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천후, 눈을 감다(완)
200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륙에 7서클 마법사는 단세명뿐이다. 가르보아 왕국의 7서클 마법사는 죽은 상태다. 그 마법사로 인해 전쟁이 길어졌다. 아메리붐 백작령 소속 기사들과 병사들은 물론 코아 마탑 소속 마법사까지 길바닥에 주저 앉아 마탑주가 올때까지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기사들과 마법사는 내상 치료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며 병사들은 번리의 지시로 마을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집을 수리하거나 비만 오면 질퍽해지는 도로를 보수하는 공사에 동원되었다. 병사들의 불만은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 마을에서 뿌루뿌 고기와 수프를 끓여 제공해 준 덕으로 지시대로 잘 따랐다. 마탑주는 일주일이 지나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300명의 병사들에게 들어 가는 식량은 장난이 아니었다. 병사들도 식량을 가져온 상태지만 하루에 두끼만 먹는 병사들에게 세끼씩 제공하는 탓으로 마을의 식량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 뿌르뿌 고기에 환장한 병사들이 얼마나 많이 먹는지 말린 뿌루뿌 고기가 이대로라면 동이 날 지경이었다.
어쩔수 없이 배를 몰아 뿌루뿌를 두마리나 잡아 왔다. 거대한 뿌루뿌가 해안가로 올려 지자 병사들의 입은 모두 벌어진채 다물어질줄을 몰랐다. 생전 처음으로 저렇게 거대한 생물을 목격한 것이다. 번리가 뿌루뿌를 해체하면 쟈르와 잭크, 병사들이 운반했다.
"네가 마탑주냐?"
"그, 그렇습니다."
"따라 와라. 네놈도 같이 따라 와."
흰수염이 가슴 어림까지 내려 오는 늙은 마탑주는 한달만에 도착했다. 탑주와 린즈라는 중년 마법사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 갔다.
"아무곳이나 편히 앉아라."
둘이 의자에 앉자 본격적으로 추궁했다. 코아 마탑 소속 마법사가 왜 백작군과 함께 이곳으로 백작의 일을 대신하는지 알아야했다.
"코아 마탑주인 제이스가 초대 탑주님을 뵈옵니다."
"인사는 됐어. 네가 왜 백작의 개가 되어 이곳으로 온거냐?"
6서클 마법사 린즈는 탑주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눈앞의 젊은 마법사를 초대 탑주라고 불렀다. 초대 탑주라면 코아 마탑을 세운 탑주를 가르키는 것이다. 수백년전의 인물이 어떻게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지 말도 되지 않았지만 드래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마나를 조종하는 능력으로 볼때 드래곤일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건 패티엄 왕국의 전력이 부족해서 마탑이 도와주고 있는 것입니다."
긴전쟁으로 인해 왕국 전력이 심각하게 약해져 가르보아 왕국 병합을 원만히 하기위해 코아 마탑에 부탁했다. 마탑에선 지금 가르보아 왕국에 새롭게 부임한 영주가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일을 하면 원성만 산다는걸 모르는것이냐?"
"그렇기는 하지만 마탑을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마탑에 돈이 그렇게 없는거냐?"
"그렇습니다."
마탑은 돈 잡아 먹는 괴물이다. 마법 연구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런 마탑에선 자금 조달을 위해 아티팩트를 만들거나 귀족들의 부탁을 들어 주어 자금을 마련한다.
"아티팩트를 만들어 팔아도 부족한거냐?"
"그렇습니다. 각마탑마다 아티팩트를 만들고 있어 아티팩트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황으로 어느 마탑이나 자금 부족이 심각할 겁니다."
"그럼 마탑에서 연구한 여러가지 물건을 팔면 되지 않나?"
마법사들은 마법 연구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든다. 그런 물건들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면 될것이다. 마탑에는 아마 그런 물건들이 썩어 넘칠것이다.
"마법사 개인이 연구해 만든 물건을 팔아라고 강제할순 없습니다."
"이것도 않된다. 저것도 않된다. 탑주가 그렇게 마탑에서 힘이 없는거냐?"
"그건 아닙니다."
"그럼 탑주로써 자금을 조달할 어떤 대안이 있는거냐?"
"....."
영주들의 부탁을 들어 주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지만 영구적으로 지속되진 않는다. 지금은 넓어진 영토를 원할히 운영하기 위해 마탑에 부탁이 들어 오지만 영지가 안정이 되면 그런 부탁도 줄어 들것이다. 마탑에 지속적으로 부탁해 영지일을 해결하면 무능한 영주라고 명예에 금이 가는 일이다. 영주들은 지금은 다른 영주들도 마탑에 부탁을 할수 밖에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영지 병력이 불어나 자체적으로 영지일을 해결할수 있게 될것이다. 다른 방안이 없는한 또다시 자금 부족에 허덕일것이 분명했다.
"무능한 놈이구나."
아무런 말도 없는 탑주였다. 탑주는 마법 실력은 물론 경영자로써 수완을 발휘할수 있는 자여야 한다. 경영에 소질이 없으면 비록 마법 실력은 떨어지지만 원할한 마탑 경영을 위해 경영자 체질의 마법사를 탑주로 추대해야 한다.
"너, 탑주 자리에서 물러나라. 경영에 소질이 있는 자를 탑주 자리로 올리고 신임 탑주를 데리고 날 찾아 오너라."
"....."
"왜? 불만이냐?"
"아, 아닙니다."
얼굴이 경직된 탑주는 불만이 많은것 같았지만 마탑 운영을 위해선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린즈, 넌 백작에게 가서 이 차탈린 마을은 건드리지 말라고 해라. 세금은 원래 내고 있는대로 매년 낼것이다. 그만 가 봐라."
탑주와 린즈 마법사가 마을을 나갔다. 기사들을 따르는 병사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다. 백작성에서 보다 더 좋은 음식을 매일 맘껏 먹는 생활이 끝난것이다. 탑주는 두달만에 중년인 한명을 데리고 다시 마을을 찾아 왔다.
"인사는 됐고 앉아라."
자신을 쯔이얀이라고 소개한 중년인은 새로운 신임 탑주라고 했다. 서클을 조사해 보자 다섯개의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5서클 마법사가 탑주 자리에 올랐다는 소문이 돈다면 다른 마탑이 코아 마탑을 비웃을것이 틀림없었다.
"마탑이 자금 부족에 허덕이지 않는 방안이 있는거냐?"
"예. 대지의 마법에 능한 마법사는 광산 개발에 투입하고 아트팩트 제조에 능한 마법사는 귀족들을 위한 아티팩트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할려고 합니다. 또한 마탑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생각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구나."
광산 개발은 쉽지 않는 일이다. 대지의 정령을 소환할수 있는 정령사라면 광산 개발은 어렵지 않지만 마법사는 일일이 산속을 돌아 다녀야 한다. 아트팩트도 연구할려면 시간이 걸린다. 마탑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건 좋은 판단이지만 마법사들이 불만을 토로할것이다. 5서클인 탑주가 그런 불만을 잠재울만한 실력이 되지 않아 자칫하면 마탑이 분쟁으로 이어질수도 있는 일이다.
"신임 탑주는 일년동안 나하고 같이 생활한다. 그동안은 제이스가 탑주 자리를 대행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제이스 전대 탑주가 돌아 간후 쯔이얀 신임 탑주를 데리고 마을에서 보이는 섬으로 이동했다. 섬에는 이미 집까지 완성되어 있었다. 신임 탑주가 당분간 살 집으로 탑주에게 마법을 가르칠 생각으로 외딴 섬에 집을 마련해 둔것이다. 쯔이얀에게 가장 먼저 해 준일은 임독맥을 뚫어 주는 일이었다.
그것만으로 몸속으로 마나를 끌어 들이는 양이 몇배나 많이 진다. 마법을 가르키며 틈틈이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염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일년이 흐르자 쯔이얀은 서클 고리 한개를 만들어 6서클이 되었다. 8서클까지의 심득까지 알려준 상태로 노력여하에 따라 몇년후엔 7서클로 올라 갈수도 있을것이다.
"이걸 가져 가라."
마법 주머니 한개를 건네 주었다. 주머니안에는 많은 양의 금괴와 보석, 트롤 시체 한구와 트롤피가 들어 있었다. 예전에 트롤산에서 잡은 트롤의 피를 준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대 초대 탑주님은 이곳에 계속 계시는 겁니까?"
"그래. 마을과 섬을 왔다갔다 할것이다. 마탑이 무너질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면 연락할 생각은 말거라."
쯔이얀이 마탑으로 돌아 가자 천후는 할일이 사라졌다. 심심풀이로 마을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켰다. 글을 안다면 상단이나 영주성에서 일할수 있다. 아이들이 성장해 계속 이 마을에 있을지 밖으로 나갈지는 모르지만 글을 아는 것만으로 대우받은 중간계다. 시간은 쏜쌀같이 흘러갔다.
엘은 숙녀로 성장해 마을 청년과 결혼했다. 아메리붐 백작도 더이상 귀찮게하지 않았으며 특별한 다툼도 없이 평온한 일상이 이어졌다. 엘이 결혼을 하자 천후는 큰섬으로 이동해 정주한 상태다. 섬에서 가장 높은 산 아래 깊숙한 곳에 은거할 공간을 만들었다. 입구를 완전히 막아 공간 이동으로만 들어 올수 있게끔 조치해 두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른다. 지하 공간에서 명상을 하며 자신의 수명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자신이 죽으면 또다시 기억을 가진채 어느 세계에 환생하게 될것이다. 막강한 능력을 지닌채 환생하는건 나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환생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난 일이다.
자신으로 인해 자연의 조화가 무너 질수도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다음 생은 전생의 기억을 봉인한채 환생하게 될것이다. 서서히 눈이 감겨 갔다. 기억 봉인 사이킥을 시전해 눈을 감았다. 페티엄 왕국 아메리붐 백작령의 외진 차탈린 마을에서 멀리 보이는 큰섬위로 조그마한 빛이 쏟아지는 별무리속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완결-
- 작가의말
그동안 애독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꾸벅)
다음 소설은 “텟펜”이라는 제목의 스포츠 소설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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