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천후, 충돌하다(5)
152화.
천후는 사방에서 달려 드는 현무단원들을 처리하기 위해 양손에 시전한 사이킥을 서로 뭉치는 시늉을 하며 사이킥 라이트닝을 시전하며 한바퀴 빙글 돌았다. 현무단원들을 죽일수 있었지만 달려드는 자들의 다리를 향해 뻗어 나간 전격 다발은 순식간에 단원들을 덮쳤다.
무인들의 신법은 공중으로 높이 뛰어 오르는 신법은 거의 없다. 곤륜파의 운룡대팔식을 제외하면 공중에서 운용이 불가능한 신법들 뿐이다. 공중으로 떠 오르면 신법을 발휘할수가 없어 당하기 쉽상이다. 현무단원들은 순식간에 접근하는 파란 전격 다발을 피하기 위해 제각기 신법을 발휘했지만 피할수가 없었다.
"크아아~~악!!"
순식간에 연무장이 정적에 휩싸였다. 현무단원 절반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으며 뒤쪽에서 달려 들던 자들은 피해를 모면했지만 달려들 엄두도 내지 못한채 굳어져 있었다.
"덤벼라.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간다."
팟.
엉거주춤 굳어 있는 현무단원들에게 달려 든 천후는 하품처럼 느린 검을 휘둘러 오는 단원들의 검을 가볍게 피하며 한명씩 팔을 가격해 부러 뜨렸다.
툭!
우두둑!
남아 있는 단원들은 모두 검을 쥔 오른 팔뚝이 부러져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각법(脚法)을 시전할수 있는 자도 있겠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단원들은 팔을 부여 잡고 고통에 젖은 상태로 움직일줄을 몰랐다.
꽈직.
"크악!"
전격에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단원들의 다리를 일일이 부러 뜨리며 돌아 다닐때 분타주가 급히 달려와 말렸다.
"그만! 그만하게. 이미 승부는 끝났네."
"아니요.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죽지 않은 상태로 생사결은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분타주님이 말린다면 이번엔 다리를 부러 뜨리지 않고 목을 꺾어 죽여 버리겠습니다."
천후의 살벌한 기세에 분타주는 한발 물러나며 더이상 말릴 엄두도 내지 못한채 천후의 뒷모습만 바라 보고 있었다.
"네놈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다. 네놈들의 음모로 인해 화가장 무인들 몇이 죽었으며 외사촌 누님도 가슴을 크게 베여 흉칙한 상처가 남은 상태다. 네놈들을 죽이지 않고 다리와 팔만 부러 뜨린것은 부러진 팔다리를 보고 이번 일을 기억하라고 몸에 직접 새겨주는 것이다."
현무단원들은 거의 절반씩 팔이 부러진 자와 다리가 부러진 자로 양분되었다. 가장 심하게 당한 자는 누님 가슴을 벤 덩치가 큰놈이었으며 두번째로는 현무단주였다.
"현무단주가 깨어나면 금 삼천냥을 화가장으로 가져 오라고 해라. 모두 꺼져라!!"
팔이 부러진 자들이 다리가 부러진 자들을 부축하고 현무단주와 덩치 큰놈을 업고는 화가장을 나갔다.
"후우, 큰일이군. 이제 무림맹에서 널 가만히 두지 않을꺼다."
"가만 두지 않으면 어쩔건데요?"
분타주는 이 사건을 무림맹이 그냥 넘어 가지 않을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산동 악가에서 길길이 날뛸것이 틀림없었다. 산동 악가 소가주를 처참하게 무너 뜨린 천후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무림맹에 압력을 넣고 무림맹이 나서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 올것이 분명했다.
"후우, 그런데 넌 절정이냐?"
"그런것 같네요."
두리뭉실하게 답해 주었다. 사이킥이 있는한 자신에게 무공은 경지로는 평가할수 없었다. 순수한 무공만으로 판단하면 절정 후반으로 아직 화경에는 들지 못했다.
"장주님, 공손세가를 어쩌실 생각입니까?"
"책임을 물어야 겠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라서 문제라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정말인가? 고맙네."
강기를 자유롭게 시전하는 천후가 도와 준다면 공손세가는 충분히 처리할수 있다고 생각한 화 장주의 얼굴은 환해졌다. 천후는 화가장에서 최고 귀빈 대접을 받았다. 분타주는 현무단을 살피러 간다며 장원을 나간 상태다. 화 장주는 공손세가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천후야, 고맙다. 네가 치료해 줬다며?"
"누님이신데 당연하죠. 앞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꺼면 함부로 달려 들지 마세요."
누님이 얼굴을 붉히며 몇번이나 고맙다고 하며 아들을 소개해 주었다. 아직 어린 애들이라 자신이 누군줄도 모를것이다. 이틀후 분타주가 처음 보는 거지 한명을 대동하고 찾아 왔다. 강서성 석성촌 분타주라는 거지였다.
"자네가 검귀인가? 허허, 정말 믿지 못하겠군."
천후의 얼굴을 본 석성촌 분타주는 이미 파다하게 퍼진 소문을 들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한명에게 현무단 전체가 모두 깨졌으며 그 자는 스무살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었다.
"단주는 언제 금 삼천냥을 가져 오는 겁니까?"
"후우, 네가 너무 망가뜨려 현무단 전체가 거동을 할수 없잖느냐? 시간이 걸릴께다. 그런데 공손세가에 정말 쳐 들어 갈꺼냐?"
"당연이 책임을 물어야죠. 부단주가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면 화가장에 죽은 무인도 없을것이며 누님도 크게 다치지 않았을것이니까요."
"보상만 받고 끝낼순 없는거냐? 중원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손세가가 무너진다면 강서성쪽에 큰구멍이 뚫리게 된단다."
분타주가 중원 상황을 말해 주었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면 화가장은 큰화근거리를 남겨두는 꼴이다. 공손세가와 이미 돌이킬수 없는 지경이 된 상황에서 자신이 없을때 공손세가가 싸움을 걸어 온다면 화가장은 멸문할수 밖에 없다.
그런 사정을 설명해 주자 개방에서 공손세가가 도발하지 않게끔 철저히 감시를 해 준다고 말했지만 무림 단체는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아무리 개방이 정보에 민감한 단체라고 하지만 언제까지 화가장을 도와줄지 의문이다. 쉽게 해결할수 있는 일을 방치해 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분타주님이 설득해도 화가장은 공손세가를 무너 뜨릴겁니다. 화근을 남겨 둘 필요는 없는거죠. 그리고 누님은 공손세가 탓으로 크게 다친것이나 마찮가지입니다. 전 제가 아는 지인들을 핍박한 놈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습니다."
"크흠, 그중에 나도 포함되는거냐?"
"물론이죠. 분타주님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잖아요."
"하하하, 고맙다."
분타주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환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 그런 분타주를 부럽다는 눈으로 지켜 보는 석성촌 분타주였다.
"분타주님이 현무단주를 닥달해 보세요."
"그럼 내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게냐?"
"물론이죠."
"그렇다면 그걸 또 구해줄수 있는거냐?"
그거라면 만년석균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분타주에게 준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석성촌 분타주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어 입에 내뱉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 차렸다.
"분타주님 하는걸 봐서요."
"알았다. 약속한거다. 그런데 공손세가는 언제 칠거냐?"
"조만간에요."
분타주가 장원을 나가고 그날 저녁 장주 가족과 식사를 하며 공손세가 공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상관없어요. 제가 전면에 나서겠습니다. 무림맹이 끼어 들기 전에 빨리 처리하는게 좋을겁니다."
명분은 확실하다. 명분없는 싸움은 이기더라도 일반인이나 주변 문파는 물론 무림맹에서도 부당한 싸움이라며 인정해 주지 않고 차지한 세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 힘 있는 문파라면 비록 욕을 듣긴 하겠지만 큰제재는 없다.
그렇다고 대문파가 중소 문파를 명분없이 무너 뜨리진 않는다. 대문파일수록 명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중소문파는 무림맹이나 대문파의 발언을 무시할순 없다. 무림맹에서 중재를 하기 위해 누군가 오기전에 빨리 공손세가를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좋네. 당장 내일 공손세가에 선전포고를 하겠네."
다음날 저녁 무렵이 되어 무이촌 분타주가 찾아왔다. 현무단에서 돈을 받아 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받아 낼줄은 몰랐다.
"실은 현무단주가 공손세가를 압박해 받아 낸것이라네. 공손세가가 관리하는 점포 권리권과 금 일천냥을 모두 합치면 삼천냥정도는 될걸세."
화 장주는 점포 권리권은 난감해 했다. 공손세가 근처의 점포들을 관리할려면 많은 무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가장 근처의 점포들도 관리하기 힘든 지경인데 먼곳인 공손세가 부근까지 무인들을 파견할순 없어서였다.
"그럼 점포들을 모두 파십시요."
화 장주는 분타주에게 점포 처분을 부탁했다. 흔쾌히 응한 분타주는 점포 권리권을 가지고 세가를 나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화가장 무인들이 공손세가로 향했다. 화가장 무인들은 모두 사기가 충천했다. 천후 혼자만으로 현무단을 박살낸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이동해 오후가 되어 공손세가에 도착하자 모두가 허탈할수밖에 없었다. 세가는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시 근처 마을 사람들에게 묻자 아침 일찍 세가를 비웠다는 말이 들려왔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공손세가에서 세가를 버리고 북쪽으로 이동한것이었다. 이런 전대미문의 일은 있을수 없었다. 자신들의 터전을 싸워 보지도 않고 버렸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공손세가는 무림에 더이상 자리하고 있을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비난을 금치 못할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텅빈 공손세가를 본 화 장주는 난감해 했다. 빈집을 차지하기엔 껄끄러웠던 것이다.
- 노에스. 공손세가 사람들을 찾아봐. 많은 인원들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을꺼야.
노에스에게 지시하고 화 장주님에게 공손세가가 아침 일찍 출발했다고 했지만 세가 인원 전체가 이동하는 만큼 멀리는 도주하지 못했을것이라며 빠르게 추격하면 잡을수 있다며 당장 추격을 개시했다.
경공을 시전해 빠르게 북쪽으로 이동했다. 천후가 앞장 서 노에스가 알려 주는 길을 따라 화가장 무인들이 따라 올수 있을 정도의 경공만 펼쳐 이동했다. 공손세가 무인들을 따라 잡은건 유시(酉時)가 되어 갈 무렵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발견할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공손세가 사람들은 길을 되돌아 오고 있었다. 그들 전면에는 공손세가 무인들과는 다른 복장을 한 청년들이 25명이나 되었다. 저들도 화가장 무인들을 발견했는지 멈춰 선후 한청년과 50대로 보이는 중년인이 앞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저 자는 공손세가 가주네."
청년 옆의 중년인은 가주란걸 알았지만 그 옆의 청년은 화 장주도 처음 보는 자라고 했다. 흰 도복을 입고 검을 차고 있는 모습은 무당파 제자로 예상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청룡단 단주를 맡고 있는 무당파 이대 제자 청의검 송진입니다."
포권을 하며 자신을 무당파 이대 제자라고 소개하자 화 장주는 깜짝 놀라며 얼떨결에 마주 포권을 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천후는 무당파라는 말보다 청룡단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공손세가가 청룡단이 이곳으로 올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같이 되돌아오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은천세가 소가주인 은천후입니다."
청의검이 자신을 돌아 보자 어쩔수 없이 포권을 하며 소개를 했다. 그러자 청의검이 살짝 놀라며 말을 걸어 왔다.
"자네가 검귀군. 현무단 단주와 부단주를 박살냈다는 말은 들었네."
"그래서요?"
"현무단은 무림맹 소속이네. 자네는 우리들과 같이 무림맹으로 가야 하네."
무림맹으로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가지 않는다면 강제로 끌고 간다는 말도 이어졌다.
"강제라...그런데 공손세가와는 어떻게 동행하고 있는 겁니까?"
"겸사겸사 공손세가와의 싸움도 중재하러 온거네."
"중재라니요? 이번 일은 공손세가에서 화가장을 무너 뜨릴려고 음모를 꾸며 벌어진 일입니다."
"그래서 중재를 할려고 하는거네. 공손세가에서는 이미 화가장에 금 삼천냥을 지불했다더군. 그 정도면 보상 금액으로 충분하지 않나?"
공손세가에서 청룡단주에게 그렇게 설명한것 같았다. 현무단과의 대결 조건을 말해 주며 공손세가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는걸 주시시켜 주며 싸움을 피하기 위해선 공손세가는 제시하는 새로운 보상 조건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 어떤 조건인가?"
"가주와 소가주의 목, 그리고 공손세가가 보유한 무공 서적을 모두 불태우는 조건이라면 받아 들일수 있습니다."
화 장주를 대신해 말해 주었다, 그 정도면 공손세가는 멸문한것이나 마찮가지다. 만약 받아 들인다면 공손세가의 후손이 남아 있어 후환을 남겨 두는 일이지만 이런 조건은 절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조건은 어떤 문파라고 해도 받아 들이지 않을걸세."
"만약에 말입니다. 무당파가 어떤 문파에 의해 제자들이 죽고 하마터면 장문인까지 죽을 지경에 처했습니다. 그러면 무당파는 음모를 꾸민 그 문파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겠습니까?"
"...음...자네 양보할 생각이 없군."
천후의 생각을 간파한 청의검은 검귀가 이 자리에 없다면 공손세가와 화가장은 화해를 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화 장주를 대신해 검귀가 전면에 나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네는 당장 우리들과 함께 무림맹으로 가세."
"난 누가 강제하는걸 가장 싫어 합니다."
"꼭 피를 봐야 하겠나?"
"후후, 청룡단이 그렇게 강한겁니까?"
이미 청의검의 내공은 알아 보았다. 절정에 올라선 상태지만 얼마든지 상대할수 있었다. 다른 청룡단원들은 모두 고수들이며 고수 끝자락에 올라 서 있는 자도 몇명이나 되었다. 청의검의 의도도 파악된 상태다.
자신이 이곳에 없으면 화가장만으로는 절대로 공손세가를 처리할수 없다. 그래서 자신을 무림맹으로 데려 갈려는 것이다. 청의검이 왼손을 들었다. 그러자 청룡단이 일제히 달려왔다.
"장주님은 멀찌감치 물러서 계십시요."
"괜찮겠나?"
"문제없습니다."
조심하라며 장주가 뒤로 물러 서자 앞쪽의 공손세가 가주는 비웃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 났다.
사사삭.
청의검과 둘이 대치하는 구도가 되자 청룡단이 일제히 움직여 청의검과 자신 뒤를 감싸며 둥글게 포위했다.
"음, 당신은 남궁세가 출신이군요. 그리고 황보세가 출신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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