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습격(2)
14화.
캉캉캉.
쩌어엉.
"크악!"
"커억!"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장면에 상인들은 모두 수레 뒤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 용병놈들이 왜 습격했는지는 모른다. 그때였다. 습격한 용병놈의 말에 화가 폭발해 전투에 참가하게 된 캐논이다.
"가죽을 찾아."
"가죽?"
이제야 왜 습격한것인지 알수 있었다. 놈들은 소문을 듣고 오우거와 샤벨 타이거 가죽을 탈취하기 위해 온것이다. 절대로 살려 둘수 없는 놈들이다.
"감히 내 가죽을 훔친다고?"
용병들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습격한 놈을 향해 사이킥을 시전했다. 한놈도 살려 둘 생각은 없었다.
퍽!
아무런 조짐도 없이 습격한 용병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마주 싸우고 있던 호위 용병 놈이 뭐가 뭔지 모르는듯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습격한 놈들의 머리가 계속 터져 나가고 있었다.
퍼퍼퍼퍽!
다섯명의 머리가 갑자기 터져 나가자 죽은 놈들 근처의 놈들이 주춤거리며 몇걸음씩 뒤로 물러 서고 있었다. 아크티브 상단쪽에 30명, 이쪽으로 20명이 달려 든 놈들이다.
"모두 멈춰라!"
사이킥의 힘으로 크게 외쳤다. 쩌렁하게 울려 퍼진 소리에 치열하게 싸우던 자들이 서로 물러 나며 전투가 중단되었다.
"너희들은 뒤로 물러서."
중소 상단을 호위하던 용병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 났다. 마법사라고 알고 있는 캐논의 말에 즉시 따른것이다.
"내 가죽을 탐내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 주겠다."
"죽여!"
앞으로 나서며 말하는 캐논을 향해 주춤했던 놈들이 달려 들었다. 그런 놈들을 스윽 둘러 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퍼퍼퍼퍼퍼퍽!
이마에 작은 구멍이 뚫린채 앞으로 꼬꾸러지는 놈들이었다. 비명 소리도 없었다. 비명을 지를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다른 놈들에겐 손가락을 펼쳤다. 그러자 이번에도 소리없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달려 들던 놈들은 이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챈것인지 제자리에 멈춘후 제각기 무기를 앞으로 내민채 경계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죽어라! 사이킥 드릴!!"
하나같이 이마에 구멍이 뻥 뚫려 죽자 놈들은 이마를 무기로 방어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호위 용병에게 당한 세놈을 제외하고 17명은 순식간에 모두 죽어 버렸다. 많은 인간들을 죽였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숲속에서 수많은 몬스터를 죽인 탓으로 인간이나 몬스터나 똑같이 보였다.
"뒷정리를 해."
호위 용병들에게 소리친후 앞쪽의 아크티브 상단쪽으로 달려 갔다. 잠시 멈추었던 전투가 다시 전개된 아크티브 상단쪽은 레시데 용병 단장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지만 레시데 단장의 활약으로 습격한 놈들은 이미 6명이나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으며 다른 용병들은 방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퍼퍼퍼퍽!
방어를 하고 있는 용병들을 공격하는 놈들에게 사이킥을 시전했다. 갑자기 동료들이 쓰러지자 당황한 놈들이 뒤로 일제히 물러 서고 있었다. 그런 놈들에게 사이킥 붐을 시전했다.
퍼퍼퍼펑!
놈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레시데 용병단의 용병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적들의 머리통이 갑자기 폭발한것이다.
"으아악!"
아직 공격 당하지 않은 놈들은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내지르며 멀치감치 물러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캉캉캉캉.
단장쪽은 제대로 상대를 만났는지 롱소드에서 불똥이 튀고 있었다. 상대도 익스퍼트인것같았다.
저벅저벅.
캐논이 접근하자 호위 용병들의 표정이 환해지고 있었다. 오우거까지 잡은 캐논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용병들도 갑자기 죽어 버린 놈들이 왜 죽었는지 캐논을 보고 이해를 한듯했다.
"죽어라! 사이킥 커터!"
손을 뻗으며 외쳤다. 그러자 물러나 있던 놈들의 목이 일제히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으악! 피, 피해!!"
"구속하라. 사이킥 홀드!"
도주할려는 놈들을 묶어 버리자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의 목들이 투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단한놈만을 살려 두고 모조리 죽여 버렸다. 습격한 놈들은 이제 단장과 싸우고 있는 놈과 움직이지 못한채 오줌을 지리고 있는 놈, 두명뿐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저놈을 포박해 놔. 절대로 죽이지 마라."
우르르.
레시데 용병단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가 놈을 잡자 구속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용병에게 잡힌 놈은 덜덜 떨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쩌엉! 쩡! 쩡!
레시데 단장은 상대방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누가 더 강한지 우열을 가릴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쪽을 힐끈 본 놈은 롱소드가 더욱 진한 색으로 물들며 단장의 소드와 부딪힌후 뒤로 튕겨지자 등을 돌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동료들이 모두 당한 것을 파악하고 도주를 하는 것이다. 놈이 도주하게끔 내 버려 둘순 없었다.
"미끄러져라. 사이킥 그리스!"
꽈당.
놈이 달려 가는 앞쪽에 마찰계수 O인 그리스 마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사이킥을 시전하자 미끄러진 놈은 뒤로 한팔을 짚고는 엉덩방아를 찢었다. 벌떡 일어날려는 놈에게 다시 사이킥을 시전했다.
"눌러 버려. 사이킥 그래피티!"
"크윽!"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몸을 찍어 누르자 다시 엉덩방아를 찢으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단장! 죽여 버려."
탓.
푹!
"컥!"
레시데 단장이 급히 달려가 놈의 뒷목에 롱소드를 박아 넣었다. 레시데 단장은 롱소드를 빼고는 캐논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습격한 놈들은 포로로 잡은 한명만이 남은 상태다.
"네놈들이 습격한 이유는 뭐냐?"
포로를 심문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덜덜 떠는 놈은 오줌까지 지리고 있었다.
"오, 오우거 가죽과 샤벨 타이거 가죽이 오고 있다는 소문으로 모인 용병들이 달려 온것입니다. 사, 살려 주십시요."
역시였다. 더이상 물어 볼것도 없었다. 애원하는 놈이지만 절대로 살려 두지 않는다는걸 놈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죽여!"
레시데 용병단이 놈을 숲속으로 끌고갔다. 호위 용병들중에 죽은 자들은 물론 부상자들도 있었다. 죽은 용병은 어쩔수 없지만 부상당한 용병들은 물주머니의 포션으로 치료를 해 주었다. 5일동안 더이상의 습격은 없었다. 무사히 푸미 무역 도시로 들어 섰다. 소문이 크게 났는지 입구쪽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먼저 보낸 용병 두놈이 달려와 소문을 냈다며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고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상단주! 오우거 가죽과 뼈를 가리고 있는 휘장을 걷어."
모두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란걸 모두에게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허억! 지, 진짜다."
"엄청난 크기다. 저 뼈를 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오우거 가죽과 뼈를 보고는 모두 경악하고 있었다. 보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레가 가는 길을 많은 사람들이 졸졸 따라 오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멀리서 본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다가와 수레에 실려 있는 물건을 보고는 놀라는 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푸미 무역 도시에사 가장 좋은 여관을 잡았다. 오우거 가죽과 뼈들은 모두 방안으로 옮겨졌다. 도둑이 설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라시덴 상단주와 부상단주는 거래를 하기 위해 쉴틈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한가한 사람은 캐논이다.
6년만에 트론티아 왕국으로 돌아온 캐논은 방으로 들어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생각했다. 가죽을 판 자금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마법 서적도 구입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어중이떠중이는 필요없었다. 자신에게 충성할 부하가 필요했다. 사이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마법적 지식이 필요했다. 3일동안 여관방에 틀어 박혀 사이킥 연습을 하고 있을때였다. 나라시덴 상단주가 찾아와 렉트 후작이 직접 초대를 했다고 했다. 후작 작위로 몰락 귀족인 자신을 초대할 정도라면 가죽밖에 없었다. 귀족 복장으로 갈아 입고 여관 1층으로 내려 가자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상단주는 같이 가지 않는가?"
"전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다녀 오겠다."
푸미 무역 도시를 관리하는 성은 후작 직속령으로 프레임 자작이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성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검문도 없이 내성으로 들어 갔다. 집사로 보이는 노인의 안내를 받아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캐논 드라이브 백작입니다."
"어서 오게. 조그마한 후작령을 관리하는 렉트라네."
귀족답지 않은 소개에 어리둥절했다. 후작은 60대정도로 보였지만 기사 수업을 쌓았는지 몸이 탄탄해 보였다. 후작 전면 앞 왼쪽에는 50대로 보이는 중년인은 프레임 자작이라고 소개했다.
"자아, 편히 앉게. 자네도 앉게."
"예."
소파에 걸터 앉자 잠시후 차를 내왔다. 한모금 머금은 후작은 본격적으로 용건을 털어 놓기전에 옛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 부친인 알트와는 잘 아는 사이였다네.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군."
"전 아버님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어릴적에 영지를 나와야 했으니까요."
"그렇겠지. 자네가 애기일때 백작령을 방문한 적도 있었네."
잘 아는 사이였다면 영지전이 벌어졌을때 왜 도와 주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자네에겐 미안하네. 백작령에 영지전이 벌어 졌을땐 상대인 마르티스 백작가 뒤엔 왕실이 버티고 있었다네. 그런 탓으로 어느 영지도 백작령을 도와 줄수 없는 처지였다네."
묻지도 않았는데 후작 스스로 설명해 주었다. 이미 지난 일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자네 행여나 백작가를 되찾겠다고 설치지는 말게. 지금 왕국에선 마르티스 후작가는 권력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네. 그런 후작을 상대로 부딪혀 봐야 자네만 손해일걸세. 조용히 숨어 사는게 좋을꺼야."
경고인지 충고인지 모르는 말을 하는 후작을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몇년전에 습격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성인이 될때까지 밖으로는 한발도 나가지 않은 상태로 누구에게 원한 살 일도 없었죠. 그런데도 밖으로 나온지 4개월정도만에 습격을 받은것입니다. 누구 짓일까요?"
"음...그런 일이 있었나? 범인은 찾았나?"
"아니요. 하지만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짐작할수 있습니다."
"아마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자가 범인일걸세. 그 자는 집요한 면이 있거든. 지금 자네가 살아 있다는걸 알면 다시 습격할지도 모른다네."
후작은 이미 누가 사주했는지 짐작하는듯했다. 습격은 곤란했다. 어쌔신의 목표가 되면 피곤해 질것이다. 사이킥 힘을 더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자네 특이한 가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네. 내게 팔게."
"어떤 가죽을 원하시는지요?"
"샤벨 타이거 가죽이네. 어떤 상태인지 볼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접어 들었다. 역시 가죽때문에 부른 것이었다. 마법 주머니에서 꺼낸 샤벨 타이거 가죽과 송곳니가 응접실 바닥에 펼쳐졌다.
"후작님! 상처가 전혀 없습니다. 최상급입니다."
후작과 자작이 가죽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임 자작이 꼼꼼하게 가죽을 살펴 보고 보고했다.
"자네가 잡은건가?"
"운이 좋았을뿐입니다."
"...음. 자네 마법사인가? 마법사라는 소문이 돌더군."
"마법사는 아닙니다."
이미 자신에 대해 조사를 한것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귀족이 누구를 만날땐 그 자에 대해 파악하고 만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가. 좋네. 저 가죽은 5천 골드에 구입하겠네. 어떤가?"
"감사합니다."
경매에 내 놓으면 5천 골드 보다는 많이 받을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만족했다. 후작과 안면을 튼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였다. 후작이 눈짓을 하자 프레임 자작이 주머니 한개를 들고 왔다.
"골드 보다는 보석으로 준비했네. 확인해 보게."
"아닙니다. 후작님을 믿겠습니다."
후작은 기분이 좋은지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화려한 식사를 끝나고 차 한잔을 마시고 있을때 후작이 한가지 정보를 알려 주었다. 프론티아 왕국 동쪽에 위치하는 엘칸트 왕국과 정치적 대립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네 힘을 키우게. 머지않아 큰일이 벌어 질지도 모른다네. 큰공을 세우면 백작가를 다시 세울수 있을걸세."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 차렸다. 엘칸트 왕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참전해 공을 세우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전쟁은 귀족에겐 기회다. 승작의 기회이며 영주가 될수 있는 기회의 장이 전쟁터다. 후작과 헤어져 푸미 무역 도시에 마법 상점을 찾아 갔다.
"어서 오세요."
로브를 입고 있는 십대 후반 소녀가 보고 있던 책을 덮으며 맞이해 주었다.
"마법 서적을 찾고 있다."
"마법서는 2서클까지 있습니다."
"기초에 관한 서적도 있나?"
"물론입니다."
모두 다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다섯권의 서적을 들고 와 어떤 종류인지 설명해 주었다.
'마법이란'
'마법 총람'
'마나의 이해'
그리고 1, 2서클 마법서였다. 1서클 마법서는 굉장히 두터웠다. 1서클이 100골드, 2서클이 300골드, 마법에 관련된 기초 서적이 모두 32골드로 432골드라고 했다. 모든 책은 비싸다. 게중에도 마법 서적은 끔찍할 정도로 비싸다. 왠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마법 서적 구입은 꿈도 꾸지 못한다. 마법사는 대부분 마탑에 소속되어 그곳에 구비되어 있는 마법서로 공부를 하며 재능이 있는 자를 발굴해 제자로 받아 들여 비전을 전수하는 식이다. 같은 마탑 소속이라고 해도 마법사에 따라 주특기로 사용하는 마법은 모두 다르다. 스승을 모시지 못하는 마법사는 1서클에 마탑을 나와 혼자서 공부를 하거나 용병 일을 하며 자금을 모아 마법 연구에 평생 매달리지만 죽을때까지 3서클 이상은 올라 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만큼 타고난 재능과 스승이 중요하다.
- 작가의말
좋은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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