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습격(1)
13화.
유품이라는 말에 부상단주가 놀란듯했다. 다른 용병들도 신경이 쓰였는지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마검사는 아직 대륙에 등장한적이 없었다. 고대 마도 시대에는 있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재는 어디서도 마검사가 있다는 소문은 없었다. 어느 왕국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있다고 해도 대단한 경지는 아닐것이다. 마법은 고작 3서클에 소드 익스퍼트 초급 정도 경지에 불과 할것이다. 캐논이 익스퍼트에 올라서면 마검사 행세를 해도 될것이다.
"시간이 지체 될것 같군. 사냥을 하러 갈테니까 혹시 늦더라도 뒤따라 갈테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출발해."
주변은 나무들로 우거진 숲이었다. 뭔가 튀어 나올것 같은 분위기였다. 으스스한 느낌에 사냥을 핑계로 숲안으로 들어 갔다. 숲에 들어 오자 숲속 생활이 생각났다. 토랑도 보고 싶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다. 주변을 경계하며 몬스터나 동물들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예전엔 이 숲안에 사는 모든 생물들은 몬스터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몬스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도 있었다.
"탐지하라. 사이킥 서치!"
사이킥 힘을 주변에 퍼뜨려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지 찾아 보았지만 감지할수 있는 범위안에는 없었다. 숲속 깊이 들어 가야 할것 같았다. 백작 체면에 사냥을 하러 가서 빈손으로 돌아 갈순 없었다. 길을 잃지 않게끔 이동하면서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해 두었다.
'저기다.'
사이킥 서치에 탐지된 것은 굉장히 큰 몬스터였다. 트롤보다 더 거대한 놈이었다. 대형 몬스터는 조심해야 한다. 바람의 방향을 조사해 맞바람이 되게끔 빙 돌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저건..오우거...'
오우거는 처음 보았다. 숲속 생활 5년동안 한번도 마주 친적도 없는 초대형 몬스터였다. 말로만 들었던 오우거는 거대했다. 큰바위 아래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놈은 5미터는 훌쩍 넘어 보였다. 저런 몬스터가 존재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저 놈이 일어난다면 집 한채가 걸어 다니는 걸로 착각할것이다. 만약 저놈이 상단을 습격한다면 답이 없었다. 놈을 어떻게 죽일수 있는지 고민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 탓으로 눈알을 터뜨릴수도 없었다. 항문도 보이지 않아 배속을 곤죽을 만들수도 없었다, 한가지 방법은 귀속에 사이킥을 시전해 머리속을 통채로 박살내 버리는 방법뿐이었다. 놈이 깨어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단일격에 죽여야 한다. 놈의 왼쪽귀를 뚫어져라 바라 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사이킥 드릴 붐!! 뚫어라!!"
캐논의 큰외침에 오우거 놈이 번쩍 눈을 뜨고 일어 날려고 할때 놈의 왼쪽귀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꽈꽝!
엄청난 폭발력이었다. 거대한 상체를 일으킬려던 오우거는 그대로 뒷통수를 바닥에 찍고는 축 늘어져 버렸다. 귀속에 파고든 사이킥 드릴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 오우거의 모습으로 볼때 머리속이 박살난듯했다. 왼쪽 귀 부분이 너덜너덜했으며 입은 물론 코와 눈, 오른쪽 귀에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놈이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잡을수는 없었을것이다. 오우거는 버릴게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었다. 온전한 몸 그대로 들고 돌아갈 생각이다.
"떠 올라라! 사이킥 플라이!"
거대한 몸통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캐논의 머리가 질끈거리며 두통이 엄습해 왔다. 두통을 참으며 10여미터쯤 이동했을때 엄청난 두통에 더이상은 무리였다.
쿵.
오우거가 저절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집채만한 놈을 들어 올리는 일은 사이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헉헉헉!"
이렇게 사이킥 힘이 사라질때까지 사용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자리에 주저 앉아 헉헉거리고 있을때 머리속이 시원해지는 감각이 전해왔다. 구슬속의 힘이 녹아 머리쪽으로 들어 오는 것이었다.
'훈련으로는 안성마춤이다.'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지만 사이킥 연습으로 딱이었다. 구슬속의 힘을 얼마나 녹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만한 연습 상대는 찾아 볼수도 없었다. 잠시 주저 앉아 쉰후에 다시 오우거를 들어 올렸다. 여전이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리며 깨질듯이 아파왔다. 고통을 참으며 한계가지 이동해 내려 놓길 반복했다. 이미 전신은 비를 흠뻑 맞은듯 땀범벅이었다.
"헉헉헉헉!"
꿀꺽꿀꺽.
물주머니의 시원한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자 조금은 두통이 가라 안는 느낌과 함께 구슬이 녹아 들었는지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몇번이나 반복되던 두통은 점점 강도가 약해져 갔다. 구솔속의 힘이 점점 녹아 머리속으로 들어 옴에 따라 사이킥 힘이 늘어난것이다. 자신이 숲으로 들어온 지점 근처까지 당도했을땐 더이상 두통도 없었으며 오우거를 들어 올리고 걸어 가도 버겁지 않게 여겨졌다.
"으아~악! 오, 오우거다!!"
쿵.
갑작스런 외침에 집중력이 흩뜨려져 오우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오우거는 자신의 앞쪽 공중을 둥둥 뜬채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멈춰!"
용병놈이었다. 볼일을 보고 있었는지 허리춤을 끌어 올리지도 못한채 바지춤을 잡고는 엉거주춤 도주하고 있었다.
"허억! 배, 백작님!"
멈춰선 용병 놈은 뒤를 돌아 보며 캐논 앞에 거대한 오우거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주춤거리며 겁에 질려 있었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거냐?"
"그, 그렇습니다. 백작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겠다. 넌 볼일이나 마저 봐라."
다시 오우거를 들어 올리자 용병놈의 입이 쩍 벌어지며 믿기지 않아 했다. 바지가 아래쪽으로 흘러 내린것도 모르는듯 굳어 있는 용병놈의 물건은 여자깨나 울릴 정도로 큼직했다.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오우거가 공중에 둥둥 뜬채로 접근하자 용병들은 무기를 꺼내 들고는 기겁하고 있었다. 오우거라는 외침에 모든 용병들이 몰려 든것이다.
쿵.
바닥에 오우거를 내려 놓자 모두 한발씩 뒤로 물러 나며 믿기지 않는듯 캐논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오우거가 이미 죽은 상태란걸 파악하고 있었다.
"배, 백작님! 오우거를 제게 파십시요. 500골드! 어떻습니까?"
"......"
아크릴 부상단주가 죽은 오우거를 보고는 한걸음에 달려와 팔라고 애원했다. 이 정도의 오우거가 얼마인지 전혀 모르는 캐논은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이놈을 경매에 붙인다면 얼마에 팔리겠나?"
"그, 그게..."
"너어! 나라시덴 상단주를 불러와라."
"예? 옙!"
지목 당한 용병 녀석이 일순 당황하며 허겁지겁 뒤쪽으로 달려 갔다. 그런 모습에 아크릴 부상단주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잠시후 나라시덴 상단주와 부상단주인 아그렌이 빠르게 달려 오고 있었다.
"헉헉헉! 부, 부르셨습니까?"
"천천히 와도 되는데...그러다가 넘어져 다칠려면 어쩔려고 그래?"
"그, 그런데 무슨 일로...헉! 저, 저건 오우거?"
이제야 오우거 사체를 본것인지 깜짝 놀란 상단주와 부상단주는 겁을 먹었는지 뒤로 한걸음 물러 서고 있었다.
"내가 잡아 온거야. 저걸 팔면 얼마나 받을수 있을까?"
"저렇게 큰놈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가죽에 상처가 없다면 천골드 이상은 받을수 있을겁니다. 경매에 붙인다면 아마 그 두배도 받을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는데?"
아크릴 부상단주를 바라 보았다. 부상단주는 똥씹은 표정이었다. 인성은 좋은 사람같았지만 상인답게 돈 욕심은 버릴수 없는 자 같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가진 자금이 그 정도밖에 없어서 그랬습니다."
급히 수습할려는 아크릴 부상단주는 이미 신용을 잃은 상태다. 그런 자에게 오우거를 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저걸 해체해서 가져 가야 할까? 아니면 저 상태 그대로 가져 가야 할까?"
"음...온전한 사체로 가져 가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입니다. 아직 한달이나 이동해야 합니다. 가격은 많이 떨어지겠지만 해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좋아! 누가 오우거를 해체해 본 사람은 있나?"
"........"
빙 둘러 보아도 용병들이나 상인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평생 오우거 사체도 한번 보기도 어려운데 해체는 꿈도 꿀수 없을것이다.
"레시데! 자네가 책임지고 해체해 봐."
"알겠습니다."
오우거 가죽은 너무 질겨 익스퍼트가 아니면 자를수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소드 익스퍼트인 레시데 용병 단장에게 일임한 것이다. 레시데의 지시로 용병들이 거대한 오우거에게 달려 들었다. 나라시덴 상단주에게 오우거 가죽과 뼈를 싣을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라고 했다. 수레의 짐을 내려 용병들이 짊어 지고 수레에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우거 해체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밤중까지 이어져 해체가 끝날때까지 사이킥으로 빛을 밝혀 주었다. 녹초가 된 용병들에게 수고비로 금화 한개씩을 주었다. 좋아 하는 용병들은 피로도 잊은듯 싱글벙글했다. 오우거의 힘줄은 마법 주머니에 넣고 뼈와 가죽은 나라시덴 상단의 수레에 실었다. 용병들과 짐꾼들은 모두 짐을 한짐씩 지고 있었다. 짐을 지지 않은 자는 상단주와 부상단주, 그리고 캐논 밖에 없었다.
"백작님! 저 가죽은 저희 상단이 팔게 해 주십시요."
"그럴 생각이야."
"감사합니다."
거대한 오우거 가죽과 뼈를 판다면 나라시덴 상단의 이름은 프론티아 왕국 전체로 알려져 엄청난 일이 벌어 질것이다. 프론티아 왕국 상인들이 나라시덴 상단과 거래를 하기 위해 줄을 설것이 틀림없었다.
"백작님! 발이 빠른 자를 먼저 보내 오우거 사체를 가져 간다는 소문을 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경매에 붙일려고?"
"제값을 받을려면 그렇게 하는게 좋습니다."
경매외에 답이 없었다. 상인들이 그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다. 오우거 사체는 귀족이나 마탑이 구입할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 자들이 멀리서 올려면 미리 소문을 내야 한다.
"그럼 말이야. 이렇게 해. 오우거 사체와 샤벨 타이거 가죽 한장을 두달후에 경매에 내놓는다고 해."
"샤, 샤벨 타이거 가죽이라니요?"
깜짝 놀라는 상단주와 눈이 솔방울만큼이나 커진 부상단주였다. 샤벨 타이거 가죽때문에 마법 주머니가 꽉 찬 상태다. 다른 것을 집어 넣을려고 해도 조금 밖에 넣을수 없는 상태였다.
"보여 줄까?"
"예."
"다음 야영 장소로 가면 보여 줄께."
백작이 어떻게 샤벨 타이거 가죽까지 가지고 있는지 믿기지 않는 나라시덴이었다. 오우거 가죽보다 귀한게 샤벨 타이거 가죽이다. 오우거 가죽은 갑옷을 만들지만 샤벨 타이거 가죽은 귀족이나 왕족이 주로 바닥에 깔아 양탄자로 사용한다. 샤벨 타이거는 엄청나게 빠른 몬스터로 자연적으로 죽은 상태가 아니면 잡을수 없는 몬스터에 속해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빨리 해가 지길 기다려졌다.
"이것이야."
마법 주머니안에 둘둘 말아 넣어 놓았던 샤벨 타이거 가죽을 꺼내 활짝 펼쳤다. 토랑과 야영할때 항상 깔고 자던 물건이었지만 마법 주머니안에 넣기 전에는 반드시 사이킥으로 깨끗하게 청소한후 보관하던 것으로 상태가 양호했다.
"허억! 괴, 굉장하군요."
"음..."
"허어억! 저건 샤벨 타이거 가죽이다."
주변의 모든 용병들이 몰려왔다. 진귀한 구경 거리였다. 평생 구경하기도 어려운게 샤벨 타이거 가죽이다.
"호, 혹시 송곳니도 가지고 계십니까?"
"물론이다."
송곳니까지 꺼내 놓자 입이 쩍 벌어진채 다물어지지 않는 상단주였다. 그런 상단주를 대신해 부상단주가 입을 열었다.
"백작님! 이건 부르는게 값입니다. 만약 국왕 전하께 보낸다면 귀족 작위까지 받을수 있을 겁니다."
"작위까지?"
"평민이라면 준남작 정도는 충분히 받을수 있으며 귀족이라면 한자리 차지할수 있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 샤벨 타이거 가죽입니다."
그렇게 귀한 물건인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미 팔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오우거 가죽과 샤벨 타이거 가죽 상태와 크기, 경매 일정을 말해 주고 용병 두명을 뽑아 먼저 내려 가게 했다. 별탈없이 프론티아 왕국 렉트 후작령 푸미 무역 도시까지 5일을 남겨 두고 야영을 할때였다. 야영장 주변 숲이 이상했다. 풀벌레 소리도 전혀 들려오지 않고 적막감에 물들어 있었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캐논은 잘 알고 있었다. 살기를 담은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이다. 숲에서 생활할때도 이미 수도 없이 겪은 일이다.
"용병들은 즉시 전투 태세를 갖춰라."
"백작님, 무슨 일인지요?"
"숲속에 무언가 숨어 있다."
깜짝 놀란 용병들이 모두 무기를 빼어 들었을때 숲이 흔들리며 50명정도의 용병들이 뛰쳐 나왔다. 아크티브 상단 호위인 레시데 용병단이 트롤에게 많이 당한 탓으로 이쪽은 뒤쪽의 중소 상단 호위 용병들까지 합치면 50명정도로 뛰쳐 나온 놈들과 대등한 수였다.
"모두 죽여!"
"와아~!!"
다짜고짜 죽이라는 말에 함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용병놈들에 대항해 호위 용병들은 자리를 잡고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