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오크로써의 삶(2)
63화.
"취에에엑!"
"취취취취!"
어린 오크들 모두가 놀라며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힘이 강한 오크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단두번의 도끼질로 아이 허리만한 나무를 쓰러 뜨릴순 없다.
퍽퍽.
걸리적거리는 잔가지들을 전부 제거하진 않았다. 조금 남겨둔채 아이들에게 통나무를 마을안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어린 오크들이라고 해도 무시할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게 오크다. 통나무 한개에 아이들이 달려들어 남아 있는 잔가지를 잡아 들어 올려 마을쪽으로 옮겨갔다. 아이들이 다시 이곳으로 올때까지 통나무는 이미 수십개가 바닥에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없을때 마법으로 잘라 놓은 것이다.
"취익! 노크, 야크, 자크 너희들 셋은 날 따라 와라. 취익! 그리고 너희들은 이걸 다 옮겨 놔."
이제 1년후면 성인이 되는 세명을 데리고 숲안으로 들어 갔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다.
"취이익! 어딜 가는거야?"
"취익! 사냥하러 간다. 취익! 너희들은 내가 잡은 걸 옮기면 돼."
사냥하러 간다는 말에 녀석들이 뛸듯이 기뻐했다. 성인이 되지 못한 오크는 마을 외곽 멀리는 가지 못한다. 성인도 혼자서는 자살 행위다. 혈기 넘치는 젊은 녀석들은 늘 숲속을 동경한다.
"취익! 너희들은 내가 주먹을 이렇게 들어 올리면 멈추어 선다. 취익!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한 말을 하면 않돼."
퍽퍽.
도중에 적당한 나무 세그루를 잘라 끝을 뾰족하게 다듬어 나무창으로 만들어 녀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인간의 무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운이 좋아야 그런 무기를 찾을수 있다. 마나 서치를 펼치며 사냥물을 찾아 다녔다.
스윽.
왼주먹을 들어 올리자 녀석들이 일제히 멈춰서며 흥분에 물들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대부분 성격이 급하다. 그런 녀석들에게 침착성을 강조하며 진정하라고 했다.
"취익! 나 혼자 간다. 무슨 일이 있으면 큰소릴 질러."
사냥감이 감지된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뿔을 가진 순록처럼 생긴 놈이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취익! 홀드!"
탓.
꽝.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게된 놈의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단한번의 도약으로 놈의 머리쪽으로 이동한 해크는 주먹을 머리통에 박아 넣으며 마법을 해제시켰다. 단한방에 거대한 놈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일부러 가져온 도끼로는 죽이지 않았다. 피냄새를 맡은 다른 몬스터들이 찾아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 녀석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동해 녀석들을 불렀다.
"취이익! 와아, 호로다."
순록같은 놈을 호로라고 부르고 있었다. 놈을 본 녀석들의 흥분이 고조되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뜯어 먹고 싶은 것이다.
"취익!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취익! 몇마리 더 잡아 모두가 같이 먹는다."
이번엔 급히 이동하면서 사냥감을 찾아 다녔다. 기다리는 녀석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일미터 크기의 토끼같은 놈을 발견했지만 그냥 놔두었다. 모두가 먹을 큰놈이 필요했다. 그때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가 근처에는 동물이나 몬스터들이 있을 것이다.
'저건 뭐지? 설마 미노타우르스?'
거대한 갈색 소가 한가하게 계곡 근처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모두 15마리나 되었다. 저놈들이 미노타우르스라면 지금은 네발로 걸어 다니며 풀을 먹고 있지만 위기 상황이 되면 두발로 걸어 다닐것이다. 대형 몬스터인 미노타우르스는 트롤과 견줄정도로 위험한 놈이다. 그런 놈들의 눈에 띄이게끔 숲을 나와 걸어 갔다. 그러자 한놈이 해크를 발견했는지 콧김을 뿜어내며 즉시 달려왔다.
두두두두.
미노타우르스는 잡식성이다. 마기에 물들지 않았다면 물소로 분류되는 놈들은 풀만 먹는 생활을 했겠지만 식성이 바뀌어 육식도 한다. 한놈이 달려 오자 다른 놈들도 해크를 발견하고는 달려 오기 시작했다.
파팟.
뛰어 오는 놈들을 유인하기 위해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무리 해크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15마리에게 포위되면 위험하다.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수 있다면 다른 문제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숲속으로 도주한 해크를 잡을려고 놈들도 숲속으로 따라 들어 왔다.
유인당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것이다. 경혼 신법을 펼치며 잡힐듯 하면서도 요리조리 피하며 도주하는 해크를 잡기 위해 전력으로 돌진하는 놈들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가장 앞서 달려 오는 놈도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약을 올리며 도주하는 해크를 보고는 더욱 힘을 내 어떻게든 잡을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탓.
앞쪽에 큰나무가 보였다. 나무위로 뛰어 올라 굵직한 나뭇가지에 내려 앉으며 곧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취익! 그리스!"
"뭐워~"
미노타우르스는 나무위로 뛰어 오른 해크를 보고 달려 가고 있을때 갑자기 미끄러워진 바닥에 주르르 밀려 나갔다. 어떻게든 버틸려고 했지만 달려 가든 속도로 인해 제어가 되지 않았다. 큰나무를 향해 일직선으로 미끄러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는 나무에 충돌을 피하지 못한다.
쿵.
"뭐웟!"
미노타우르스 놈이 나무에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뛰어 내리며 도끼에 마나를 불어 넣고는 놈의 목덜미를 내려 찍었다.
퍽!
"뭐워어~~!!!"
천생신력과 마나가 합쳐진 도끼는 목덜미속으로 푹 파고 들었다. 미노타우르스는 큰비명을 내지르며 앞다리를 휘둘러 해크를 떨쳐 낼려고 했다. 놈의 앞다리를 피하며 박혀 있는 도끼를 향해 마법을 발휘했다.
"취익! 라이트닝!"
파찍.
"뭐워워어어어~~!!"
도끼를 타고 놈의 몸속으로 전격 마법이 파고들자 비명을 지르며 부르르 떨든 놈은 힘없이 바닥으로 머리통이 떨어져 내렸다.
쿵.
거대한 샤벨 타이거의 두배는 될법한 미노타우르스를 짊어지고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미노타우르스의 목에서 떨어지고 있는 피 냄새가 사방으로 진동하는 탓으로 어떤 몬스터도 접근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상급 몬스터의 피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부상을 입은 몬스터는 굉장히 흉폭하다. 그런 몬스터쪽으로는 접근하지 않는다. 부상 당한 놈이 하급 몬스터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달려 들겠지만 상급 몬스터라면 그 반대다. 몸을 사리고 오히려 멀리 도주하기까지 한다.
"취에에엑!"
쿵.
"취익! 조용히 해."
해크의 몸이 가려질 정도로 거대한 미노타우르스를 짊어지고 녀석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기겁한 녀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주할려고 했다.
"취이익! 해, 해크! 어떻게 미노타우르스를 잡은거야?"
노크 녀석의 질문에 놈의 목덜미를 박혀 있는 도끼로 가르켰다. 도끼는 아직 미노타우르스 목덜미에 박혀 있는 상태다.
"취이익! 굉장하다."
"취이익! 역시 엄청난 힘이야."
탁탁.
거대한 뿔을 도끼로 제거한 호로를 세녀석이 짊어 지고 해크는 미노타우르스를 짊어진채 마을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힘들어 하는 녀석들 때문에 몇번이나 쉬어 가야 했다.
"취익! 저건 뭐지?"
"취이익! 몰라."
큰나무위에 알록달록한 이름모를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바닥에도 떨어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 한개를 주워 베어 물었다.
아삭.
제법 달콤한 맛이었다. 몸속의 마나가 반응하지 않은것으로 볼때 독은 없었다.
휘리릭.
딱.
후두두둑!
들고 있는 도끼를 집어 던져 높은 나무위에 매달려 있는 과일을 떨어 뜨렸다. 귤 정도 크기의 녹색과 노란색 과일 십여개가 떨어지자 녹색을 먼저 한입 깨물어 봤다. 아마 덜 익은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먹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췩! 퉷."
엄청나게 쓴맛이었다. 눈물까지 찔끔 날 정도였다. 이번엔 노란색을 먹어 봤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색과 같은 색이다.
아삭.
역시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몰려 들었다.
"취익! 너희들도 먹어봐."
한개씩 던져 주자 조심스럽게 입안에 집어 넣은 녀석들의 눈이 동그래지며 허겁지겁 씹어 먹기 시작했다.
"취익! 이 과일 이름이 뭐냐?"
"취이익! 몰라. 첨 보는거야."
마을을 벗어 날수 없었던 어린 오크들이 이런 과일이 있다는 건 알수가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알고 있을것이다. 잡식성인 오크가 이런 과일을 그냥 놔두진 않을것이다. 녀석들이 모르는것으로 볼때 어른들이 마을안으로는 가져 오지 않은 과일이다. 저 과일을 따 가지고 가면 좋을것 같았다.
두리번두리번.
과일을 담을 바구니를 만들기위해 주변을 둘러 보며 덩쿨을 찾아 보았다. 정글안에 흔하디 흔한게 덩쿨이다.
탁탁.
나무에 칭칭 감고 있는 덩쿨을 도끼로 잘라 잡아 당겨 끌어 내렸다. 해크는 덩쿨을 엮어 바구니를 만드는 작업을 하며 동생 녀석들에게는 덩쿨을 가져 오라고 했다. 바구니 만드는 작업을 보며 녀석들이 신기해했다. 바구니는 촘촘하게 엮진 않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구멍이 뻥뻥 뚫린 바구니를 대충 네개를 만들었다.
해크용으로는 녀석들에게 줄 바구니의 두배 크기였다. 바구니안에 과일을 집어 넣으면 구멍으로 빠져 나올것이다. 바구니안에 넣을 큰잎사귀를 따와 바닥에 몇겹으로 깔고 옆면에도 덧대었다. 녀석들에게 지시해 이런식으로 다른것들도 덧대라고 하며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원숭이처럼 재빨리 나무위로 올라가는 해크를 본 녀석들의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 있었다.
"취익! 자크, 나무 막대기를 이쪽으로 던져."
휘이익.
덥석.
자크가 던진 나무 막대기를 잡고는 노란색 과일들을 가볍게 치자 후두둑 소리를 내며 아래쪽으로 비가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위의 가지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는 과일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바닥에 수북히 쌓일 정도로 떨어 뜨린후 아래로 내려가 모두 함께 바구니안에 담았다. 바구니는 양쪽에 어깨에 걸칠수 있도록 덩쿨로 끈을 만들어 놓았다. 바구니를 앞가슴쪽으로 짊어지고 세녀석이 호로까지 짊어진채 이동했다.
해크는 큰바구니의 입구쪽을 덩쿨로 막고는 미노타우르스의 몸통에 묶은 상태로 짊어지고 갔다. 녀석들이 짊어진 바구니가 걸리적거려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무를 베든 곳에 도착하자 다른 녀석들이 이미 나무를 모두 옮겨놓고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취이익! 와아아아~!!"
거대한 호로와 미노타우르스를 본 녀석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앞쪽에 호로를 짊어지고 있는 세녀석들을 보고 어떻게 된것인지 파악한것이다.
쿵!쿵!
모두가 먹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먹기 전에 가죽을 벗겼다. 오크들은 원래 가죽까지 씹어 먹지만 가죽은 따로 쓸일이 있었다. 호로와 미노타우르스의 가죽을 모두 벗기고 맘껏 먹으라고 했다. 이미 침을 바닥으로 뚝뚝 떨구고 있던 녀석들이 일제히 달려 들었다.
해크도 호로와 미노의 살점을 뜯어 먹었다.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사자의 삶과 엄마가 준 고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던 상태였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물러서 바구니안에 담겨 있는 과일로 입가심을 했다. 다른 녀석들고 빵빵하게 배를 채운후 과일을 먹으라고 하자 달콤한 과일에 매료에 되었는지 또다시 과일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취익! 과일 씨앗은 모두 한곳에 모아."
마을 근처에 과일 나무를 심아 과수원을 만들 생각이다. 사냥을 하지 못했을땐 과일로 배를 채우면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세녀석이 짊어 지고 온 과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고 남은 호로와 미노의 고기도 공평하게 나누어 주고 해크도 한몫 챙겼다.
"취익! 내일은 집을 짓는 일을 도와라."
해크는 이미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다. 마을 보스나 마찮가지인 해크를 동경하는 것이다.
"취익! 엄마, 이거 먹어."
고기와 과일 바구니를 내려 놓자 엄마는 깜짝 놀라며 고기를 보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취이익! 먹어도 되지?"
"취익! 다 먹어도 돼. 난 이미 먹었어."
엄마는 고기보다 과일을 더 좋아했다. 입가심으로 먹은 과일은 처음 먹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먹은 과일 씨앗은 모두 모아 두라고 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부터 집을 지었다. 통나무로 적당한 공터에 집을 짓기 시작하자 마을의 오크들이 몰려와 통나무 집이 신기한지 구경을 하기도 돕기도 했다.
집은 3일에 걸쳐 완성되었다. 완성된 집을 본 오크들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날 저녁 무렵 마을 보스인 야시크 아저씨가 큼직한 고기 한덩어리를 들고 왔다. 사냥에 성공해 가져 온것이다.
"취익! 아저씨, 앞으로 내 고기는 가져 오지 않아도 돼. 취익! 알아서 사냥해서 먹을 테니까 다른 오크들에게 나누어 줘."
"취이익! 알았다."
"취익! 아저씨. 이 과일 이름이 뭐야?"
숲에서 가져 온 과일을 보여 주었다. 아저씨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취이익! 캉킹이다."
오크어로 달콤하다는 뜻이다. 야시크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사냥을 나간 성인 오크들이 가끔씩 주워 먹는 과일로 높은 나무위에 달려 있는 관계로 따고 싶어도 딸수 없었던 과일이었다. 몸이 무거워 나무를 오르지 못하는 오크는 그림의 떡이었다.
돌멩이나 나뭇 가지를 던져 떨어 뜨리면 되지만 그런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무식한 몬스터가 오크들이다. 아저씨에게 엄마에게 주고 남은 과일 절반을 건네 주고 부탁할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 오라고 했다. 캉킹 씨앗은 모두 햇볕에 바짝 말렸다.
- 작가의말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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