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천후, 마을을 위해 나서다(2)
195화.
분근착골을 시전한것이다. 차마 눈 뜨고는 지켜 볼수 없을 정도로 놈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상태로 뼈가 뒤틀리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급기야 제발 죽여 달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지켜 보던 두놈은 이미 후덜거리는 다리를 감당하지 못한채 바닥에 주저 앉은 상태다. 놈의 혈을 눌러 분근착골을 해제시켜 주자 숨을 헐떡이며 축 늘어져 버렸다.
"놈을 업고 따라 와라."
후덜거리는 다리로 엉거주춤 일어선 두놈이 늘어진 놈을 부축해 한놈이 업고는 비틀거리며 천후를 따라 갔다. 목책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해 꿇어 앉으라고 했다. 군말없이 지시에 따르는 놈들의 마혈과 아혈을 짚고는 목책안으로 들어간 천후는 아침이 되어 모두 식사를 마친후 따라 오라고 했다.
"번리! 링클 녀석들이 보이지 않아."
"후우, 녀석들이 아마 도주하다 잡힌것 같다."
아침부터 링클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안일하게 도주를 한 링클 녀석들이 보나마나 마법사에게 잡혀 끌려 왔을 것이다. 지금 가고 있는건 링클들이 있는 곳일꺼다. 목책을 나서자 저 멀리 링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잡힌 것이다.
"놈들은 어제 내 경고를 무시하고 도주를 했다. 스밍! 놈들의 품속을 뒤져라."
아침 시간대여서 아직 기온이 올라가지 않아 조금 쌀쌀함에도 링클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스밍이 놈들의 품속에서 보자기를 꺼내 풀자 밀과 감자가 나왔다.
"놈들은 저것을 빼돌릴 생각으로 어제밤 도주를 했다. 저것을 가져가 심어 팔 생각으로 빼돌린 것이다. 아이들의 눈을 가려라."
이미 천후가 무엇때문에 아이들 눈을 가리게 한것인지 짐작한 마을 사람들은 즉시 눈을 가릴때 번리가 살려 줄순 없느냐고 물었다.
"난 한번 내뱉은 말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킨다."
엘라임을 소환 시켰다. 지구에서도 엘라임은 좀처럼 소환하지 않아 불만이 많았을것이다. 엘라임을 소환하자 모두가 경악하며 뒷걸음질을 치며 덜덜 떨었다.
"으아~악!!! 모, 몬스터다!"
엘라임은 화룡의 모습으로 등장한것이다. 다른 정령들을 지구에서 용의 모습으로 현신시킨 탓으로 엘라임도 용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었는지 넘실거리는 화염으로 비늘 모양을 한 거대한 길이의 몸통을 자랑하며 공중을 부유하는 엘라임은 간간이 입에서 불까지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조용! 몬스터가 아니다."
엘라임에게 놈들을 모조리 태워 죽이라고 했다. 떨리는 눈으로 접근하는 엘라임을 지켜 보며 살려 달라고 외칠려고 해도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놈들은 순식간에 한줌의 재가 되어 흩어졌다. 엘라임을 소환 해제시키자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일을 시작하라고 했다.
용병 번리는 방금전에 등장한 몬스터는 정령인것을 눈치챘다. 지금까지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저 청년은 정령까지 소환할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밀을 수확한후 밀밭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줍는 일을 했다.
줍지 않아도 넉넉할 정도로 밀이 창고에 쌓여 있지만 늘 하던 일이라 힘들어 하지도 않고 표정 또한 밝았다. 용병들과 성인 남자들은 목책을 수리하는 일을 했다. 두달후 목책 수리가 거의 끝난 어느날 스밍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캐논님! 영주성의 세금 징수관이 오고 있습니다."
"놈들이?"
천후는 이곳에서 예전에 사용하던 캐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천후라는 이름은 이들이 발음을 못해 그렇게 알려 준것이다. 정문쪽으로 서둘러 갔다. 아직 징수관은 마을로 들어서진 않은 상태다. 마차 한대와 전마에 탄 기사 한명 그 뒤로 100여명의 병사들이 수레 열대를 끌고 마을로 접근하고 있었다.
수레에는 짐들이 조금씩 실려 있었다. 3년동안의 가뭄과 징집으로 인해 농사는 지을 사람도 없고 지을 종자도 없을텐데 수확철이 끝나자 세금을 징수하러 온것이다. 목책문앞에서 놈들을 기다렸다. 마을 사람들은 불안한듯 목책안에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또각또각.
"멈춰라!"
기사가 앞쪽 30미터 지점에 도착했을때 멈추라고 소리쳤다. 멈추라는 말에 기사는 한손을 들어 일행들을 제지하고는 혼자서 다가왔다. 기사는 천후의 옷차림을 살펴 보고는 조금 당황하고 있는듯했다. 로브를 입고 있는 이들은 마법사들이 대부분이다. 정령사들은 수가 너무 적어 가장 먼저 떠 오르는건 마법사다.
"넌 누구냐?"
"캐논 드라이브다. 이 톨리트 마을엔 무슨 일로 찾아 온거냐?"
"세금을 징수하러 왔다."
"세금? 웃기지 마라. 내가 이곳에 오기전까지 이 마을은 죽어 가는 마을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언제 굶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나 종자 또한 한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마을에 원조를 해 주기는 커녕 세금만 착복하는 놈들에게 줄 세금은 없어. 돌아 가라."
놈들을 마을안으로 들일 생각은 없었다. 강제로 들어 올려고 하면 모두 죽여 버릴 생각이다. 아무리 많은 병력들이 몰려 온다고 해도 충분히 처리할수 있었다. 천후의 추방령에 기사는 전마에서 내려와 마차쪽으로 다가갔다. 징수관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다. 잠시후 마차문이 열리며 중년인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네는 무슨 자격으로 자작령 일에 끼어 드는건가?"
"자격? 자작이 영주 자격이 있는 놈이냐? 다 죽어 가는 영지민들을 살펴 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착취만 하는 놈이 자격이 있는 놈이냐?"
"감히 영주님을 기만하다니! 문트경, 놈을 제압하게."
스릉.
즉시 검을 뽑은 문트라는 기사가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자신을 마법사라고 알고 있는지 마법 주문을 영창할 시간을 주지 않을려는듯 빠르게 쇄도해 들어 오는 것이었다.
"느려!"
"앗?"
달려 오는 기사가 10미터 지점에 이르렀을때 천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깜짝 놀라 멈춘 기사의 등뒤로 이동해 마혈을 찍고는 손에 들고 있는 롱소드를 빼았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롱소드를 빼았긴 기사는 무슨 일이 벌어 졌는지도 모른채 당황하고 있었다. 롱소드를 들고 제압하라고 명령을 내린 징수관에게로 걸어가자 놀란 놈이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잡아라!"
번쩍.
짝!
"악!"
털썩.
잡아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진 천후는 징수관의 빰을 롱소드 옆면으로 후려 갈겼다. 롱소드 자국이 선명히 남은채 바닥으로 쓰러진 징수관은 기절한채였다. 병사들은 어쩔줄 몰라했다.
"너희들이 덤벼봐야 괜히 다치기만 한다. 기사가 상대도 되지 않는걸 보고서도 덤벼들 생각이냐? 아서라."
툭툭.
롱소드로 기절한 징수관의 머리를 툭툭치며 깨웠다. 눈을 뜬 놈은 벌벌 떨며 팔을 뒤로 버둥거리며 엉덩이를 바닥에 끌며 물러서고 있었지만 허둥대는 꼴이 너무 웃겼다. 그렇다고 웃을순 없었다.
"생각같아선 찢어 죽여 버리고 싶지만 한번은 참는다. 두번 다시 이 마을을 찾아 오지 마라. 그때는 반드시 죽인다."
휙.
"으악!"
롱소드를 놈에게로 던졌다. 가랑이 사이의 땅에 박힌 롱소드에 징수관은 오줌을 지렸다. 기사의 마혈을 풀어 주고 꺼지라고 하며 목책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했다.
끼이익.
문이 닫히자 촌장으로 정식으로 임명된 스밍이 걱정스러운듯 했다.
"걱정마라. 왕국군 전체가 몰려 온다고 해도 문제없어."
마을은 심각한 남녀 불균형으로 처녀들이 많았다. 그런 처녀들은 천후는 겁이 나는지 다가 올려고 하지 않았지만 용병이나 마을 청년에게 관심이 있는듯했다. 살아 남은 용병 다섯명은 마을에 익숙해진 상태다. 더이상 도주할 생각도 없는지 마을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고 있었다.
한달이 지난후 마을쪽으로 접근하는 병사들이 발견했다며 스밍이 보고해 왔다. 영주성에서 병력을 보낸것 같았다. 영주 입장에선 자작령 일부인 이 마을을 내버려 둘순 없는 노릇이다. 징수관이 어떤식으로 보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영주는 엄청나게 화가 나 있을 것이다. 병사들은 모두 3백정도로 기사가 둘이나 된다고 했다. 고작 그런 병력으로 자신을 잡으러 온다는 말에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작 입장에선 어쩔수가 없었을것이다. 영주성에 남아 있는 병력을 모조리 보냈을것이 틀림없었다. 마을 남자들이 거의 사라질정도로 징집해 갔다면 전쟁은 불리한 상황일것이다. 영주성에 남아 있는 병력이라고 해도 많아 봐야 3백정도뿐일것이다. 그런 병력을 모조리 보냈다면 지금 영주성은 텅빈 상태일것이다.
"걱정말고 단단히 문을 닫아 걸어."
목책쪽으로 걸어가 위로 올라갔다. 놈들이 접근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목책위로 올라온 상태다.
"선두에 있는 자는 타토리움경으로 중급 기사입니다."
용병인 번리의 말에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선두에서 전마에 탄채 다가 오는 기사를 바라 보았다. 아직 투구는 쓰지 않아 선명하게 얼굴을 알아 볼수 있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의 얼굴로 강직한 인상이었다. 목책앞 30미터 지점까지 접근한 기사가 말을 멈추고 소리쳤다.
"톨리트 마을을 강제로 점령한 자들은 들어라. 톨리트 마을은 마도룸 자작령에 속하는 마을이다. 당장 문을 열고 항복하라."
이 마을을 한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안쪽 상황을 모른채 물러난 징수관이 많은 병력들에 의해 점령 당한 상태라고 보고했을것이 틀림없었다.
"뭘 하러 이곳으로 온거냐?"
"이곳은 자작령 영지다. 무슨 이유로 마을을 점령한거냐?"
"점령은 아니다. 너무 불쌍해서 도와 주고 있는거다. 자작이 얼마나 마을에 관심이 없으면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갈때까지 방치를 해둔거냐? 만약 내가 우연히 이 마을에 들러지 않았다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어 죽었을꺼다. 자작은 이미 이 마을을 포기한 상태다. 그렇지 않다면 방치해 둘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에와서 마을을 되찾겠다는 핑계는 둘러대지 마라. 모두 꺼져라."
꺼지라는 말에 기사가 투구를 쓰고는 전투 준비를 외쳤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목책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싸울수 있는 자는 마법사라는 자 한명밖에 없다고 판단한것이다. 병사들이 목책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을안으로만 들어 간다면 마을을 점령할수 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마법사 혼자라면 목책 뒤쪽에서 마을로 들어 가는 병사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저, 저희들도 싸우겠습니다."
"너희들이 왜 싸워. 구경만 해."
용병인 번리가 싸우겠다고 했지만 괜히 다치면 치료까지 해 주어야 한다. 자신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수 있는데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
- 엘라임! 목책 주변을 한바퀴 돌고 와.
- 호호호, 알겠어요.
- 목책에 불이 붙지 않게끔 조심하고.
- 걱정마세요.
중간계에선 자주 소환하는 탓으로 기분이 좋은지 엘라임은 괴성을 지르며 천후의 등뒤에 등장했다.
"쿠오오오~!!!"
이번에도 화룡의 모습으로 등장한 엘라임은 화염을 공중으로 뿜어 내고는 빠르게 목책 아래로 내려가며 목책 주변을 빙 돌았다. 거대한 길이의 생전 처음 보는 괴물이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몸통을 꿈틀거리며 등장하자 목책 주변으로 달려가든 병사들은 기겁하며 몬스터라고 외치며 일제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목책앞의 기사는 물론 전마도 놀란듯 발앞을 들고는 히이힝거렸다. 엘라임이 돌아와 천후의 머리위 상공을 빙글빙글 선회하고 있었다. 선회할때마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후끈한 열기를 동반하고 있었다.
"꺼져라. 당장 꺼지지 않으면 날 원망하게 될꺼다."
"저, 정령사십니까?"
"알것 없어. 꺼지지 않는다면 당장 공격하겠다."
마도룸 자작령 중급 기사인 타토리움은 난처했다. 세금 징수관의 말로는 톨리트 마을을 강제로 점령한 자는 마법사가 포함된 병력이라고 했다. 병력은 마을안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는 주문 영창을 하기전에 제압하면 된다. 제압하지 못하더라도 마을안으로 들어가 마을 사람들은 인질로 잡으면 마법사는 마을을 내 줄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마법사가 아니라 정령사였다.
엄청난 크기의 처음 보는 몬스터의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불의 정령이 틀림없었다. 저렇게 거대한 정령을 소환할수 있다면 최소한 중급내지 상급 정령일것이다. 이미 병사들은 겁을 집어 먹어 사기가 바닥난 상태다.
이대로 싸울순 없었다. 정령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한 백전백패일것이다. 고작 3백명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영주성에 남아 있는 병력중 경비를 제외하고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왔지만 이 병력만으로는 무리였다.
오랜 전쟁으로 병력 대부분이 전쟁터로 간 상태다. 영주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이대로 돌아 갈순 없지만 만약 이곳에서 병력들이 모두 당한다면 자작령은 병력 부재로 인해 치안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 질것이다. 어쩔수 없이 후퇴를 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령사의 강경한 입장으로 볼때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철수한다."
정령사가 공격하기 전에 철수를 선택했다. 천후는 자작군이 완전히 물러 갈때까지 지켜 본후 목책 아래로 내려갔다. 한동안 자작군은 이곳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올려도 해도 병력이 부족해 병력을 모으거나 아니면 익스퍼트 상급 정도의 경지에 든 기사나 마법사를 초빙하지 않는한 오지 않을 것이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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