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토니, 화가 나다(1)
93화.
저들의 말을 한다는 것만으로 환영해 주었다. 마을 안으로 안내되어 가자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온듯 했다. 사막을 헤매다 찾아 온것이라는 말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이들은 수단 북동부에 살고 있는 함족이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드디어 이집트 사막을 벗어 난것이다.
감자같은 하얀 뿌리를 먹을것이라며 내 왔으며 염소 젖을 짠 것도 건네 주었다. 토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지만 동식이는 비위가 상한듯 염소 젖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물이 귀한듯 물은 흙탕물이었다. 어디에 있는 물이냐고 묻자 손짓으로 먼곳을 가르키며 그곳에서 떠 온다고 했다. 보잘것없는 먹거리였지만 보답을 받은 이상 무언가를 해 주고 싶었다.
엔다이론을 불러 수맥을 찾아 보라고 했다. 다행히 마을 외곽 지하 70미터 지점에 수맥이 흐르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그날밤 수맥쪽으로 이동한 토니는 수맥이 흐르는 곳을 중심으로 원형 계단처럼 파고 들어 가라고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를 불러 지시했다.
일직선으로 파 버린다면 물을 끌어 올릴수 없어 수맥 아래로 나선형 계단을 밟고 내려 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노에스의 도움으로 우물이 완성되었다. 물은 엄청나게 차거웠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일어난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우물을 파 놓았다고 하며 데리고 갔다. 믿기지 않아 했지만 앞장서 걸어 가자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씩 따라 오기 시작했다.
"형님! 정말 우물을 파 놓으신겁니까?"
"그래. 내 능력 알지?"
우물을 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리고는 믿기지 않아 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물을 마시며 호들갑을 떠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아래쪽은 넓은 광장처럼 만들어 놓아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내려가도 문제없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축제가 벌어졌다. 마을에 우물이 생긴것이다.
그날밤 동식이를 깨워 조용히 마을을 벗어 났다. 이곳 마을에 언제까지 있을순 없는 노릇이다. 다음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토니와 동식이가 사라진것을 알고 이슬람교를 믿는 마을 사람들 모두는 무함마드가 불쌍한 마을을 도와주기 위해 현신한 것이라며 하루종일 기도를 올렸다는 후문이었다.
"이제부터는 영어를 가르켜 주겠다."
"후우, 또 한동안 벙어리 신세가 되어야 겠군요."
"일대 일 과외라고 생각해. 영어는 공부 한적도 있을게 아냐?"
"그렇긴 하지만 제가 워낙 머리가 나빠서요."
콩.
"아얏!"
투덜거리는 동식이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한마디 해 주었다.
"네게 마나 샤워를 얼마나 많이 해 주었는지 아냐? 넌 이제 돌대가리가 아냐. 머리가 엄청나게 좋아졌단 말이다. 뭐든 좋은쪽으로 생각해."
"알겠어요."
될수 있으면 풀과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사람들을 피하며 움직일 생각이다. 동식이도 동의했다. 마을로 들어서면 아공간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꺼낼수 없어서다. 동식이는 5개월만에 영어를 마스터했다. 원래 알고 있는 영어 단어나 들어 본적이 있는 영어를 일대 일로 가르켜 주자 솜이 물을 빨아 들이듯 흡수해 버렸다.
"이제 네 머리가 좋아 졌다는걸 실감할수 있지?"
동식이에게는 모래 사막을 건널때 머리에 마나 샤워를 많이 해 주던 덕으로 기억력은 물론 머리도 좋아진 상태다.
"다음은 일본어다."
"후우, 이미 3개국어를 말할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만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탁.
"악!"
불만인듯한 동식이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한마디했다.
"하라면 해. 너 때문에 내가 고생하고 있다는거 알지? 네 여동생에게 그룹을 빼았기지 않을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 된다. 한국으로 돌아 가면 미국이나 프랑스로 유학 가라."
"언제 한국으로 돌아 갈건데요?"
한국이라는 말이 나오자 표정이 밝아진 동식이는 벌써부터 들뜬 상태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도착하면 보내 줄께."
"......"
금새 풀이 죽은 동식이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동식이에게 일본어를 가르켜 주며 이동했다. 점점 나무들과 풀이 많은 지역으로 접어 들었다. 빼곡히 들어찬 수림으로 인해 앞으로 전진하기도 어려울 지경에 처하자 어쩔수 없이 길을 내면서 이동할수 밖에 없었다.
"멈춰!"
급히 동식이에게 한국말로 지시했다.
"무슨..."
"쉬잇!"
50미터 앞쪽에 10명의 인간이 감지되었다. 사이킥 아이로 살펴 본 결과 그들은 모두 총을 들고 있었으며 흑인들이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은 모두 젊은 청년들이었다. 저들이 왜 총을 들고 모여 있는지는 모른다. 저들을 피해 헤쳐온 길을 되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총을 들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말에 동식이는 불안에 떨었다.
"걱정마.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 와도 걱정없어."
"형님만 믿겠습니다."
길을 빙 돌아 갔다. 여전히 수풀을 헤치고 가야 했다. 완전히 길을 잃은 상태였다. 이번엔 사이킥 아이를 앞쪽에 펼쳐 뭐가 있는지 살펴 보면서 이동했다. 왼쪽 먼곳에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엮어 만든 20여채의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로 이동하기로 했다.
될수 있으면 마을에 들러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길을 잃은 상태로 이대로 계속 전진할순 없는 노릇이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아공간에서 배낭을 꺼내 배낭안에 프라이팬이나 냄비등 주방 용품을 넣고 옷도 많이 집어 넣고 동식이에게 건네 주고 토니도 한개를 매었다. 흑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들어 가자 마을에서 사람들이 뛰쳐 나왔다.
"길을 잃은 상태입니다."
통역 마법을 시전해 말을 하자 이들도 놀라고 있었다. 외부인이 마을로 들어 오자 경계를 하는듯했다.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배낭안에 있던 냄비와 옷등을 건네 주며 남쪽으로 내려 가는 길을 물었다. 선물을 받은 마을 사람들은 환영해 주었다. 이들에게는 냄비나 프라이팬같은 도구는 귀중품에 속할것이다.
마을 중앙에 모닥불이 피워지며 냄비안에는 어떤 고기인지는 모르지만 삶아지고 있었다. 먹으라고 건네주는 뼈에 달라 붙어 있는 고기는 얼마 없었다. 조금 질기긴했지만 먹지 못할것은 없었다. 고기를 건져낸 냄비안에 누런 작은 무언가를 한움큼 집어 넣고 나무 주걱으로 살살 젓고 있었다. 애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뼈에 남아 있는 고기를 뜯어 먹고 나무 접시에 담은 죽 같은걸 마시고 있었다.
뼈를 고아낸 국물에 곡식을 넣어 끓인 수프는 노린내가 남아 있었지만 토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후루룩 마셨다. 동식이도 눈살을 찌뿌리긴 했지만 한접시를 받아 마셨다. 토니는 머리에 달라 붙어있는 고기를 뜯고 있는 애들을 보고 이 고기가 어느 동물인지 알아 차렸다.
원숭이 고기였다.
이들이 술이라는 것도 내왔지만 시큼한게 맛이 별로였다. 주방 도구를 선물한 덕으로 집한채를 배정받을수 있었다. 하루종일 걷기만 한 탓으로 동식이는 피곤한지 금새 잠이 들었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난 토니는 마나 연공을 했다. 매일 하는 일과였다. 날이 밝아 올 즈음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살기였다.
마을 입구쪽에서 풍겨오는 살기에 즉시 마나 연공을 중단하고 사이킥 아이를 보냈다. 12명의 젊은 흑인들이 총을 들고 마을안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저들이 누군지는 모른다. 마을 사람들인지 아니면 외부인인지 확신이 없는 이상 토니가 나설때는 아니다. 살기로 짐작할때 외부인 같았지만 섣부른 확신은 금물이다.
그들은 마을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여러 집을 돌아 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 내고 있었다. 역시 외부인들인 산적들로 생각되었다. 끌려 나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애들은 부모등 뒤에 숨어 있었으며 여자들은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반항하는 마을 사람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몇번이나 당한 경험이 있는것 같았다. 총을 든 청년 한명이 가장 안쪽에 있는 자신과 동식이가 있는 집으로 다가 왔다. 동식이는 아무 것도 모른채 아직 잠들어 있었다. 토니가 밖으로 나가자 놀란 놈은 총을 겨누었다.
"우, 움직이지 마!"
토니의 은발과 모습을 보고 당황한 놈은 말을 더듬었다. 놈에게 사이킥 홀드를 시전하고 걸어가 놈이 들고 있는 총을 빼았아 버렸다. 꼼짝도 못하는 놈은 홀드에서 벗어 날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것 같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봐도 무리일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빙 둘러 싸고 있는 놈이 토니를 발견했는지 급히 총을 겨누고는 소리쳤다.
"적이다!"
놈의 말에 다른 놈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는 한놈이 총을 발사하자 다른 놈들도 일제히 총을 쏘았다. 토니의 손에 총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팅팅팅팅팅.
토니 전면에 광역으로 펼쳐둔 실드에 총알이 막혀 튕겨져 나갔다. 아직 잠들어 있는 동식이가 있는 움막까지 보호하기 위해 넓게 실드를 펼쳐 놓은것이다.
"으악! 쏘! 쏘지마!"
사이킥 홀드에 묶여 있는 놈은 비명을 질러 대었다. 총소리를 들은 동식이가 움막에서 뛰쳐 나왔다.
"혀, 형님! 으악!"
팅팅팅팅.
여전히 실드에 막힌 총알이 튕겨 나가는 소리에 동식이는 기겁하며 움막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 갔다.
"넌 그 안에서 움직이지 마라. 산적들이다."
"사, 산적이라니요?"
"지금부터 알아 보겠다."
총을 쏘는 놈들을 모두 사이킥 홀드로 묶어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놈들이 총을 쏘자 모두 바닥에 엎드린채 덜덜 떨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은 더이상 총을 쏠수도 없었다. 총소리가 멈추자 실드를 해제하고 놈들에게로 걸어갔다. 놈들은 모두 경악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어쩔줄 몰라하는 놈들 손에서 조심스럽게 방아쇠에 걸쳐 있는 손가락을 잡아 빼고 총을 모두 회수했다.
"동식아, 움막 앞에 있는 놈을 끌고 와."
"이, 이제 괜찮은겁니까?"
"그래. 놈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움막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동식이는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 놈들의 손을 들고 있는 놈들의 손에 총이 없는걸 확인하고 움막앞에 선채로 떨고 있는 놈의 뒤쪽으로 접근해 어깨안쪽에 양손을 넣고는 질질 끌고 왔다.
"너희들은 모두 물러 나라."
바닥에 엎드린채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놈들에게서 벗어나게 했다. 저들은 이미 토니의 행동을 지켜 본 상태다. 총알이 토니 앞에서 튕겨져 나가고 놈들에게서 총까지 빼았은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토니의 말대로 즉시 놈들이 있는 뒤쪽으로 물러 났다.
"촌장, 이놈들은 누구지?"
더이상 존대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마을에 들어 왔을땐 정중하게 대응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 반란군입니다. 한두달에 한번씩 마을로 들어와 식량을 빼았아 갑니다. 여자들도 데려 가고 어린 아이들도 강제로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그게 정말이야?"
"그, 그렇습니다. 여자들은 저들이 강제로..."
"그만."
무슨 말을 할려는지 알수 있었다. 성 노리개로 여자들을 잡아 가고 아이들은 아마 세뇌를 시켜 자신들의 부하로 부리고 있을것이다. 살 가치가 없는 놈들이라고 판단되었다.
"너희들은 모두 몇명이냐?"
"파, 팔십명정도입니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본거지는 이 마을에서 10일거리에 있는 정글안에 있다는 것까지 털어 놓았다. 놈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한두명씩 놈들을 욕을 내뱉으며 분개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뭐든 놈들에게 묻고 싶은걸 물어 보라고 하자 자신의 딸이 어디냐고 묻는 자들과 아들은 살아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몇몇은 살아 있다고 답했지만 대답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런걸로 볼때 죽은것 같았다.
"촌장, 이놈들을 어떻게 할까?"
"...주, 죽여야 합니다. 하지만 죽이면 다른 놈들이 찾아 올겁니다. 그래서..."
"우릴 풀어줘. 풀어 주지 않는다면 이 마을은 완전히 사라 질꺼다."
한놈이 협박했다. 자신에게 협박하는 놈은 오래만이었다. 그런 놈을 내버려둘 토니가 아니었다. 놈의 목을 향해 손을 그었다. 그러자 놈의 목에 붉은 선혈이 베어 나오며 머리통이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 지고 있었다. 놈에게 시전한 사이킥 홀드를 해제하자 머리없는 몸뚱이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흐아악!"
"으아악!"
"혀, 형님!"
"감히 내게 협박하는 놈은 살려둘 생각은 없어. 어차피 죽일려고 했다."
기겁하는 마을 사람들은 뒷걸음을 치며 덜덜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화르륵.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엘라임을 불러 동식이가 끌고 온 놈만 남겨 두고 다른 놈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태우라고 지시했다. 갑자기 불길에 휩쌓인 놈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은 죽을수 밖에 없었다. 샐라임에 의해 뼈한조각 남기지 못한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놈들이 서 있던 곳은 바닥이 녹아 흐물거리고 있었다. 끔찍한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벌벌 떨었다.
"걱정마라. 반란군 놈들은 내가 모조리 죽여 주겠다. 너어, 너희들 본거지로 안내하라."
놈을 풀어 주었다. 몸이 움직이게 된 놈은 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땅에 박고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본거지로 안내를 하면 살려 준다고 하자 즉시 안내를 할려고 했다.
"마을 사람 몇명도 함께 가자. 너희들 아들, 딸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 작가의말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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