 별볼일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팔다리가 끊어진 중상자는 모두 12명이었다. 5명은 이미 붕대가 감겨져 있었으며 다른 자들은 옷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고 있는 중이다.
"무인님, 이들의 끊어진 팔다리를 당장 가져 오십시요. 서둘러야 합니다."
다른 부상자들을 운반해 온 무인에게 큰소리로 외치자 무슨 일인지 모르는듯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다시 호통을 쳐서 서둘러야 팔다리를 다시 이어 붙일수 있다고 하자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
"팔다리를 붙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저라면 붙일수 있습니다. 당장 감아 놓은 붕태를 풀고 고약을 모두 떼어 내십시요."
의원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치료해 놓은 붕대를 풀어 버리자 의원이 고함을 치며 성을 냈다.
"이놈! 어떻게 팔다리를 이어 붙일수 있단 말이냐? 당장 그만 두지 못할까?"
"의원님과 말다툼 할 시간은 없습니다. 의원님때문에 팔다리를 붙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하라는대로 하십시요."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천후의 고함소리에 의원이 멍한 표정으로 굳어져 있을때 감아 놓았던 붕대를 모두 풀고 혈을 찍어 피가 베어 나오지 못하게끔 조치를 하며 사이킥 클린으로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씻겨 주며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끔 통각혈을 눌러 주었다.
"의원님은 당장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십시요."
"저어, 우리들 팔다리를 정말 붙일수 있습니까?"
"걱정마십시요, 팔다리가 온전하다면 문제없습니다. 팔다리를 찾아 오면 자신의 것을 가지고 계십시요."
천후는 밖으로 나가 다른 중상자들을 찾아 다녔다. 어깨가 깊게 베어 천으로 둘둘 말아 놓은 무인 한명을 발견했다.
"뭐하는겁니까?"
어깨의 천을 풀어 버리자 기함한 무인은 고통이 심한지 얼굴을 찡그리며 호통을 쳤지만 말끔하게 치료를 해 준다는 말에 믿기지 않아 하면서도 더이상 뭐라하지 않았다.
부글부글.
어깨의 베인 상처에는 금창약을 바른후 붕대를 감아 놓았었다. 금창약을 사이킥 클린으로 제거하고 포션을 부었다. 이미 엔다이론이 몸속으로 들어가 안쪽에서도 치료를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깊게 베였던 상처가 깜쪽같이 사라지자 무인은 입을 쩍 벌리며 굳어져 버렸다.
"봤죠? 지금 당장 팔다리가 끊어진 무인들의 팔다리를 빨리 찾아 오세요. 늦어면 늦을수록 팔다리를 이어 붙일수 없습니다. 당장 뛰어 가세요."
정신을 차린 무인은 벌떡 일어나 깊숙히 포권을 하고는 의방밖으로 달려 나갔다.
"저, 저도 치료해 주시겠습니까?"
천후의 치료를 마당에 있는 환자들이 모두 지켜 보고 있었던 탓으로 먼저 치료를 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중상자를 먼저 치료할겁니다. 남궁세가 무인들이라면 동료애가 강할겁니다, 중상자를 알려 주십시요."
천후의 말에 아우성치든 자들의 입이 쏙 들어가며 여러명을 가르키기 시작했다. 배가 베여 피를 많이 흘린것인지 의식이 가물가물한 무인이나 가슴에서 배쪽으로 깊게 베인 무인들을 포션과 엔다이론의 힘으로 순식간에 치료한후 치료를 받은 자들에게 팔다리를 찾아 오라고 했다.
"경상자들은 기다리십시요. 중상자들이 먼저입니다."
이번엔 의방안으로 들어 갔다. 의원 두명이 무인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중상자들이 많아 보였다.
"어? 소가주님도 다치신겁니까?"
소가주가 부상을 입었는지 침대 한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팔과 다리에 감아 놓은 붕대가 보였다. 마침 잘 되었다. 정신없이 치료하는 의원들에게 자신이 치료한다고 말해 봤자 오히려 역정만 낼것이다. 소가주를 치료하고 소가주 도움을 받는게 좋을것 같았다.
"검귀님이 여긴 왠일입니까?"
"소가주님, 제가 치료를 좀 할줄 압니다. 붕대를 풀겠습니다."
"이미 난 치료가 끝났습니다."
"완전히 나은건 아니잖아요. 흉터없이 깨끗하게 치료를 해 드리죠."
소가주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둘러 붕대를 풀자 소가주는 당황한듯 팔을 안쪽으로 잡아 당겼지만 꽉 잡은 팔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다.
"왜, 왜 이러는겁니까?"
"가만히 계십시요. 치료가 끝나면 의원님들 설득좀 해 주십시요."
"자네, 지금 뭐하는겐가?"
소가주의 붕대를 푸는 모습을 다른 의원이 목격하고 달려와 천후의 행동을 제지했지만 재빨리 붕대를 풀고 사이킥 클린을 시전해 금창약을 제거해 버리고는 포션을 들이 부었다. 큰상처는 아니어서 포션만으로 충분했다. 상처부위가 부글거리며 잠시후 사라지자 어디에 상처를 입었는지 모를정도로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허엇? 이, 이럴수가..."
"특별한 영약을 사용한겁니다. 의원님! 보셨죠? 중상자 치료가 우선입니다. 중상자들의 붕대를 모두 풀어 주십시요."
그렇게 말하며 소가주의 다리에 감아 놓은 붕대도 풀었다. 이번엔 소가주도 버둥대진 않았다. 얼이 빠져 천후를 말릴새도 없었던 것이다. 멍하니 부상당했던 팔만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부글부글.
다리쪽 상처는 팔보다 조금 심했지만 포션으로 치료를 끝내자 지켜 보고 있던 의원이 즉시 소가주의 다리를 살펴 보고는 믿기지 않는지 천후를 올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자, 자네 누군가? 누군에 그런 약을 가지고 있는겐가?"
"지금은 이야기할 시간이 없습니다. 치료가 먼저입니다. 빨리 붕대를 푸십시요. 그리고 소가주님! 소가주님은 즉시 팔다리가 끊어진 무인들의 팔다리를 찾아 오십시요. 빨리 가져와야 팔다리를 다시 이어 붙일수 있습니다. 어서 움직이십시요. 소가주님이 늦으면 무인들의 생명은 끝나는것이나 마찮가지입니다."
화들짝 정신이 든 소가주는 무슨 말인지 파악한것인지 서둘러 의방 밖으로 뛰쳐 나갔다. 팔다리가 사라진 무인은 더이상 무인 행세를 할수없다. 세가에서 어느 정도 금전적인 도움을 주겠지만 평생 무인으로 살아왔던 자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허탈감에 술로 탕진해 버리고 폐인이 될것이다.
소가주도 그런점을 잘 알고 있어 서둘러 밖으로 나간것이다. 의원 둘이 중상자들의 붕대를 급히 풀고 있었다. 팔이 거의 잘려 나간 무인이다. 포션을 붙고 엔다이론이 치료를 하자 팔은 깜쪽같이 붙어 버렸다. 붕대를 풀며 천후의 치료를 지켜 보던 의원은 깜짝 놀라며 천후의 손에 들린 포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헉헉헉, 의원님 팔을 가져 왔습니다."
무인 한명이 숨을 헐떡이며 팔을 내밀었다. 즉시 팔을 받아 들고 팔다리가 끊어진 자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팔 주인을 찾아 이어 붙였다. 의원 두명이 뒤따라 들어와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지켜 보고 있었지만 나가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포션이라면 아공간에 넘칠정도로 보관하고 있었다. 엔다이론의 치료가 끝나자 사이킥 리커버리까지 시전해 주었다.
"팔을 움직여 보세요."
"아니, 그렇게 빨리 움직여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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