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천후, 충돌하다(1)
148화.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 일이다. 비록 이곳이 변방이지만 이미 그런 사건이 있었다. 또다시 그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곤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 일이다. 완강한 거부에 분타주도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다른 문파에 들러야 한다며 분타주는 하루도 머물지 않고 세가를 나섰다. 6개월이 지난 어느날 하문관 포두인 황탕 아저씨가 세가를 찾아 왔다. 포두가 찾아 온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짐작할수 있었다.
"어서 오게.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 온거라네."
"무슨 일인데요?"
"재전산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실종된 상태라네."
재전산(載伝山)은 하문에 있는 제법 높은 산으로 약초꾼들이 주로 약초를 캐러 산으로 들어간다. 약초꾼 마을인 재전촌에서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내려 오지 않자 그들을 찾으러 산으로 올라 갔지만 그들도 내려 오지 않는다고 했다.
재전산을 잘 아는 약초꾼들이 한달이 지나도록 내려 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사건에 휘말린것이라고 생각된다. 큰맹수도 없는 산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실종된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고맙네."
포두라고 해도 무공이라곤 고작 이류에 불과하다. 경공조차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는 포두가 산으로 들어가도 실종된 사람들을 찾긴 어려울것이다. 이번 실종 사건은 중원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약초꾼 마을인 재전촌으로 갔다.
"아마 사락암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을걸세."
촌장의 말을 듣고는 사락암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실종된 약초꾼은 모두 5명이다. 처음에 두명이 실종되고 그들을 찾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 3명이 또다시 실종된 것이다. 실종된 두명을 찾기위해 마을 약초꾼들이 몇명으로 나누어 산으로 올라갔지만 사락암쪽으로 올라간 세명이 내려 오지 않았다고 했다.
재전산 중턱에 있는 높은 절벽앞의 큰바위가 사락암이다. 길이 험해 사락암쪽으로는 일반인은 올라 가지 않는다. 인적이 드문만큼 약초꾼들은 희귀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 들어 갈수도 있을 것이다.
- 노에스, 흔적을 찾아봐.
실종된지 많은 시간이 지난 상태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수도 있었다, 수시로 비가 내리는 탓으로 남아 있는 흔적은 비에 휩쓸려 나갔을수도 있었다. 노에스가 실종된 자들의 흔적을 찾고 있을때 천후는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주변을 조사해 보았다. 몇몇 마나가 느껴지는 약초와 작은 동물들이 감지되었을뿐 사람은 감지되지 않았다.
- 마스터, 흔적을 찾을수 없었어요.
- 수고했어.
역시 흔적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에서 산 전체를 사이킥 스캔으로 조사해 보면 어떤 단서를 잡을수 있을 것이다.
'음, 없군.'
사락암과는 정반대편 산 중턱에서 제법 큰동물이 감지되었을뿐 인간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감지되지 않는다는건 이 산에 없거나 이미 죽은 상태다.
- 노에스! 실라이온! 제각기 다른 방향을 찾아봐.
죽었다면 어딘가에 시체가 있을것이다. 노에스는 자신이 올라온 방향을 찾고 실라이온은 반대편 쪽으로 찾으러 갔다.
- 마스터, 찾았어요.
산 반대편 방향을 조사하고 있던 실라이온이 알려왔다. 즉시 실라이온이 찾았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나무가 무성한 작은 계곡 안쪽에 토굴이 뚫려 있었다. 토굴은 키가 작은 나무의 무성한 나뭇잎으로 가려져 찾기 어려운 위치였다.
"사이킥 라이트!"
토굴안 30미터 지점에 네명이 포개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심장이 사라진 상태였다. 실종은 다섯명인데 한명은 보이지 않았다. 4년전의 사건처럼 미이라는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심장만 쏙 빼내 가는 놈은 대체 무슨 목적인지 이런짓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심장 도둑놈이 버젓히 하문을 할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마스터, 이쪽에 한명을 찾았어요.
즉시 노에스가 알려온 곳으로 달려갔다. 계곡 아래에 머리가 깨진채로 발견된 자도 역시 심장이 없었다. 재전산에 범인이 없는 이상 산을 내려 갈수 밖에 없었다. 약초꾼 마을에 들러 실종된 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장소를 알려 주고 황탕 포두를 찾아 갔다.
"음, 심장이 사라진 시체라니...무림인 짓인가?"
"그럴겁니다. 일반인이 굳이 심장을 빼내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문에 수상한 자나 외지인이 들어와 있는지 조사해 주세요."
하문 곳곳에 평소보다 많은 포졸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천후도 점심 나절엔 반드시 세가를 나가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하문 전체를 둘러 보며 범인을 찾을려고 노력했지만 수상한 자는 전혀 발견할수 없었다.
"성문 아저씨, 세가 분위가 왜 이래요?"
세가로 돌아 오자 세가 전체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었다. 불과 반나절만에 이렇게 변할려면 큰일이 발생한것이 분명했다.
"무림맹에서 현무단 소속 무인들이 찾아 왔습니다."
"현무단요? 그런데 세가 분위기가 왜 이래요?"
"후우, 현무단과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세가를 방문한 현무단은 연무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세가 무인들을 보고 비웃었다고 했다. 발끈한 세가 무인들과 현무단이 대련을 했지만 한사람에게 모두 깨져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세가 분위기가 엉망인것이 이해가 되었다.
크게 다친 무인은 없어 다행이지만 남의 집에 찾아와 아무리 대련이라고 해도 부상을 입히는건 무림맹 소속이라고 해도 용서할수 없었다. 무림맹에 어떤 단체가 있는지는 자세힌 모르지만 현무단은 처음 들어 보는 단체였다. 아버님을 만나고 있다는 말에 가주 집무실로 급히 향했다.
똑똑.
"아버님, 접니다."
"들어 오너라."
집무실엔 청년 한명이 아버님과 독대하고 있었다.
"인사하거라. 현무단 부단주이라고 하더구나."
"소가주인 은천후입니다."
"현무단 부단주인 공손세가의 공손주현이다."
아버님이 간단하게 무슨 일로 세가를 방문했는지 말해 주었다. 강서성(江西省)에서 실종 사건을 조사하고 있을때 범인의 흔적이 복건성으로 이어져 세가를 찾아와 협조를 요청하는 중이라고 했다. 복건성 남단에 위치한 세가까지 찾아올 정도라면 범인이 세가가 있는 남쪽으로 도주해 온것으로 생각되었다.
"협조를 하고는 싶지만 세가 무인들이 다친 상태로 무인들을 차출해 드릴순 없겠는데요."
천후가 거부하는 발언을 하자 공손주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무림맹이 하는 일이라며 정파라면 당연히 협조를 해야 한다고 은근히 화까지 내고 있었다.
"천후야, 네가 도와 주거라."
아버님의 말을 거부할순없었다. 하고 싶진 않지만 범인이 이쪽으로 이동해 왔다면 이곳에서 다시 사건을 벌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가 무인들을 보내면 무림맹의 하인처럼 취급할것이다. 그럴바에야 직접 가는게 나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함께 가죠."
세가를 찾아온 현무단은 모두 세명이었다. 지금 개방 무인들이 범인 흔적을 쫒아 산을 뒤지고 있다고 했다. 공손주현은 많은 무인들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다친 무인들이 많아 세가 방어에 차질이있다며 거부했다. 그것만은 아버님도 양보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공손주현은 어쩔수 없다며 부하들을 불러 천후와 함께 세가를 나섰다.
"경공을 펼쳐 빠르게 간다. 따라 올수 있겠나?"
"가세요. 따라 갈수 없으면 천천히 가죠. 근데 어디로 가는 겁니까?"
"재전산(載伝山)이라는 곳으로 간다. 가자."
공손주현이 먼저 경공을 시전해 앞으로 달려 갔다. 그뒤를 부하 두명도 경공을 시전해 따라 가고 있었다. 천후는 일부로 천천히 따라갔다. 재전산이 어딜 가는것도 아니다. 현무단은 이미 점이 되어 저 멀리 사라진 상태다. 재전산 자락에 도착하자 곳곳에 개방 방도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손주현 일행은 이미 산속으로 들어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이곳은 출입 금지다."
"개방 호걸님들 안녕하세요. 은천 세가 소가주인 은천후입니다."
천후가 접근하자 이결 제자가 제지를 했다. 재전산을 개방 방도들이 완전히 포위한 상태같았다.
"아! 검귀님, 어서 오십시요. 이곳으로 오시면 분타주님이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알아본 개방 방도들이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절정에 가까운 귀검시랑을 죽인 탓으로 검귀라는 별호가 복건성에 널리 알려진 탓이다.
"재전산 전체를 포위한 겁니까?"
"아닙니다. 일부 지역은 인원이 부족해 천라지망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무단 부단주가 세가에 협조를 요청하러 온것같았다. 세가 무인들이 부상을 입은게 잘된 일인지 모른다. 재전산에 실종 사건의 주범이 숨어 있다면 천라지망을 벗어 나기 위해 충돌은 필지였다.
세가 무인들이 죽을수도 있는 일이다. 현무단의 추격을 피해 이곳까지 이동해 올 정도라면 적어도 고수 이상의 경지일것이다. 동생인 천추에게만 무공을 가르키고 있지만 세가 무인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은 몇명입니까?"
"모두 3명으로 놈들에게 당한 동료들이 제법 됩니다."
이를 뿌드득 갈며 대답하는 개방 무인은 친한 동료도 당했다고 했다. 점점 깊은 산속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이쪽으로는 전번 산행에선 올라 가지 않은 방향이었다. 뒤를 따라 가며 사이킥 서치를 시전해 어느쪽에 무인들이 몰려 있는지 찾아 보았다.
산중턱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몰려 있는게 감지되었다. 그쪽으로 안내하는 개방 무인을 따라 가자 개방 무인들이 동굴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분타주는 동굴안으로 들어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은천 세가 소가주님인 검귀님이십니다."
동굴앞에 있는 개방 무인들에게 자신을 안내한 자가 먼저 소개를 했다. 그러자 일제히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 보는 개방 무인들이었다.
"분타주님은 안에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현무단원들과 함께 들어 갔습니다."
"들어 가도 되죠?"
"물론입니다."
동굴안은 횃불을 들고 들어 갔는지 연기 냄새가 진동했다. 동굴안쪽으로 들어 가며 노에스를 불러 어느 지점에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 보게 했다. 동굴은 꽤 넓었으며 천장도 높았다. 빠르게 안쪽으로 이동했다.
카~앙! 쩌~엉!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앞쪽에서 희미하게 들려 왔다. 적들과 전투가 벌어졌다는 생각에 빠르게 앞쪽으로 쏘아갔다. 무기 부딪히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려 오고 있었다.
쩌엉!
"피해!"
넓은 광장에는 개방 복건성 분타주를 비롯해 현무단원들로 보이는 자들 6명이 중앙의 중년인 한명과 청년 두명을 포위한채 공격하고 있었다. 현무단원 두명은 포위한 앞뒤에서 횃불을 들고 광장을 밝히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멀찌감치 떨어진 벽쪽에는 현무단원 두명이 심한 내상을 입었는지 심법을 운용하고 있었다. 광장에 도착한 천후는 지켜 보기만 했다. 현무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사이킥 서치를 펼쳐 중앙의 세놈이 얼마큼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 보았다.
중년인이 거의 귀검시랑과 맞먹을 정도였고 두청년은 일류 정도로 보였다. 내공을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경지를 모두 파악할순 없지만 대부분 경지가 높을수록 보유한 내공도 많다.
캉!
"왜 우릴 핍박하는거냐?"
"빨리 제압해! 죽여도 상관없어!"
쩡!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달려드는 공손주현에 맞서 중년인이 검을 휘둘러 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개방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쩌정!
"...왜 화가장을 범인이라고 지목하는거냐?"
중앙의 중년인이 화가 난듯 분타주를 죽일듯이 노려 보며 검을 휘둘렀다. 중년인은 억울하다는듯 호소하고 있었지만 현무단원들은 빨리 제압하기 위해 공세를 더욱 집중했지만 좀처럼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외로 중앙의 중년인이 강했다. 중년인은 아직 제대로 공격하지도 않았다.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광장 입구쪽에서 지켜 보기만 하고 있던 천후는 화가장이라는 말에 외할아버지를 만났을때 장연 외사촌 누님이 화가장으로 시집갔다는 말을 들은게 기억났다. 만약 저들이 누님이 시집간 가문이라면 자신이 나서 중재를 해야한다. 누님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걱정이다.
"화 장주가 억울하다면 무기를 버리고 조사에 응하시오."
"흥, 모두가 공손세가와 한통속인데 제대로 조사가 될것 같나?"
무림에서 어떤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절대로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없는 죄도 만들어 버리는게 무림이다. 또한 어떤 가문이 무림맹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면 무죄라고 해도 가문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다.
"더이상은 참을수 없어!"
화 장주라는 중년인이 결심을 한듯 기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달려 들어!"
급히 공손주현이 외치자 현무단원들과 분타주가 일제히 달려 들려고 할때 천후가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멈춰~어어~어~어~~!!!'
동굴안인 탓으로 먼곳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진 소리가 서서히 잦아 들고 있을때 천후는 분타주쪽에 다가 서고 있었다. 싸움은 잠시 멈춘 상태로 모두의 이목이 천후에서 쏠렸다.
"검귀! 이제야 온건가? 저들을 제압해야 하네."
"분타주님, 제압하기 전에 무슨 증거로 저들이 범인인지 알려 주십시요."
"그게 무슨 말인가? 현무단 부단주가 범인이라고 쫒고 있는 상황이네. 또한 아이들도 많이 다쳤다네."
"그럼 현무단 부단주의 말만 믿고 무작정 실종 사건의 범인이라고 지목한것이란 말입니까?"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