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청송, 싸움에 나서다
56화.
슬그머니 손을 얼굴로 가져간 당봉은 살짝 만져보고는 눈이 커지고 있었다.
"감각이 없지?"
"어, 어떻게 한거에요?"
"비밀이다. 치료는 일각도 걸리지 않을꺼야. 잠시 자고 일어나면 화상은 모두 치료되어 있을꺼다. 안심하고 잠들어. 슬립!"
당봉이 그대로 잠에 빠져 들자 당소량의 얼굴에 경악이 서려 있었다. 수혈(睡穴)도 짚지 않고 말 몇마디로 잠을 재운것이다.
"소가주님! 이제 화상 자국을 잘라 내세요. 동생분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요."
"알았다."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는지 당소량 소가주는 품속에서 작은 쇠조각을 꺼내 당봉 얼굴에 눌러 붙어있는 화상 자국을 베어 내기 시작했다. 절대 망설여서는 않된다. 피가 점점 베어 나오기 때문이다.
사사삭!
엄청나게 빠른 손놀림이었다.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모든 화상 자국을 드러냈는지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작업을 했는지 피는 한방울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켜 보던 청송도 놀랄 정도였다.
"이제 네 차례다."
"알겠어요."
당봉의 얼굴쪽으로 접근해 손바닥을 슬쩍 가져다 대며 치료 마법인 힐링을 펼쳤다. 그러자 당봉의 피부가 꼬물거리며 새로운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당소량이나 누님까지 입을 벌리고는 믿기지 않아했다. 화상 자국은 완전히 사라졌다.
"웨이크업!"
"...음."
"깨어 났으면 얼굴을 만져봐. 치료는 끝났어."
믿기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얼굴을 만져본 당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저, 정말 치료가 된거죠?"
"누님! 동경(銅鏡)이 있으면 보여 주세요."
짐속에서 동경을 꺼내온 누님이 당봉에게 내밀었다.
"동생! 축하해. 이제 면사는 필요없어."
"아!"
주르르.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동경에 비추어 본 당봉은 화상 흔적을 찾아 볼수가 없자 완치되었다는걸 알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것 같았다.
"가, 감사해요."
"고맙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으마."
당문의 은혜는 백배로 돌려 받는다고 했다. 어떤식으로 은혜를 갚을지 앞으로 기대가 되었다. 그날 저녁 무렵 당문의 장로까지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내일 아침 일찍 산을 내려가 음식을 대접한다며 준비를 하라고 했다.
무당산 산문 아래의 경태(琼台)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무당파로 인해 먹고 사는 도시가 경태(琼台)로 용봉 대회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도시에서 가장 큰 5층 건물로 안내되었다.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안은 자리를 찾아 볼수 없을 정도로 무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당소량과 당봉, 청송, 누님이 일층안으로 들어서자 당문의 표식을 알아 보았는지 왁자지껄하던 식당이 순식간에 쥐 죽은듯이 조용해졌다. 이것으로 강호에서 당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몹시 당문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인들을 지나쳐 윗층으로 올라 갈려고 할때였다.
"에이 씨팔! 술맛 떨어지네. 지들이 전세냈냐?"
"킥킥킥...지랄말고 그냥 마셔."
"사파 놈들이나 마찮가지인 당문이 뭐가 두렵다고 벌벌 떠냐?"
세명의 중년인이 술을 마시며 두명이 떠들고 있었다. 그런 대화 소리에 당소량 소가주의 발걸음이 절로 멈추어졌다.
저벅저벅.
"다시 한번 말해봐라. 뭐? 당문이 사파라고?"
"그럼 당문이 정파냐?"
정사지간(正邪之間)인 당문은 정파에 가깝지만 독을 사용하는 문파로 사파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점을 중년인이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시비를 거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미 중년인 3명이 앉아 있는 탁자 근처의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고 있었다.
"놈!"
당소량 소가주가 가볍게 오른손을 흔들었다.
"흥, 젊은 놈이 함부로 독을 뿌리는구나. 역시 간사한 놈이구나."
"킥킥킥...오독산(五毒散)도 오랜만이네."
벅벅벅.
"아이고, 간지러워라!"
"킥킥킥킥. 그러고 보니 나도 간지럽네."
오독산은 다섯 가지 독을 배합한 가루로 몸에 묻으면 심한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독이다. 그런 독이 몸에 묻었을것인데도 장난을 치고 있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누군데 오독산을 알고 있는게냐? 설마 독문(毒門)?"
독문은 사파에 속한다. 당문과 같은 독을 사용하는 문파임에도 사파로 분류되어 당문보다 두려워 하는 문파다. 성격이 급하고 잔인한 자들이 많아 늘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당문보다 독문의 독이 더 강하다고 자부하는 그들이 당문 사람들을 보고 시비를 거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큭큭큭, 들켰네."
"아앗?"
비틀.
독문이라고 인정함과 동시에 갑자기 남궁희 누님이 비틀거렸다. 어느새 독을 살포한것 같았다.
"누님! 큐어!"
"아!"
"괜찮아요?"
"그래."
당봉이 급히 작은 구슬 한개를 남궁희에게 건네 주었다. 피독주(避毒珠)였다. 반드시 입에 물고 있어야 몸속으로 침투한 독을 중화시킬수 있는 물건이다.
"한개밖에 없는데 어쩌죠?"
"난 괜찮아."
당봉이 청송을 바라 보며 안절부절했다. 당소량 소가주와 독문에서 나온 중년인들은 이미 독을 서로 살포하며 독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당소량이 무슨 독을 뿌려도 중년인들은 아무렇지도 않는듯했다. 중년인들이 살포하는 독들도 당소량이 입에 물고 있는 피독주로 인해 통하지 않고 있었다.
"피독주라는게 어떤 독도 중화시킬수 있는거야?"
"극독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해독시킬수있어요."
식당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버린 상태였다. 서로 밀고 밀치며 식당밖으로 빠져 나갈려는 사람들로 인해 넘어져 다친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독 대결에서 우위를 점칠수 없는 당소량은 훌쩍 뒤로 물러 나며 소매안에 손을 집어 넣고 빼면서 무언가를 중년인들에게 쏘아 보냈다. 암기같았다.
팅팅팅.
암기 3개는 무언가에 튕겨져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약아 빠진 놈! 독이 통하지 않으니까 이번엔 암기냐?"
중년인 3명은 단검을 제각기 손에 쥐고 있었다. 단검은 모두 녹색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독이 발라져 있는것 같았다. 중년인들이 피독주가 통하지 않는 극독을 왜 사용하지 않는지는 모른다. 독문 출신이라면 극독쯤은 한두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송아! 어떻게든 해봐. 신협인 너라면 저들의 싸움을 말릴수 있잖아."
남궁희 누님의 말에 발을 동동 굴리고 있던 당봉의 머리가 홱 돌아가며 청송을 바라 보고 있었다.
"언니! 신협이라니요?"
"아! 청송은 신협이라고 불려."
어린 나이에 별호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신비한 치료 능력으로 볼때 신의(神醫)라고 불러야 할텐데도 신협이라는 별호로 불린다는 것은 다른 숨겨진 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님의 말에 어쩔수없이 나설려고 할때였다.
타타다닥.
"멈추시오."
도인 두명이 식당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당파 일대 제자인 도운 진인과 도솔 진인이다.
"여긴 무당 권역입니다."
"칫! 불청객이 끼였다. 가자."
무당파의 도인을 본 독문의 중년인들은 당소량 소가주를 힐끗 바라 보고는 우르르 식당을 나갔다.
"소가주! 저들은 누구인가?"
"독문에서 나온 자들 입니다."
"독문이 이곳엔 무슨 일로 온건가?"
"그건 모르겠습니다."
당소량은 자초지정을 말해 주었다. 설명을 들은 진인들은 심상치 않는 일이라며 조심하라고 했다. 최상층의 5층 건물로 들어간 일행은 좀전의 일은 잊은듯이 호화로운 식사를 했다.
"소가주님! 좀전에는 왜 극독은 사용하지 않은거에요?"
"이런곳에서 그런 독을 사용하면 이 부근에는 한동안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변해 버려. 그래서 문파의 위신때문이라도 극독은 사용하지 않는거다."
바로 이해가 되었다. 만약 그런 독을 사용하면 당문은 두고두고 욕을 얻어 먹을 것이 뻔했다. 정파를 자청하는 당문이 사파로 전락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식사를 마친후 무당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을때였다. 독문의 중년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길목을 막아 섰다. 뒷끝이 있는 지저분한 놈들이었다.
"너희들은 멀찌감치 물러 서거라."
"두렵지 않다면 따라 와라."
이곳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목으로 두 문파도 부담이 되는 곳이다. 자리를 옮겨 끝장을 볼 심산인것 같았다. 경공을 펼쳐 앞서 달려 가는 중년인들을 따라 당소량 소가주도 몸을 날렸다. 인적이 없는 산속으로 놈들을 따라 들어가자 작은 계곡 나왔다.
"큭큭큭...겁도 없이 따라 온건 칭찬하마."
세명의 중년인이 일자 형태로 늘어섰다. 그런 놈들을 마주해 당소량 소가주도 언제든지 공격할 자세를 취하며 대치하고 있을때 청송이 앞으로 나섰다.
"독문은 비겁하게 세명이 한명을 핍박할 생각입니까?"
"큭큭큭...저건 또 뭐냐? 어린 애새끼가 간뎅이가 부었구나."
"걱정말거라. 네놈들은 모두 죽여 주마. 그전에...큭큭큭..."
왼쪽에 있는 턱이 뾰족한 중년인이 청송뒤의 누님과 당봉을 보고 혀로 입술을 할짝거리고 있었다. 그런 놈의 눈은 욕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파팟.
갑작스럽게 좌우에 있던 중년인 두명이 좌우로 달려 오기 시작했다. 합공을 할려는지 아니면 청송을 제압할려고 달려 오는지는 아직 모른다. 자신들까지 모두 죽인다는 말에 청송은 놈들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윈드!"
독을 사용하는 무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건 바람이다. 맞바람을 맞고 있으면 독을 살포하지 못한다. 갑자기 등쪽에서 불어 오기 시작한 바람에 당소량은 즉시 독을 풀었다. 그러자 전면에 있던 놈이 급히 바람개비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작은 소용돌이가 생성되며 당소량 소가주가 푼 독이 모두 빨려 들어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
저런식이라면 독을 풀어도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판단한 당소량 소가주는 즉시 암기를 꺼내 던졌다. 당가 소가주가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을때 좌우에서 달려 오는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당봉이 청송 옆으로 걸어왔다.
"넌 누님과 함께 멀찌감히 물러서 있어."
"저들을 상대할수 있으세요?"
"문제없어. 누님이나 보호해 줘."
"동생! 청송을 방해하지 말고 이쪽으로 와."
누님의 말에 당봉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청송을 바라 보고는 누님쪽으로 물러가자 왼쪽에서 달려 오는 놈에게 즉시 마법을 펼쳤다.
"그리스!"
보법을 밟으며 달려오든 놈은 갑자기 왼발이 미끄러져 비틀거리며 즉시 자세를 잡을려고 했다. 보법을 밟고 있는 덕으로 넘어지진 않았지만 오른발을 내딛자 이번에도 주욱 미끄러지며 볼썽 사납게 엉덩방아를 찢었다.
푹!
"크아~~!!!!"
개망신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마 보법이 뒤엉겨 넘어 졌다고 생각할것이겠지만 중년 나이가 되어서도 보법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것이 틀림없었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 날려고 했다. 하지만 바닥에서 치솟은 무언가에 엉덩이이 관통되어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 왔다. 엉덩이를 관통한 물건이 무엇인지 손으로 잡을려고 할때였다.
푹!
"크악!"
이번엔 등이었다. 등을 관통하고 배위로 불쑥 솓아있는 뾰족한 돌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저런 돌기둥이 바닥에 있었는지는 모른다. 달려 오는 방향에는 전혀 없었던 돌기둥이 갑자기 바닥에서 치솟아 오른것이다.
"...기, 기관 장...치?"
이 작은 계곡 전체에 기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으로 밖에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수 없었다.
"왕평~~!! 노오~옴!!"
오른쪽에서 달려 오든 중년인이 동료의 죽음에 큰소리로 동료 이름을 부르며 청송에게로 달려 들었다. 맞바람이 불고 있는 탓으로 용독술은 펼친순 없는지 품속에서 녹색으로 물든 단검을 빼 들고 있었다. 중년인이 10여미터 거리까지 접근했다. 한번만 더 도약하면 코앞에 닿을것이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허억! 화...화강(火罡)?"
어린 놈의 손위에 갑작스럽게 생성된 불덩어리가 자신에게로 쇄도해 오고 있었다. 믿을수 없게도 꼬맹이 놈은 강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있을수 없는 일이다. 무슨 사술을 부린것인지는 모르지만 저 나이에 절대로 강기를 생성시킬수 없다고 판단해 불덩어리를 파괴했다.
퍼펑.
접근하는 불덩어리를 검기를 담은 단검으로 후려 치자 사방으로 불똥이 튀었다. 역시 화강이라면 이렇게 쉽게 박살날수는 없다고 안도의 숨을 내려 쉬을 찰나 무언가가 이마를 파고 들었다.
"컥!"
털썩.
파이어 볼 바로 뒤쪽으로 따라가는 매직 미사일은 파이어 볼이 박살나자 마자 중년인의 이마로 파고 든것이다.
"어, 언니! 청송이 화경의 절대 고수였어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화경의 경지라고 생각해."
"어, 어떻게 그럴수 있는거죠?"
"그건 나도 잘 몰라."
당봉은 청송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당소량과 중년인의 싸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었다. 맞바람에서 벗어 날려고 우측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년인이었지만 여전히 바람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동문(同門) 두명이 죽은 상태로 전의를 반쯤 상실한 상태였다.
당문 소가주 뒤쪽에서 지켜 보고 있는 저 어린 놈이 가세한다면 승산은 없었다. 무려 화강기를 사용하는 놈이다. 어떻게 어린 놈이 그런 경지에 접어 든것인지는 모르지만 독과 불은 상극이다. 놈이 끼어 들기전에 도주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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