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토니, 사촌을 길들이다(1)
91화.
대정 물산 사장인 정태영은 아들 녀석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것이다. 얼마나 철이 없는지 하는짓 마다 골칫거리로 녀석의 뒷수발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정신 좀 차려. 후계자가 너 뿐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네 큰아버지의 숨겨둔 아들이 나타났어."
"예엣? 언제 큰아버지에게 그런 아들이 있었는데요?"
"사생아다. 하지만 할아버님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게 네 자리가 위험해."
"칫, 사생아 주제에 대정 그룹을 물려 받는다고요? 말도 않돼요."
정동식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통 후계자는 자신 뿐이다. 훗날 여동생이 문제가 되겠지만 남자인 자신이 유리한 입장이다. 큰아버지가 숨겨 놓은 사생아가 등장했다고 해도 사생아에게 그룹을 물려 주는 일은 있을수 없었다.
"그런데 왜 런던으로 부른건데요?"
"모른다. 아마 네 사촌을 만나 보게 할려는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생아 새끼를 만나 뭘 할려고요?"
정동식은 불만이었다. 더러운 피를 타고 난 놈하고는 만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입 조심하거라.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는다는 소문이야. 앞으로 넌 정신 바짝 차려야 해. 망나니같은 짓은 이제 그만 하고 경영 수업을 위해 유학을 가거라. 이미 준비는 되어 있다."
"어디로요?"
"미국이다. 이 참에 네 동생하고 같이 가거라."
"아영이하고요? 따로 가면 않돼요?"
"않돼. 런던으로 가서 돌아오면 곧바로 유학갈 준비를 하거라."
***
사촌이라는 정동식과 정아영은 삼일후 런던에 도착해 아버지가 묶고 있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서로 인사들 하거라."
친아버지의 말에 토니는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으로 피어싱까지 한 정동식이라는 사촌과 어깨까지 내려 오는 단발 머리에 안경을 낀 정아영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서 반갑다. 토니다. 한국 이름은 정영한이야."
"정동식이야."
"정아영이에요."
푹신한 소파에 앉자 정동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왜 만나자고 한거야?"
"동식이 너보다 영한이가 한살이나 많은 형이다. 입 조심하거라."
"칫, 한살 차이는 없는거나 마찮가지입니다."
큰아버지의 말에 발끈하는 정동식이었다. 토니도 나이 차이는 별 상관없었다. 그런걸 따지는 영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 이름이 토니에요?"
"정식으로는 토니 브라운이다."
"그 머리카락은 염색한 거에요?"
"아니, 본래 이런 머리카락이다."
사촌 여동생인 정아영은 물론 정동식까지 놀라는 표정이었다. 은발을 가진 자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우릴 왜 만나자고 한거에요?"
"사촌 동생들이 개망나니라고 해서 대체 어떤 사촌이길래 그런지 만나 보고 싶었다."
"젠장, 누가 개망나니라는 거냐?"
"지금 네 말투만 봐도 어느 정도 알수 있을것 같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정동식은 화가 난듯했다.
"사생아 주제에 감히..."
"놈! 입 조심하랬지?"
큰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그렇다고 기가 죽을 정동식이 아니었다.
"그럼 정식 아들입니까? 사생아잖아요."
"그래도 이놈이...."
"그만! 아버지는 방으로 돌아 가십시요. 저희들끼리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오히려 되묻는 정동식의 말에 친아버지의 화가 폭발할려고 할때 급히 토니가 끼어 들었다. 화가 난듯한 친아버지는 얼굴이 붉어지며 레스트랑을 나갔다. 친아버지가 나가자 즉시 정동식이 질문을 했다.
"왜 우릴 보자고 한거냐?"
"네가 대정 그룹 차기 후계자라고?"
"나 말고 그룹을 맡을 사람은 없잖아."
정동식의 자신만만한 말에 정아영은 힐끗 오빠를 보고 있었다.
"왜 없지? 너 말고 아영이도 있잖아."
"아영이는 여자야. 여자에게 그룹을 물려 줄것 같아?"
"세상은 점점 바뀌고 있다는걸 전혀 모르는가 본데 네가 그룹을 물려 받을 나이가 되면 한국에서도 여자라고 해도 충분히 대그룹을 이어 받을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꺼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정 그룹은 달라."
무슨 이유로 저런 자신감에 넘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이야기는 끝났지? 우린 그만 가 보겠다. 아영아, 가자."
소파에서 일어 날려고 하는 녀석에게 한마디 해 주었다.
"지금 일어 난다면 넌 절대 후계자가 되지 못해."
"뭐? 그게 무슨 말이냐?"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다시 소파에 앉은 정동식은 토니를 빤히 바라 보고 있었다.
"내가 후계자 다툼에 끼어 들거다."
"뭐? 이 새끼가. 사생아 주제에 감히 그룹을 넘본다고?"
"내 말만 듣는다면 난 후계자 다툼에 절대로 끼어 들지 않겠다."
"조건을 말해 봐."
씩씩거리며 노려 보는 정동식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간단하다. 나하고 세계 일주 여행을 하면 돼."
"정말이냐?"
"그래. 나하고 세계 일주 여행을 한다고 약속하면 절대로 후계자 다툼에는 끼어 들지 않겠다고 서약서까지 쓸 용의도 있어."
"할께. 나도 세계 일주 여행을 해 보고 싶었거든. 대신 큰아버지가 있는 자리에서 방금 한 말을 해 줘야겠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덥썩 미끼를 물은 정동식이다. 그런 대화를 들은 정아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요?"
"너도 여행을 같이 하고 싶냐?"
"아니요."
정아영은 고등 학생이지만 때를 기다리는 암표범같았다. 지금은 조용히 숨어 웅크리고 있지만 나중에 기지개를 켜고 덤벼 들것이 틀림없었다. 겉모습과 말투만으로는 허영심이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은 자신을 숨기고 있는것 같이 보였다.
"여행은 다음주 수요일에 출발한다. 네가 준비할것은 없어. 내가 모두 준비해 놓을테니까 몸만 오면 돼."
"그럼 영국 구경을 하고 수요일에 출발하며 되겠네."
오늘은 일요일이다. 한국으로 돌아 간다면 곧바로 또다시 영국으로 날아 와야 하다. 그럴바에야 영국 관광을 하는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가 유명한 관광지를 안내해라."
"내가? 무리다."
"칫."
"왜 무리인지 나중에 내 이름을 검색해 봐."
사촌들과는 수요일 아침에 이 호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친아버지에게 사촌들과의 대화를 말해 주었다. 후계자를 포기한다는 말에 깜짝 놀란 친아버지는 않된다며 말렸지만 토니의 고집을 꺾을순 없었다.
"자아, 그럼 출발하자."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를 낀 토니를 본 정동식과 정아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토니를 빤히 바라 보고 있었다.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너어, 이게 정말 너라고?"
스마트 폰 화면을 보여 주는 정동식이었다. 화면에는 입스위치 타운 FC 유니폼을 입은 모습의 토니였다.
"그리고 이거하고, 이게 정말 너라고? 영국의 영웅, 은발의 위저드, 언터처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고?"
골프치는 모습과 격투기를 하는 모습을 연달아 보여 주며 믿기지 않아했다.
"모두 내가 맞아. 그래서 이렇게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수 없어."
"......."
"아영이는 아버지하고 같이 한국으로 돌아 가. 동식이 넌 당장 출발하자."
친아버지와 아영이를 뒤로 하고 호텔을 나섰다. 토니 뒤를 엉거주춤 따라 가는 동식이는 믿을수가 없었다. 토니 브라운 이름으로 검색을 한 결과에 기절할 정도로 놀라 버린것이다. 사생아인 정영한은 영국에서 토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영국은 물론 한국에서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급히 한국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 무슨 일이냐? 사촌을 만났느냐?
"예. 아버지, 당장 토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세요. 사촌의 영국 이름인데 엄청난 자였어요."
잠시후 걸려온 전화에 아버지는 기함을 하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 후계자 다툼에 위기감을 느낀것이다. 아무리 사생아라고 해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촌이 후계자 다툼에 끼어 든다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 마세요. 토니가 이런 제안을 했거든요."
정동식은 토니의 제안을 아버지에게 그대로 말해 주었다. 아버지는 여행을 허락했다. 대신 반드시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어느 나라로 갈건데?"
"프랑스로 먼저 간다."
"에펠탑을 구경할수 있는거야?"
"그래."
될수 있는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게끔 조심해서 공항으로 이동해 프랑스행 비행기에 탔다. 프랑스 에텔탑, 몽마르뜨 언덕등 유명한 곳을 구경하며 하루 종일 돌아 다녔다. 동식이는 모든걸 최고만 찾았다. 최고의 호텔, 최고의 음식, 최고의 쇼핑을 하며 관광을 만끽했다.
토니는 동식이의 그런 행동에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그날밤 한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 자신의 에이전트인 안드레에게 연락이 없는 것이다. 유로 밀리언 로또 복권을 주고 화요일 밤에 로또 추첨하는 방송국으로 이번에도 숨어 들어 조작해 놓았음에도 로또 번호를 확인도 하지 않은것 같았다. 확인했다면 화요일 밤에 연락을 해 왔을것이다.
- 여행은 잘 하고 있냐?
"그래, 근데 너어, 뭐 잊고 있는건 없냐?"
- 그게 무슨 말이야?
역시 안드레는 로또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장난으로 생각한 것인지 몰랐다.
"당장 로또 복권을 확인해 봐."
- 네가 준 유로 밀리언 로또?
"그래."
- 기다려 봐.
부스륵거리는게 열심히 찾고 있는것 같았다. 어디에 둔것인지 한참이나 찾고 있는듯해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한시간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찾았어?"
- 아니, 어디에 둔것인지 모르겠다.
역시였다. 아무 생각없이 어디에 내팽겨 둔것이다.
"후우, 샅샅이 뒤져. 그 로또는 1등에 당첨되었단 말이다."
- 뭐라고? 그, 그게 정말이냐?
"그래. 그러니까 반드시 찾아. 찾은후에 다시 연락해."
전화를 끊고 몇시간이나 기다려도 안드레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설마 쓰레기통에 버린건 아니겠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드레에게 연락이 온것은 프랑스를 3일동안 구경하고 스페인으로 넘어 갔을때였다.
- 토, 토니! 겨우 찾았다. 네 말대로 1등이야. 1등!!! 어떻게 안거냐?
"난 천재잖아. 지금까지 당첨된 번호를 분석을 한 결과다."
- 하하하하, 고맙다. 정말 고마워. 그런데 이 돈을 어떻게 하냐?
"선물이랬잖아.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안드레의 밝은 목소리를 듣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지만 동식이의 행동에는 얼굴을 찡그릴수 밖에 없었다. 안하무인으로 자린 동식이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이집트로 관광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는데 푹 빠져 든 동식이지만 이동은 모두 최고급 차를 대절해 돌아 다녔다. 뭐든 최고가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집트에서 알제리로 이동하기 위해 대절한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을때 운전수에게 통역 마법을 시전해 말했다. 동식이는 이미 토니가 여러 나라 언어를 말할줄 안다는걸 알고 있었다.
어느 나라에 갈때마다 그 나라 언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대체 몇개 나라 말을 할줄 아느냐고 묻는 동식이에게는 열개정도라고만 말해 주었다. 그것만으로 동식이는 토니를 괴물 취급하고 있었다. 운전수는 전날 약속한 대로 준비가 되었다고 했다. 동식이의 정신머리를 개조하기 위해 운전수에게 돈을 주고 의뢰를 해 놓은 상태다.
끼이익.
허름한 골목길에서 멈춘 자동차로 5명의 남자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운전수가 급히 강도라고 떠들어댔다.
"뭐, 뭐야? 뭐라는 거야?"
"강도다."
"뭐? 강도?"
"빠, 빨리 출발시켜."
잔뜩 겁에 질린 동식이는 차를 출발시키라고 고래고래 소릴 질렀지만 운전수는 이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5명의 남자들은 뒷문을 강제로 열고 토니와 동식이를 끌어 내리고 동식이의 뒷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운전수에게 약속한대로 돈을 주고 강도로 연기를 한 남자들에게도 보수를 지급했다.
트렁크안에 있는 짐과 동식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고 운전수에게는 그만 가 보라고 했다. 자동차가 멀리 사라지자 동식이와 자신의 물건을 모두 아공간에 집어 넣고 이집트의 지도를 검색해 시와라는 도시의 좌표를 알아 내고 기절한 동식이와 함께 공간 이동했다.
시와라는 도시는 굉장히 작았다. 어떤 곳인지 알아 내기 위해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펼쳐 하늘로 플라이 마법으로 올라가 살펴 보았지만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시와는 시와 사막이라는 곳으로 들어 가는 관문 역활을 한다. 시와 사막으로 동식이를 데리고 텔레포트 마법으로 즉시 이동했다. 강렬한 햇볕이 쨍쨍 내려 쬐는 모래 사막 한가운데서 동식이를 깨웠다.
찰싹.
"일어나."
"...으으."
벌떡.
잠시 신음을 흘리며 깨어난 동식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작렬하는 태양과 모래뿐이었다.
"뭐, 뭐야? 이곳이 어디야?"
"나도 몰라. 깨어난게 이곳이다."
"폰! 스마트 폰."
주섬주섬.
급히 호주머니를 뒤지는 동식이는 세상 다 산것같은 표정으로 털썩 모래위에 주저 앉았다.
"빌어먹을. 토니, 이제 어쩌지?"
"뭘 어째. 사막을 벗어 나야지."
"어디로 가야 하는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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