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천후, 세가로 돌아 오다
180화.
백부님이 확실하다면 무량신공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모른다면 백부님을 사칭하는 것이다. 환골탈태를 두번이나 한것이라면 저런 외모는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아버님도 환골탈태를 해 중년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량신공이라...오랜만에 듣는구나. 음, 가주는 이미 내단을 형성하고 절정 초입에 들어섰군. 하지만 임독맥을 뚫긴 했지만 완전히 뚫진 못해 내공의 수발이 자유롭지 못하는구나."
"허억! 어, 어떻게 안것입니까?"
"그냥 보면 안다. 무량신공을 입 아프게 설명하기 보단 더욱 확실한 방법이 있다."
품속에서 투명한 수정 구슬을 꺼내 내공을 불어 넣었다. 천추가 예전에 준 통신구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면 연락이 될것이다.
치직..치지직...
거친 소음만이 들려 올뿐 통신구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 오지 않았다. 가주는 수정 구슬을 보며 뭘 하는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그게 뭔지요?"
"응? 본적이 없는거냐?"
"예."
천추가 아들인 가주에겐 보여 주지 않은것 같았다. 자신과의 연락 수단인 통신구를 잃어 버리지 않는한 항상 품속에 보관하고 있을텐데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건 통신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내공을 주입을 그만 둘려고 할때 통신구에서 반응이 왔다.
치지직.
- 혀, 형님이십니까?
묵직한 중년의 떨리는 음성이 새어 나왔다. 동생인 천추가 틀림없을것이다.
- 그래. 지금 세가를 찾아와 가주와 함께지만 가주가 백부라고 믿지 않는구나.
- 가주는 듣거라. 이 기물로 연락할수 있는 분은 이 세상에 단한명 형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주는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그리고 형님, 지금 당장 세가로 출발하겠습니다. 적어도 삼일안에 도착할것입니다.
- 아니다. 네가 맹주라며? 내가 무림맹으로 가겠다. 무림맹의 제12연무장이 아직 그대로냐?
제12연무장은 예전에 멸마대가 소집되어 있던 장소다. 시간이 많이 흘러 아직 그대로인지는 모르지만 연무장에서 만나 세가로 다시 이동해 오면 된다.
- 12연무장은 지금도 있습니다.
- 그럼 당장 12연무장으로 이동하겠다. 그곳에서 기다려라.
- 알겠습니다.
천추는 이미 공간 이동을 두번이나 경험했다. 축지라고 생각하고 있어 무림맹으로 단번에 이동할수 있다는걸 알고 있기에 아무런 의문점도 제기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가주는 아니었다.
"무림맹까지는 무량신법을 최대한 발휘해도 적어도 수십일은 걸리는데 어떻게 당장 가신다는 말입니까?"
"다른 방법이 있다. 넌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다녀 오마."
의자에서 일어나 통신구를 품속에 집어 넣고 사이킥 인비저빌리티를 시전해 몸을 숨기고는 즉시 사이킥 워프를 시전했다.
"헉!"
갑자기 눈앞에서 천후가 사라지자 깜짝 놀란 무영검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어 멍하니 굳어진 상태였다. 무림맹 제12연무장은 예전 그대로였다. 연무장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나무 줄기들이 굵어져 있을뿐 다른 점은 없었다.
아직 천추는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공중에서 무림맹 전체를 불러 봤지만 예전과 크게 변한점은 없어 보였다. 몇개의 전각이 새로이 들어 선것 외엔 예전 그대로다. 연무장쪽으로 빠르게 달려 오는 중년인의 모습이 보였다.
'천추군.'
중년의 모습이지만 천추가 틀림없었다. 지금쯤 60대의 나이겠지만 중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천추도 환골탈태를 한것 같았다. 연무장 중앙쪽으로 온 천추에게 전음을 보내 큰나무 한그루를 지목해 뒤로 가라고 했다. 천추를 몰래 따라온 자가 멀리서 지켜 보고 있었던 탓이다. 그 자의 얼굴을 기억해 두고 나무 뒤로 내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나."
"혀, 형님!"
와락!
천추 녀석이 덥썩 몸을 감싸 앉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전혀 변하지 않았군요. 왜 이제야 오신겁니까?"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 않았느냐? 일단 세가로 이동하자꾸나. 멀리서 지켜 보는 눈을 달고 온탓으로 바로 이동하겠다."
천추의 손을 잡고는 은천세가의 자신의 방으로 즉시 이동했다. 갑자기 등장한 천후와 천추로 인해 가주는 화들짝 놀라며 두눈을 몇번이나 비비며 멍한 표정으로 굳어져 어버버했다.
"헉! 어, 어떻게 된것입니까? 아버님이 어떻게 갑자가 나타날수 있는 겁니까?"
"껄껄껄, 네 백부님은 축지를 사용하신단다."
"추, 축지!"
백부님의 무공은 추측불가라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신선들이나 사용한다는 전설의 축지까지 사용할줄은 몰랐다.
"배, 백부님을 뵈옵니다."
"이제야 인정하는구나."
"죄, 죄송합니다."
"놈! 형님께 큰실례를 한것이로구나."
아들인 가주에게 버럭 호통을 치는 천추를 말렸다. 이런 외모라면 누구도 쉽게 믿지 않을거라며 그만하라고 했다.
"자아, 일단 앉거라."
물어 볼것이 너무 많았다. 맹주가 된 이유부터 설명해 달라고 했다. 십년전 혈림이 재준동했다. 약해진 마교를 혈림이 장악해 강시를 앞세우고 중원 정복을 외치며 침공해 왔다. 무림맹은 속절없이 밀렸다.
화경의 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것이다. 중원 유일의 화경 고수라고 알려진 무당파의 송화진인이 고분분투했지만 혈림에는 화경의 고수가 둘이나 되었으며 생강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협공을 당한 송화진인은 한명의 화경 고수와 양패구상(兩敗俱傷)을 하고 다른 화경 고수에게 당했다. 혈림의 화경 고수로 인해 무림맹은 점점 후퇴를 할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은천대를 이끌고 천추가 참전했다. 은천대 무인들은 초절정 세명을 포함한 나머지는 모두 절정과 고수였다.
단일 세력으로는 중원 최강으로 당시 천추는 화경이었다. 혈림의 화경 고수와 천추와의 싸움은 치열했지만 천추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강시들은 은천세가에 있던 기물을 사용해 약화시키며 은천대가 처리했다. 당문에서도 강시를 약화시키는 해독제를 풀기는 했지만 완전하지 못한 해독제였다.
은천대를 이끄는 천추는 무림맹 무인들과 함께 혈림을 완전히 무너 뜨렸다. 그러자 은천세가의 주가는 끝없이 치솓아 올라 중원 전체로 알려지며 공석이었던 무림 맹주 자리에 걸오가 강력하게 추천해 맹주직을 맡게 되었다. 걸오는 당시엔 절정 고수였지만 지금은 화경으로 올라간 상태로 개방 방주직에 올라 있었다.
"그렇게 된것입니다."
"네가 맹주직에 오른 덕에 세가도 이만큼 커진거구나."
"그렇습니다."
은천세가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선 중원에 알려지지 않는 편이 좋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수 없었다. 이제 뒤에서 음모를 꾸미거나 세외 세력이 준동할 조짐이 보이면 세가를 가장 먼저 노릴것이다. 맹주의 세가를 공격해 혼란을 주기 위해서다.
세가의 명성이 올라간만큼 시기하는 자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정통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는 더욱 심할것이지만 다행히 은천세가는 변방 구석에 있는 탓으로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세가를 오랫동안 유지할수 있을 것이다.
"내가 도와 줄 일이 있느냐?"
"형님이요? 지금 형님 경지는 어느 정도입니까?"
"나도 잘 모른다.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번 할까?"
"대련요? 사양하겠습니다. 보나마나 엄청 두들겨 맞을게 뻔하니까요. 형님의 경지를 알아 보기 위해 내공을 보냈지만 아무것도 알수 없었습니다. 절대 경지에 들어선 겁니까?"
천추는 대련을 거부하며 자신의 경지가 궁금한듯 끈질기게 물어 왔다. 대련을 해 보면 쉽게 알수 있을텐데 만약 진다면 맹주로써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사양한것 같았다.
"절대 경지가 어떤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심검(心劍)은 사용할수 있다."
"헉! 시, 심검이요? 절대의 경지가 현경으로 현경에 들어서야 심검을 사용할수 있다고 합니다."
은천세가 가주인 무영검 은천휘는 아버님과 백부님의 대화를 조용히 들으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체 백부님의 경지가 어느 정도이길래 화경인 아버님이 대련을 거절했다. 백부님 스스로가 무려 심검을 사용할수 있다고 장담했다. 심검은 직접 보여 달라고 할수도 없었다. 만약 백부님의 경지가 무림에 알려 진다면 은천세가는 중원 제일 세가로 우뚝 설것이다.
"심검은 어떻게 시전하는 겁니까?"
"음, 먼저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네가 있는 곳과 내가 있는 곳 앞은 하나의 공간이다. 그 공간을 뛰어 넘을수 있다면 심검을 사용할수 있는거다. 축지가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것이라면 심검은 공간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검을 시전해도 모를테니 검으로 시범을 보여 주마."
공중으로 손을 들어 올려 검 한자루를 꺼냈다. 손이 들어갈 정도의 아공간을 열어 꺼낸 것이다. 천추와 가주는 놀란듯했지만 무시하고 시범을 보여 주었다.
"검끝을 잘 봐라."
자리에서 일어나 기둥쪽을 향해 가볍게 검을 찔렀다. 기둥과의 검이 미치지 못하는 일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저, 저럴수가!"
검끝이 일순 사라지며 기둥앞에 등장해 기둥에 흔적을 내고는 다시 원래되로 검이 복원되었다.
"봤냐?"
"예. 그게 심검의 원리입니까?"
"그렇다."
"형님이 천하 제일인이시군요. 현무림에 화경 고수는 두명이 있습니다만 현경 고수는 한명도 없습니다."
천추가 자신이 말해 놓고 넋이 나간듯 멍한 표정이었다. 그런 천추에게 자신에 대해선 비밀이라고 말해 두었다.
"걱정마십시요. 가주도 절대 발설하지 말거라."
"아, 알겠습니다."
"형님께 한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황실에서 무림맹을 압박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림엔 화경 고수가 두명이지만 황실엔 두명의 화경 고수와 세명의 초절정 고수를 보유한 상태로 마교와 혈림이 무너진 이상 무림맹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해체하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무림맹이 해체되면 사파가 들끓기 시작할것이며 정파들끼리 분란이 발생했을때 조율해줄 곳이 사라져 중원 전체가 혼란에 빠질것이다.
그러면 황실에서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무림 문파들을 해체할려고 할것이다. 황실 입장에선 무인들이 언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르며 혹시라도 반란 세력에 가담하면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한다. 사전에 그런점을 봉쇄하기 위해 무림 문파는 사라지는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마교가 예전처럼 강성했을땐 마교를 막는 방파제 역활을 하던 무림맹이 지금은 필요없게 된것이다. 황실은 제어 되지 않는 세력은 간과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관(官)과 무림(武林)은 불가침의 영역이었지만 황실에서 화경 고수와 초절정 고수를 양성한 이상 그런 관계를 해소할려고 무림맹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음, 황실에서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당장 황제 목을 따 주랴?"
"형님! 큰일날 소리 하지 마십시요."
천추가 기겁하며 펄쩍 뛰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 목이라도 떼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럼 황제를 협박만 하며 되겠냐?"
"황제보다는 황실의 화경 고수를 제압해 주십시요. 화경 고수들을 믿고 황제가 큰소릴치는 것이니까요."
"무력 시위를 하라는 말이구나. 알겠다. 그렇게 해 주마. 그런데 비연검을 따라간 천예는 어디에 있는 거냐?"
막내 여동생인 천예는 어릴적에 보고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비연검 제자로 들어가 수련을 할때 천후는 동굴에서 폐관 수련을 한 탓으로 천예가 무림에 나온것인지 어떤지는 전혀 모른다.
"천예는 남궁세가로 시집 가서 이미 자식을 셋이나 둔 상태입니다."
남궁세가와는 질긴 인연이었다. 천추는 자리를 오래 비워 둘수 없다며 무림맹으로 돌려 보내 달라고 했다. 천추를 데리고 무림맹 제12연무장으로 나무 뒤로 이동하자 걸왕을 만나 보지 않겠냐고 했다. 걸왕은 개방 방주인 걸오다. 만나 봐야 할말도 없다며 다시 세가로 돌아 왔다.
"가주, 임독맥을 완전히 뚫어 주마."
"감사합니다."
조카인 가주의 임독맥을 뚫어주고 사촌 조카들도 모두 데리고 오라고 해서 임독맥을 모두 뚫어 주었다. 사촌 조카는 모두 세명이었다.
"세가에서 키우는 애들이 있냐?"
"있습니다."
"그럼 자질이 뛰어나고 충성심이 강한 녀석들을 골라 지하 수련장으로 보내거라. 그리고 세가 무인들중에도 충성심이 강한 자들을 골라 같이 보내도록 해라."
뭘 할려는지 가주도 파악한듯 환한 얼굴로 감사해 했다. 그들의 임독맥을 뚫어 줄려는 것이다. 세가에서 천후는 바쁜 일상을 보냈다. 황제를 찾아 가는건 세가 일이 일단락되어야 한다. 할아버님과 아버지 묘소도 찾아 갔으며 큐어 아티팩트도 손을 봐 주며 사촌 조카들의 단전에 내단도 만들어 주었다.
직계들은 모두 무량신공을 연마하고 있어 내단을 빨리 생성시켜 주면 무공도 일취월장(日就月將)하게 된다. 가주 그림자인 은영(隱影)을 오랜만에 만났다. 은영도 육십대로 많이 늙은 상태였다. 후계자를 키운다는 말에 후계자의 임독맥을 뚫어 주고 마나 포션도 먹였다. 세가에서의 할일을 대충 끝낸 천후는 슬슬 황제를 만나러 가야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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