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천후, 화를 내다(1)
198화.
역시 세금은 오르지 않았다. 징수관 놈이 거짓말을 한것이다. 아직 징수관 일행은 이 마을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마을안에서 소동을 벌이는 것보단 밖으로 나가 놈들을 찾기로 했다.
"징수관님! 전번의 그 마법사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뭐라고?"
벌컥.
마차문을 거칠게 열고 나온 챤네르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닭살이 오돌오돌 돋는게 오한까지 들었다. 천후가 보낸 가벼운 살기로 인한 것이라곤 징수관은 죽어도 모를것이다.
"네놈은 거짓말을 했다. 세금은 전혀 오르지도 않았음에도 올랐다는 말로 기만해 마을의 소중한 재산을 강제로 빼았았다. 내가 말했지? 거짓말이라면 반드시 죽여 버린다고?"
"레, 레카트경!"
징수관 놈이 옆에 있는 기사를 바라 보며 불렀다. 그러자 기사놈이 나섰다.
"당신은 백작령 소속 영지민입니까?"
"왜? 네놈도 끼어 들려는거냐? 그럼 같이 죽어라."
기사놈이 무슨 말을 할려는지는 알고 있었다. 영지민이 아니라면 끼어들지 말라고 말할려는 것이다. 말장난으로 이대로 놈을 놓아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한손을 들었다. 아공간을 소환해 손을 집어 넣고 빼었다. 그러자 천후의 손에 천마검이 들려 있었다. 중간계에 처음으로 중원의 검이 등장한것이다.
팟!
천후가 사라졌다. 깜짝 놀라 기사가 롱소드를 빼어 들려고 했지만 온전히 검을 빼들기도 전이 비명 소리를 들어야 했다.
"크악!"
징수관 놈의 뒤로 이동한 천후는 놈의 오른팔을 자르고 마혈을 찍으며 기사 놈의 마혈도 찍어 버렸다. 기사는 경갑옷 차림이다. 풀 플레이트 메일이라면 마혈을 찍을수 없지만 가슴만 가리는 경갑옷은 목덜미쪽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거짓말한 대가를 받겠다."
"사, 살려 주십시요."
"늦었어!"
서걱.
"컥!"
징수관 놈의 목을 날려 버리고 기사 놈의 목도 같이 날려 버렸다. 병사들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창을 앞으로 내밀며 경계하고 있었지만 덤벼들진 않았다.
"너희들에게 볼일은 없어. 백작성으로 돌아 가면 지금 본 일을 그대로 말해라. 징수관 놈은 거짓말로 세금을 착복할려고 했으며 그에 동조한 기사놈도 같이 죽여 버렸다. 차탈린 마을은 예정보다 몇배에 해당되는 세금을 지불했다. 향후 10년동안 백작에게 세금은 내지 않겠다고 전하라."
병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사이킥 워프로 사라졌다. 천후가 사라지자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경계를 하던 병사들이 어디에서도 천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징수관과 기사의 시체를 마차안에 싣고는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차탈린 마을로 돌아와 평소와 다를바 없이 낚시에 푹 빠져 있는 천후는 낚은 물고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
"뭐라고? 방금 한말이 사실이냐?"
"그, 그렇습니다."
"음...나가 보거라."
톡톡톡.
병사의 보고를 들은 델칸 백작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마법사가 왜 그런 짓을 한것인지는 이해가 되었다. 징수관인 챤네르가 세금 착복을 할려고 한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마법사가 왜 바닷가의 외진 구석 마을에 있느냐였다.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라면 적어도 5서클이상이다. 병사들의 말로는 마법사가 마을 주민들을 돕고 있는것 같았다. 무슨 이유로 돕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집사장, 상단을 보내 마법사에 대해서 알아 보게."
"알겠습니다."
***
천후는 뿌루뿌섬을 조사하고 있었다. 매일 강태공이 되어 낚시를 하지만 멀리 보이는 섬이 어떤 섬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섬은 넓었지만 사람이나 큰동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쥐같은 작은 동물들만 감지가 되었다. 이런 큰섬에 육식 동물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자 초식 동물을 풀어 놓을 생각으로 산으로 토끼를 잡으러 갔다. 산채로 잡은 토끼를 섬으로 옮기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천후가 바쁘게 산과 섬을 돌아 다니고 있을때 마을로 상단이 들어 섰다.
"이 마을에서 뿌루뿌를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왔네."
마을에서도 상단은 대환영이었다. 차탈린 마을이 형성되고 처음으로 들어 오는 상단이었다. 필요한 생필품을 말린 뿌루뿌 고기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 그날 저녁 무렵 마을로 돌아온 천후는 번리가 상단이 마을로 들어 왔었다고 알려 주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한귀로 듣고 흘러 버렸지만 보고를 듣고 있는 델칸 백작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마을에서 나가 용병일을 하던 자와 같이 들어 왔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 마법사는 용병 마법사이겠군. 그 용병을 고용할수 있겠나?"
"무리일겁니다. 조용히 살고 싶어 정주할 곳을 찾아 온것이라고 했습니다."
보고를 들은 델칸 백작은 상단주를 손짓으로 나가 보라고 한뒤 집사장을 불러 언제든지 백작령을 떠날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라고 지시했다. 뿌루뿌 섬에는 백여마리의 토끼들을 옮겨 놓았다. 육식 동물이 없는 이 섬에서 살며 새끼를 치면 순식간에 숫자가 불어 날것이다. 이제 슬슬 뿌루뿌를 잡으러 가야 한다. 아직은 한달정도는 먹을 정도의 말린 고기는 남아 있지만 지금쯤 잡아 말리면 적당할것 같았다.
"번리! 뿌루뿌를 잡으러 가자."
"알겠습니다."
환한 얼굴로 사냥 준비를 할려는 번리를 불러 세워 당장 가자고 하며 배에 태웠다. 창살도 없이 맨몸으로 출항했지만 엔다이론이 있는 이상 문제없었다. 엔다이론이 빠르게 배를 몰아 뿌루뿌가 있는 곳을 찾아 갔다. 뿌루뿌 섬 근처를 유영하고 있는 놈뒤로 접근해 아공간에서 꺼낸 롱소드를 등에 던져 박고는 사이킥 라이트닝을 시전해 감전시켰다. 한번만으로 부족해 두번 연속으로 사이킥 라이트닝을 시전하자 둥실 바다위로 떠 오른 놈을 끌고 마을쪽 모래 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놈은 40미터 길이의 놈이 모래 사장위로 올려 지자 어느새 소문을 들었는지 마을 사람들이 몰려 왔다. 그날밤 마을에 축제가 벌어졌다. 뿌루뿌를 잡은 날은 항상 축제를 벌인다고 했다. 뿌루뿌가 거의 해체되어 갈 무렵 마을로 기사 2명이 들어 서고 있었다. 기사들 뒤에는 마차 세대가 눈에 들어 왔다. 화려한 마차로 볼때 신분이 높은 자들이 타고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멈춰라! 무슨 일로 마을을 찾아 온거냐?"
천후의 외침에 기사 일행이 멈추고 마차문이 열리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한명이 걸어 나왔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기사 한명이 크게 소리쳤다.
"소영주님이시다. 꿇어라!"
소영주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주민들이 급히 이마를 땅에 박았지만 천후는 당당히 서 있었다. 소영주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자네가 용병 마법사인가?"
"무슨 일로 찾아 온거냐?"
"놈! 소영주님 앞이시다."
천후의 말에 기사 한명이 발끈했다. 용병 마법사 주제에 소영주님에게 반말을 찍찍거리는건 용서할수 없는 일이다.
"됐네."
소영주가 기사를 제지한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마을은 백작령에 속한 영지라네. 자네는 이 영지에서 나가 주게."
"소영주가 무슨 권리로 나가라는 거냐? 그런 명령을 내릴수 있는 자는 백작 본인이다."
추방령이 내려질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갑자기 마을로 찾아온 소영주였다. 달랑 기사 2명만 데리고 마차를 세대나 끌고왔다. 마차가 세대라면 병사들이 호위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병사들이 없다는건 몰래 찾아 왔다는 것이다.
스르릉.
소영주가 기사를 힐끗 바라 보자 기사 두놈이 즉시 롱소드를 뽑았다. 무력으로 쫒아낼 생각인것 같았다. 용병 마법사쯤은 안중에도 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명령만 내려 진다면 당장에라도 목을 칠 기세였다. 소영주는 자신을 용병 마법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전번에 온 놈들이 용병 마법사라고 보고를 한것같았다. 용병으로 활동하는 마법사는 스승이 없는 저서클 마법사로 마법 연구를 위해 돈을 벌려고 용병이 된다. 저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자금을 마련해 이 마을에 정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백작령을 나가지 않는다면 강제로 나가게 할수 밖에 없네. 쳐라!"
탓.
소영주의 명령과 함께 두 기사가 쏜살같이 달려와 롱소드를 휘둘렀다. 저런 느림 검에 당할 천후가 아니었다.
스르륵.
텅텅!
이형환위로 두놈의 뒤로 이동한 천후는 즉시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두놈의 등을 주먹으로 한대씩 가볍게 쳤다.
"컥!"
"윽!"
전신을 감싼 풀 플레이트 메일의 등쪽이 움푹 들어가며 기사 두놈이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두 기사 심장은 박살난 상태일것이다.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으로 놈들의 몸속에 기를 폭발시킨 탓이었다. 기사 두놈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지자 소영주라는 놈은 좀전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뒷걸음질을 치며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네놈을 죽이기 전에 당장 꺼져라."
소영주는 허겁지겁 마차안으로 들어가며 마을을 나가라고 마부에게 재촉했다. 세대의 마차가 마을을 빠져 나갔다. 죽은 기사들의 무기와 풀 플레이트 메일은 천후 소유다.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마을은 아무 일도 없다는듯 평온한 나날이 이어졌다. 소영주가 찾아 온지 두달이 흘렀다.
또각또각.
마을에 또다시 기사 3명과 한대의 마차뒤를 따르는 병사 50명이 들어 서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차위에 걸려 있는 깃발의 심벌이 델칸 백작 가문을 상징하는 심벌이 아니었다. 델칸 백작 가문의 심벌은 방패가 그려져 있는 모양이지만 마을로 들어 서고 있는 마차위에 걸려 있는 심벌은 독수리같은 새가 롱소드를 입에 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귀족 가문의 심벌을 버젓이 걸고 백작령을 돌아 다닐수도 있지만 외진 차탈린 마을로 들어 서는건 이상한 일이다. 마을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지 모두 밖으로 나온 상태다. 귀족 행차에 집안에 숨어 있으면 무슨 트집을 잡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두 꿇어라! 촌장은 누구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꿇었지만 천후는 꿇지 않았다. 꿇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네놈이 감히!"
무릎을 꿇지 않는 천후에게 발끈한 기사 한명이 전마에서 뛰어 내려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러 왔다. 지금 천후는 로브를 입지 않고 평범한 복장이다. 마법사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기사는 마을 주민이라고 생각할것이다. 마을 주민이라면 당연히 귀족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뻑!
"윽!"
기사가 내지르는 주먹에 마주 주먹을 뻗었다. 정확히 서로 부딪힌 주먹에 기사 놈이 짦은 신음을 흘리며 한발 뒤로 물러 나며 롱소드를 뽑아 들고 내려 그었다. 어깨를 자를 심산인지 오른쪽 어깨위로 떨어지는 롱소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기사놈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소드를 맨손으로 막을수는 없는 일이다. 손이 잘려 나갈게 틀림없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헉!"
맨손에 덥석 잡힌 롱소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네시즈는 롱소드에 마나를 불어 넣었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이익! 네놈은 누구냐?"
땡강!
"헉!"
파팟.
롱소드가 두동강이 나자 즉시 두발 뒤로 물러난 네시즈는 경악했다. 맨손으로 소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은 것은 물론 부러 뜨리기까지 한것이다. 평범한 자라면 절대로 할수없는 일이다.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자가 틀림없었다.
"너희들은 누군데 이 마을을 찾아 온거냐?"
천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두명이 기사들이 달려 오고 있었다. 그때 마차 문이 열리며 중년인 한명이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반항하는 가르보아 놈을 죽여라."
두 기사가 즉시 롱소드를 휘둘러왔다. 정말 죽일 생각인지 한놈은 목을 향해 롱소드를 뻗고 있었으며 다른 한놈은 옆구리를 향해 찔러 오고 있었다.
쩌정!
찔러 오던 두놈의 롱소드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내공을 뿜어내 강기막을 형성한 것이다. 기사 두놈은 튕겨져 나간 롱소드가 믿기지 않는지 경악하고 있었다.
"계속 공격한다면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묻는 말에 답하라. 네놈들은 누구냐?"
기사 두놈은 선뜻 달려 들지 못했다. 어떻게 롱소드를 튕겨 냈는지 알수가 없어 함부로 공격할수 없었던 것이다.
"뭘 하는건가? 당장 놈을 죽여!!"
마차에서 내린 중년인이 명령하자 두 기사는 즉시 롱소드에 마나를 불어 넣고는 달려 들려고 했을때 천후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짝!
"으악!"
우당탕.
"크으으..."
마차에서 내려 소리친 중년인 앞으로 이동한 천후는 놈의 뺨을 후려쳤다. 공중으로 붕 떠 일미터는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 박힌 놈의 입가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뺨도 퉁퉁 부은게 입안이 터져 버린것 같았다.
타닷.
꽉!
"컥!"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채 뺨을 만지고 있는 놈에게 다가간 천후는 놈의 목을 지그시 밟고는 기사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컥컥거리며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놈은 양손으로 어떻게든 발을 떼어 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점점 목을 파고 드는 발에 숨이 턱턱 막히며 눈알이 뒤집혀지고 있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제 완결이 가까워졌군요^^::
200화가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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