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토니의 축구(2)
80화.
식사를 마치고 사인 한장을 해 주고는 같이 사진까지 찍었다. 브레인 아저씨는 토니가 이 지역 출신이란것을 알고 홈 경기가 끝나면 항상 찾아 오라고 했다.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을 보낸후 다음날 아침 클럽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간단히 몸을 풀고 오후에는 전날 시합 영상를 보며 고쳐야 할점과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전술 보완을 했다.
"와아! 정말 대단하다."
토니가 골을 넣는 장면이 흘러 나오자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다시 봐도 엄청난 슛이었다. 훈련때 보던 슛과 정규 시합에서 본 슛은 비슷하면서도 또 달라 보였다.
"큭큭큭...선더랜드 골키퍼 얼굴 봤냐? 멍한채 굳은 얼굴이 베리 굿이야."
"토니! 앞으로 너, 조심해야 한다. 네 소문이 리그 전체로 쫙 퍼졌어. 널 연구하고 무너 뜨리기 위해 거친 차징과 태클도 마다하지 않을꺼다."
"걱정마세요. 그런것에 당할 제가 아니에요."
다음 시합은 수요일에 풀햄과의 어웨이 야간 경기다. 풀햄은 런던에 본거지를 둔 클럽으로 지난 시즌에는 6위로 힘든 경기가 예상되었다. 화요일까지 입스타운에서 훈련을 하고 수요일 아침에 런던으로 이동했다. 런던까지는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오후에 풀햄 홈구장인 크라벤 코티지 스타디움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저녁 시합 시간까지 휴식을 취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시합도 토니는 게임 상황을 봐서 교체 멤버로 들어 가기로 했다. 크라벤 코티지 스타디움은 만원에 가까운 관중들로 꽉 차 있었다. 입스위치 원정 팬들도 많이 보였다. 전번 13라운드 경기 결과가 대문짝하게 신문에 보도된 탓으로 입스위치의 많은 팬들이 런던으로 원정 응원을 온것이다.
삐이이익.
드디어 14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풀햄은 역시 강했다. 입스위치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였다. 몇번의 위기를 풀햄 공격수의 실수로 탈출하며 전반전은 득점없이 후반전에 접어 들었다. 풀햄의 슈팅은 이미 8개를 넘어 가고 있었지만 입스위치는 단3개에 불과했으며 기회다운 기회도 없이 수비에 치중하고 있을때 20분경, 풀햄이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으로 한점을 내주었다.
"토니! 준비해."
실점을 하자 즉시 감독은 토니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했다. 이번에도 후반 30분경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와아아~!! 토니다. 토니~! 토니~!"
입스위치 원정팬들이 토니를 합창했다. 팬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필드를 밟은 토니는 이번에도 데이비드 선배와 투톱이었다. 하지만 풀햄의 압박이 심해 좀처럼 토니에게로 공이 전달되지 않았다.
삐익.
터치 라인 오른쪽에서 공을 받은 케빈 선배가 드리블로 치고 올라 갈때 풀햄 선수가 반칙을 했다. 상대방 골문까지는 45미터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은 것이다. 풀햄 골키퍼는 골 포스트 중앙에 서 있었다. 입스위치 선수들이 모처럼 잡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토니! 네가 찰래?"
"그래도 돼요?"
"물론이다."
케빈 선배의 말에 토니가 공을 세팅하고 멀찌감치 뒤로 물러섰다. 이 정도 거리에서 설마 직접 슈팅을 하리라곤 어느 누구도 생각지도 못할것이다.
삐익.
심판의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에 정신을 집중하고 달려간 토니는 정확히 공 왼쪽 중앙 조금 윗부분을 새끼 발가락으로 밀어 올려 차는 식으로 걷어 찼다.
펑.
엄청난 속도와 힘이 가미된 공은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공이 날아 오는 쪽으로 양팀 선수들이 헤딩을 하기 위해 뛰어 오를려는 순간 공은 급격히 휘어지기 시작했다. 고속으로 회전하며 오른쪽으로 휘어져 골 포스트 상단쪽으로 접근한 공을 잡기 위해 풀햄 골키퍼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하며 골 포스트 아래쪽으로 뚝 떨어져 원 바운드를 하며 몸을 날린 골키퍼의 아래쪽을 통과해 골문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와아아아~~!! 역시 토니다. 토니~! 토니~!!"
입스위치 원정팬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두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는 토니에게 케빈이 달려 들어 머리를 두드리며 축하해 주었다. 풀햄 선수들은 모두 아연실색(啞然失色)하고 있었다. 있을수 없는 각도로 꺾여진 공을 직접 보고서도 믿기지가 않는 것이었다.
동점골이 터지자 입스위치의 공격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풀햄의 압박이 심해 좀처럼 기회를 잡을수 없었다. 풀햄의 슈팅이 골 라인을 벗어나자 골키퍼인 딘 선배가 센터 라인 오른쪽에 있던 토니쪽으로 길게 차 주었다. 풀햄 미더필드가 달려 들어 공중볼 경합이 벌어졌다.
통.
풀햄 미더필드보다 머리통 한개 높이까지 뛰어 올라 헤딩으로 뒤쪽에 있는 콜 선배에게 패스했다.
타다닷.
패스를 받은 콜 선배는 토니가 달려가는 앞쪽으로 차 주었다.
'나이스!'
달려 가는 전면 1미터 지점에 떨어진 공을 잡은 토니는 그대로 오른쪽 터치 라인쪽으로 드리블을 하며 치고 올라 갔다.
펑.
풀햄 미더 필드가 길목을 막으며 달려 오자 중앙쪽으로 달려 오고 있는 미더 필드인 그란트 선배에게 패스를 하고 오른쪽 대각선상의 빈공간으로 뛰어가 패스를 받아 다시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 오른쪽 터치 라인 앞쪽으로 올라 가고 있는 케빈 선배에게 패스를 하고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 갔다. 패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 들자마자 케빈 선배가 공중볼을 올려 주었지만 조금 길었다.
풀햄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공은 콜 선배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즉시 페널티 박스를 나가자 패스를 찔러 주었다. 뒤에서 바짝 달라 붙어 있는 풀햄 수비수와 왼쪽에서 달려 오는 풀햄 선수가 눈에 들어 왔다. 골문과는 등을 돌린채였다.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거리며 왼발로 공 윗부분을 긁어 잡아 당기며 반회전을 하며 그대로 오른발 엄지 옆부분으로 미는 식으로 슈팅했다.
펑.
출렁.
오른쪽 골 포스트 외곽으로 날아 가던 공은 급선회를 하며 오른쪽 포스트 위쪽 모서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우와아아~~!!! 토~니! 토~니!"
역전골을 넣은 토니는 원정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양손을 번쩍 들어 만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토니를 연발했다.
"브레인 아저씨도 온거에요?"
관중석에 있는 브레인 아저씨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관중석 가장 앞쪽에서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브레인 아저씨였다.
"그래. 은발의 시합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 간다. 추가골도 부탁하마."
"기회가 오면 넣을께요."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까지 합쳐 3분밖에 남지 않았다. 홈에서 무릎을 꿇을수 없다는듯 풀햄은 총공세를 펼쳤다. 쓰리 톱을 세워 공세를 펼친 풀햄의 슈팅이 빗나가자 입스위치는 남은 시간 동안 공을 돌리며 시간을 소모했다. 어떻게든 공을 빼았을려고 악착같이 달려 드는 풀햄이었지만 그대로 시간은 흘러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긴 울음 소리를 토해냈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토니~! 토니~!"
토니의 주가가 치솟고 있었다. 고작 두 경기에 무려 5골이나 넣은 것이었다.
"선배. 미안해요. 어시스트 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찬스를 잡았을때 바로 때려. 공격수는 그렇게 해야 돼."
데이비드 선배가 충고를 해 주었다. 그런 선배가 고마웠다. 오늘은 기자 회견을 해야했다. 전번에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사양했지만 이번에는 꼼짝없이 감독에게 끌려가 기자 회견을 했다.
"경기 소감을 말해 주십시요."
"어려운 경기였어요. 상위 팀인 풀햄을 보고 배울게 많았습니다. 악착같은 승부 근성은 대단했습니다."
감독님과 차례대로 경기 소감을 피력했다. 감독보다는 토니의 인터뷰 시간이 더 길었다.
"축구를 시작한지 몇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킥을 찰수 있는겁니까?"
"발톱이 빠지도록 연습하면 돼요."
"킥 이름은 뭡니까?"
"부메랑 킥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모두 대답해 주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아 도중에 기자 회견을 종료해 버렸다.
"토니! 잘 했다."
로커룸으로 돌아 오자 선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시합도 잘 부탁한다."
"축구는 저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요. 기회가 있으면 패스를 찔러 줄테니까 항상 빈공간을 노리세요."
다음 시합도 원정 경기로 이번주 토요일 저녁 시간이다. 다음날 입스위치로 이동해 피곤한 몸을 풀며 휴식을 취했다. 노리치 시티 FC는 입스위치 지역에서 북쪽으로 2시간정도 거리에 있다. 토요일 오후 시합으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노리치 홈 스타디움인 캐로우 로드는 평균 2만 6천명의 관중들이 스타디움을 찾지만 토요일인 탓인지 만원 관중들로 꽉 차 있었다.
"은발~!"
선발진이 먼저 들어 가고 조금 거리를 두고 그라운드로 들어갈때 관중석에서 토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은발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딱 한사람밖에 없었다.
"브레인 아저씨!"
브레인 아저씨가 또 응원하러 찾아 온것이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해 주자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은발! 반드시 이겨. 적어도 3골은 넣어."
"기회가 되면요. 이기면 저녁에 가게로 찾아 갈테니까 맛있는거 사 주세요."
"반드시 와라. 최고로 준비해 놓을께."
토니가 벤치쪽으로 걸어가자 관중석에 있던 팬들이 브레인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봤지? 은발하고는 친구라니까."
입스위치 팬들은 브레인을 부러워했다. 토니하고 잘 아는 사이라며 큰소릴치는 브레인의 말이 사실이라고 판명된것이다. 의기양양한 브레인은 사인과 사진까지 찍었다며 스마트 폰의 영상을 보여 주며 자랑하고 있었다. 노리치 시티는 전년도 7위 클럽으로 풀햄과 마찮가지로 입스위치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우위에 있는 팀이었다.
만원 관중들의 환호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는 아니었다. 두 클럽 모두 초반은 신중하게 상대방 진영을 살피며 조용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전반 32분쯤 코너킥을 얻은 입스위치는 케빈의 코너킥을 미드필드인 에드워드가 헤딩슛으로 골문에 꽂아 넣었다. 팽팽하던 균형이 드디어 깨진것이다.
"와아아~!! 에드워드~! 에드워드~!"
선배들이 얼싸 안으며 에드워드 선배를 축하해 주며 벤치에서도 선배에게 찬사를 보내 주었다. 균형이 깨지자 노리치쪽에서 적극적인 공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전반 42분, 추가 시간까지 합쳐 5분도 남지 않은 시간대에 입스위치는 동점골을 허용했다.
오른쪽이 뚫려 드리블로 치고 들어간 노리치 선수가 절묘한 패스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뛰어 드는 동료에게 찔러 주어 논스톱 슛을 쏜것이다. 전반전이 끝난후 로커룸에서 감독님이 후반전에 바로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으로 인해 후반전이 시작되자 마자 바로 교체되어 들어 가는 것이다. 후반전 전술 설명을 듣고 몸을 풀기위해 벤치 멤버들과 먼저 그라운드로 나갔다.
"은발! 언제 출전하냐?"
"후반전에 바로요."
"부탁한다. 노리치 놈들 콧대를 꺾어버려."
토니는 브레인 아저씨의 말에 말로는 답하지 않고 엄지 손가락 한개를 펼쳐 주었다.
삐이익.
주심의 후반전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지며 노리치 시티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동점인 상황에서 노리치는 적극적인 공격을 취하고 있었다. 왼쪽 터치 라인 부근을 치고 올라 올때 태클을 건 미더 필드 그란트 선배의 발에 공이 걸려 노리치 선수의 몸에 맞고 터치 라인을 벗어났다.
입스위치의 스로인이다. 후방으로 던져 주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백 패스로 공을 돌리며 빈틈을 찾던 디펜더 요나스는 토니가 오른쪽 사이드에서 급히 뛰어 올라 가는 모습에 롱 패스를 했다. 노리치쪽에서는 토니를 집중 마크하고 있었다. 노리치 선수들도 토니 뒤를 바짝 쫒아 오고 있었다.
툭.
타다닷.
중앙쪽에 있는 루크 선배에게 패스를 하고 오른쪽으로 달려가자 루크 선배가 즉시 패스를 해 주었다. 원 터치 패스였다.
촤아악.
노리치 선수가 패스한 볼을 걷어 내기 위해 슬라이딩을 했다. 볼은 터치 라인을 벗어나 버렸다. 즉시 볼 보이에게 공을 요구한 토니는 스로인으로 루크 선배에게 급히 던지고는 오른쪽으로 다시 달려 갔다.
펑.
선배의 공을 차는 소리가 들려 왔다. 뒤쪽을 힐끗 바라 보자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달려가는 앞쪽에 떨어 질것 같아 그대로 달려가 떨어지는 볼이 떨어 지는 지점에서 빙글 돌아 가슴으로 트래핑해 앞쪽으로 떨어 뜨린후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 간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왼쪽으로 공을 툭 차며 드리블을 하면서 오른쪽 터치 라인 뒤에서 달려와 앞쪽으로 달려가는 콜 선배에게 패스를 하고 페널티 박스 쪽으로 뛰어 갔다. 터치 라인쪽을 치고 들어간 콜 선배는 두명의 수비수에 가로 막혀 움직일수 없는 상황에 어떻게든 공을 차 올릴려고 했다.
팡.
공은 노리치 수비수의 몸에 맞고 터치 라인을 벗어 났다. 콜 선배의 스로인을 받은 그란트 선배는 중앙으로 이동한 케빈 선베에게 패스하고 패널티 박스 안에서 밖으로 튀어 나온 토니에게 패스가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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