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토니, 무환환생의 단서를 찾다(2)
98화.
너무 광범위하게 말한것 같았다.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 산들이 보였다. 동굴을 찾아 들어 가거나 동굴을 팔려면 바위가 많은 지역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가 많은 산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그런 산은 이틀이나 걸린다는 말에 무작정 가자고 재촉했다. 자전거 택시는 비포장 도로를 잘도 달려 갔다. 그렇게 빠르진 않아 주변 풍경을 구경하기엔 적당했다.
"자아, 택시 요금이야."
처음 흥정으로 5천 루피를 요구했었다. 인도에서 1만 유로(약1300만원)를 환전하고 사용해 남은 절반을 알레르카드에게 건네 주고 남은 30만 루피(약500만원)를 모두 건네 주었다.
"이, 이렇게 많이요?"
"마운틴 바이크 레이스 선수라기에 준거야. 그 돈으로 다음 레이스를 준비해."
"가, 감사합니다."
바위투성이 산이었다. 이곳에서 안쪽으로 들어 가면 더 높은 산들이 많다고 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산속으로 들어 가면 위험하다는 말에도 아랑곳없이 괜찮다고 말해 주며 발을 옮겼다.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자전거 택시 운전수가 사라지자 투명 마법을 펼쳐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산속으로 들어 가면 갈수록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 노에스, 동굴을 찾아 봐.
적당히 높은 절벽위로 올라가 내려선채 노에스가 동굴을 찾길 기다렸다. 노에스는 좀처럼 돌아 오지 않았다. 멀리까지 이동해 찾고 있는 것이었다.
- 노에스, 그만 찾고 돌아와.
노에스가 찾는 것보다 직접 동굴을 파는게 빠를것 같았다.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는 깊은 바위산속으로 들어가 노에스에게 동굴을 파라고 했다. 한사람만이 겨우 들어 갈수 있는 동굴이면 충분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조금 깊게 뚫어야 한다. 마나가 쭉쭉 빨려 나가는것과 동시에 바위 아래쪽이 푹푹 파이기 시작했다.
- 노에스, 동굴 입구를 막아 줘.
공기가 통할 구멍만 남겨 둔채 동굴을 완전히 막아 놓고 배부터 채웠다. 두툼한 담요를 바닥에 깔고 소모한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마나 연공을 한후 그날은 푹 쉬었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영혼과 동화하기 위해 정좌를 한후 명상에 빠져 들었다.
여전히 굳건한 빗장이 걸려 있는 문이었지만 자신이 문이라고 의식하고 있는 탓으로 문으로 보이고 있을뿐이다. 자기 스스로 가두어 놓은 것에 불과한 영혼이라고 의식하며 문이 아닌 영혼 그 자체라고 생각하며 문은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단단한 문이라는 의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는 탓으로 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후~욱~! 훕훕~!!"
고른 호흡만이 적막한 동굴안에 울려 퍼졌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토니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정좌해 죽은 사람이라고 착각할것이다. 하지만 토니는 지금 모든것을 잊은 상태다. 시간의 흐름도 잊고 자기 자신도 잊었으며 오로지 '난 누구인가'에 몰두해 내면속의 영혼과 동화할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본질에 다가가는 느낌이다.
영혼이 갇혀 있는 문앞에 정좌해 끊임없이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자 서서히 문이라고 의식하고 있던 문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굳건한 빗장이 사라졌다. 거대한 문도 사방 모서리부터 중앙을 향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문안쪽에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공중에 둥둥 뜬 상태로 정좌해 앉아 있었다.
문 정중앙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탓으로 얼굴까지는 모르지만 흰옷을 입고 흰수염도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얼굴까지 완전히 드러나면 저 영혼과 동화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얼굴 부분만 남겨 놓은 상태다. 문은 거의 모두 사라져 정중앙쪽만 남은 상태로 그곳만 사라지면 정좌해 있는 영혼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게 된다.
드드드.
갑작스럽게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닥이 요동치며 동굴안이 요란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든것을 잊은 토니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부스스.
천장에서는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몸이 위험하다고 의식한듯 움찔하는 느낌에 무아(無我)에서 깨어 날려고 했다.
쩌저적.
'무슨 일이지?'
이상한 소리에 동굴에 무슨 일이 발생한것이 틀림없지만 지금은 중요한 순간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기회가 다가올지 모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지만 의식 일부분이 깨어난 상태다.
쿠쿵.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곳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태에서 결정을 해야 했다. 완전히 의식 깊은곳에서 깨어나 다른곳으로 이동할지 아니면 죽는한이 있더라도 문이 완전히 사라지길 기다려 영혼과 동화를 해야 할지 선택해야했다. 두번 다시 없는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죽을 각오로 이대로 계속 문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어차피 자신은 죽는다고 해도 다시 환생해 새로운 삶을 살것이다. 마법이나 사이킥으로 실드를 칠수도 없었다. 실드를 유지하기 위해 그쪽으로 정신력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중앙의 문이 사라지는 속도는 현저히 줄어 들었다. 의식 일부분이 깨어나 버린 것이 영향을 주고 있는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서서히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아!'
흰색 로브를 걸치고 긴백발에 배꼽까지 내려 오는 흰수염을 늘어 뜨리고 있는 노인이었다.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자 절로 끌려가는 느낌으로 노인에게로 스르륵 다가가고 있었다. 노인은 눈을 뜬 상태로 자상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
노인은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노인에게로 점점 다가가 몸이 서로 맞닿자 마치 어머니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며 노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었다. 거부감이라곤 전혀 들지 않았다. 몸이 완전히 들어 간듯한 느낌이 들자 수많은 기억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 왔지만 갑자기 정신이 아늑해지고 있었다.
쿠쿠쿠쿵.
토니가 앉아 있는 동굴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천장에서는 돌덩어리들이 떨어 지고 있엇으면 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네팔에 진도 8의 강진이 강타해 히말라야 산맥에 큰영향을 준것이다. 그런것을 모르는 토니의 머리위로 큰바위덩어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쿵.
하얀빛이 공중으로 떠 올랐다. 어떻게 된것인지 곧바로 알수 있었다.
'음, 죽었군. 하지만 성공이야.'
빛은 빠르게 하늘위로 치솟아 거대한 소용돌이로 다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이계의 대마법사인 카산은 어릴적 마법사에게 팔려 해부가 되는 신세가 되었다. 생체 실험의 실험체로 두개골이 뚫린 상태로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죽었다고 생각한 카산은 그때부터 전생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카산은 두개골이 뚫린 상태에서 실험은 중지 되었다. 마법사의 동료가 찾아온것이다. 백마법사가 생체 실험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 백마법사가 속한 마탑은 물론 백마법사 본인도 공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백마법사도 자신의 마법 경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알게 모르게 인간을 대상으로도 실험을 하는 마법사가 존재한다. 들키지 않으면 무슨 실험을 하던 상관없는 마법사들은 자신의 경지를 올리기 위해선 어떤 짓이든 서슴치않는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카산은 또다시 생체 실험을 당할지 모르는 상태로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마법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해 주었다. 마법사는 카산의 다른 차원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다. 당연히 생체 실험은 중단되었으며 치료까지 받을수 있었다.
그때부터 마법사의 제자가 되어 갖은 고생을 하며 지구의 지식을 살려 대마법사가 될수 있었다. 인간으로써는 처음으로 9서클 경지에 도달했다. 이계에서 모든것을 누렸지만 마음 한구석은 뻥 뚫린 상태였다.
지구로 돌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져 차원 이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9서클 마법사라고 해도 차원의 벽을 깨는것은 신의 경지에 도달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이 갈수 없다면 영혼만이라도 기억을 가진채 차원 이동할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중간계이든 천계이든 간에 모든 생명체는 죽으면 환생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레아 신을 신봉하는 아레아 교단의 대신관에게 들은 말로 사실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환생은 하지만 망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면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로 환생한다고 했다. 카산은 지금 현재의 기억을 가진채 환생하고 싶었다.
수많은 책을 읽고 현자라고 유명한 자들을 찾아 다니며 영혼에 대해 물으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영혼 분리 마법을 창조했다. 일부 영혼을 분리해 기억을 완전히 지운후 아직 영혼이 깃들지 않은 태아에게 분리한 영혼을 집어 넣어 실험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관찰하며 마법은 물론 자신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것을 확신하고 그 아이를 죽였다. 아이는 죽자마자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다.
만약 저 영혼이 망각의 소용돌이로 접근하면 튕겨져 나가 환생을 하게 될것이다. 저 영혼은 망각의 소용돌이를 거쳐 환생한 적이 없는 이레귤러적인 영혼인 까닦이다. 망각은 소용돌이를 거쳐 환생한 영혼만이 망각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 가며 그렇지 않은 영혼은 절대로 들어 갈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자신이 죽으면 망각의 소용돌이가 아니라 분리된 영혼쪽으로 자신의 영혼이 끌려 가게 되게끔 분리된 영혼에 새겨 놓았다. 한번만 성공하면 다음부터는 아무리 죽더라도 망각의 소용돌이 안으로는 들어 가지 못하고 환생를 거듭하게 될것이다.
지금은 망각의 소용돌이를 거쳐 환생을 했지만 분리된 영혼안에 들어 가면 자신의 영혼은 망각의 소용돌이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된 영혼쪽으로 끌려가 영혼속에 자릴 잡아도 자신 스스로 그 영혼을 집어 삼킬순 없다.
이미 독립된 영혼으로 분리된 영혼 스스로가 자신에게로 접근해야 하나의 영혼으로 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때를 기다리면 언젠가 찬스는 도래할것이다. 자신의 일부분인 영혼은 자신의 예상대로 환생을 거듭하며 자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아 차리고 겨우 동화에 성공했다.
강물은 바닷물에 합류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토니로 환생한 분리된 영혼도 자신의 영혼으로 흡수돼 사라졌다. 거대한 망각의 소용돌이가 눈앞에 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튕겨져 나갈것이다.
***
'이 느낌은 환생이군.'
분리된 영혼이 아닌 카신 본인의 영혼이 환생한것이다. 분리된 영혼의 모든 기억은 이미 흡수한 상태로 흡수하지 않았다고 해도 모든 것을 지켜본 덕으로 알고 있었다. 운 좋게도 이번에도 인간으로 환생했다. 어느 나라에 환생한것인지는 바로 알수 있었다. 들려 오는 말로는 중국인이다.
마나를 모으기 위해 마나 연공을 시작했다. 분리된 영혼은 태아일적에 마나 연공을 하면 어머니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 마나 연공을 자제했지만 자신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신을 무사히 낳아 주고 걸어 다닐수 있을때까지 뒷바라지만 해 주면 되는 존재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부모의 말을 들어 보면 이곳은 중국이지만 현대의 중국으로 짐작되었다. 집안 사정은 그렇게 좋지 않아 보였다. 가끔 말다툼도 하는게 어렵게 살아 가고 있는듯했다. 중국어는 이미 분리된 영혼이 청송으로 환생해 중국에서 산적이 있어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간간히 알수 없는 단어도 많이 들려왔다.
"후우~!!"
자신은 6살까지 무사히 성장했다. 누나와 남동생,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사는 대가족이었지만 자신이 4살때 아버지는 농한기인 겨울철에 도시로 돈을 벌러 막노동을 하러 갔지만 돌아 오지 않았다.
겨울철이면 마을의 중장년층 남자들은 모두 큰도시로 막노동을 하러 간다. 아버지가 왜 돌아 오지 않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니는 알고 있는듯 아버지를 찾으러 간 어머니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몰래 듣고 어떻게 된것인지 알수 있었다.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번 돈으로 놀음을 한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놀음을 하지만 아버지는 유독 심해 마을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 급기야 자신의 장기를 담보로 큰 빚까지 지고 놀음을 한것이다. 그뒤로는 마을 사람들도 아버지가 어떻게 된것인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장기까지 모조리 털리고 죽은 것으로 짐작되었다. 어머니는 몸도 좋지 않으면서 그런 아버지를 뭐하러 찾으러 갔는지 어머니까지 돌아 오지 않아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들을 돌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곳은 중국 산서성(山西誠) 여량시(呂梁市) 석루현(石樓縣) 신관향(辛関郷)에 위치하는 서위촌(西衛村)으로 황토 고원안의 황하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위치한 깡촌중의 깡촌이다. 마을은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바람을 막아 주지만 먹을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마을에서 보이는 광경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높은 나무라곤 한그루도 없었으며 2미터 이상되는 나무도 전혀 찾아 볼수 없을 정도였다. 여름철이면 풀들이 자라 산을 뒤덮고 있지만 지금처럼 한겨울이면 누런 대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메마른 땅이기에 인간이 살기엔 적합하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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