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오크로써의 삶(6)
67화.
부우웅.
"쿠왕앙!"
마법 공격에 화가 났는지 기사들의 공격을 무시한채 마법사들만 집요하게 쫒는 오우거를 롱소드에 푸른 마나를 두른 기사 한명이 달려들어 오우거가 휘두른 나무를 잘라 버렸다. 굵직한 통나무가 허무하게 잘라져 나가자 오우거는 더욱 광분해 남은 나무를 휘두르며 이번엔 기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꽝.
땅이 움푹 파여 들어가며 오우거의 공격이 실패하자 재빨리 달려든 기사가 오우거의 팔을 향해 롱소드를 휘두르자 오우거의 팔이 조금씩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크와앙앙앙~~!!"
비명을 지르며 통나무를 버린 오우거는 왼팔로 기사를 때려 죽일듯이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려 쳤지만 기사는 옆으로 살짝 피하며 내려 찍은 오우거의 팔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런 기사의 행동에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듯 베어 오는 롱소드를 향해 왼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기사는 급히 앞으로 머리를 숙이며 데굴데굴 굴렀다. 만약 오우거의 팔을 향해 롱소드를 그대로 그어 버렸다면 오우거의 팔을 완전히 자르지 않는한 자신도 큰피해를 입었을것이라고 판단해 회피를 한것이다.
"쿠와아~앙!"
기사를 향해 오우거는 허릴 숙이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반쯤 잘린 통나무를 주워 들고 바닥을 휩쓸듯이 휘둘렀다.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 날려든 기사는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롱소드에 푸른 마나가 맺히며 급히 통나무를 베어 버릴듯 휘둘렀지만 베는 각도가 좋지 않았다.
꽝.
"크윽!"
롱소드와 부딪힌 통나무에 절반쯤 박힌 롱소드와 함께 기사는 뒤쪽으로 훨훨 날아가 바닥에 처 박혔다.
쿵쿵쿵.
바닥에 쓰러진 기사를 완전히 죽일 생각인지 오우거가 달려 가자 하얀 빛모양의 화살들이 일제히 오우거에게 박혀 들었다. 마법사들의 매직 미사일 공격이었지만 오우거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기사들도 달려 들었다.
부아앙.
달려 드는 기사들에게 통나무를 휘두르며 달려 들자 기사들은 함부로 공격할수가 없는지 전면에서는 피하기만 할뿐 공격은 하지 않았다. 오우거의 앞에서 시선을 끌고 뒤쪽에 있는 기사들이 오우거의 발목을 공격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5미터는 될법한 통나무가 언제 뒤쪽으로 날아 올지 모른다. 통나무에 직격되면 사망내지 중상이다.
"크와~~왕!!"
엄청난 포효 소리가 한밤중의 숲을 흔들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 왔다. 기사들이 오우거에게 당해 머리통이 박살나거나 허리가 반쯤 꺾여 나가는 소리였다.
쿵쿵쿵쿵.
아직도 오우거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을때 또다시 지면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오우거 한마리가 등장했다. 이번에 등장한 오우거는 암컷으로 보였다. 수컷이 암컷을 부른것인지 아니면 싸움 소리를 듣고 달려 온것인지는 모르지만 두마리의 오우거를 상대로 인간들이 살아 남을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오우거는 마법사들에게 달려 들었다. 마법사들 앞에는 기사들이 호위를 하고 있었으며 달려드는 오우거를 향해 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을 하고 있었다.
부우웅.
퍼퍼펑.
몇개의 마법 공격은 파괴하고 몇개는 몸을 떼우며 달려 들던 오우거가 갑자기 발이 미끄르지며 앞으로 한바퀴 구르며 구르고 있는 기세로 통나무를 휘둘렀다. 마법사가 그리스 마법을 시전한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오우거가 그런식으로 공격할줄은 꿈에도 몰랐을것이다. 오우거의 뒤쪽에서 날아온 통나무에 기사 한명과 뒤쪽에 있던 마법사 한명이 떡이 되었다.
꽝.
부웅.
퍼퍼퍽!
전면으로 내려친 통나무가 이번엔 옆으로 휘둘러지자 미처 피하지 못한 기사 한명의 허리가 푹 꺾여지며 날아가 버렸다.
부우웅.
또다시 한발을 앞으로 내밀며 통나무를 휘두르자 깜짝 놀란 마법사들이 급히 뒤쪽으로 물러나며 마법 공격을 시작했다.
퍼퍼펑!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가장 강한 기사라고 생각되는 상급 기사는 이미 큰부상으로 인해 전투에 가담할수 없는 상태였다. 마법사들도 메모리 마법을 모두 사용하면 마법 공격에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오우거에게 당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취익!넌 여기서 기다려."
펄쩍.
호키에게 나뭇가지위에서 기다리라고 말한뒤 해크는 아래쪽으로 펄쩍 뛰어 내리며 달려 갔다.
타타다닷.
오우거와 힘겨운 전투를 벌이는 인간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해 마나를 담아 큰소리를 토해냈다. 무공의 사자후였다.
"취와아아~~앙!!!"
엄청난 소리에 싸움이 절로 멈추어졌다. 인간들은 비틀거리며 있었으며 오우거 두마리는 해크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오우거 한마리가 해크쪽으로 달려 왔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것이다.
쿵쿵쿵.
수컷 놈이 5미터 정도의 통나무를 들고 일직선으로 달려 오자 해크도 도끼를 꽉 쥐고 마주 달려 갔다. 갑자기 오크 한마리가 등장해 엄청난 포효를 터트린후 수컷 오우거가 오크쪽으로 달려 가자 인간들은 당황하면서도 암컷 오우거에게 달려 들었다.
부우웅.
한방에 죽여 버리겠다는듯 오우거는 달려 오는 해크를 향해 통나무를 휘둘렀다.
탓.
굼벵이가 기어 가는듯한 속도로 휘둘러 오는 오우거의 손에 쥔 통나무위로 훌쩍 뛰어 올라 굽힌 무릎을 쫘악 펼치자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직선으로 튕겨져 갔다.
휘이익!
아래쪽에 있던 해크가 순식간에 얼굴 가까이 접근하자 깜짝 놀란 오우거는 기사에게 반쯤 잘려 덜렁거리는 오른팔을 급히 들어 올리며 방어를 할려고 했지만 해크가 한발 더 빨랐다.
쩡!
'퍽'이나 '꽝'이 아니라 '쩡'이라는 소리가 들려 왔다. 마나가 담긴 도끼가 오우거의 두개골을 파고 들어 간것이다. 뇌가 박살난 오우거는 전면으로 허물어지듯 쓰러지고 있었다.
쿵.
"취와~아아~앙!!!"
해크는 저도 모르게 승리의 포효를 터뜨렸다. 그러자 암컷 오우거가 수컷이 쓰러진 것을 보고 통나무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해크 쪽으로 달려 들고 있었다. 실수를 했다고 자책하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달려 오는 암컷 오우거를 향해 마주 달려 갔다. 인간들은 뭐가 어떻게 된것인지 당황하면서 몬스터끼리의 싸움을 지켜 보고 있었다.
"취익! 아메르 자작! 취익! 오우거를 쓰러 뜨리면 내 말을 들어 본다고 약속해."
유창한 대륙 공용어에 아메르 자작은 깜짝 놀라는 한편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오크가 있을줄은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을때 오우거와 오크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누가 보더라도 오우거의 일방적인 승리를 확신할것이지만 저 오크는 이미 오우거 한마리를 죽인 상태다.
있을수 없는 일이 발생한것이다. 오우거보다 강한 오크가 있다는 것은 전대미문이었다. 이곳 몬스터 산맥은 어떤 미지의 몬스터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오크 마을을 토벌했을땐 저런 오크는 없었다. 만약 저런 오크들이 많이 살고 있다면 자신들은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것이다.
"헉! 저, 저럴수가..."
오우거가 휘두른 통나무를 너무 쉽게 피하고 있었다. 기사들도 저런식으로는 피하지 못한다. 통나무가 오크의 몸에 닿을 찰나 오크가 펄쩍 뛰어 오르자 통나무는 오크 발아래를 스쳐 지나갔다. 가볍게 바닥에 내려선 오크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화살처럼 오우거의 얼굴을 향해 쏘아져 가고 있었다.
퍽!
꽈직.
"쿠와아앙!"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도끼가 오우거의 오른 어깨를 파고 들고 있었다. 오우거는 아직 통나무를 휘두른 기세를 바로 잡지 못한 상태로 오른팔이 왼쪽으로 완전히 돌아간 상태였다. 큰비명을 지르며 통나무를 떨어 뜨린 오우거의 오른팔은 덜렁거리고 있었다.
도끼를 어깨에 박아 넣은 오크는 오우거의 등뒤로 구르듯 넘어가며 박힌 도끼를 잡아 빼는 것과 동시에 오우거의 왼손이 자신의 어깨를 내려 치고 있었다. 어깨에 매달려 있는 오크를 때려 죽일 심산으로 내려친 왼손은 오히려 어깨의 상처를 내려 치는 결과로 이어져 고통이 심한지 큰비명을 내질렀다.
꽝.
"쿠아아앙앙!!"
비명을 지르는 오우거 뒤로 이동한 오크는 오우거 등을 박차며 다시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꽈직.
도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우거의 목덜미를 파고 들자 오우거는 가래가 끓는듯한 기괴한 소리를 내뿜으며 서서히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쿵.
웅성웅성.
기사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오우거를 처리한 오크가 자신들을 바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익! 아메르 자작이 누구냐?"
"......"
오크의 질문에 병사들이 일제히 한사람을 바라 보고 있었다.
"취익! 너희들이 던전을 찾으러 이곳으로 들어 온건 알고 있다. 취익! 자작, 나하고 거래를 하자."
"거래? 무슨 거래를 하잔 말인가?"
기사 복장의 중년인 한명이 앞으로 나왔다. 아메르 자작일것이다, 자작옆에는 기사들이 호위를 하고 있었으며 마법사들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작 옆으로 다가 서고 있었다.
"취익! 우리 오크들은 무기와 농기구가 필요하다. 취익! 우리들이 잡은 동물이나 몬스터 가죽과 무기와 농기구를 바꾸는 거래다."
"......."
자작이 멍한 표정이었다. 오크가 거래를 제안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상세하게 말하는 것으로 볼때 저 오크는 인간에게 교육을 받은 오크가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절대 무식한 오크가 아니었다.
"음...농기구는 상관없지만 무기는 않된다. 무기를 들고 인간을 습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취익! 그건 걱정할거 없어. 인간 세계로 내려 가진 않을꺼다."
"음...너 같은 오크가 몇마리나 있나?"
"취익! 나처럼 특별한 오크는 더이상 없어. 취익! 나머지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무식한 오크들 뿐이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아메르 자작은 더욱 확신할수 있었다. 인간보다 똑독할지도 모르는 오크가 한마리뿐이라는 말에 적잖이 안심되었다. 모든 오크들이 저런식이라면 오크들이 인간들을 지배할지도 모르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음...그럼 무기는 얼마나 필요한가?"
"취익! 가죽을 벗길 단검 몇개와 도끼 몇개, 정글도 몇개면 될것 같아."
아메르 자작은 자신이 생각이 틀렸다는걸 알았다. 롱소드나 창같은 무기를 원하는줄 알았다. 지금 말한 무기들은 얼마든지 제공할수 있다. 오크들인만큼 모아 놓은 가죽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거래만 성공한다면 영지는 부흥하게 될것이다.
"좋아. 거래를 하자. 그런데 어떤식으로 거래를 할꺼지?'
"취익! 잠시만 기다려. 블링크!"
번쩍.
"허억! 마, 마법? 오크가 마법을 사용하다니..."
마법사들은 해크가 펼친 마법을 알아 보고는 기겁하고 있었다.
"정말인가? 방금 펼친게 마법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금시초문이었다. 설마 마법을 펼치는 오크가 있을줄은 어느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술을 펼치는 오크가 있다는 말은 들은적이 있지만 마법은 처음이었다. 블링크 마법으로 호키가 숨어 있는 곳으로 이동한 해크는 호키를 데리고 왔다.
"취익! 며칠전에 내가 납치한 병사야. 취익! 이 녀석을 마을로 데리고 가서 거래를 담당하게 할꺼야."
"자네 이름은 뭔가?"
"호, 호키입니다."
호키는 자작 앞에서 바짝 쫄고 있었다. 오크에게 납치 당한채 미주알고주알 전부 털어 놓은 관계로 목이 달아나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크를 따라가게."
"여 ,영주님..."
자작의 말에 호키는 경기를 일으켰다. 오크들과 같이 생활하라는 것이다.
"취익! 내 이름은 해크야."
"난 아메르 자작이라네. 오우거를 물리쳐 주어서 고맙네."
오크가 인간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소문이 퍼진다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것이다.
"취익! 마법사, 거래를 하자."
"크흠...해크라고 했나? 거래보다 먼저 어떻게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거냐?"
"취익! 고정 관념은 버려. 취익! 오크라고 해서 왜 마법을 사용할수 없다고 생각하는거냐? 취익! 오크도 인간들과 똑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취익!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관계로 비루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인것은 인간과 같다는 것을 명심해. 취익! 먼옛날 인간도 오크들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취익! 그런 인간들이 비약적으로 문명이 발달한 이유를 아나?"
5서클 마법사인 사나테는 오크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오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음...'창의적인 생각'이 아닌가? 무언가를 고민하고 해결할려고 하는 노력으로 문명이 점점 발달했다고 생각되네."
"취익! 절반만 맞았다고 해야겠다. 취익!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해도 후대에 그것을 남겨 둘 무엇이 있어야 한다. 취익! 혼자서 고민하고 무언가를 찾았을때 그것을 후대에 알려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취익! 그런걸 알리기 위해 인간은 글자를 만들고 책에 적어 두었다. 취익! 책으로 인해 인간은 오크보다 문명이 발달하게 된 계기가 된것이다."
"그, 그렇군. 자네 저말 오크인가? 혹시 오크의 가죽을 뒤집어 쓴 인간이 아닌가? 서, 설마..."
"취익! 마나 서치는 펼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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