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지독한 지구인(1)
27화.
마계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항상 사이킥 서치를 펼치며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꼬리까지 합치면 5미터는 넘을듯한 입이 뾰족하게 튀어 나온 놈으로 입속에서 긴 혀를 날름거리며 네 발로 빠르게 기어 오고 있었다. 놈의 혀에는 독이 있어 스치면 몸이 마비되어 버린다고 했다. 마리뉴가 놈의 날름거리는 혀를 롱소드로 베어 버리자 괴성을 지른 놈은 꽁지를 말고 도주해 버렸다. 엘브라함 백작성을 이틀 앞둔 지점에서 앞쪽 길에서 10명의 마족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손에는 무기로 보이는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자세히 살펴 보면 어떤 몬스터의 뼈였다. 캐논과 마리뉴를 본 마족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가지 물어 보겠다. 이계인들이 등장한곳을 알고 있느냐?"
"저희들은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리뉴의 질문에 마족이 공손히 답했다. 마리뉴의 기백에 밀린 것이다. 저들의 몸을 서치해 보고 알수 있었다. 최하급 마족들이었던 것이다. 하급 마족이었던 마리뉴는 지금은 중급 마족 정도라고 생각되었다.
"마스터! 어떻게 할까요?"
놈들과 같이 갈지 아니면 멀리 뒤에서 따라 갈지 묻는 마리뉴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어차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 갈수 밖에 없었다. 마족들이 앞장서고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마족들은 별불만도 없는듯했다. 이곳 엘브라함 백작령에서는 아직 징집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전장으로 향하는 마족들이 많다며 이들 또한 그런 부류였다. 누군가와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놈들이라고 생각되었다.
"너희들은 그런 무기로 어떻게 싸울 생각이냐?"
"이건 평범한 무기가 아닙니다. 철목이라는 종류로 엄청나게 단단하거든요."
검은 나무 몽둥이를 보여주며 자랑했다. 정말인지 마리뉴에게 롱소드로 잘라 보라고 했다.
캉.
마리뉴가 내려친 철목에서 쇳소리가 들려 왔다. 마족이 보여준 철목은 흠집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저런 나무가 있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동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해가 떠 있는 4시간만 이동하고 나머지는 야영을 했다. 마족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불침번을 세운후에 옆에 누워 자고 있었다. 캐논과 마리뉴도 어쩔수없이 모닥불 옆에서 잘수 밖에 없었다.
"마리뉴! 마물 몇마리를 잡아야겠다."
마침 먼곳에서 수십마리의 마물들이 감지되었다. 이미 한번 감지한 적이 있는 마물들로 블랙 울프들이다. 놈들을 잡아 가죽을 벗겨 털가죽을 깔고 덮고 자면 밤 추위를 물리칠수 있을것이다.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아냐. 내가 잡은 후 신호를 하면 달려와. 너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려."
길옆의 수풀속으로 들어가 마족들이 보이지 않는곳에서 하늘을 날아 블랙 울프들이 감지된곳으로 날아갔다. 블랙 울프들은 사냥한 먹이를 뜯어 먹고 있었다. 30마리정도되는 블랙 울프를 모두 사이킥 홀드로 묶어 버린후 놈들의 귓속을 향해 사이킥 미사일을 박아 넣었다. 순식간에 30마리를 잡아 버린 캐논은 하늘에 사이킥 붐을 펼쳐 마리뉴를 불렀다. 공중에서 폭발한 소리를 들은 마리뉴와 마족들이 달려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놈들 가죽을 벗겨."
마리뉴 뒤를 따라온 10명의 마족들은 놀란듯 멍한 표정들이었다.
"내가 가죽에 흠집을 내면 너희들이 벗겨라."
마리뉴의 말에 마족들이 흠칫하며 마리뉴가 상처를 내 놓은 가죽에 달려 들어 잡아 당기며 벗기기 시작했다. 운좋게도 블랙 울프들에게선 3개의 마정석이 나왔다. 가죽을 벗기며 입맛을 다시는 마족들에게 맘껏 먹으라고 하자 한마리씩 집어 들어 뜯어 먹는 마족들이었다. 엘브라함 백작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 저멀리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의 이동은 편했다. 야영할때에도 블랙 울프들의 털가죽은 따뜻했다.
"너희들은 저곳에 합류할꺼냐?"
"그렇습니다."
"반드시 몸을 가릴수 있는 방패를 만들어 앞을 가리고 진군하는게 좋을꺼다."
"알겠습니다."
이동하면서 마족들에게 이계인들의 무기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수류탄같은 무기는 방패로 방어할수 없겠지만 총알은 두꺼운 방패라면 막을수 있다는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며 죽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쟁에 참가할려는듯 했다.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신당부를 해도 아마 한귀로 흘러 들을것이다. 마족들과 헤어져 마리뉴와 다른 길로 갔다. 엘브라함 백작군에 합류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먼곳에서 지원을 해 주고 기회가 있으면 게이트를 타고 지구라는 곳으로 가 볼 생각이었다. 엘브라함 백작령에 생성된 블랙 게이트는 숲속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같이 행동한 마족들과 헤어져 즉시 사이킥 아이를 펼쳐 어디에 게이트가 있는지 살펴 보았다.
엄청나게 넓은 숲속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높은 흙으로 만든 성벽을 쌓아 올린 안쪽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둥근 모자를 쓰고 있는 지구인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전번에 본 지구인들은 다양한 얼굴색이었지만 이번에는 황색의 얼굴뿐으로 하나의 종족같았다. 성벽위에는 총이라는 물건과 성벽 뒤쪽 멀리에는 긴원통의 무기가 땅에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었으며 공중에는 드론이 날아 다니며 숲속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블랙 게이트는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하늘에서는 찾아 볼수가 없었다. 일단 가장 큰 막사부터 조사해 보았다.
막사 중앙에는 예상했던대로 블랙 게이트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연신 인간들과 물건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물건은 대부분 상자였다. 인간들 수는 어림잡아 3만명정도로 보였다. 성벽 바깥쪽 100미터지점까지 모든 나무를 벤것인지 나무 밑둥만이 남겨져 있었다. 마족들은 성벽위에 500미터 떨어진 숲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족들의 수는 나무들로 인해 몇명인지는 알수는 없지만 2~3만명정도로 예상되었다. 전투가 벌어 진다면 전투 장면은 사이킥 아이로 살펴 볼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대낮이지만 깜깜한 밤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마리뉴에게는 사이킥 아이로 살펴본 지구인 진영의 상황을 모두 말해 주었다. 한밤중이 되었다.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끔 지면을 둥글게 솓구쳐 올려 불을 피우고 다시 두사람이 누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크게 지면을 솓구쳐 올려 둥근 모양으로 완전히 차단하고 천장에 연기가 빠져나갈수 있게끔 구멍을 뚫어 놓았다. 이미 밖에는 사이킥 알람을 펼쳐 놓은 상태다. 사이킥 아이를 펼쳐 지구인들의 진영을 살펴 보았다.
"...음."
지구인 진영은 놀랍게도 환한 대낮이었다. 마법등처럼 둥근 원형구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는 물건이 성벽 주변은 물론 안쪽 진영 곳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마족 진영은 곳곳에 모닥불을 피우고 옹기종기 몰려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언제 공격을 할지는 모른다. 지구인들과 마족들이 대치하고 있는 이곳 산 주변에는 마물들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마물들도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한것 같았다. 그럴때 지구인 반대쪽 성벽위에서 아래쪽으로 밧줄을 타고 내려 오는 10명의 검은 복장을 한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지구인인듯 등에는 배낭과 총이라는 물건을 짊어 맨 상태였다. 어디를 가길래 얼굴까지 모두 가린 어쌔신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지 그들 머리위에 사이킥 아이를 보내 감시를 하며 따라 갔다. 그들 앞쪽 하늘에는 드론이 날아 다니고 있었으며 성벽에서 내려온 이들은 얼굴에 무언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눈쪽에 작은 원통이 툭 튀어 나온 모양의 특이한 물건이었다. 모두가 그런걸 쓰고 총을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숲속으로 들어간 놈들은 두패로 갈라져 성벽을 빙 돌아 마족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동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느렸다. 주변을 꼼꼼히 살펴 보며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족들과 50미터지점까지 이동한 놈들은 더욱 조심스럽게 마족들 진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동했다. 마족들과 불과 20미터 지점까지 이동하자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 설치하기 시작했다. 살짝 휘어진 직사각형의 물체를 곳곳에 설치해 놓고 후방 100미터까지 후퇴한 놈들은 땅을 파고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숨어 든 땅위에는 덤불을 잘라와 위장을 하는 철저함을 선보였지만 캐논이 모두 지켜 보고 있다는건 모르고 있을 것이다. 놈들이 설치한 직사각형의 검은 물체는 지구인들의 무기같았다. 다른쪽으로 이동한 놈들도 찾아 보았다. 이놈들처럼 반대편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반대편 숲속을 샅샅이 뒤진 끝에 덤불로 위장해 놓은 직사각형 물체를 발견했다. 그 물체 주변의 땅을 조사해 놈들이 이동한 곳을 찾아 숨어 있는 곳도 발견했다. 마리뉴에게 그런 사실을 말해 주자 놀란 마리뉴는 놈들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리뉴를 혼자 남겨 두고 사이킥 텔레포트로 놈들이 숨어 있는 땅위로 이동해 사이킥 월을 펼쳐 놈들이 숨어 있는 땅속위에 흙으로 단단하게 덮어 버렸다. 생매장을 한것이다. 한곳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반대편으로 이동해 놈들의 목적이 무언지 알아 보기 위해 사이킥 홀드를 펼친후 사이킥 사일런스로 주변 소리를 차단했다. 사이킥 리버스 그래피티로 땅속에 숨어 있는 5명을 땅위로 끌어 올렸다. 놈들은 눈쪽에 뒤집어 쓴것을 벗은 상태였지만 모두 복면을 하고 있어 얼굴 표정은 알수가 없었지만 눈동자만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통역 마법을 응용한 사이킥 인터퍼테이션을 시전해 놈들에게 물었다.
"......."
역시 이놈들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난 정찰대라는 놈들도 고문을 하기 전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었다. 놈들의 복면을 모두 벗겼다. 그리고 한놈의 눈알을 사이킥 핸드로 빼냈다.
"크으윽!"
엄청난 고통일텐데 놈은 작은 신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고문을 당했을때의 훈련까지 한놈들이 틀림없었다.
"말하지 않는다면 네놈들 눈알을 모조리 빼낸후 마족들에게 던져 버리겠다."
"누, 누구냐?"
"알것 없어. 네놈들이 지구인이란건 이미 알고 있다. 저 안에서 성벽을 타고 내려 온걸 모두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곳에 어떤 물건을 설치한후 땅속에 숨어 들어 간것까지 모두 지켜 보았다. 네놈들이 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네몸들을 마족에게 던져 버리고 반대편에 있는 네놈들 동료들을 잡아 물어 보겠다."
"헉! 어, 어떻게..."
4명이 놀라고 있었으며 눈알이 빠진 놈은 고통을 참고 있는지 이를 악문 상태였다.
"네놈들은 누구며 이곳에는 왜 숨어 있는거냐?"
"........"
잠시 기다렸지만 훈련이 철저한 놈들인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다시 다른놈의 눈알을 강제로 빼냈다. 이번엔 일부러 한쪽 눈알만 뺐다. 피를 철철 흘리며 괴로워하면서도 놈은 비명도 흘리지 않고 있었다.
꽈직.
그런 놈의 한쪽 다리를 밟아 아작을 내버렸다. 놈은 이제 이 숲을 벗어 날수 없을 것이다. 슬쩍 다른 놈들의 얼굴을 확인하자 떨리는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었다. 깜깜한 밤인 탓으로 서로의 얼굴은 알수 없겠지만 캐논에게는 똑똑히 보였다.
"말하지 않으면 한놈씩 눈알을 빼고 다리를 완전히 망가 뜨리겠다. 네놈들이 이곳에서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누구도 이곳으로 오진 않는다. 믿지 못하겠지만 이곳에서의 소리를 완전히 차단시켜 밖에서는 들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다. 고통스럽다면 비명을 질러."
"......."
지독한 놈들이었다. 캐논이 경고한대로 멀쩡한 세놈의 한쪽 눈알을 빼고 한쪽 다리까지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여전히 신음도 내뱉지 않는 놈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대체 어떤 훈련을 받으면 저렇게 독한 놈들이 탄생할수 있는지 탄복스러웠다. 놈들을 일단 내버려 두고 놈들이 설치한 물건과 가지고 있는 물건을 모두 한곳에 모았다. 설치한 물건은 아무리 살펴 봐도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이게 뭐냐?"
"......."
전번처럼 살가죽을 벗기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통하지 않을것 같았다. 배낭을 뒤집어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전투 식량이 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반질반질한 봉지와 담요, 구급약, 물, 무기류등이 들어 있었다. 전번 놈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과 비슷했다.
"이건 뭐하는 물건이냐?"
놈들이 눈쪽에 뒤집어 쓰고 있던 앞쪽이 툭 튀어 나온 작은 원통이 달려 있는 물건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
아무런 말이 없자 캐논이 직접 얼굴에 뒤집어 써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린 캐논은 사용법을 알아 보기 위해 놈들에게 재차 질문을 했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일단 이 물건은 챙겼다. 무기류등은 필요없었지만 단검만은 필요했다. 마리뉴에게 주면 좋아 할것이다. 놈들이 숨어 있던 움푹 파인 땅속에 모든 물건을 집어 넣고 놈들을 조금 먼곳으로 옮겨 놓고 땅속에 사이킥 붐을 시전했다.
꽈꽈꽈꽝!!
엄청난 폭발과 함께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즉시 사이킥 서치를 펼쳐 마족들의 동향을 살피자 마족들이 이곳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마족들이 이쪽으로 달려 오고 있는 중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내 질문에 답해 줄 의향이 있는 놈은 나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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