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캐논, 살길을 열어 주다(1)
120화.
외성 경비병은 로브를 입고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캐논을 보고 겁 먹은 표정도 아니었다. 당당하게 방문 목적을 묻는게 기강이 확실히 잡혀 있는 자작군이라고 생각되었다.
"저거 보이지? 가죽을 팔려고 찾아 온거다."
"용병이십니까?"
"내가 용병으로 보이나?"
"아, 죄송합니다. 통과하십시요."
용병 마법사는 많이 없다. 그렇다고 용병도 아닌 마법사가 몬스터 사냥을 해서 팔러 다니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경비병은 통과시켜 주었다. 기강이 잡혀있는 경비병들이 꼬치꼬치 캐 물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통과시켜 주었다.
캐논 뒤를 따라 오는 청년들은 나무에 매달린 가죽을 옮기고 있었다. 경비병은 마법사인 자신이 고용한 자들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예상했던대로 자작성은 엄청나게 넓었다.
"모두가 묵을 만한 여관과 가죽을 팔 상점을 찾아 봐라."
청년 몇몇이 짐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 주고 달려 갔다. 외성을 구경하며 일행들이 돌아 오길 기다리며 천천히 이동했다. 무슨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듯이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고 있었다. 가죽을 둘러 맨 일행이 호기심을 끈것이다.
"그 가죽 팔려는 겁니까?"
"그렇다."
"저희 상단에 파실순 없는지요?"
중년인은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차피 잡화점이나 가죽 세공소로 가져가 팔아야 한다.
"상단으로 안내해."
"감사합니다. 이쪽입니다."
얼굴이 환해진 중년인은 앞장서서 안내했다.
"상단은 먼곳에 있는거냐?"
"아닙니다. 저 안쪽으로 들어 가면 곧입니다."
"아이스롱, 한명을 남겨 일행이 오면 같이 오라고 해."
중년인이 안내한 곳은 꽤 큰 건물로 입구는 활짝 열려 있었다. 한곳에 가죽을 내려 놓자 어느새 다른 상인들이 달려 왔다.
"감정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상인들이 달려 들어 가죽을 분류하고 감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비싼 가죽은 트롤 가죽이다. 와이번 가죽은 일부러 아공간에서 꺼내지 않았다. 가죽은 모두 73장으로 트롤, 웨어울프, 오크, 고블린, 그리고 자이언트 스네이크 가죽이었다. 킹 스네이크는 몬스터지만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몬스터가 아니다.
"마법사님, 가죽 대금은 모두 375골드 62실버입니다만 376골드에 모두 구입하겠습니다."
응접실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고 있을때 중년인이 가죽 감정이 끝났는지 가죽 구입 가격을 제시했다. 눈을 바라 보고 중년인은 거짓말은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적당한 가격을 제시한것 같은 중년인에게 가죽을 모두 팔기로 했다.
"좋아. 모두 팔겠다."
"감사합니다."
중년인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뒤 밖으로 나가 묵직한 주머니 한개를 들고 와 테이블위에 쏟아 부으며 골드와 실버를 나누었다.
"세어 보십시요. 376골드입니다."
"됐다. 다시 담아라."
"감사합니다."
세어 보지도 않고 중년인을 믿었다. 이런 일로 마법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용하기 좋게 실버까지 넣어준 중년인은 상인으로 성공할것 같았다.
"다음에 또 가죽을 모으면 가져 오시면 모두 구입하겠습니다."
"알았다. 그런데 이곳으로는 와이번이 오지 않나?"
와이번이 등장한 들판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지만 배가 고프면 와이번은 맛있는 먹이가 있는 이 도시나 스쳐 지나간 작은 마을에 등장할것이다.
"가끔씩 날아 옵니다. 그래서 외성벽 곳곳에 발리스타가 설치되어 있는 겁니다."
"그럼 와이번을 잡으면 가죽은 얼마만한 값어치가 있는거냐?"
"적어도 3천골드이상입니다. 크기가 크면 클수록 가죽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그래?"
아공간에 있는 와이번 가죽 한장만 팔아도 몇세대는 돈 걱정없이 떵떵거리며 살수 있는 엄청난 가격이다. 그렇다고 지금 팔 생각은 없었다. 상단을 나가자 여관을 찾으러 갔었던 자들이 합류해 있었다. 일행이 찾은 여관은 허름했다. 18명이 한꺼번에 묶을수 있는 여관을 찾는게 쉽지 않았을것이다.
"일단 배부터 채우자. 맥주도 한잔씩 하며 먹고 싶은건 아무것이나 시켜."
여관은 중년 남자 혼자서 운영하고 있었다. 단체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일손이 딸려 허둥대고 있었다.
"몇명이 움직여 음식을 가져 와라."
일행들은 모두 큼직한 스테이크를 시켰지만 캐논은 야채 볶음만을 시키고 맥주를 홀짝거렸다. 오랜만에 마셔 보는 맥주인 탓으로 거칠고 텁텁한 맛도 맛있게 느껴졌다.
"맥주 통을 몇개 가져 와라."
주인에게 주문해 맥주통을 일행들이 가져 오자 아이스 마법을 살짝 시전해 차겁게 하고 모두 마시라고 했다. 맥주를 마셔본 일행들의 눈이 커지며 이렇게 찬 맥주가 있으냐는듯 신기해 했다.
"모두 놀라지 마라. 너희들 몸을 마법으로 씻겨 주겠다. 클린!"
순식간에 꾀죄죄했었던 얼굴과 몸이 방금 목욕을 한것처럼 변해 버렸다.
"아이스롱, 모두를 데리고 가서 옷을 사 입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아이스롱에게 2골드를 건네 주었다. 1골드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혹시 몰라 2골드를 준것이다. 음식과 맥주를 다 마신 일행들이 식당밖으로 나가자 캐논은 혼자서 남은 맥주를 마시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일행들을 어딘가에 정착시켜야 한다. 자신이 계속 이들을 데리고 다닐순 없는 노릇이다. 큰도시가 아닌한 18명이 한곳에 정착하기는 어렵다. 작은 마을은 외부인을 경계해 더욱 어렵다.
이곳 자작령에 정착시켜도 되지만 먹고 살길을 열어 주어야 했다. 한명당 10골드씩 나누어 주면 평생 먹고 살수 있을 것이지만 젊은 혈기에 곧바로 탕진해 버릴게 뻔했다. 농사를 지으라고 해도 몇년이 지나면 지루해져 뛰쳐 나갈것이다.
'상단을 만드는 수 밖에 없겠군.'
여러곳을 돌아 다니는 상단이 제격이었다. 그래도 문제는 남아 있엇다. 어떤 물건을 취급하는 상단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팔러 다니는 상단이 대부분인 이 대륙에선 특별한 물건을 취급하는 상단은 드물다.
'어떤 물건이 좋을까?'
지구처럼 수많은 물건이 생산되는 곳이 아닌 이곳은 물건은 한정되어 있다. 모두 수작업으로 물건을 만들고 대량으로 작물을 키우지도 않는다. 농산물은 일단 패스다. 수레를 끌고 이동하는 탓으로 농산물은 다 상해 버린다. 깊은 생각에 젖어 있을때 일행들이 돌아왔다. 모두 새옷으로 갈아 입은 탓으로 신수가 훤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나?"
"제각각입니다. 농사를 짓고 싶어 하거나 용병이 되고 싶은 동료도 있습니다."
대륙에서 할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농민, 상인, 용병, 병사뿐이다. 사냥꾼들도 농사를 지으며 농한기에 사냥을 하므로 사냥꾼보다는 농사꾼에 가깝다. 전문 사냥꾼은 많지 않다.
"좋아, 그럼 모두에게 5골드씩 나누어 주겠다. 농사를 지을 사람만 남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자는 떠나라. 단, 어디가서 나에 대한 소문이 들린다면 직접 찾아 가겠다."
내일 아침까지 결정해서 떠나라고 했다. 5골드씩 나누어 주고 이층 방으로 올라갔다. 일층에선 일행들이 떠들석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친한 사람끼리 뭉칠것이다. 농사를 짓겠다고 남은 자들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밤을 지새웠다.
"음, 남은 사람은 5명뿐이군."
이들의 리더였던 아이스롱도 떠났다. 인사는 필요없다고 미리 말해 주었었다. 케빈, 키신저, 스트라우드, 베이센, 마레라는 다섯명이 남아 캐논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가자."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이들을 이끌고 여관을 나갔다. 이들 모두는 병사가 되기 전까지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짓다가 먹고 살기 힘들어 병사가 된 녀석들이다. 병사가 되면 굶어 죽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어디에 정착하고 싶은거냐?"
"이곳 라히르 왕국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며 불안해 하는 일행들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작성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영지로 간다고 말해 주었다. 이곳은 언제 와이번이 날아 올지 모른다. 와이번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성이지만 가끔씩 등장한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말과 동일했다.
"너희들은 정착하면 농사만 지을꺼냐?"
"달리 할줄 아는게 없으니까요."
"음, 그럼 내 말대로 해 볼테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이들에게 농사를 지으면서 닭을 키우라고 했다. 닭을 키우며 달걀을 팔고 달걀로 마요네즈와 쿠키를 만들어라고 말해 주었다. 쿠키는 어떤것인지 알지만 마요네즈가 뭔지 모르는 이들에게 나중에 달걀로 만드는 방법을 가르켜 준다고 하고 수레 두대를 구입했다.
짐말 두마리가 제각기 한대씩 수레를 끌면서 자작성을 나간 일행은 자작성 서쪽에 있는 헤이젠 백작령으로 향했다. 백작성 근처에서 양계장을 시작할 생각이다. 달걀과 마요네즈, 쿠키를 팔려면 인구가 많은 곳이 적당했다. 자작성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용병 등록을 하라고 했었다.
용병패는 신분증 대용으로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젠 백작성까지는 두달이나 걸린다. 수레를 끄는 짐말때문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만 어쩔수 없었다. 자작성에선 대부분 닭과 먹이와 식량을 구입했다. 다른 물건은 백작성에서 구입할 생각이다. 양계장을 시작할려면 닭이 많이 필요해 자작성에서 미리 사가지고 가는 것이다.
"꼬끼오~!!"
야영을 하는 새벽 무렵이면 닭이 울어 대서 자동으로 잠이 깨어 버린다. 수레 위에 있는 닭들에게 먹이를 주고 낳는 달걀을 모두 모아 야영을 하는 저녁 무렵에 마요네즈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켜 주었다.
달걀 노른자만 사용해 소금과 시큼한 식초 비슷한 테초라는 것을 넣고 술도 넣어 같이 저어 주면서 기름을 조금씩 가미하며 걸죽해질때까지 저어 주었다. 완성된 마요네즈를 모두에게 먹어 보라고 했다. 시큼한 냄새를 줄이기 위해 테초는 일부러 적게 넣었다. 빵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 보는 일행들은 눈이 동그래지고 있었다.
처음 먹어 보는 맛에 놀란듯했다. 남은 흰자위는 이곳에서 쿠키를 만들수 없는 탓으로 철판위에 구워 빵 중간에 마요네즈와 같이 넣어 먹어라고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며 매일 아침 이들이 마요네즈를 만들어 빵에 겹친 야채나 감자 삶은 것과 버무려 샌드위치해 먹었다.
새로운 음식에 맛들인 이들은 하루 세끼를 마요네즈와 함께했다. 별탈없이 12일을 이동해 야영을 할때였다. 일찌감치 야영 장소를 물색해 터를 고르고 모닥불을 피우며 닭에게도 먹이와 물을 주고 저녁을 먹을려고 했을때 야영 장소로 다가오는 용병들이 있었다. 저들도 야영을 할려는듯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불을 피우며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용병들은 모두 7명이었다. 아침에 만들어 놓은 마요네즈를 곁들인 빵과 수프를 먹고 있을때 용병 한명이 다가 왔다.
"뭐냐?"
"닭 세마리를 팔아 주실순 없는지요?"
"팔 물건이 아냐. 그냥 가라."
"마법사십니까?"
질문하는 용병놈을 노려 보았다. 로브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이 마법사라고 광고하는것이나 마찮가지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확인하는 놈에게 굳이 말해 주고 싶진 않았다. 아무런 말이 없자 놈은 입가를 슬쩍 비틀며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강압적으로 나왔다.
젊은 모습의 캐논을 보고 저서클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대륙의 마법사는 캐논 나이 정도면 마법 실력은 1~2서클이 고작이다. 천재라고 소문난 자라면 겨우 3서클에 한발을 들여 놓았을 정도일 것이다.
지금은 예전과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지만 옛날에는 그랬다. 지금도 거의 변하지 않았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평민들처럼 보이는 자들과 동행하고 있는 탓으로 더욱 별볼일없는 마법사라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용병으로 등록한 일행들은 겉모습은 모두 농민처럼 보인다.
"야! 닭 판데, 얼른 와라."
용병놈이 제멋대로 해석하고 동료들을 불렀다. 어슬렁거리며 다가 오는 놈들은 이쪽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용병놈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가 닭을 판다고 했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용병놈에게 물었다. 여전히 비웃는 듯한 표정의 놈은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
"저렇게 많은 닭이라면 몇마리쯤은 팔아도 상관없잖아. 않그래?"
"다치기 전에 꺼져라."
바로 목을 비틀어 죽일까도 생각했지만 딱 한번은 경고를 했다. 이대로 물러 간다면 참을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일것이다. 일행들도 이미 일어나 창을 쥐고 있었다. 공격하라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 들것이다. 전직 병사들인 이들은 용병들 못지않는 전력을 자랑한다. 오히려 용병들보다 더 강하다.
마물산에서 몬스터들과의 싸움으로 단련된 이들이다. 접근한 용병놈들이 일행들을 빙 둘러 포위했다. 이것으로 놈들의 의도는 확실해졌다. 질 나쁜 용병놈들이 물건을 강탈할 생각인 것이다. 처음 접근한 놈은 로브를 입은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와 젊은 모습에 별볼일 없는 마법사라고 확인하고 동료들을 부른것이다.
"너희들은 그냥 앉아 있어라."
모닥불과 캐논을 중심으로 놈들에 대항해 빙 둘러 싼 일행 5명에게 지시했다. 전직 병사들인 이들은 전투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공격당하는게 마법사라고 잘 알고 있었다.
"앉아!"
엉거주춤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소리치자 화들짝 놀란 녀석들이 모두 제자리에 급히 앉았다. 이들이 전면에 서 있으면 마법을 펼치는데 지장이 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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