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추산, 열 받다(1)
111화.
왕당위의 전화 번호와 중앙 정치국 위원인 청상정의 주소를 받아 내고 항상 지켜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남궁 가주의 마혈을 풀어 주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슬립 마법과 수혈은 시간이 지나면 해제될것이다.
절벽에 자리한 남궁 세가 직계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이미 해가 뜨고 있었다. 절벽위에 앉아 여명을 구경하고 있을때 세가 녀석들이 아침 수련을 하러 나오는 기척에 일어나 절벽 아래 동굴로 향했다. 가주는 여전히 밤새도록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쉬었다 해. 그러다 몸만 상해."
"허허, 고맙네. 절벽위로 데려다 줄수 있나?"
"물론이야."
가주를 절벽위로 데려다 주고 다시 내려와 용혈에 앉아 마나 연공을 했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절벽위로 올라가 금도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됐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저승사자가 찾아 간다고 말하면 돼."
왕당위와의 일을 설명해 주고 지시할 것이 있으면 하라고 말해 주었다. 고맙다며 한번 찾아 오라는 말에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다. 산동성까지 이동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가주 집으로 향하자 손님이 찾아 왔는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방으로 들어 갈수가 없어 녀석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하압!"
소연검법은 이제 더이상 가르킬게 없었다. 혼자서 익숙해 질때까지 반복 수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형아, 왔어."
"그래. 오늘 저녁부터 대연심법을 가르켜 줘라. 그리고 소연검법을 완벽하게 펼치는 자부터 천풍신법도 가르켜 주고."
"알았어. 그런데 내가 수련할 시간이 없어."
"한밤중에 해."
추현이는 녀석들 무사부로 취임한 상태다. 녀석들에게 시간을 빼앗겨 자신의 수련 시간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무공 수련을 한동안 지켜 보고 있을때 가주와 다른 중년인 한명이 걸어 오고 있었다.
"응? 황보 가주가 이곳은 어떻게 알고 찾아 온거야?"
"내가 불렀다네."
"신협,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은 무슨...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잖아."
남궁 가주가 추산이 정말 환생한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황보 가주에게 연락을 한것 같았다.
"수련은 잘 돼 가?"
"후우...그게 힘듭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열심히 해. 세가 운영은 어때?"
"어렵습니다. 자금이 없는 탓으로 세가를 관리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금도명에게 세가를 돌려 받기는 했지만 그만한 세가를 관리할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할것이다.
"음, 그래? 자금을 줄테니까 따라와. 남궁 가주도 함께 와."
가주 집으로 이동해 먼저 들어 가라고 했다. 주변을 살펴 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간이 아공간안에서 금도명에게서 받은 큰가방을 꺼내 들고 들어 갔다.
"이 안의 돈을 둘이 절반씩 나누어 가져가."
"예엣?"
"......"
자신이 아무리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 봐야 쓸데도 없다. 조부모와 누나에게는 한국에서 로또에 당첨된 돈을 이미 나누어 준 상태다. 돈이 필요하게 되면 다시 한국이나 유럽으로 가면 된다.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 황보 가주는 그걸로 급한 불부터 끄고 남궁 가주는 세가를 찾을때까지 생활비로 써."
"신협,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요. 만사를 제쳐 두고 달려 가겠습니다. 그런데 남궁세가는 아직 세가를 찾지 못한 상태입니까?"
"적어도 3년안에 찾을꺼야. 하지만 수련 상태에 따라 더 빨리 찾을수도 있어. 남궁 가주가 직접 세가를 찾아야 해. 세가를 차지하고 있는 방계는 이미 끈 떨어진 신세야. 조치를 취해 놨으니까 남궁 가주의 수련 여하에 달렸어."
추산의 말을 들은 남궁 가주는 그날부터 더욱 수련에 열중했다. 거의 잠도 자지 않고 동굴안에 틀어 박혀 수련만 하고 있었다. 가주의 수련을 도와 주며 틈틈이 황산 구경을 했다. 관광객이 없는 곳으로 돌아 다녔다.
'블랙 게이트는 언제 등장하지?'
영혼 일부분의 전번 생에서는 동굴안에서 죽은 탓으로 블랙 게이트가 등장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는 상태다. 등장한다고 해도 자신의 지금 상태로는 마왕을 상대로 어떻게 할수도 없었다. 마왕에게 영혼의 일부분이 죽기는 했지만 마왕에게 억한 감정도 없는 상태다.
한국에 갔을때도 자신이 이계로 넘어 가기 전에 살던 집으로는 찾아 가지 않았다. 이미 인연이 끊어진 상태다. 한국으로 돌아 가기 위해 영혼의 일부분을 떼어내 환생을 시도했지만 환생을 거듭하는 영혼을 지켜 보며 새롭게 환생했을땐 이미 인연의 끈이 끊어졌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런 인연을 다시 이어 붙일순 없었다.
'자신이 이계에서 죽어서 그런건가?'
그럴지도 몰랐다. 황산은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기암 절벽위에 선채 일출을 바라 보는게 가장 좋았다. 일반인들은 황산에서 일출 광경은 자주 볼수 없다. 잦은 비와 안개로 인해 일출 광경을 볼수 없는것이다.
추산처럼 안개위에 삐죽 솓아 있는 절벽위에 올라 갈수 있는 자이거나 운이 좋은 자에 한해 일출을 볼수 있다. 일출 광경에 맛을 들인 추산은 해가 뜨기 전에 사람들이 접근할수 없는 곳 정상에 올라 마나 연공을 했다. 이제는 일상 생활이 되었다. 수백개의 봉우리마다 보는 풍경이 전혀 달랐다.
"형아, 황산에 신선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파다해."
"신선?"
"응. 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기암 절벽위에 등장한다고 해."
자신을 말하는것 같았다. 누군가 목격한 사람이 있었던것 같았다.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자신의 실수였다.
"그거 날 가르키는것 같다."
"형아라고?"
"그래. 매일 아침 황산 구경을 하러 돌아 다니고 있는 중이야."
"칫, 형아 나빠. 혼자만 구경하러 다니고."
토라진 추현이를 달래기 위해 다음날 아침부턴 같이 가자고 했다. 환해진 얼굴로 좋아 하는 추현이었다. 10개월이 지났을 무렵 황산에 두명의 신선이 나타 났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추산과 추현이었다.
남궁 가주와 소가주 후보인 남궁승모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추산이 개인적으로 자세히 지도해 준 덕이다. 두명 모두 대주천까지 시도하게 되었다. 용혈에서 매일 내공을 수련하자 단전도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보유한 내공만으로는 고수 반열에 들어갈 정도지만 아직 검사(劍絲)나 검기(劍氣)는 발휘할수 없었다.
천풍신법과 대연검법을 수련하고 있는 둘은 매일 대련을 했다. 대련은 추산이 지켜 보는 가운데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대련이었다. 둘의 몸에 사이킥 실드를 쳐 주고 다칠 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사이킥 실드를 해제한것을 모르는 둘이었다. 다칠 우려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하는 대련과 그렇지 않는 대련은 심적으로 천지차이다. 어느 정도 둘의 경지가 올라 가자 더이상 사이킥 실드를 쳐 주지도 않고 대련을 하게했다. 다치면 추산이 치료해 주는 식이었다.
"형아, 오랜만에 집에 간다. 누나도 오겠지??"
"그래. 올꺼다."
3일뒤가 음력 1월 1일인 춘절(春節)이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날이다. 민족 대이동으로 수억명의 사람들이 이동하는 탓으로 공항이나 기차역, 버스역은 어딜 가더라도 한아름 짐을 안고 있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다행이 황산에서 조부모가 계시는 산서성 여량시까지는 멀지 않는 거리다. 무엇보다도 누나가 상하이에서 돌아 오는 것이다. 조부모님에게 줄 선물을 사 가지고 집으로 갔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였지만 누나는 아직이었다.
"누나야~!!!"
하루종일 마당에서 서성이든 추현이가 멀리서 걸어 오는 누나를 발견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달려 갔다. 추현이에게 누나는 어머니나 마찮가지다. 짐을 받아 들고 누나와 착 달라 붙어 집으로 들어 오는 누나는 수척해진 상태였다.
화장발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예전보다 조금 마른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것 같았다. 누나는 상하이의 대학 기숙사에서 나와 따로 월세로 아파트로 들어간 상태다. 누나 성격상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 봐도 답해 주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예전과는 달리 식탁이 풍성했다.
"추현이 너, 학교를 그만 뒀다며?"
"응. 형아도 허락했어."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나와야 돼."
"......"
누나의 말에 할말이 없는 추현이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누나에게 변명을 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누나, 학교에 가는 이유가 뭐야? 지식을 배울려고? 학자가 될려고? 과학자가 될려고? 아니면 보다 좋은 대우를 받을수 있는 회사에 들어 갈려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꿈을 이룰려고?"
"사람은 배워야 돼. 그래야 무식하다고 무시당하지 않아."
"무시 당하는 이유가 뭔데? 한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가진 자는 무식하다고 누구도 무시하진 않아. 추현이 네 꿈은 뭐냐?"
"무공으로 중국 최고가 되는거야."
추현이는 무공에 재능이 있었다. 예전 무림 시대에 태어 났다면 크게 이름을 떨쳤을것이다.
"누나, 추현이는 무공만으로도 성공할수 있어. 무공은 어릴적부터 배워야 해."
"그래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돼."
"추현이 넌 앞으로 매일 독서를 해. 그것도 공부야. 네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뭐든 읽어."
"알았어."
추현이의 일은 간단하게 해결되었지만 이번에는 자신에게로 화살이 돌려졌다.
"넌 계속 빈둥거릴꺼냐?"
"추현이에게 무공을 가르키고 있어. 재산이라면 얼마든지 있잖아."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을 해. 젊은 애가 빈둥거리는건 남들 시선도 좋지 않아."
"그건 누나가 몰라서 그래. 내가 얼마나 바쁜지 알아."
여러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키고 있다는걸 말해 주었다. 현대에 무공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누나에게 무공만 잘 해도 평생 먹고 살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무공 대회에서 우승만 해도 상금과 인기를 끌고 영화 배우로도 데뷔할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자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듯 추현이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괜히 말한것 같았다. 추현이 녀석이 배우가 되겠다고 난리를 칠것 같았다. 그날 밤 누나가 방으로 들어 가자 실라이온을 소환해 누나의 스마트 폰 비밀 번호를 알아 보라고 했다. 누나가 스마트 폰을 만지면 비밀 번호를 알수 있었다. 누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보기 위해 스마트 폰을 조사해 보면 많은 것을 알수 있을것이다.
늦은밤 누나의 방으로 잠입해 스마트 폰을 슬쩍한 추산은 비밀 번호를 해제하고 살펴 보았다. 누나에게 남친이 생긴것 같았다. 메일을 살펴 보자 남친과의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남친이 무슨 사업을 하는것 같았다, 사업 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려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새끼가!'
얼마나 돈을 빌려 준것인지 더이상 돈이 없다고 하는 누나였다. 누나에겐 한국의 로또에 당첨된 1등 금액 절반을 건네준 상태다. 그런 돈이 모두 사라질 정도로 빌려 주었다는건 남친에게 푹 빠지지 않는 이상 억척스런 누나의 성격상 있을수 없는 일이다. 누나는 돈이 궁한지 알바까지 하고 있었다. 같이 알바를 하고 있는 친구와 메일을 주고 받은 흔적으로 발견한 것이다.
남친과 같이 찍은 사진이 있는지 살펴 보자 짧은 머리에 훤칠한 모습의 남친과 팔짱을 끼고 같이 찍은 사진이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찍은 사진도 보관되어 있었다. 사진속의 누나는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사업을 한다는 놈이 만약 사기를 친것이라면 죽여 버릴것이다. 누나의 스마트 폰을 제자리로 돌려 놓고 다음날 춘절을 맞이했다.
아침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전날 누나와 할머니가 만들어 놓은 물만두를 먹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새해를 축하한다며 용돈을 주었다. 가난한 마을인 서위촌에서 살고 있을때 춘절이 되면 외지로 돈을 벌러간 자식이 돌아 오면 반드시 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부모는 받은 용돈으로 손자들에게 다시 용돈을 주는 식이다.
따닥! 따따따따따.
귀청을 때리는 폭죽 소리에 도시 전체가 들썩였다. 춘절에는 어느곳이나 폭죽 터지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일주일간 편히 쉰 누나는 상하이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곧바로 쫒아갈 생각은 없었다. 누나에게 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추현이, 너 혼자 황산으로 갈수 있지?"
"물론이야."
"난 다른 곳에 며칠 들러 황산으로 갈테니까 네가 먼저 가서 무공을 확인하고 빡세게 굴려."
추현이를 기차역까지 배웅하고 추산은 돈을 구하러 갔다. 한국으로 가서 로또를 조작할순 없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1등에 당첨되어도 혼자서는 수령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황보 가주와 남궁 가주에게 돈을 모두 주는게 아니었다. 이미 쏟아진 물이다.
'은행을 털어?'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돈을 누나에게 줄순 없었다. 정식으로 번 돈을 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로또를 조작한건 시골 깡촌 마을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작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춘절은 잘 보냈어?"
- 덕분에 편히 지냈다네. 고맙네.
- 작가의말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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