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토니, 한국으로 가다(1)
87화.
"그럼 한국에는 놀러 온거에요?"
"아니, 부모님을 찾아 볼려고 온거다."
"아! 그래서 찾았어요?"
"아니, 지금 찾고 있는 중이야."
대화를 하고 있을때 아줌마가 여고생들에게 떡뽂이를 내 주었다.
"먹어 볼래요?"
"아니, 떡뽂이외에 다른것도 먹고 싶은게 있으면 시켜. 오랜만에 한국말로 대화를 해준 보답으로 사 줄께."
"와아! 정말 뭐든 다 시켜도 돼요?"
"얼마든지 시켜."
허락을 하자 여러가지를 시키는 애들이었다. 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눈이 큰 애가 김수진, 머리카락이 긴 애가 장서진, 안경을 끼고 있는 애가 서영애였다.
"영국에서는 뭐하세요? 대학생이에요?"
"지금은 백수야."
"그럼 이렇게 막 사줘도 돼요?"
"나 부자야. 얼마든지 시켜 먹어도 돼."
백수라는 말에 걱정하는 김수진에게 솔직히 말해 주자 믿기지 않는듯했다. 그럴때에 스마트 폰을 만지작 거리던 서영애가 눈이 커지며 깜짝 놀란듯 소리쳤다.
"꺄악! 토, 토니, 은발의 위저드!"
김수진과 장서진은 서영애를 바라 보며 갑자기 왜 그러는지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토니는 어느 정도 짐작할수 있었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해 자신의 정체를 안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영애야, 무슨 말이니?"
"저 아저씨는 은발의 위저드야. 영국의 축구 영웅, 은발의 위저드 토니. 이걸 봐."
스마트 폰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자 김수진과 장서진은 스마트 폰과 토니 얼굴을 번갈아 보며 점점 눈이 커지고 있었다.
"저, 정말 은발의 위저드 토니세요?"
"그래. 내가 그런 닉네임으로 불리우는 토니다."
"꺄아악!"
"어머어머.."
토니의 정체를 확신하자 비명까지 지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주인 아줌마가 힐끗거리고 있었다.
"사, 사인해 주세요."
"저도요."
"저도요."
급히 노트를 꺼내 펼치는 세명 모두에게 사인을 해 주고 사진까지 같이 찍어 주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도 얼른 사인을 받으세요. 토니 오빠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이세요. 토니 오빠가 이 가게에서 식사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아줌마 가게는 대박나는거에요."
이 애들이 무슨 짓을 할려는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돈 들어 가는 일도 아니기에 믿기지 않아 하는 아줌마가 가져 온 종이에 사인을 해 주고 사진도 찍어 주며 한마디했다.
"아주머니, 이왕 사인을 해 준김에 이 벽에 큰 사인을 해 줄까요?"
"아주머니, 빨리 해 달라고 하세요."
애들이 더 성화였다.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것 같았다. 벽 한쪽 전체에 큰사인을 해 놓는다면 사인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로 가게는 미어 터질것이다. 매직 팬으로 벽 중앙이 꽉 찰 정도로 큰사인을 하고 오늘 날짜를 적어 넣었다.
"오빠! 메일 주소를 가르켜 줄수 있으세요?"
"음, 미안하다. 난 메일을 하지 않아. 전화 번호는 가르켜 줄순있지만 전화도 특별한 일을 할땐 꺼 두는 편이라서 받지 않을수도 있어.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 가면 시차 때문에 전화 통화는 하지도 못할거다."
"그, 그래도 가르켜 주세요."
세명 모두에게 전화 번호를 가르켜 주며 받지 않는다고 해도 불평하지 말라고 말해 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여고생들의 음식값까지 지불하고 모두 함께 분식집을 나왔다.
"오빠는 어디로 갈건데요?"
"호텔로 돌아 갈꺼다."
"어느 호텔인데요?"
"미안하다. 그건 말해 줄수 없어."
혹시나해서였다. 이 애들중에 누가 찾아 온다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것이다.
"언제까지 한국에 계실건데요?"
"부모님을 찾을때까지 있을꺼다. 그리고 내가 부모님을 찾는다는건 비밀이다."
"예. 입에 자물쇠를 채워 놓을께요."
애들과 헤어져 호텔로 돌아와 다음날이 되었을땐 이미 어디서 소문이 새어져 나갔는지 호텔 레스토랑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가자 기자로 보이는 자가 접근해 왔다.
"반갑습니다. 기자인 김영식이라고 합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인터뷰를 해도 되겠습니까?"
"음, 식사를 하며 하죠."
"감사합니다."
김영식은 인터넷에 투고하는 전문 기자라고 했다. 조회수로 먹고 사는 기자였다.
'한국에는 왜 왔느냐?'
'어느 정도 머물거냐?'
'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으로 되돌아 올 생각은 없느냐?'
등의 질문에 한국 방문은 태어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보고 싶어서 찾은것이며 방문 기한은 비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없을 것이며 한국으로 귀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호텔이 알려진 이상 다른 호텔로 옮길수 밖에 없었다.
지금 묶고 있는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환상 마법으로 얼굴을 바꾼후 먼 호텔로 이동해 365 흥신소의 김상철에게 전화로 호텔이 바뀌었다며 자신의 전화 번호를 가르켜 주었다. 또다시 호텔을 옮길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김상철의 전화를 받은 토니는 365 흥신소로 향했다. 흥신소에는 택시를 타고 갔다. 호텔을 옮긴탓으로 거리가 멀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정령을 이용해 직접 찾아도 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령들은 날 버렸을때의 내 어머니의 얼굴을 알고 있다. 지금은 20년이나 흐른 탓으로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한지역을 돌아 다니며 조사하면 언젠가는 찾을수 있다. 하지만 마나 소모가 극심해 하루 조사하고 며칠을 쉬어야한다.
그럴바에야 어머니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파악한후 정령들을 보내 알아 보는게 효율적이다. 흥신소를 찾아 갈때 초상화를 그려 가져 갔어야 했다. 그러면 더 빨리 확실하게 찾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조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상하게 여길것이다.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버리진 상황에서 어떻게 어머니의 얼굴을 알고 있는지 물어 본다면 대답이 궁해 질것이다.
"어서 오십시요."
흥신소는 김상철 혼자만 있었다.
"찾았습니까?"
"일단 진정하시고 앉으십시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자 바로 말해 주었다.
"전남 나주 지역에 있는 40대 여성 동일 이름만 픽업한 것입니다. 사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습니다. 전국에 총25명으로 나주 지역에는 4명이었습니다. 일단 사진이 있는 것을 먼저 살펴 보시죠."
노트 북을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이력서같은 서류였다. 그곳에 사진 한장이 붙어 있었지만 단번에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몰랐다.
- 실라이온! 아니지?
- 예. 아니에요.
나주에 있는 4명중 사진이 있는 것은 한명뿐이었다.
"음, 아닌것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그럼 직접 남은 3명을 만나 보러 갈까요."
김상철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어떻게 이름을 그렇게 빨리 찾을수 있었다는 질문에 김상철은 원래는 비밀이라며 잠시 망설인후 털어 놓으며 주소록이 돌아 다닌다고 했다. 어둠의 세계에서 주소 한개당 1원에 팔리기도 하고 10원에 팔리기도 한다.
어린 아이의 주소일수록 더 비싸게 팔린다. 몇십년을 그 주소를 상대로 여러 가지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주소록을 구입했다고 했다. 주소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주소상은 전국의 모든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모두 유출된 것으로 주소는 물론 전화 번호, 메일 주소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말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한명은 이 집에 살고 있습니다."
주택이 밀집된 한적한 주택가였다. 즉시 실라이온을 불러 알아 보게 했다. 실라이온과 공유한 40대 여성의 얼굴은 아니라는 말에 실망할수 밖에 없었다.
"음, 무턱대고 방문하면 실례가 되겠죠. 다른 곳도 둘러 보죠."
이미 아니라고 알고 있는 것을 어떤식으로 김상철에게 이해를 시킬지 몰라 다른 곳도 둘러 보자고 했다. 다른 두곳도 아니었다. 나주에 살고 있지 않다면 전국을 돌아 다니며 찾아야 한다.
'아!'
불길한 생각이 떠 올랐다. 이미 돌아 가셨을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20년동안 무슨 일이 발생했을수도 있는 것이었다.
"돌아 가신 분들도 찾아 본것입니까?"
"그건...아직입니다."
"그것도 알아 봐 주십시요. 자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그것까지 조사할려면 자금이 필요할겁니다."
봉투를 한개 꺼내 주었다. 받지 않을려고 하는 김상철에게 윽지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흥신소로 다시 돌아가 전국의 21명의 주소를 받았다. 김상철이 사망자를 찾는 동안 토니는 혼자서 전국을 돌아 다니며 찾을 생각이다.
"토니님, 혼자서 찾아 다닐겁니까?"
"그냥 토니라고 부르세요. 나이도 비슷하잖아요."
"그, 그래도 돼? 그럼 말 놓자."
"좋아."
상철이하고는 터놓고 지내기로 햇다. 그게 더 편했다. 세계적인 스타와 친구가 되었다고 좋아했다.
"혼자서 돌아 다닐땐 반드시 모자를 쓰고 다녀. 네 은발만 감추면 한국에서 널 알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꺼야."
"알려 줘서 고맙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잊고 있었다. 사망자 조사는 동사무소의 직원이나 알고 있는 경찰에게 뇌물을 먹여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경찰이 더 빨리 찾을수 있다는 말에 부탁한다고 했다. 다음날부터 전국 일주를 하는 기분으로 어머니를 찾아 다녔다. 가까운 광주로 이동해 집 주소대로 찾아 갔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일을 하러 나갔는지 잠시 밖에 나갔는지는 모른다.
- 실라이온! 사진을 찾아봐 줘.
- 알겠어요.
어느 집이든 사진 몇장은 있을것이다. 본인은 집에 없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 집도 아니었다. 전국을 돌아 다니며 자신이 환생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적에 살고 있는 집과 부모님을 찾아가 볼까도 했지만 그만 두었다. 자신과의 인연은 이미 끊어진 상태다. 끊어진 인연을 다시 잇는 것은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지금도 자신은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난 상태다. 목포, 제주도, 부산, 울산, 영덕, 안동, 김천, 대전, 충주 순으로 북쪽으로 올라 가며 찾아 보았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었다. 서울에 가장 많은 어머니와 같은 이름의 동명이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 충주, 강릉, 횡성까지 조사한후 서울로 진입했다.
서울에는 모두 6명을 조사해야 한다. 성북동의 개미 마을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비탈진 길을 올라갈때 리어카를 한쪽에 세워 두고 쉬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리어카에는 신문등 폐지와 온갖 잡동사니가 실려 있었다.
"할머니! 말 좀 물어도 되요?"
"뭔데?"
"이 마을에 고인영이라는 40대 여성분이 살고 있는지요?"
"고진영? 몰라. 이 마을엔 00댁, 누구누구 엄마라고 부르지 이름을 직접 부르진 않아."
"그런가요. 그럼 이 주소가 어느 집인지 가르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소를 말해 주자 자신의 집 주소는 알아도 다른 사람들 주소는 모른다고 했다. 하긴 아파트가 아닌 이상 옆집이라도 몇번지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것이다.
"할머니, 올라 가실꺼죠? 제가 리어카를 끌고 갈께요."
"젊은이, 고맙네."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 본 풍경은 먼곳에서 본대로 허름한 집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었다. 작은 구멍 가게처럼 보이는 곳에 리어카를 세우고 캔 쥬스 2개를 사서 한개는 할머니에게 건네 주었다.
"마시세요."
"아이고, 뭐 이런걸 다 주남."
"아주머니 이 마을에 고인영이라는 40대 여성분이 계시죠?"
"고인영? 누구지?"
구멍 가게 아줌마도 모르는듯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줌마가 무릎을 탁 치고는 뭔가가 생각난듯 입을 열었다.
"저기 보이는 저 집의 현민이 애미가 고씨성이야."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리어카를 집까지 끌어다 주고는 즉시 실라이온을 불러 확인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라는 말에 마을 전체를 살펴 보라고 했다. 집이 많지 않은 관계로 충분히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이 마을에도 어머니는 없었다. 실망한채 다음 주소로 이동했다. 이틀에 걸쳐 서울에 사는 고인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40대 여성은 모두 살펴 보았지만 어머니를 찾을수 없었다.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토니! 어디냐?"
"아직 서울이다."
상철이가 늦은 밤에 전화를 해 왔다. 무언가를 찾은것 같았다.
"1980년대에 출생한 고인영이라는 여자중에 사망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 봤다. 딱 한명뿐이었어."
"어디냐?"
"주소를 불러 줄께."
경기도 과천시였다. 다음날 상철이가 알려준 주소를 찾아 갔지만 사망한 여성은 어머니는 아니었다. 전국을 돌며 모두 다 찾아 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고인영이라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상철이가 전국에 퍼져 있는 고인영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무리 주소록이 뒷세계에서 암거래되고 있다고 해도 한국의 모든 사람들 주소가 기록되어 있진 않을 것이다. 주소록에 없는 고인영을 찾아야 했다. 상철이에게 전화해 그런 점을 말해 주었다.
"그럼 개명한 사람과 경찰 서버를 알아 볼께."
"부탁한다.'
과천에서 상철이의 연락을 기다렸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할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이상 상철이가 연락해 올때까지 한곳에서 기다리는게 상책이다. 상철이는 3일후에 다시 연락해 왔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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