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혈투(3)
5화.
저런 놈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승산이 없어 보였다. 마나를 사용할줄 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아직 마나 유저에 불과한 자신의 실력으로는 도주할수 밖에 없었지만 허기진 체력으로 어디까지 도주를 할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도주끝에 따라 잡혀 놈과 싸울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을땐 체력 부족으로 인해 힘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채 당해 버릴것이다. 그럴바에야 지금 승부를 봐야 했다.
"터져라!"
달려오는 놈의 번들거리는 녹색눈에 정신을 집중해 외쳤다.
"터져! 제발 터져 버려~!!"
주춤.
달려 오던 몬스터 놈이 주춤거리며 한쪽 눈이 아픈지 주먹으로 비비고 있었다. 비록 놈의 눈은 터지지는 않았지만 사이킥이 성공했다는 생각에 한가닥 희망이 보였다.
타앗.
"터져라! 터져!!"
다른 눈을 향해 다시 정신을 집중해 사이킥을 발휘하며 달려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눈을 질끈 감은 놈은 눈을 비비고 있었다. 역시 효과가 있었다.
쉬익.
사악.
몽둥이를 들고 있던 오른팔에 긴상처를 낸 캐논은 즉시 뒤로 물러 서며 놈의 눈을 보며 다시 외쳤다.
"터져 버려!!"
질끈.
"취이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놈이 눈을 부여 잡자 다시 달려 들어 팔뚝을 공격했다.
"윽!"
두통이 너무 심했다. 밀려 오는 두통을 윽지로 참으며 사이킥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집중시켰다.
부아아앙.
한쪽 눈을 감은 놈은 전면을 향해 무작위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바람을 찢어 발기는 소리가 엄청났다. 저 몽둥이에 비켜 맞아도 사망일것 같았다.
"터져라!!'
팟.
사이킥을 발휘하며 달려 들었다.
질끈.
부아앙.
"헉!"
터져라는 외침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눈을 감고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놈이었다. 깜짝 놀란 캐논은 즉시 바닥을 굴렀다. 아슬아슬하게 몽둥이가 머리위를 스쳐 지나갔다. 놈은 눈이 아프지도 않는지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며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달려 들었다. 즉시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외쳤다.
"터져!!"
질끈.
부아앙.
이제야 알았다. 놈은 '터'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곧바로 눈을 감고는 뭉둥이를 휘두른것이다. 학습 능력이 있는 몬스터였다. 다시 바닥을 구른 캐논은 곧바로 달려 드는 놈의 덜렁거리는 물건을 향해 외쳤다.
"터져버려!!"
몽둥이를 휘둘려는 순간 놈은 갑자기 아랫도리를 부여 잡고 바닥을 구르며 괴성을 질러 대었다.
"쿠아아~!!"
기회였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놈의 발목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쉬익. 쉭! 쉭!
스사사삭.
놈의 발목에 상처가 나며 피가 튀었다. 그러자 놈이 일어 날려고 양팔로 바닥을 짚고 상반신을 일으키고 있었다.
"터져라!"
"쿠아앙!!"
쿵.
다시 아랫도리를 부여 잡은 놈은 머리통이 바닥을 찢으며 뒤로 쓰러졌다.
질끈.
엄청난 두통에도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놈의 발목을 다시 베었다.
데굴데굴.
더이상 당하지 않겠다는듯 놈은 바닥을 구르며 벌떡 일어나 몽둥이를 휘둘렀다.
부아아앙.
여전히 놈의 힘은 굉장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즉시 뒤로 물러나 다시 사이킥을 발휘하며 달려 들었다.
"터져라!!"
"쿠아앙."
아랫도리를 부여 잡고 방비를 하고 있는 놈이었다. 하지만 눈은 멀쩡히 뜬 상태였다. 눈이 아픈지 괴성을 지르는 놈은 아랫도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눈을 가리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터져 버려!"
"쿠콰아앙."
한손으로 눈을 가리면 아랫도리에 사이킥을 발휘했다. 눈과 아랫도리를 번갈아 가며 사이킥을 시전하며 달려 들어 발목을 중점적으로 공격했다.
비틀.
쿵.
놈의 발목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더이상 서 있을수 없는지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학학학학!!"
정신적인 피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주르르.
입술이 따뜻한게 코피까지 흘러 나왔다. 아찔해 질려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 잡고 놈의 머리쪽으로 이동해 롱소드를 내려 쳤다. 바닥을 굴러 피할려는 놈이었지만 롱소드가 더 빨랐다.
꽈직.
머리통에 박힌 롱소드를 빼어 들고 두번 세번 연속적으로 내려 쳤다.
"쿠아아아~~앙."
괴성을 지르던 놈은 잠시후 축 늘어져 버렸다.
털썩.
"헉헉헉헉~!!"
목까지 차 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드러 누운 캐논은 몸속에 남아 있는 힘이라곤 한톨도 없을 정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벌컥벌컥.
누운 상태 그대로 물주머니의 물을 들이켰다. 입가로 주르르 흘러 내리는게 귀족이 할짓이 아니었지만 목이 타는듯했다. 시원한 물을 들이키자 서늘한 느낌이 돌며 두통이 조금 가시는듯했다. 한동안 드러 누운채 숨을 고른 캐논은 윽지로 몸을 일으켰다. 이곳에서 즉시 이동해야 한다.
'이놈의 고기도 먹을수 있을까?'
비틀거리며 죽은 놈에게 다가가 가죽을 베고는 고기 한점을 꺼냈다. 설사를 하고 있었지만 너무 배가 고팠다.
"우욱!"
퇫.
털복숭이 놈 고기 못지 않게 노린내가 진동해 바로 뱉어 버렸다. 가죽도 까칠한게 쓸모가 없어 보였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마나 연공을 한후 나무위로 올라가 쉬었다. 어느새 설사는 멈춘 상태였다. 아직 두통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지끈거리는 머리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 주었다. 놈과의 전투 장면을 복기하자 사이킥이라는 힘이 대단하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마치 마법같았다.
털복숭이때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사이킥 힘이었다. 사이킥 힘이 굉장하다는걸 확인한 이상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마법 주머니안의 고기를 몇점 베어 먹고 피곤한 몸을 쉬어 주어야 했다. 눈이 절로 스르륵 감겼다. 얼마나 잤을까 이상한 감각에 눈을 번쩍 떴다. 마치 무언가가 지켜 보고 있는듯 뒷통수가 간지러웠다. 나무위에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뭐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찾을수가 없었다. 분명 뭐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스르릉.
일단 롱소드를 뽑아 들고 다시 세세하게 주변을 꼼꼼히 둘러 보았다. 지금 올라 와 있는 나무는 큰나무였다. 굵은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조사를 하고 있을때 반대편 나뭇가지위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굵은 나뭇가지위가 불룩 튀어 나온게 나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모양새였다.
"떨어져라."
정신을 집중해 사이킥을 발휘했다. 만약 저 물체가 나무의 일부분이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흔들.
기우뚱하는게 절대 나무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떨어져!!"
이번엔 크게 외쳤다. 그러자 나무와 동화된 물체는 다시 한번 기우뚱하며 빙글 돌아 나뭇가지 뒤쪽으로 숨어 들었다. 그것으로 몬스터나 동물이 틀림없었다. 놈이 나무로 동화되어 한밤중에 습격해 온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즉시 나무 아래로 내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놈이 추격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피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비틀.
아직 피곤이 풀리지 않았는지 몸에 힘이 전혀 들어 가지도 않았다. 두통도 여전히 남아 있어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다. 빨리 쉴곳을 찾아야 했다. 물주머니의 물을 채우기 위해 강가로 향했다.
"쪼로롱. 쪼로롱."
강가의 언덕에 알록달록한 깃털로 뒤덮힌 수많은 새들이 달라 붙어 무언가를 연신 쪼아 대고 있었다. 뭘 먹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자 흙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흙을 먹는 새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저들도 배가 엄청 고파 뭐든 배를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벅저벅.
퍼드드득.
캐논이 접근하자 일제히 하늘로 날아 오는 새들의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물 주머니에 물을 채운후 다시 숲속으로 들어 갈려고 했지만 새들이 먹고 있었던 흙이 발걸음을 멈추게했다. 새들이 먹는 흙이라면 혹시 먹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을 한움큼 쥔 캐논은 조금 먹어 보았다.
"이, 이건..."
짭짤한 맛이 나는 흙이었다. 흙속에 염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새들은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흙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즉시 마법 주머니안에서 물주머니 한개를 꺼내 물을 절반쯤 버린후 흙을 채워 넣고 흔들었다. 소금을 채취할려는 행동이었다. 다른 물주머니를 꺼내 물을 모두 버린후 추출한 소금물을 옮겨 담았다. 흙탕물이지만 소금기가 느껴지는 물이었다. 다시 처음 물주머니안의 흙을 버리고 새로운 흙을 채워 넣고 물을 넣고 흔들기를 반복하며 물주머니 한가득 소금물을 채워 넣었다.
이 근처에서 며칠을 보내야 할것 같았다. 소금물이지만 흙이 많이 섞여 있어 입안이 껄끄러웠다. 밤새도록 물주머니를 나뭇가지에 달아 놓으면 맑은 물만 위쪽에 남는다. 그 맑은 물을 다른 물주머니에 옮겨 담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며 소금물을 추출하고 있을때 매일 날아와 흙을 파 먹고 있는 새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새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나뭇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와 쌓아 올린후 그 아래에 숨어 들어 새들이 흙을 파 먹고 있을때 한마리에게 정신을 집중해 날개를 꺾어 버리겠다고 강하게 생각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하지만 계속 실패를 거듭했다. 움찔하기만 할뿐 날개는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뭇잎정도는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는 경지였다. 그런데도 실패만 하자 화가 났다.
"부러져라!!"
퍼드득.
버럭 큰소리로 외치자 새들이 일제히 날아 올랐다.
퍼득퍼득.
"응? 서, 성공이다."
정신을 집중시킨 새 한마리가 날아 오르지 못한채 강물로 떨어 지지 않게끔 버둥거리고 있었다.
후다닥.
급히 달려가 언덕에 달라 붙어 있는 새를 움켜 쥐었다. 이것으로 사이킥에 대해 한가지 더 알수 있었다. 작은 소리와 큰소리와의 차이였다. 큰소리는 그만큼 정신을 집중시킨 결과였다. 더 많이 성장하면 소리의 크기에 상관없이 똑같은 힘을 발휘할수 있을것이지만 지금은 크게 외쳐야 제대로된 힘이 발휘된다는 것을 확인한것이다. 손아귀를 빠져 나갈려고 버둥대는 새의 목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고 외쳤다.
"꺾여라!!"
툭.
"하하하하하~!!"
대성공이었다. 목이 부러져 축 늘어져 있는 새를 보며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깃털을 보며 외쳤다.
"뽑혀라!"
슉.
깃털 한개가 그대로 뽑혀 올라왔다. 대성공이었다. 이번엔 작은 소리로 실험해 보았다.
"뽑혀라!"
움찔.
깃털 한개가 조금 위로 올라온것 같았지만 완전히 뽑혀 올라오진 않았다.
'뽑혀라!!'
파르르.
생각만으로 실험하자 역시 떨리기만 할뿐이었다. 깃털 한개한개를 상대로 사이킥을 계속 시전해 털을 뽑았다. 사이킥 힘을 계속 사용하자 머리가 지끈거리며 서늘해 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이런 느낌이 무언인지 알고 있었다. 몸속의 구슬이 녹아 그 힘이 머리속으로 들어 오고 있는 것이었다. 강가에서 깃털에 집중에 사이킥을 계속 연습하고 있을때 무언가가 숲에서 엄청난 속도로 뛰쳐 나왔다.
말 두마리가 나란히 선듯한 거대한 몸집의 노란 줄무늬의 몸통과 샛노란 눈동자가 희번뜩거리고 있었으며 송곳니가 얼마나 긴지 자신의 무릎 높이 정도였다. 단한번의 도약으로 캐논이 있는 곳까지 당도한 놈은 큰입을 쩍 벌리며 머리를 통채로 집어 삼킬려는듯 도약했다. 롱소드를 뽑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희번뜩거리는 샛노란 눈을 향해 사이킥을 발휘했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죽는다는 필사의 각오였다.
"터져 버려!!!"
펑.
데굴데굴.
"크와와아아앙!!"
놈의 눈에 사이킥을 시전하고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옆으로 굴렀다. 집채만한 놈에게 깔려 버린다면 앙상한 몸이 짖눌려 버릴것이다.
벌떡.
챙.
비틀.
벌떡 일어나며 급히 롱소드를 뽑았지만 아찔한 현기증에 몸이 비틀거렸다.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또다시 코피가 터졌는지 피가 입술을 타고 미지근한 액체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후와앙.
괴성을 지른 놈은 한쪽 눈을 질끈 감은채 앞발로 캐논을 후려 치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 오는 놈의 발을 급히 롱소드를 앞으로 내밀며 피했지만 완전하게 피하진 못했다. 엄청난 빠르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것이었다.
꽝.
"커억!"
놈의 앞발에 롱소드가 부딪히며 그 충격으로 인해 롱소드가 날아가 버리며 캐논의 몸도 붕 뜬채 뒤쪽으로 훌훌 날아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크으윽!"
두손을 바닥에 짚고 급히 일어 날려고 했다.
"크아앙."
하지만 언제 접근했는지 놈이 또다시 앞발을 내려 치고 있었다. 피떡을 만들어 버릴 심산인지 머리위로 떨어 지는 놈의 발을 피해 바닥을 구르며 정신을 다잡고는 놈의 남은 눈을 바라 보며 크게 외쳤다.
"터져 버려!!!"
퍽!
이번에는 똑똑히 보였다. 놈의 남은 한쪽 눈이 터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데굴데굴.
몇바퀴를 다시 굴렀다. 몸은 비명을 내지르고 머리는 깨질듯이 아팠지만 거대한 놈에게 깔린다면 그대로 숨이 막혀 죽어 버린다는 생각에 채찍질을 하며 간신히 굴러 놈의 앞발을 피했다.
"크와아아앙."
머리를 흔들며 비명을 지르는 놈은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크으윽."
윽지로 몸을 일으켰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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