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천후, 충돌하다(3)
150화.
협박까지 하는 정의검 공손주현은 자신들만으로는 화가장주를 제압할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하들 몇명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개방도 손을 뗀 상황에서 화가장주와 싸우기엔 껄끄러운 상황으로 변해 버리자 천후에게 버럭 화를 돌렸다. 천후가 등장해 일을 망쳐 버린 탓이다.
"은천 세가도 화가장과 한통속이라고 보고하겠다. 네놈의 감언이설에 모두 속고 있는거다."
"부단주, 감언이설은 누가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바로 당신입니다."
"놈! 닥쳐라."
"그만 하게."
다시 분타주가 급히 끼어 들었다. 공손주현이 왜 이렇게 화가장에 짐착하는지 분타주도 이미 알아 차린듯했다. 무림맹 행사를 핑계로 경쟁 문파를 무너 뜨릴려는 속셈을 파악한 것이다.
"분타주님, 저쪽으로 가서 부단주가 어떻게 화가장주를 제압하는지 지켜 보죠."
"노옴!"
탓.
비아냥거리는 말에 더이상 참지 못했는지 정의검이 자신에게 달려 들며 어깨를 향해 검을 내리 긋고 있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는지 검등을 사용해 베어 오고 있었다.
스윽.
오른발을 뒤쪽으로 움직이며 오른 어깨를 뒤로 돌리며 왼손바닥으로 검 배면을 때렸다.
텅!
검이 옆으로 튕겨지자 정의검이 즉시 중심을 잡고 오른쪽으로 베어 당길려고 할때 천후의 오른 주먹이 한발더 빨랐다.
퍽.
콰직!
"크아악!"
정확히 정의검에 턱에 들어 박힌 주먹에 턱이 박살나며 공중으로 붕 뜬 정의검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부, 부단주님!"
돌발적인 상황에 누구도 말릴 시간도 없었다. 깜짝 놀란 현무단원이 즉시 정의검을 살펴 보았다. 턱이 움푹 들어 간 모습은 끔찍한 몰골이었다.
"헉! 주, 죽었어."
부단주가 죽었다는 말에 경악하는 현무단원들은 즉시 천후에게 달려 들 기세였지만 분타주가 나서 제지했다.
"검귀! 왜 죽였나?"
"그럼 제가 죽어 줘야 합니까? 부단주가 기습을 한건 모두가 보았을겁니다. 전 제게 적의를 보이는 놈은 절대로 살려두지 않습니다."
농밀한 살기까지 선뜻 발산하자 현무단원들이 부르르 떨었다. 살인을 하는데는 주저함이 있을수 없다. 이미 많은 환생을 경험하며 살인을 밥 먹듯이 했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에게 당한 경험이 있는 탓으로 죽일땐 확실히 죽여야 뒷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무림맹 소속이네."
"그럼 무림맹 소속은 적도 아닌데 기습을 해도 된다는 겁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네. 갑자기 기습한 정의검이 잘못한것이지만 무림맹이 가만 있지 않을걸세."
"상관없어요. 이 일로 만약 무림맹이 절 핍박한다면 무림맹을 지워 버릴수도 있어요."
천후의 대담한 발언에 모두가 굳어지며 놀라고 있을때 분타주가 다시 반박했다.
"마인(魔人)이 될려는 것이냐?"
"제가 왜 마인이 됩니까? 누구의 잘잘못인지 모두가 목격한 상태입니다. 무림인이라면 몸이 절로 움직여 반격하는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후우, 그렇다고해서 죽여선 않되네."
복건성 개방 지부 무이촌 분타주인 걸추는 한숨을 내쉬며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직 화가장 일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가장보다 더 큰 사건이 발생한것이다. 정의검의 본가인 공손 세가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것이 분명했다.
"분타주님, 일단 화가장 소장주의 내공을 조사해 보십시요. 화가장의 일을 먼저 매듭짓는게 우선입니다. 현무단원 당신들도 분타주가 내공을 조사하는데 이견은 없습니까?"
"......."
"없다는데요. 소장주님, 협조해 주실꺼죠?"
"물론이다."
소장주에게로 다가간 분타주가 소장주의 손을 잡고 자신의 내공을 흘러 넣어 소장주의 내공을 검사하고는 손을 뗐다.
"정공이 틀림없군. 사공은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었네."
"당연합니다. 사공은 알지도 못하니까요."
분타주가 정공이라고 선언하고 소장주도 자신있게 말하자 현무단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런 현무단원들에게 한마디 해 주었다.
"이것으로 부단주는 자신의 세가를 위해 욕심을 부려 화가장의 명성을 끌어 내릴려고 한게 분명해졌습니다. 부단주가 그토록 소장주의 내공 검사를 거부한건 이런 사실이 드러날것을 우려한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지면 곤란해 질테니까요. 그런고로 절 기습해 입을 막을려고 한것이고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까?"
"....."
현무단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단원들에게 다시 정신이 확 깨는듯한 말을 해 주었다.
"앞으로 당신들도 실종 사건이나 어떤 사건을 조사할때 시체를 만지는 일이 있을겁니다. 그럴때 이번 화가장의 소장주처럼 당신들을 누가 모함할지도 모릅니다. 조사를 할땐 조심하는게 좋을겁니다."
"......"
소장주를 범인이라고 지목한 단원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자 당황한 단원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 난 부단주님이 시키는대로 했을뿐이야."
"뭣이! 자세히 말해봐라."
모두가 경악하고 있을때 분타주가 급히 키가 큰 현무단원 앞으로 접근해 재촉했다.
"움막안에 사체가 있다며 멀리서 지켜 보면 범인이 반드시 현장을 찾을거라며 급습하라고 했습니다."
부단주가 죽자 더이상 숨길 필요가 없는지 어떻게 된 내막인지 모두 토해냈다. 현무단원들은 동료의 말에 할말이 없는듯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화가장을 모함한 이번 사건이 과연 부단주가 개인적으로 한일 일까요? 화가장과 공손세가는 대립 구도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손세가도 관여되어 있을것이 분명합니다. 분타주님, 무림맹 현무단을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한 공손세가를 어떻게 할겁니까?"
"음...일단 무림맹에 보고를 하는게 먼저구나."
"그리고 화가장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도 보고를 하고 피해 보상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제 공손 세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일은 중원 전체로 소문이 돌것이다. 공손 세가 인물들은 앞으로 얼굴을 들고 중원을 돌아 다닐순 없을것이다. 화가장이 입은 피해를 모두 보상하고 적어도 수십년은 봉문을 해야 할것이다.
"그건 공손세가에서 보상을 할것이다. 화 장주님, 화가장 상황은 어떤지요?"
"음, 모른다네. 장원에 들럴 시간도 없이 쫒기는 상황이었네."
현무단원들이 부단주의 시신을 수습하고 모두가 화가장으로 급히 이동했다. 화가장은 단주를 비롯한 현무단원 15명이 제압하러 간 상태라고 했다. 화가장 무인들만으로는 현무단원들을 상대할수 없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걱정되는것이다.
모두 경공을 시전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화가장까지는 거리가 먼탓으로 3일이나 걸렸다. 화가장으로 이동하며 야영을 할때 화 장주와 소장주가 다가와 빚을 졌다며 언제든 부르면 달려 간다고 약속했다. 무림은 은원이 확실하다.
은혜를 입었다면 몇배로 갚아야 하는게 무림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이번 일은 화가장이 멸망으로 가는 수순이었지만 그걸 뒤집어 준 천후는 화가장 최고의 귀빈이며 은인이다. 천후가 화 장주 식솔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현무단원들은 분타주에게 천후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귀검시랑을 죽여 검귀라는 별호를 얻은거네. 그때가 나이가 불과 16세였네. 지금 검귀가 어느 정도 경지인지는 본인이 말하지 않아 모르지만 아마 절정에 근접해 있을걸세."
분타주의 말에 현무단원들이 천후를 힐끗거리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부단주를 간단히 제압해 버린 검귀에게 달려 들었다면 지금 이곳에 있을순 없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네가 정말 연아의 외사촌 동생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역시 화가장은 외할아버지가 말한 장연 누님이 시집간 가문이었다. 소장주와 결혼한 장연 누님과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다. 화가장에 도착할즈음 모두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특히 소장주가 심력 소모가 심한지 초췌한 얼굴이었다. 화가장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정문은 굳게 잠긴 상태로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현무단원 한명이 얼굴을 내밀었다. 같이 이동한 현무단원이 즉시 얼굴을 내 비추자 문을 열어 주었다. 화가장 안은 쥐 죽은듯이 조용했다. 문을 열어준 현무단원이 즉시 단주에게로 일행을 안내했다.
이동하며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같이 이동한 현무단원이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현무 단주는 장주 집무실에 있었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남의 장원을 강제로 장악한 상태로 화가장 식솔들은 모두 구금되어 있었다.
화 장주가 길길이 날뛰며 당장 풀어 주라고 호통을 쳤지만 단주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며 급히 집무실로 안내했다. 장주 집무실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있던 현무단을 이끄는 산동 악가 소가주인 멸마창 악대종은 현무단원의 다급한 보고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설때 복도에서 화 장주 일행과 맞딱뜨렸다.
"화 장주님, 뭔가 착오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일단 자세한 보고를 들은 후에 이야기하시죠."
"그게 무슨 말인가? 보고보단 식솔들을 먼저 풀어 줘야 하는게 아닌가?"
화 장주가 굉장히 화가 난듯했다. 모함을 받은것도 억울한데 남의 장원까지 제멋대로 차지한 탓이다. 현무 단주가 즉시 단원에게 지시를 하고는 밖으로 복도를 벗어나자 장주와 분타주도 단주를 따라 가고 있었다. 천후는 소장주를 따라 갔다. 장연 누님을 만나볼 생각이다.
집무실 뒤쪽의 큰건물안에는 장원 무인들이 갇혀 있었으며 그 뒤의 조금 작은 장원에 직계 가족들이 갇혀 있었다. 장원 문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현무단원은 동료의 말에 즉시 문을 열어 주었다. 급히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 소장주는 방문을 벌컥 열어 제쳐 안으로 들어 갔지만 천후는 장원 밖 정문에서 기다렸다.
잠시후 안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장원 무인들도 풀려 났는지 이곳으로 달려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고생이 심했는지 모두들 초췌한 얼굴들이었다. 장원안으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자만 들어 가고 나머지는 정문에서 대기하며 천후를 노려 보고 있었다. 천후를 현무단원으로 착각하고 있는듯했다.
"그렇게 노려 보지 마세요. 전 은천세가 소가주로 화 장주를 돕고 있었으니까요. 소장주의 부인되시는 분이 제 외사촌 누님이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무인들의 분위기가 백팔십도로 바뀌어 환대하는 눈치였다. 이들에게 장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간 사정을 물었다.
"뭐라고요? 누님이 크게 다쳤다고요?"
장원을 습격한 현무단을 제지하기 위해 장원 무인들과 누님이 나섰다. 하지만 일개 장원의 무인들이 무림맹 소속인 현무단을 막을순 없었다. 많은 사상자는 물론 누님도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장가장에서 비연검에게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면 나서지 않았을것이다. 당장 누님을 만나 보고 싶었지만 소장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했다. 잠시후 소장주 동생 혼자만 밖으로 나왔다.
"누님이 다쳤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의술을 조금 압니다. 누님을 만날수 있겠습니까?"
"아! 지금 의원을 모시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원안으로 들어 간 천후는 소장주가 들어간 방으로 안내되었다.
"벌써 의원을 모셔 온거냐?"
"아니요. 검귀님이 의술을 안답니다."
"의술까지 안다니 부탁해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방안에는 시녀 한명과 유모가 아이 한명을 끌어 안고 있었으며 갓난 애기로 보이는 애는 벽쪽의 침대에 눕혀 있었으며 누님은 안쪽 침대에 누워 있었다. 급히 누님에게로 걸어간 천후는 엔다이론을 불러 살펴 보라고 했다.
"아, 오랜만이네. 많이 컸구나."
"어딜 다친거에요?"
누님은 안색은 창백했지만 말을 또박또박하는게 크게 다치지는 않은것 같았다.
"......"
"가슴을 베였다네."
누님은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대답이 없자 소장주가 대신 말해 주었다. 이미 엔다이론이 알려 주어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지만 부글부글 화가 끌어 올랐다. 무림의 금기가 여자의 가슴을 공격하는 것이다. 지금은 화를 삭인후 누님의 치료가 우선이다.
이불을 덮고 있어 얼마큼 다친것인지는 눈으로는 확인할수 없지만 엔다이론이 왼쪽 가슴 부근이 크게 베인 상태라고 알려 주었다.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관계로 지금은 곪은 상태로 살이 썩어 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선 썩은 살을 제거하고 포션을 사용하면 말끔히 치료된다. 하지만 여자인것이 문제였다. 외갓 남자가 여인의 가슴을 함부로 볼순 없었다.
"소장주님, 잠시 이야기 좀 할까요."
방문 밖으로 나가 누님을 어떻게 치료할지 설명해 주었다. 수혈을 짚어 누님을 재운후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선 상의를 벗겨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자 의원이라면 당연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럼 당장 치료를 하겠습니다."
소장주의 허락을 받고 누님에게로 가서 사이킥 슬립을 시전했다. 누님이 잠들자 소장주는 천후의 등뒤에 있어 수혈을 짚어 잠이 든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상의를 제치자 가슴을 붕대로 칭칭 감아 놓은게 눈에 들어 왔다.
"가위와 작은 단도를 가져 오세요."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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