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천후, 후손을 만나다(1)
185화.
회장이 한말은 은천세가도 문화 대혁명 피해를 비켜 갈수가 없었다. 남궁세가처럼 모든것을 빼앗긴채 세가에서 쫒겨나 방계의 도움으로 대만으로 넘어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했다. 회장은 마카오로 넘어가 그곳에서 큰돈을 벌어 하문으로 돌아와 이 호텔을 짓고 세가를 사 들여 그곳에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옛 세가에는 앞으로 누가 살 예정이냐?"
"그건 제가..."
"종가에게 돌려 주거라. 선조들의 혼이 서려 있는 터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가 주겠다. 돈이 필요 없다면 명나라 황궁보고에 있던 도자기나 서화를 줄수도 있다."
"예엣? 그런 물건까지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깜짝 놀라는 회장은 세가 터 보다는 골동품에 더 관심이 쏠렸다. 무려 황궁보고에 있던 물건이라고 했다. 얼마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국보급 물건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물건을 호텔에 전시한다면 지금 하문에서 10위밖에 들지 못하는 호텔이 최고의 호텔로 거듭날것이다.
"일단 생각해 보거라. 종가에서 찾아 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회장 방에서 그대로 일광암으로 사이킥 워프로 이동했다.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진 천후를 찾을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회장이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자 멍한 표정으로 굳어져 버렸다.
***
"오랜만이구나."
동생인 천추의 무덤을 찾았다.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선산에서도 유독 큰무덤이었다. 무림맹주였던 천추의 명성을 생각하면 당연한것이다. 할아버님과 아버님의 무덤도 찾아 가볍게 참배를 하고는 묘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고는 일광암으로 돌아와 정좌를 한채 눈을 감았다.
다음날 점심 무렵이 되어 은천강 회장과 노인과 중년인 한명이 선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노인은 내공을 쥐꼬리만큼 보유하고 있었지만 중년인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천추의 무덤 비석앞에 앉아 있는 천후를 보았는지 총총 걸음으로 달려왔다.
"검귀 은천후 선조님이십니까?"
"그렇다."
"본가 종주인 은천명이 검귀 은천후 선조님께 인사 올립니다."
노인이 은천명 종주이고 중년인이 장남인 은천길이라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일단 앉거라."
"예."
은천명과 은천길은 자신을 모습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진 상태다. 초상화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방계인 은천강 회장에게 듣기는 했지만 사실이었다. 집안대대로 가보와 가훈으로 내려 오는 말에 따르면 초상화의 선조는 언젠가는 본가를 찾아 온다며 초상화의 얼굴과 똑같은 자가 찾아 오면 먼옛날 선조분이라며 정중히 맞이하라고 대대로 가훈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자신의 대에 이르러 실제로 초상화의 인물이 찾아 온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물어 볼게 너무 많았다.
"먼저 차를 한잔씩 하며 얘기하자꾸나."
미리 준비한 차를 끓여 주었다. 은천강 회장은 차라는 말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검귀 선조님께 받은 차를 끓여 맛 보았지만 선조님이 끓여주신 차와는 너무 달랐다. 혹시 다른 찻잎을 준것이 아닌지 의아해했지만 그건 아닐것이다.
"자아, 마시거라."
"감사합니다."
후룩.
"응? 이건 무슨 차입니까?"
가장 먼저 입에 댄 은천강 회장은 무이암차와는 전혀 다른 맛에 이 차가 무슨 차인지 궁금했다.
"황제만이 마실수 있는 특별한 용정차다."
"시중에서 파는 용정차와는 많이 다른데요?"
"당연할꺼다. 4백년전 난 충국어사부였다. 명나라 13대 황제였던 태창제를 도와 준적이 있어 태창제에게 직접 받은 용정차다."
천후의 말이 믿기지 않는지 세명은 용정차와 천후를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찻잔을 들고 음미하고 있었다. 두번 다시 맛 볼수없는 진귀한 차란걸 알아 차린것이다.
"초상화를 가져 왔으면 펼쳐 보거라."
촤르르.
펼쳐진 초상화는 빛바랜 초상화지만 틀림없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초상화옆에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초상화를 나란히 펼쳐 직인이 맞는지 확인시켜 주었다.
"지, 진품입니다. 이미 선조님의 얼굴을 보고 진짜라고 확신했습니다."
"당연한거다. 그럼 내가 어떻게 4백년후에 나타날수 있는지 설명해 주겠다. 당시 난 60대의 나이였지만 무공이 반박귀진에 올라 환골탈태를 두번이나 한 관계로 전혀 늙지 않는 몸이 되었다. 당시 무림맹주였던 이 무덤의 주인공인 동생인 천추의 부탁으로 황궁으로 들어가 13대 황제를 만나 관과 무림은 불가침의 영역이란걸 일깨워주고 세가로 돌아와 할일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다시 폐관수련을 하기로 하고 진법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을 조종했다. 언젠가로 세가로 돌아올 생각으로 수련에 들어 가기 전에 미리 초상화 두점을 그려 한점을 가주에게 건네 주고 가보로 삼으며 가훈으로 자신이 찾아 올것이라고 일러 둔것이다."
천후의 설명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셋이었다.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 그럼 선조님의 무공은 대체 어느 정도 경지인지요?"
두둥실.
"어엇?"
"허억!"
"으악!"
"허둥대지 말거라."
바닥의 차 주전자는 물론 찻잔과 초상화 두점, 그리고 네명이 일미터까지 갑자기 두둥실 떠 오르지 기겁한 셋이 비명을 내질렀다.
"무공으로 너희들을 공중으로 떠 올린거다."
이 장면을 누가 본다면 신선들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공중에 떠 있는게 신기한지 바닥을 내려 보며 가볍게 떨고 있는 셋이었다.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 주자 아직도 안정이 되지 않는지 잔떨림이 멈추어지지 않고 있었다.
"크게 숨을 내뱉으며 안정시켜라."
"예에...후~우~!!"
모두가 진정되자 세가 본터 이야기를 했다. 종주에게 세가로 돌아올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아직 세가가 은천강 회장 손에 있는지 모르는 종주는 돌아 오고 싶지만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어 무리라고 했다.
"회장, 돌려 줄 생각이 있나?"
"물론입니다."
회장이 세가 본터가 어떤 상황인지 종주에게 설명해 주자 놀란듯 종주는 공짜로는 받을수 없다며 사양했다. 방계라고는 하지만 돈 문제가 얽혀 있는 일이다.
"받아. 회장은 나하고 거래를 한거다."
어떤 거래인지 설명까지 하고 받아도 된다고 했다. 본가가 완성되면 대만의 집을 정리하고 들어 온다는 말에 천후도 종주가 계속 세가를 이어 주어 안심이 되었다.
"회장은 서화와 도자기 감정사를 불러놔. 아, 그리고 도검(刀劍) 감정사도 같이 불러."
회장의 호텔로 모두 이동했다. 본가가 완성될때까지 천후는 이곳 호텔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종주와 장남은 다음날 대만으로 돌아 갔다.
"선조님, 감정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이곳으로 데리고 와."
스위트 룸에 묵고 있는 방안으로 회장이 감정사 세명을 데리고 들어 왔다. 큰테이블위에는 도자기 석점과 산수화 두점, 서예 한점. 그리고 금으로 된 호패와 검 한자루가 놓여 있었다. 감정사들은 물건을 바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감정해 보게."
천후는 일부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켜 보기만 했다. 회장의 말에 감정사들이 달려 들어 제각기 분야로 나누어 물건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감정사들은 꼼꼼히 물건을 살펴 보며 감탄성을 발했다. 세명중 가장 놀란 자는 검과 금패를 살펴 보던 노인으로 노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이런 물건이 세상에 나오다니...회장님! 이 검을 어디서 구한겁니까?"
"......."
회장은 천후를 힐끗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천후가 고개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 검은 명나라 황실 수호검으로 충국어사검이라고 불리우는 검입니다. 황제를 제외한 누구의 목이라도 칠수 있는 무소불위의 보검입니다. 이 금패 또한 충국어사부를 상징하는 패로 진품이 틀림없습니다. 무려 검과 금패 모두 국보급 물건입니다."
흥분한듯한 도검 감정사의 억양이 점점 올라가고 있을때 다른 감정사 둘도 탄성을 내지르며 진품이라고 외쳐 대었다.
"회장님! 이 도자기는..."
"그만! 모두 나가라."
감정사의 말을 제지한 천후는 회장에게 모두 내보내라고 했다. 갑자기 추방령을 당한 이들은 어리둥절했지만 회장이 잘 다독이며 밖으로 내 보냈다.
"회장, 충국어사검을 제외한 다른 물건들중 원하는걸 석점만 골라라."
"석점요?"
"그래. 대신 회장 몸을 건강하게 해 주지."
도자기 석점, 산수화 두점, 서예 한점으로 총 여섯점 모두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덥석 주고 싶진 않았다. 회장은 각각 한점씩 고르며 아쉬운듯 다른 물건들을 바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그리고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몸속을 깨끗하게 해 줕테니까."
회장몸이 사이킥 리커버리를 시전해 주었다. 이것만으로 몸에 쌓인 피로나 병이 있으면 완치되었을 것이다. 회장도 달라진 몸을 느꼈는지 놀라워했다. 은천세가 본가는 3개월후에 완성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이곳에서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보았다. 특히 중국에서 자신이 환생한 탓으로 자신으로 인해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 보았지만 별로 바뀐것도 없었다.
"회장, 이 호텔과 똑같은 호텔을 바로 옆에 지어 종가에서 관리하도록 해. 자금은 얼마든지 줄테니까 땅을 구입하고 공사를 시작해. 종가가 대만에서 돌아오면 먹고 살 길을 찾아 줄 생각이야."
"음, 호텔을 짓는건 문제가 없습니다만 지금 하문엔 많은 호텔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5성급 호텔만해도 40개가 넘어 갑니다. 지금 저희 호텔은 하문에서 5성급 호텔중 10위권입니다. 그런 쌍둥이 호텔이 하나 더 생긴다면 순위는 처음엔 반짝 올라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하락할겁니다."
호텔의 포화 상태를 우려하는 회장이었다. 그런 회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이미 고안해 놓았다. 하문 최고, 아니 중국 최고의 호텔로 탈바꿈할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걱정말고 만들어. 내일 찾아오면 자금을 건네 줄테니까 그만 나가봐."
다음날 방을 찾아온 회장을 데리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며 두눈을 질끈 감은 회장이 눈을 뜨자 경악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방안에 금괴가 천장까지 빼곡히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건 금괴? 어, 어디서 이런 금괴를 구하신겁니까?"
"내가 몇백년전 인물이란걸 알잖아. 잔말말고 이 금괴로 호텔을 지어."
"하, 하지만 금괴를 처분할 길이..."
"그런건 알아서 해."
사업을 하는 회장은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금괴지만 조금씩 처분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얼마든지 처리할수 있을 것이다. 호텔 건립은 이주일후부터 시작되었다. 호텔 옆 부지는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새롭게 설계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이곳과 쌍둥이 호텔을 짓는 일은 이미 한번 해 본 일이라 공사는 일사천리로 시작된것이다.
연일 시끄러운 공사 때문에 호텔 영업에 문제가 발생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도 있었다. 회장은 그런 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지만 이미 예상한 일이다. 자욱한 안개가 낀 어느날 새벽 무렵 천지를 진동시키는 큰괴성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오~!!!"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 자들이나 주변의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 불안에 떨며 창밖을 내다 보았다.
"허억! 저, 저게 뭐야?"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 룸에서 창밖을 바라 보고 있는 천후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모닝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짙은 안개를 헤치며 황금빛을 뿌리는 용 한마리가 유영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전설에 등장하는 용이 틀림없었다. 금룡(金龍) 한마리가 안개사이를 유영하며 새롭게 공사를 하는 부지위를 빙글빙글 선회하며 점차 공중으로 떠 올라 이곳 호텔을 감싸듯이 빙글빙글 돌며 하늘로 치솓아 사라졌다.
- 실라이온, 고생했어.
- 또 불러 주세요.
- 그래.
천후가 노에스에게 지시한 일이었다. 공사로 인해 호텔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자 천후가 생각해 놓았던 방법을 실현시킨것이다. 랭엄 플라이스 샤먼 호텔은 이제 금룡이 탄생한 호텔이라고 일파만파로 퍼져 나갈것이다. 커피 잔을 내려 놓았을때 방문을 노크하며 회장이 허겁지겁 달려 들어와 말을 더듬으며 방금전에 금룡이 나타난것을 봤느냐고 호들갑을 떨어 대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호텔 터가 좋아 지하 깊숙이 숨어있던 금룡이 승천한게 아니냐?"
"허억! 요, 용이 진짜로 존재한단 말입니까?"
"직접 봤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거냐? 금룡이 있었다면다른 용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 그럴수도 있겠군요. 이러고 있을때가 아닙니다. 전 그만 나가 봐야겠습니다."
극도로 흥분한 회장은 무슨 일이 생각났는지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천후가 예상한대로 샤먼 호텔에 금룡이 등장했다는 뉴스는 속보로 중국 전체에 전해졌다.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영상 몇개가 TV에서 흘러 나오며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하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세하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난리였다. 사실 확인을 하기위해 호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에 불이 나며 호텔 홈 페이지가 다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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